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할린 잔류자들 (국가가 잊은 존재들의 삶의 기록)

사할린 잔류자들 (국가가 잊은 존재들의 삶의 기록)

$15.06
Description
국가에 귀속되지 않은 삶을 살아가기 위해 스스로 길을 열어나간 사할린 잔류자들
‘사할린 잔류자들’, 그들은 일본 통치 시기에 본국의 자원 근거지 역할을 맡은 사할린에 투입되었지만, 전쟁이 끝난 후에 각국의 안일한 태도와 얽힌 이해 관계 등의 문제로 인해 고국으로 되돌아오지 못했다. 국가에 의해 지워지고 잊힌 존재가 되어, 머나먼 타지에 일방적으로 남겨진 ‘잔류자’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이러한 역사적 무게에 짓눌리지 않고 의연하게 삶을 이어나갔다. 당시 사할린에 잔류해야 했던 사람들과 그들이 이룬 가족은 오랜 시간 세대를 이어나가며, 국가라는 개념에 귀속되지 않는 그들만의 삶의 방식을 스스로 찾아나갔다. 사할린, 일본, 한국 그 어디에서도 외지인으로서 살아가야 했던 그들의 삶은 분명 힘들고, 국가 체제의 밖에 놓인 존재가 겪어야 할 비극이었으나, 한 편으로는 국가에 귀속되지 않은 삶을 살아가기 위해 스스로 길을 열어나간 주체적 삶의 궤적인 것이다.

《사할린 잔류자들》은 그들이 개척해 나간 이러한 ‘삶’에 주목한다. 이 책은 그들을 국가에 의해 희생당한 비운의 존재로서 역사화하지 않고, 오히려 그들이 개척한 트랜스내셔널한 생활 실천의 가능성과 창조성을 들여다본다. 이 책은 전후부터 현재까지 다민족·다문화적 존재로서 다층의 정체성이 혼재된 생활 세계를 구축해온 그들 삶의 면모를 살펴보며, ‘단일 국가’라는 관념이 희미해지는 시대에 국경을 초월한 트랜스내셔널한 생활의 가능성을 찾아보고, 한국과 일본이 대립하고 있는 역사 문제와는 다른 전후(戰後)의 생활 세계를 보여준다.
저자

현무암

1969년제주도출신.도쿄대학대학원인문사회계연구과박사.현재홋카이도대학대학원미디어커뮤니케이션연구원교수로재직하고있다.지은책으로《‘반일’과‘혐한’의동시대사(「反日」と「嫌韓」の同時代史)》,《코리안네트워크(コリアン?ネットワ?ク)》,《기시노부스케와박정희》(공저)등이있다.

목차

남사할린(가라후토)지도
머리말

1부가족과살다
1장일본,한국,러시아세나라로확대된생활공간
2장전후사할린에서살게된어머니와귀국3세손녀의정체성
3장‘영주귀국’의길을개척한인생
4장세가지문화속에서아이들을키우는귀국3세

2부국경을넘다
5장어머니의망향의염원을안고살아가는딸
6장사할린,훗카이도,인천을오가다
7장한국에‘영주귀국’한일본인여성

3부사할린에서살다
8장도마리의흙이되다
9장친아버지와친어머니를끌어안고싶다
10장나의‘고향’은사할린

해설:사할린에서교차하는한·일의‘잔류자’들

후기를대신하여:‘타자’와의만남속에서탄생한책
역자후기

출판사 서평

사할린잔류자들,그들이개척해나간주체적삶에대한기록

‘가라후토’라고불리던사할린남쪽지역은한때일본의통치하에있었고,1945년일본의패전후엔소련의영토로편입된곳으로써제국주의가각축을벌이던곳이었다.일본통치시기에본국의자원근거지역할을맡은이지역에많은일본인과조선인이투입되어생활하고있었지만,전쟁이끝난후에그들대다수는각국의안일한태도와얽힌이해관계등의문제로인해고국으로되돌아오지못하고일방적으로사할린에‘잔류’해야만했다.국가에의해지워지고잊힌존재가되어,머나먼타지에남겨진‘잔류자’가되어버린것이다.
그러나그들은이러한역사적무게에짓눌리지않고의연하게삶을이어나갔다.당시사할린에잔류해야했던사람들과그들이이룬가족은오랜시간세대를이어나가며,국가라는개념에귀속되지않는그들만의삶의방식을스스로찾아나갔다.사할린,일본,한국그어디에서도외지인으로서살아가야했던그들의삶은분명힘들고,국가체제의밖에놓인존재가겪어야할비극이었으나,한편으로는국가에귀속되지않은삶을살아가기위해스스로길을열어나간주체적삶의궤적인것이다.
《사할린잔류자들》은그들이개척해나간‘삶’에주목한다.그들을국가에의해희생당한비운의존재로서역사화하지않고,오히려그들이개척한트랜스내셔널한생활실천의가능성과창조성을들여다본다.전후부터현재까지사할린잔류자들과그가족들의이야기를통해다민족·다문화적존재로서다층의정체성이혼재된생활세계를구축해온그들의삶의면모를살펴본다.

