펑롱현 사람들 (개혁기 중국 농촌 여성의 삶, 가족 그리고 문화)

펑롱현 사람들 (개혁기 중국 농촌 여성의 삶, 가족 그리고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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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개혁개방 이후 중국 농촌의 현실을 면밀히 관찰한 인류학적 보고서
중국에서 개혁개방이 한창인 2000년대, 저자는 중국 허베이성의 농촌 펑롱현을 현지조사하며 펑롱현 사람들과 함께 생활했고, 이때의 경험을 토대로 중국 농촌의 현실과 농민들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드러내 보여준다. 오늘날 중국의 젊은 세대들은 개혁개방 이전의 ‘배고팠던’ 삶을 상상조차 하지 못하며, 마오쩌둥 시기를 겪어본 나이 든 세대도 개혁개방 이전보다는 지금이 훨씬 낫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그렇지만 펑롱현 주민들은 이미 시장개혁이 생성해낸 긍정적인 측면뿐 아니라 부정적인 측면에 대해서도 꽤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다. 절대적인 수준에서 과거에 비해 물질적인 풍요로움을 누리는 것은 사실이지만, 같은 지역 내에서도 예전에 비슷했던 사람 간에 빈부 차이가 급속하게 벌어지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농촌 주민들에게 개혁개방은 과거에 대한 선별된 기억들과 중국 발전에 대한 정부의 화려한 선전 속에서 의심 없이 희망적인 현실 조건으로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저자

이현정

서울대학교사회과학대학인류학과교수이며,서울대학교중국연구소소장을역임했다.의료인류학자로서개혁기중국농민들이경험하는사회적고통및이에대한국가·전문가들의개입,그리고가족과젠더문제에관해연구하고있다.
주요논저로〈두려움없는사랑,존엄을위한죽음:북중국농촌에서의여성자살과젠더주체성(FearlessLove,DeathforDignity:FemaleSuicideandGenderedSubjectivityinRuralNorthChina)〉(2014),〈리홍메이의이야기:농촌여성의자살예방을위한제언(李紅梅的故事:農村婦女防止自殺工作?案)〉(2017),〈현대중국농촌의시장개혁과혼인관습의변화〉(2017),〈개혁기중국의노인복지정책과고령농민의구조적배제〉(2018),《의료,아시아의근대성을읽는창》(공편,2017),《세월호가묻고사회과학이답하다》(공저,2017),《개혁중국:변화와지속》(책임편집,2019)등이있다.

목차

머리말

제1부개혁기중국농촌과여성문제
제1장중국의근대화와농촌부녀
제2장잊혀진혁명:집단주체로서여성의실종

제2부시장개혁과새로운문화적실천
제3장자유연애:쾌락,친밀성,도덕에관한질문
제4장신부대관습을통해본변화하는딸의의미
제5장오늘날의현처양모:가족과젠더역할

제3부몸에각인된삶:가족과문화
제6장체현과문화적재생산:중국농촌여성의자살문제
제7장두여자이야기:좌절,헌신,자부심의생애사
제8장‘자궁가족’을넘어:오늘날중국농촌의현실과농촌여성의주체성

참고문헌

출판사 서평

개혁개방이후중국농촌의현실을면밀히관찰한인류학적보고서
오늘날한국사회에소개되는중국은어찌보면매우다르고낯선세계이다.서점에가득진열된중국관련에세이와여행기들이오늘날중국사회의면모를드러내주지않는다고할수는없지만,어떤면에서중국에대한부분적이고현상적인이해만을강제하는측면도있다.한국학계에서중국여성의삶,가족,문화에대한관심은오래전부터있어왔지만,대부분역사와문학분야에서이루어진기존의연구들은내용과분석이지니는깊이와통찰력에도불구하고동시대에함께살아가고있는중국여성들의삶의모습과생생한목소리를드러내주는데는한계가있다.《펑롱현사람들:개혁기중국농촌여성의삶,가족그리고문화》는이와같은한계를조금이나마보완하고자기획되었다.
이책의주무대는중국허베이성의농촌펑롱현이다.개혁개방이한창인2000년대,이현정서울대인류학과교수는이농촌마을을현지조사하며펑롱현사람들과함께생활했고,이때의경험을토대로중국농촌의현실과농민들의목소리를생생하게드러내보여준다.오늘날중국의젊은세대들은개혁개방이전의‘배고팠던’삶을상상조차하지못하며,마오쩌둥시기를겪어본나이든세대도개혁개방이전보다는지금이훨씬낫다고입을모아말한다.그렇지만펑롱현주민들은이미시장개혁이생성해낸긍정적인측면뿐아니라부정적인측면에대해서도꽤정확하게인지하고있다.절대적인수준에서과거에비해물질적인풍요로움을누리는것은사실이지만,같은지역내에서도예전에비슷했던사람간에빈부차이가급속하게벌어지는것을피부로느끼고있는것이다.그럼에도농촌주민들에게개혁개방은과거에대한선별된기억들과중국발전에대한정부의화려한선전속에서의심없이희망적인현실조건으로서받아들여지고있다.

