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권리와자유를획득하기위한200년투쟁사
2016년5월강남역화장실살인사건이후낙태죄폐지시위,위선의가면들을저격하던미투(#metoo)의릴레이,홍익대몰카유출사건,대학로몰카편파수사규탄집회,낙태죄위헌판정,버닝썬사건,n번방사건,숙명여대트랜스젠더입학좌절사건까지,젠더갈등이수면위로드러난사건이숨가쁘게이어졌다.남성이여성에게가해온린치를그대로돌려준다는미러링사이트들이명멸하며온라인공간에서젠더분쟁의가열을증폭시키기도했다.압축된시간속에서폭발적으로전개되던전쟁의한복판에서여와남은서로를향해너희들때문에우리가불행해졌다고절규했다.전선이달궈질수록본질은파편이되어사방으로흩어지는듯했다.
이런분위기에서여성문제를다룬책도숱하게출간되었다.현실을고발하거나지침을주는사회과학서가주류를이루는가운데점차그외연이확장되고있다.그한축이역사다.그동안의남성중심역사서술을비판하며여성의역사를발굴하고강조하는책들이나오고있다.그렇지만페미니즘운동을중점적으로다룬역사책은아직많지않다.
《페미니즘들의세계사》는그포문을여는책이다.묵직한제목에비해부피가단출한이책은역사학자인저자가,18세기에탄생해21세기에이르기까지평등을누리는‘인류’이고자싸워온여성들의역사를담담하게서술한다.짧은분량이지만담긴내용은밀도가매우높다.목수정씨는프랑스에서저자에게직접연락을취해소통하면서이책을우리말로옮겼다.그로써저자의의도가선명하게드러났고,그과정에서‘일본군위안부’문제(141쪽)등몇몇부분은저자가글자체를보강하거나더명쾌하게다듬기도했다.
n개의시공간적조건에따라생겨나고변화한
n개의페미니즘
그런데왜페미니즘‘들’의세계사일까?페미니즘이란여성의권리와그들의사상과행동의자유를획득하기위한투쟁이라정의할수있다.이투쟁은여성의종속과지배에대한비판뿐아니라젠더규범에대한광범위한비판의영역을포괄한다.페미니즘이무엇보다도여성에관한문제를다루는개념이기는하나남성적,여성적이라는말의정의와위계질서의방식에따라정립된남성성과여성성의코드를포괄적으로건드리고있기때문이다.페미니즘이짊어진임무중하나는,타고난천성이거나숙명으로간주하는사고가부정해온젠더간불평등을또렷하게드러내는것이다.
이같은불공정함에대항하는수차례의반란들이페미니즘의복합적인지도를만들어갔다.따라서페미니즘이라는용어의정의또한각각의저항들이맞서온지배세력의형태에따라,그리고다양한시대와사회혹은그사회안에있는집단들이부여하는자유와평등의개념에따라상대적이고유동적이다.여성과남성간의차이,섹슈얼리티에대해사고하는방식또한특정맥락이나표현의시의성,사회운동의흐름에따라다르게조건지어진다.
이책에서는페미니즘의다양한모습들을보여주고자한다.평등과자유라는개념의폭넓은적용범위와다양한해석의가능성은페미니스트운동에서왜수많은계파가생성되고그들간의경계가불분명하게나타날수밖에없는지를설명해준다.어떤계파는자신들의목표를단한가지측면으로축소하는가하면,다른계파는가능한한목표의지평을넓히고자한다.각각의계파들이열망하는지향점이제한된영역에서의개혁인지아니면전반적인사회변화를꿈꾸는혁명인지또한분화의기준점이된다.단순한법률적·문화적변화를추구할것인가,아니면더광범위한정치적프로젝트에우리의변화를연계시킬것인가?그리하여다양한페미니즘들이영감을얻기도하고,서로연계되어있기도한,광범위한차원에서의정치적범위의문제가제기된다.다양한수식어가이러한선택과연관을맺는다.아나키즘적,사회주의적,국가주의적,시민주의적,반식민주의적등등.혹은종교적옵션에따라계파가갈리기도한다.기독교,유대교,불교,이슬람페미니즘….페미니즘의유형은어떤전략과전술을선택하는가에따라달라지기도한다.다소급진적이거나선동적,혹은온건하거나신중한성향의페미니즘그룹들로갈라지는것이다.가장많이회자되는논쟁중하나는선거권을둘러싼입장이었다.여성의선거권을주장하던그룹은폭력적행동까지불사했다.
이같은의견의불일치에도불구하고여성운동가들은선도적인요구들을둘러싸고국가단위,국제단위에서종종연대해왔고(교육의권리,정치적권리,가족내에서의평등,피임,낙태권,임금·고용등에있어서의성평등,성적자유등)억압적이거나반동적인정치세력이집권할때는다시후퇴하기도했지만,그들의연대투쟁은자주성공을거두었다.
책의구성과내용
이책은크게세시기로구성되어있다.첫번째는18세기후반부터1860년대까지다.이미다원화되어있지만산발적이고아직거의조직되지못한페미니즘들이서구에서등장한시기다.이러한문제제기는불평등한젠더의체제,즉성을차별적이라간주하고성차별을조직하는사회안에서커왔다.이렇게발전해온페미니즘들은평등한권리의원칙이인정되길바라며정치에서‘여성’의영역을만들어갔다.특히노예제폐지를위한투쟁에서영감을받아교육과결혼에있어서의동등한권리를주장했다.
두번째는1860년부터2차세계대전까지다.국가적·국제적시민권과여성정치운동이조직되면서신여성들의유토피아가확산되어간시기다.
