오늘날,역사는무엇인가?
오늘날완전하고객관적으로파악할수있는과거라는관념은통용되지않는다.역사가들은새로운인물과집단,장소,대상에끊임없이관심을기울이며과거를거듭새롭게해석하고있다.뿐만아니라역사가의사회적역할은무엇인지,역사학에서객관성이라는것이진정가능한지등,역사학을둘러싼논쟁이역사학내부는물론공공문화속에서도활발히이루어지고있다.
이러한시대적흐름속에서,오늘날역사학계에서‘역사에서교훈을얻지못하는민족에게미래는없다’라는식의역사관은점점설자리를잃고있다.관점과방법론에따라역사라는개념이거듭변화하고있는오늘날,‘역사’의윤리적가치는특정관점으로해석한만고불변의’과거‘를통해교훈을얻는게아니라,과거에대해끊임없이이의를제기하고논쟁함으로써과거를죽어있는화석화하지않는데있기때문이다.
노스웨스턴역사학과사라마자교수는이러한문제의식아래독자들이과연역사가무엇인지스스로생각해보기를바라는의도로《역사에대해생각하기》를썼다.저자는이책을통해역사학에큰변화를가져온중요한여섯가지질문을축으로삼아,역사학의주요흐름과맥락을일목요연하게정리하여,역사는언제나변화하고스스로를갱신함으로써발전해왔음을보여준다.
오늘날,역사학에는어떤질문이필요한가?
저자는역사가들의문제제기와방법론을통해과거의역사상이어떻게변화해왔는지를잘보여주는여섯가지질문을각장의제목으로삼아글을풀어나간다.
역사는역사가들이새로운인물,새로운장소,새로운사물에관심을기울임에따라변화해왔다.역사의중심이지배계급,특히소수의남성들에게서,노동계급과같은다수구성집단과그동안배제되었던여성으로점차이동해오면서,과거에는배제되었던집단들이역사의중심으로자리잡을때역사가들의연구수행방식과제기되는질문은변화했고(1장‘누구의역사인가?’),다양한지역과문화와의연결이심화되어가고중요해지면서,역사가들은‘국가이전의시간,혹은국가들사이의공간’에관심을집중함으로써이전의역사가보여주지못한어떤새로운이야기들을들려주고있다(2장‘어디의역사인가?’).또한역사연구주제의전통적위계,즉지식을정점으로하고자연과사물을아래에두는위계가새로운접근방식에의해흔들리게되면서역사의다양한하위분과에서는격변이일어나고있다(3장‘무엇의역사인가?’).이처럼전반부에선역사연구의대상변화가역사를어떻게새롭게바라보게했는지를고찰한다.
후반부에서는역사의기획이내적혹은외적논쟁을야기한세가지방식,즉역사학의생산과관련된긴장을중심으로전개된다.역사를생산하는주체가점점다양해지는시대에학문으로서의역사,공공의역사,대중적역사사이의차이와중첩,그리고규정하기가어려워때때로논쟁을야기하는사료의본질이무엇인지(4장‘역사는어떻게생산되는가?’),여전히역사연구는원인에대한연구라는신념이대세인가운데,인과관계를중시하는직선적인과관계의탐색에서벗어나사건자체의의미를찾아내기위해역사가들은어떤시도를했는지(5장‘원인이중요한가의미가중요한가?’),포스트모더니즘역사학이역사연구의‘객관성’이라는이상에도전을야기하며역사학의존립자체를흔들었을때,그것이준영향이역사가들의작업과사고에어떤영향을미쳤는지(6장‘역사는사실인가허구인가?’)를알아보며,역사의본질이무엇인지의심을제기하며야기된중요한논쟁들이역사학을어떻게변화로이끌고있는지살펴본다.
역사학의빠른변화에도불구하고,국내에는이러한최신흐름을소개한책이많지않다.현대역사학의경향을반영하는각개의책들이번역출간되고는있지만,그것을역사학이라는분야아래아우르는책은부족한실정이다.이책은군사사와전기같은전통적인주제에서부터지구사,환경사와같은비교적최근에생긴분야까지폭넓게다루며,최신연구성과와자료를바탕으로현대역사학의변화흐름을성실하게반영한다.
오늘날,우리는어떻게역사를생각해야하는가?