세계가주목한중국농촌여성의높은자살률
“내기억에도두사람은매일같이싸우긴싸웠어.하루는어머니가화를내니까아버지가목을매달겠다고집을나섰는데,내가쫓아가서보니밧줄이몇번접혀있긴한데,아버지는지금죽어서는안되겠다생각했나보더라고.그런데어머니는그때집에서맹세를했었다나봐.만일아버지가죽으면앞으로무슨말도하지않겠다.만일죽지않으면사흘동안아무것도먹지않겠다.아버지가살아돌아오니까,어머니는사흘동안정말아무것도먹지않았어.심지어물도한방울입에안댔어.그러더니사흘이지나자바로자살한거지.”
언뜻보기에이이야기는쑤징어머니의불행에관해이야기하는듯이보이지만,실제로는쑤징어머니와쑤징두여성의불행에관한이야기이다.쑤징의이야기에따르면,쑤징의어머니는부모에의해원하지않는결혼을한후,가족과의불화속에서정신병을얻게되고결국자살로생을마감했다.13살의나이에어머니를잃은쑤징은이후계속되는자신의불행이근본적으로자신이정신병으로자살한어머니를둔불운한인생을타고나서그렇다고생각한다.
-쑤징의이야기

세계보건기구로부터‘세계가주목해야할정신보건문제’중하나로손꼽힌중국농촌여성들의높은자살률에대해,“그거야여자들이속이너무좁기때문이지”라는마을주민들.농촌여자들은배운것이없어서세상이어떻게돌아가는지모르고,집안에무슨사소한일이라도발생했다하면대뜸농약부터마시려고하기때문에자살률이높다고이구동성으로말한다.그러나경제적곤란,친척과이웃간의질투,배우자의혼외정사와도박,강요된혼인과같은‘사소한일’들은사실상개혁개방이후물질적욕망및필요가증대하고도덕적가치관이변화하고있는중국의전반적인상황과결코무관할수없다.결국농촌자살의배경에는‘인민의국가’의실제모습인사회적안전망의부재와도농차별에근간한국가정책의부작용이구조적으로놓여있다.

좌절과헌신,강인함과자부심을지닌‘펑롱현여성’이야기
문화대혁명의광풍이몰아치던시절,평생산림공장에서일했던쉬펑친의아버지는공장의최고결정권자였다는이유로당시톈진에서하향한젊은학생에의해서공개비판의대상이되었으며,심지어그의폭력행위로인해갈비뼈세개가부러져야했다.그녀의아버지는학대받은이후다른공장에버려졌는데,쉬펑친은아버지를구해야겠다는생각으로용감하게아버지를찾으러나섰다.
“아버지를보자마자,나는갑자기울음이터져나오는것을멈출수없었어요.아버지는허리가꺾여있었고,사람들에게맞아서뼈가모두부러져있었어요.그들은방안에표어를가득붙여놓았는데,‘쉬원헤이를타도하자’,‘절대로당이나마오주석을반대해서는안된다’와같은것들이었어요.”
쉬펑친은당시의분위기속에서스스로자본주의파의딸이라는것을인정해야했다.그결과홍위병완장은떼어내야했고,정치활동에참여하는대신에학교에서매일대자보를베껴써야했다.하나의큰대자보를보면서계속베껴쓰는작업을종일해야했기때문에나중에는엄청나게베낀종이들이쌓였다.그러나쉬펑친은긍정적인사람이었다.그녀는비록학교에서자본주의파의딸이라고비난받고집단활동에서소외되었지만,크게개의치않았다.
-쉬펑친의이야기

펑롱현여성의생애사는대기근,문화대혁명과같은중국현대사의중요한시점들에각자가어떠한경험을개인적으로해왔는지를드러내줄뿐아니라,농촌에서여성의삶이구체적으로어떠한좌절과헌신,땀과피속에서이루어져왔으며,그과정에서이들각자는딸,아내,엄마,할머니로서,또한누군가의연인이자이웃이자친구로서자부심을지니고삶의의미를구성해왔는가를보여준다.질곡의세월을보낸여성의삶을접함으로써,독자들은중국농촌여성의삶과문화가시간의흐름에따라어떻게변화해가고있는지를간접적으로체험할수있을것이다.