다층의정체성이혼재된존재로서살아간그들의삶을들여다보다

“유리코는1946년까지일본학교를다녔고집에서는일본어만사용했다.그뒤에는조선학교에다니게되어조선인커뮤니티속에휩쓸렸고결혼상대역시조선인이었다.이후로는거의한국어만을사용해왔다.그녀의아이들이학령기가되자조선학교는폐교되어러시아학교에다니게되었다.그당시에는여전히아이들과한국어로말하고있었지만학교교사에게서가능한한집에서도러시아어를쓰라는지시를받았다.자신이어렸을때와마찬가지로아이들역시언어환경을바꾸게되었다.”
(3장‘영주귀국’의삶을개척한인생100쪽)

“학교에서돌아오니어머니가울고있었다.“아키코짱,여기앉아봐.”어머니는‘소자’라부르지않았고새삼스럽게일본어로말했다.어머니는아키코가일본어를잊어버리지않았는지확인하려했던것이리라.아키코는“갑자기일본어로말하니까알아들을수없잖아요”라며늘하던대로한국어로대답했다.
그러자어머니는한국어로“일본에가려면일본어를공부해야하고,아버지는일본에같이못가”라고말하는것이다.어머니와아키코두사람만일본으로갈수있게되었다는믿을수없는이야기였다.어머니는“일본에가면재산도있으니행복해질수있어.다른아이들은두고가니까함께돌아가자”라며아키코의답변을들으려했다.어린아키코에게는가혹한선택이었다.”
(5장어머니의망향의염원을안고살아가는딸136쪽)

“도마리에는조선학교가있었지만아이들은모두러시아학교에다니게했다.1958년이되자소련당국은조선인에게소련국적취득을촉구했다.나홋카의북조선영사관이사할린잔류조선인을자국의공민으로만들기위해한선전활동에대한대응조치였던것으로도보인다.그때까지는아직대부분의사람들이조국으로귀환하는데지장이있다고생각하여소련국적취득에는신중했지만,요시부부는망설임이없었다.
당시에요시부부는고향으로돌아가는것을고려하지않고함께이땅에서,언제까지나함께살자고서로맹세했다.1957~1959년까지의후기집단귀환에서대부분의일본인여성이조선인남편과아이들을데리고일본에귀환될때도요시는거들떠보지도않았다.”
(8장도마리의흙이되다203~204쪽)

사할린잔류자들,그들은끊임없이변화의기로에서있었다.패전당시일본군이철수하고소련군이전진하는상황속에서,그어디도그들을책임지지않는상황속에서목숨을건밀항과끝을알수없는‘일방적인잔류’가운데고민해야했다.전후에는일본,소련(러시아),조선(한국)각국의정책에따라,또한어떤사회에편입되는지에따라사용하는‘이름’을달리해야했고,‘국적’을선택해야했으며,‘영주귀국’을할지사할린에남을지선택하는과정에서국적이다른가족들과생이별을해야하기도했다.고정되지않은삶속에서그들은다층의정체성이혼재된존재로살아가야했던것이다.

이러한삶은잔류자2세대,3세대에게도이어진다.

“열살에일본으로귀국한미카의동생유미는일본학교를다녔다.대학을졸업하고지금은도쿄에서일하고있다.사귀는사람도일본인이고생활방식도일본식이다.엄마나언니처럼그녀역시러시아어를할수있다.그리고가끔씩사할린에서방문하는아버지나할머니는유미에게한국민족이라는의식을이어주려한다.그러나유미에게는일본인으로서의정체성도강하다.
미카의정체성은유미와는다르다.일본국적인미카와우즈베키스탄국적인지마는일본어를유창하게하지만,이가족이사용하는언어는러시아어다.장녀인미레이는일본유치원에보내지만,러시아어를가르치면서토요교실의러시아학교에도데리고간다.”
(4장세가지문화속에서아이들을키우는귀국3세118쪽)