우리는우리가누구였으며누구인가를알기위해과거를알려고한다.하지만우리가정해진틀에맞춰해석된과거를단순히외우고받아들이는데서그친다면,과거는그생명력을잃을것이다.이책은지난수십년동안일어난역사학의주요질문과논쟁을이야기함을통해,역사의진정한효용성은잘정리된과거로부터의‘교훈’을얻는게아니라,끊임없이과거를다시바라보고,질문하고,의문을제기하면서우리의정신을확장하는데있음을입증한다.역사는언제나가장첨예한질문과논쟁을통해스스로를자각하고갱신함으로써새로운주제를이끌어냈다.
우리가‘왜’역사를공부해야하는지에대한답을주는게아닌,우리가‘어떻게’역사를생각하고논의할수있는지질문을통해그방법을제안하는데목적을둔이책을통해독자들이우리의역사를더욱능동적으로생각하는계기를얻을수있기를바란다.
책속에서
(1장‘누구의역사인가?’중사회사와계량화33쪽)
《전쟁의얼굴》에서키건은전쟁에서의승패는지도력,명령,규율에달려있다는전쟁사가들의지배적인가정에문제를제기했다.전투는“인간의다른행동들과마찬가지로복잡하고형태가다양하다.그리고그순간의이해관계가다른무엇보다도중요하다”라고그는지적한다.이상적으로용감한병사조차반드시상관과동일한결과를원하는것은아니다.훈련,명령,병사들의유대등은아주위험한상황에서도병사들이진격하는이유를설명하는데가장일반적으로인용되지만,이러한것들은실제위험앞에서종종무너진다.키건은전투의승패는지휘관이아니라병사들에의해좌우된다고주장한다.따라서전쟁사가의가장중요한과제는전투가‘밑바닥’에서어떻게느껴지는지,어떤상황이병사들에게자신의자리를지키거나또는명령을무시하고도망가게만드는지를이해하는것이다.
(2장‘어디의역사인가?’중해양,삼각무역,국경96~97쪽)
사회학자폴길로이가대서양노예제의지적·문화적유산의역사라고할수있는유명저서《검은대서양》(1993)에서이의를제기한것이바로이러한서술방식이다.고전적서술에서대서양의역사는아프리카인들과그들의후손에게어떤일이일어났는지에전부는아니지만대체로집중했다.길로이의연구는반대로노예의후손들이무엇을했는지,즉그들이무엇을쓰고만들어냈는지에주목하며,어떻게그러한것들이수십년동안유지된유럽의대서양이라는승자의이야기에대안을제공하는지를보여준다.길로이는근대서구가유럽혹은아메리카를지칭하든지간에그곳의흑인들은국가의틀을벗어나고그것에도전하는지적·문화적전통을창조해왔다고단정한다.즉뒤부아혹은리처드라이트같은지식인들의저서나펑크음악,랩등의흑인문화는초국가적인노예제의경험에뿌리를두고있다는것이다.아프리카계미국인과유럽의흑인들은뒤부아가‘이중자의식’이라부른것에서벗어나지못하고있다고그는주장한다.즉그들은자신들이거주하는장소에서소외된상태이며,그러한상황은그어떤민족적실체와도궁극적일체감을느끼기어렵게만든다는것이다.길로이가‘검은대서양’이라고부른것은흑인노예들의후손에의한문화적공간으로이들노예조상들의‘근대성’을채찍,쇠고랑,노예선이채우고있었다.해방의이념이구세계와신세계사이를힘차게왕복했다는관례적인‘대서양근대성’의기술과는대조적으로길로이의《검은대서양》은국가가부재한저항의공간인‘근대성의반문화’를상정하며국가의틀외부에서,심지어는그틀에대항하여지적·문화적역사를어떻게기술할것인지를훌륭하게보여준다.