책의구성
제1부〈개혁기중국농촌과여성문제〉에서는개혁기중국농촌이라는커다란사회경제적맥락속에서여성에대한문제제기가어떠한학문적이고현실적인함의를지니고있는가를살펴본다.제1장〈중국의근대화와농촌부녀〉에서는중국의근대화과정에서농촌여성이국가와지식인의공식적담론속에서어떻게특수한존재들로이해되어왔는가를살펴본다.제2장〈잊혀진혁명:집단주체로서여성의실종〉에서는개혁기중국사회에서‘집단적주체로서여성’에대한논의가어떻게사라지게되었는가를다룬다.

제2부〈시장개혁과새로운문화적실천〉에서는중국농촌사회에시장화가진행됨에따라여성들의삶이어떻게변화해왔는지를자유연애,신부대관습의변화,현처양모개념의변화등세가지측면에서살펴본다.제3장〈자유연애:쾌락,친밀감,도덕성에관한질문〉에서는자유연애라는사적인경험에관한개별사례분석을통해중국농촌의젠더문화,나아가오늘날농촌사회가직면하고있는몇가지중요한도덕적인문제를파악해본다.제4장〈신부대관습을통해본변화하는딸의의미〉에서는오늘날농촌에서본래신부부모의몫인신부대를부모가혼인하는딸에게모조리전달해주게된관습적변화의함의가무엇인지를분석한다.제5장〈오늘날의현처양모:가족과젠더역할〉에서는개혁기중국농촌에서자녀교육과경제활동이개별가구의선택에따라이루어지고도시민과의극심한경쟁에노출되는상황속에서,지역적으로어떠한젠더역할이새롭게등장하거나강화되고있는가에대해서살펴본다.

제3부〈몸에각인된삶:가족과문화〉에서는토지에뿌리내린농민들의공동체로서개혁기중국농촌사회속에지속되고있는여성과가족문화의측면이무엇인가를살펴본다.특히이책의핵심이라고볼수있는3부에서는중국농촌여성의자살문제를심도깊게다루고,펑롱현에서일생을보낸두여성의생애사를통해대기근,문화대혁명과같은중국현대사의중요한시점들에각자가어떠한경험을개인적으로해왔는지를드러내준다.또한농촌에서여성의삶이구체적으로어떠한좌절과헌신,땀과피속에서이루어져왔으며,그과정에서이들각자는딸,아내,엄마,할머니로서,또한누군가의연인이자이웃이자친구로서자부심을지니고삶의의미를구성해왔는가를보여준다.
제6장〈체현과문화적재생산:중국농촌여성의자살문제〉에서는농촌여성의고통스러운삶의맥락들이어떻게그들의몸에체현되어왔으며그것이‘자살’이라는불행하고도끔찍한행위를세대를거쳐서실천해왔는지에대해서살펴본다.제7장〈두여자이야기:좌절,헌신,자부심의생애사〉는중국농촌에서어린시절부터노년까지60여년을보낸두여성의생애사를통해,개혁기중국농촌의급변하는흐름이농촌여성들의삶과사랑,현재와과거의경험을어떻게다르게주조하고의미부여해왔는지를살펴본다.제8장〈‘자궁가족’을넘어:변화와지속성〉에서는일찍이인류학자마저리울프가지적한것처럼,남편집으로시집온젊은여성이자신이직접낳은자식들을더해가면서점차여성자신의세력권을구축해나가는‘자궁가족’현상이오늘날시장개혁과도시이주가급격하게진행되는농촌사회에서어떻게지속되고또변화해가고있는지살펴본다.

펑롱현은?
펑롱현(風龍縣)은중국허베이성동북지방의끝자락으로,베이징시에서250킬로미터정도떨어져있으며만리장성의동쪽끝산지에자리잡고있다.펑롱현은총11개의진(鎭)과14개의향(鄕)으로구성되어있으며,총인구는54만명이다.펑롱현의중심지는펑롱진(風龍鎭)으로,펑롱현정부건물을비롯하여각종관공서와주변도시로이동을가능하게해주는버스터미널이이곳에있다.펑롱현은2000년대중반까지만해도허베이성내에서가장빈곤한현중하나로꼽혔지만,2012년개통된친황다오시와탕산시를잇는고속도로가펑롱현을지나가게되면서가장빈곤한지역에서벗어나게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