세번째는1945년(유엔선언)부터2000년에이르는시기로,페미니스트들은여성의권리를위한투쟁을이어갔고,종종제도권에진입하기도했다.1960년대에전개된반식민지운동과신좌파운동의틀속에서여성해방을요구하는운동이탄생하기도했다.이시기의운동들은최근까지도논란이되고있는내밀하고주관적인섹슈얼리티의문제를정치화할것을제안했다.
각시기에는연속성과불연속성이함께뒤섞여있다.평등과자유라는근본적제안에서부터여성폄하와성차별폭로와같은몇가지지배적패러다임들이각각의시기를특징짓고있다.
첫번째단계에서는평등과자유가인권의자유주의적유토피아혹은혁명적해방의이상을좇아그숨결을드러냈다.평등과자유라는두가치는노예제반대와평민계급에대한착취를반대하는투쟁과연결되어있었으나,사회전체의집단적역동성은반복적인압제나전쟁을통해억압되어있었다.
두번째단계에이르면문제의식들은진일보했으나,그줄기는여전히같은지점에머물러있었다.자유주의적이거나혹은사회주의적인.이시기의사회·정치운동들은민족국가의출현이라는맥락속에서구체적인여성의권리를요구했다.대중에게는새로운여성인사들의이미지가널리확산되고있었지만,이와동시에전통적젠더의개념은페미니즘운동이이뤄낸첫번째법률적성취들,사회경제적인진보와함께균열을보이기시작했다.핵심적인긴장의지점은언제나성평등에대한자신들의고유한문제의식을발전시켜나가는사회주의와연결되어있었고,새로운민족주의적페미니즘의원동력이된식민지주의,반식민지주의와도연관되어있었다.
세번째단계에서개혁주의페미니스트들의문제의식은여전히근본에뿌리내리고있는가운데,더욱확대되고깊어졌다.북반구의여러나라에서성차별은여전히생성되고있었으나,성평등은사회적가치로자리잡아가기시작했다.이가치들은페미니즘을지지하는강력한세계주의의흐름을타고남반구로도전해졌다.그러나이가치들은남반구사회에뿌리내리고있는지역적특성의다양성과제국주의적모순,포스트식민주의가주도하는경제개발정책등과충돌을멈추지않았다.특히북반구국가들의통치방식과그들의경제적지배에의해기울어져있던인식과갈등을빚었다.급진적페미니즘은1960년대의주장들속에서태어났다.당시의페미니즘은집단적·개인적변화를가져올해방의역동성을부추겼다.그들의역동성은다양한차원에서여성과남성,여성성과남성성이라는이분법적개념을전복시키면서확대되어갔다.
이러한문제의식은활동가의영역을넘어서젠더의개념에문제를제기하는지적생산물과예술창작분야에서도세계적으로확산되어갔다.소수레즈비언들,‘퀴어나유색레즈비언여성’은새로운논쟁적문제들을제기했다.이집트를비롯한북아프리카지역에서는아랍의봄을계기로페미니스트들이고통을호소하며,성적학대의대상이었고처녀성을강요당해왔으며자신의몸과성,자유에대한편견에억눌렸던여성들의반란을이끌었다.
역사적서술은서로다른상황에서벌어지는다양한활동들이나이론들에일정한일관성을부여하는경향이있다.그러나일관성이곧응집력을의미하지는않는다.장기적인차원에서페미니즘의성공이괄목할만한것이었다면,그는자유주의자,혁명주의자,급진주의자의논쟁이늘합(合)에이르렀기때문은아니다.오히려서로의반대자는제동을걸었다.그들역시뛰어난여성들과남성들에의존했고,동맹관계와문화,미디어,필수적인정책들,문제를촉발하는사건들,젠더관계에대한전체적인사고의변화등이그들을연결하는매개가되어주었다.접근방식의분산은운동을약화할수있으나,잠재적매개자들을통해그것을확대하기도한다.그리하여페미니스트들의제안은언제나새롭게해석되었고,때로는구체적변화를위해,혹은표현방식에서변모되기도했다.그러나새로운상황에봉착할때마다반대파와새로운모순들,세대간갈등,정치적긴장등이등장했고,이는페미니즘을새롭게갱신하게하는도전으로이끌었다.
분열이아닌다양한색채의목소리로연대해나아가다
페미니즘의현주소는어떠한가?스스로변이를계속하며,접속하고있는세상에서새로운패러다임에적응할것으로보인다.페미니즘이자라온역사적뿌리는영감의원천이며,그들이성취한것들,그들의제안,혹은단순히여성자치를향한수많은공격들은새로운도전을끝없이자극하는요소다.아랍혁명에서나타난수많은여성블로거들과미투운동은페미니즘역사의많은핵심요소들을미디어의무대전면으로불러냈다.여성들의경험과트라우마에대한직접적인폭로,더이상침묵하기를거부하는그들이겪은불의들은경계를넘어서눈덩이처럼커져갔다.이같은폭로들은미증유의세계적반향을불러일으켰다.지금까지는침묵하고부인하거나대수롭지않게치부하던일들이성과젠더불평등에대한폭로로밝혀졌다.그러한여성들과행사장에선여배우들은페미니즘이얼마나정치적인주제이며,그자체로얼마나복합적인것인지,그리고우리의언어와반란이얼마나페미니즘을성장시키는지를입증했다.
헝클어진실타래속에서모두난망할때,역사를복기하며시작점을확인하고,역사가공유해온보편성이가리키는길을다시떠나기위해인간은역사를만들어왔을것이다.함께땅을딛고있었던절반의인류가언발로서있었다는사실을알지못하던나머지절반의인류,그들이언발을녹이고함께걸어가는날이올때까지,이책이디딤돌이되어그길에놓이길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