“일본,한국,러시아세나라의문화가공존하고있는지마와이라의멘탈리티에는경계가없다.그들은언젠가는일본이나한국에서생활할수도있다고생각한다.지마에게는일본에서생활한경험이있고이라의부모님은일본에있다.다만둘이서양쪽부모님을모두방문하면서부터는한국의생활방식이러시아와가깝다고차츰생각하게되었다.그렇지만두사람이자기실현을할수있는나라는러시아뿐,그밖의다른나라에서일하는것을생각하기란쉽지않다.무엇보다도이들에게는자신들이러시아인이라는의식이각인되어있다.
사할린잔류자에대한일본과한국의귀국정책의차이때문에사할린의일본인과한국인가족이러시아,일본,한국에흩어져살게되는것도자주볼수있는광경이다.그속에는이들이각국의귀국제도를활용하면서구축해놓은세나라에걸쳐있는‘트랜스내셔널’한생활공간이있다.”
(6장사할린,홋카이도,인천을오가다170쪽)

이처럼사할린잔류자와그가족들은한국(조선)·일본·러시아의정체성이혼재된중층적인정체성을지닌채살아가고있다.그들은이러한혼돈속에서도자신의정체성에대한쉼없이고민했고,씩씩하고의연하게자신의삶을선택해나갔다.글을읽어나가다보면,현실적어려움속에서도자신들의삶의태도를지켜나가는이들의모습에,때로는슬픔에공감하고용기에감동했다.또한사람/상품/지식정보의이동이전세계적으로순식간으로이루어지며,‘단일민족’,‘단일국가’관념이점점무의미해지는시대에,국가라는개념안에서살아가는삶이얼마나단일한정체성속에서살아가는삶인지돌아보게된다.특히한반도평화와통일의시대에발생할수있는문제들을생각해보면,중국,일본,러시아와면해있는우리나라는더욱더특정국경에국한되지않는월경(越境)의삶을이해하려노력해야하지않을까?그렇기에“나는다면체랍니다.각도에따라서,빛에따라서보이는면이달라요”라는귀국자3세의말은,다층의정체성속에서자신의삶의방향을찾아나가고있는그들을통해동아시아공동체의미래상을비춰볼수있지않을까기대하게만들기도한다.

저자인현무암과파이차제스베틀라나는이책에등장하는총열가족의구성원들과오랜기간만나고유대하며그들의구체적삶과진솔한생각을담아냈다.사할린잔류자들은그생활문화에따라사용하는언어도달라서,일본어/한국어/러시아어를통해소통했고,훗카이도,삿포로,안산,인천,사할린의유즈노사할린스크와코르사코프등여기저기에멀리퍼져생활하는그들을한명한명찾아가그들의삶을체험하고희로애락을나누며,그들이겪어온,그리고겪고있는삶을이해하고옮기기위해노력했다.그리고사진작가고토하루키의사진을더해,사할린잔류자들의삶을더욱생생하게표현했다.총열가족의이야기를담았고,여러지역에걸쳐펼쳐지는그들의생활을제대로나타내기위해각주제별로세가지성격으로나눴다.1부에서는1990년대이후영주귀국을통해자식및손주세대를동반하거나초청하여일본에정착한사람들을그렸고,2부에서는부부만일본또는한국으로영주귀국한후사할린에남거나다른국가에거주하는가족과왕래함으로써일본,한국,사할린에걸친생활공간을왕래하는사람들을다룬다.3부는일본이나한국으로영주귀국하지않고사할린에서의삶을선택한사람들의이야기다.또한이들가족의이야기에대한독자들의이해를돕기위해책후반부에해설을덧붙여사할린잔류자들이처했던역사적배경과사할린의역사적위치를설명했다.사할린에서벌어졌던일본통치시대의시정(施政)이나조선인의이입,패전직전의혼란과귀환,전후조선인사회로의편입과영주귀국등의역사와현재를되돌아보았다.

사할린잔류자들의삶을통해동아시아위기의실마리를찾다
사할린잔류자들의삶을살펴보는것은한·일양국관계를이해하는데에도중요하다.사할린잔류자들각각이살아가는모습은서로차이가있고다양하지만,영토,역사등다양한문제로인한대립과갈등이표면화하고있는양국의위기를뛰어넘는데있어,이들의목소리에귀를기울이는일은충분히의의가있기때문이다.전전과전후사할린에서이루어진한국인과일본인가족의다층적·다문화적삶을이해함으로써,“두민족의한계를돌파하는기능을수행하는매개자사상”(모리사키가즈에)을그들에게서읽어낼수있을거라기대되고있다.
‘잔류’라는운명을공유한일본인과조선인이살던사할린은식민지지배와전쟁에의해왜곡되고일그러진공존의세계였다.그러나사할린잔류자들의삶을자세히들여다보면,한국과일본이대립하고있는역사문제와는다른전후의생활세계가보이기시작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