(3장‘무엇의역사인가?’중사물에대한새로운역사156~157쪽)
초콜릿의복잡한역사는두세계사이의접촉뿐만아니라이와같이기존위계질서를전복하면서문화가인간의의지와준독립적으로음식을통해이동하는방식을보여준다.미각의자율적힘에관한노턴의분석은사물이역사에서적극적인주체일수있다는좀더일반적인주장의특별한예시다.군주의머리위에있는왕관혹은결혼식에서교환되는반지와같은의례의물건들은개인의신분을전환시킨다.활자발명이후책과신문은오락과정보전달에만머물지않았다.베네딕트앤더슨이지적했듯이그것들은과거에는상상할수없던다른독자들과의수평적동료의식을창조했다.분할유리창은사람들로하여금공적세계와사적세계를분리하는의식을첨예화했다고일부역사가들은주장한다.사람들은자기주변의세계를인식하는방식에영향을주는물건들을끊임없이고안해낸다.예를들자면15세기와16세기부터유럽인들은엘리트들의삶에중요한물건이된시계를점점더정확하고아름답게만들었다.그렇게되자인간과동물의육체,그리고우주그자체도시계와같이움직인다고일반적으로묘사될정도로시계는사람들,특히철학자와과학자들이자연에관해다르게생각하도록만들었다.제시카리스킨이지적했듯이시계와관념의상호연관성연구는지성사를물질문화에연결하는방법론을내포한다.즉일부물건들은“관념과분리될수없다.왜냐하면사람들은끊임없이그것들을사고를위한기준과예시로사용하며,그결과로(암시적혹은명시적)철학적원칙을기초로하여기계를디자인하고제작하기때문이다."
(4장‘역사는어떻게생산되는가?’중자료와문서보관소는역사를만드는가221~222쪽)
역사는묘사와설명을번갈아가며드러내며,설명은종종토론에의해형성된다.베스트셀러전기와전쟁을다룬역사서도관점혹은가치판단을포함할수밖에없고빈번하게명확한주장을제시하기도하지만‘단지이야기로서의’역사는대중적역사서술의일부형태에남아있다.책과다큐멘터리의생산,박물관의전시는어느정도의가시적선택을불가피하게포함하고가장‘공적’역사의형태인박물관과역사유적은가끔신랄한논쟁의대상이되기도한다.학계의역사가들은연구와해석을추진하는동력으로논쟁을기꺼이수용한다.즉학부학생부터석좌교수에이르는모든연구자의야망은새로운무언가를말함으로써대화의물꼬를트는것이다.대부분의경우역사가가제기하는질문은(연구프로젝트를위한사료가아닌)사료의탐색을이끈다.역사연구는경우에따라서는엄청난행운과더불어집요함과인내,창조적상상력을요구한다.대부분의경우아주좋은사료를‘우연히’발견하는데는수년이걸리며,제기하는질문으로부터사료는발견된다.구술사같은예외적인경우에연구자들은필요한사료들을실제로만들어냄으로써이러한주장을논리적인극단으로까지가져갈수있다.그렇지만사료가전혀남아있지않은많은질문들이존재할것이고,기록할만한가치가없다고여겨지는삶을살아왔던사람들의이야기는영원히묻혀버린채로남아있을것이다.
(5장‘원인이중요한가의미가중요한가?’중다층적인과관계의역사와사건의귀환247~248쪽)
모든것이중요하지만최근의사건들이인과관계를설명하는데더중요하다는개디스의상식적입장은최근의지적분위기를반영한다.21세기초반에역사가들사이에서엄격한철학적·방법론적실행은약화되어갔다.즉모든것이생산양식의문제라고주장하는마르크스주의자,이념의순수한파급력을믿는이상주의자,이런저런역사적사건은필연적으로발생할운명이었다고주장하는결정론자,클레오파트라의코를운운하는우연론의신봉자를만나기란오늘날흔치않다.선택을강요받는다면많은사람들이역사가가해석한카오스이론을고수할지도모르겠다.즉저기어딘가에법칙은존재하지만그법칙들은복잡한변수들을포함하고있어서어떠한결과도일련의사전조건들의산뜻한결과일수는없다는것이다.클레이튼로버츠는역사가의설명과정을묘사하기위해‘연역’이라는용어를제안했다.즉하나의결과를낳게한다수의요인과사건들을추적한다는것으로서술과분석을결합한방법론이다.거대한인과관계의틀에대해근래역사가들이느끼는불편함은단선적사고를거부하고프랙털기하학과카오스이론같은분과를지향하는지난수십년간의과학의진화와맥을같이한다.비록역사학연구가권력및역사적변화와관련한마르크스의통찰과브로델의창조적인학제간연구에의해지속적으로풍요로워졌다고하더라도역사서술은간단히말해절대적으로중요시되던인과관계의틀로부터이탈해가고있다.
(6장‘역사는사실인가허구인가?’중입구의이방인들312~313쪽)
이들과그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