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가난하고 쓸데없이 바빴지만

오늘도 가난하고 쓸데없이 바빴지만

$14.00
Description
“이만하면 꽤 재밌게 살고 있다”

‘말끔하고 쨍한 얼굴로’ 오늘 하루도 장하게 산 우리 모두를 위한
다정하고 맛있는 망원동 이야기
문학평론가이자 한국문학 연구자인 서영인의 산문집이 출간되었다. 2000년 『창작과비평』 신인평론상을 수상하며 등단한 이후 4권의 평론집과 연구서, 2권의 번역서를 펴냈으니 쉼없이 읽고 써 왔다. 산문집을 구상하게 된 배경과 집필 과정이 에필로그에 상세히 쓰여 있는데 저자는 처음에 “글을 쓰고 책을 내는 일은 뭔가 공익에 보탬이 되어야 한다는 지나치게 바른생활적 사고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던지라” 망설였다. 왜 아니겠는가. 문학 연구자로 대학강사로, 비평하고 가르치는 일로 먹고살다 느닷없이 ‘내’를 온전히 드러날 게 뻔한 에세이를 그것도 전작으로 써야 한다니 우선은 낯부터 설밖에.

그러나 중앙일간지에 꾸준히 연재해 온 칼럼들을 통해 그가 보여 준 사회를 바라보는 날카롭지만 따듯한 시선, 특유의 위트와 유머가 지면의 제약을 벗어던지고 나니 더욱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살아난다. 어느 순간 핫플레이스가 되어 버린 망원동 골목골목을 누비며 혼자서도 잘 놀고 잘 마시는 독거 중년의 삶을 재미있게, 말하자면 ‘또 다른 서영인’의 시선으로 담아 보자는 애초의 기획 의도는 작가를 통해 사회를 바라보는 매우 지적이면서 자기성찰적인 동시에 다정한 누군가와 팔짱끼고 낄낄거리며 망원동 어디쯤의 골목을 헤매고 있는 듯한 유쾌함으로 구현되었다.

맥주와 마라톤을 좋아하고 앞으로도 평생 읽고 쓰며 살아갈 작가의 글은 시인 박준의 말대로 ‘아무렇지 않게 말해서 더 슬픈 이야기들’이다. 그래서 망원동의 골목을 누비며 부동산과 세탁소와 목욕탕과 편의점을 점찍고 싱싱한 채소와 과일을 파는 노점, 맛있는 맥줏집과 식당, 카페를 이야기하고 있는 이 책이 ‘오늘도 가난하고 쓸데없이 바빴지만’ 기어이 장하게 견딘 우리 모두에게 위로와 응원이 되어 줄 것이다.
저자

서영인

서영인
문학평론가,한국문학연구자,대학시간강사,심지어번역가,느닷없이에세이스트.신용카드본인확인메세지를‘쓰는사람’이라정해놓고혼자흐뭇했던적이있다.그런주제에준비와구상이라는핑계로마감직전까지원고쓰기를미루는습관이있다는것은공공연한비밀.읽고쓰는시간외에는대체로멍하니있거나달리기를하고맥주를마신다.평론집으로『충돌하는차이들의심층』,『타인을읽는슬픔』,『문학의불안』을,연구서로『식민주의와타자성의위치』를썼고『학생에게임금을』과『일하지않고배불리먹고싶다』를번역했다.앞으로또어떤책을쓰게될까스스로도궁금해하고있다.

목차

프롤로그_망원동임시거주자|[누가그랬니,인생이마라톤이라고]_세상에는별별집이다있다019|시작해볼까,망원동탐구생활028|세신신세계032|채식주의자단상038|일인용식탁049|나의마라톤편력기059|동네서점에간다073|실어증의두가지유형081|명절디아스포라090|펄럭이는태극기골목100|하수구가막혔다106|독신을위한아파트는없다113|‘루진’과기본소득123|[이상한나라의토끼처럼,오늘의망원동]_망원동의밥139|망리단길불만149|웨이팅에대하여156|백반집을찾아서169|영혼을데워주는카레덮밥178|짬뽕없는중국집187|생선천국,오븐지옥195|루프탑의낭만204|시메이의추억212|회의도토론도파티도가능한밀실222|그리운호펀229|편의점공동체236|에필로그_커피집청년은어디로갔을까

출판사 서평

“아무렇지않게말해서더슬픈이야기들”
문학평론가,한국문학연구자,대학시간강사,심지어번역가,느닷없이에세이스트
그리고‘쓰는사람’서영인의첫산문집
“우리첫잔은아사히生으로마실까?”서영인작가를만날때면가장자주듣는말이다.작가는그때도망원에있었고지금도망원에있다.사실망원이아니라도상관은없겠다.울산,도쿄,뉴욕,혹은또다른어디든.작가곁에는늘가난이있을것이고가난을후려치는유머가있을것이며마르지않는맥주와멈추지않는문학이있을것이다.그리고아무렇지않게말해서더슬픈이야기들도있을것이다.이책처럼._박준(시인)

‘누가인생을마라톤이라고그랬니?’
임시거주자의좌충우돌도시생활탐구기

저자는망원역근처에서5년째살고있다.1장은지금살고있는집을얻기위해고군분투하던때로거슬러올라가전세계약을연장하며살고있는지금까지의과정이담겨있다.

방이다싶은것이방처럼있고,주방이다싶은것이주방처럼있으면범사에감사하는마음이된다.빌라가많은동네부동산들의직업적고충도이해하게되었다.원하는집의조건을구구절절들어본들무엇하겠는가,저아무방대잔치의향연을보며괜히마음만아플것을.
지금살고있는집을구해준부동산아저씨에게나는지금도고마운마음을갖고있다.이런저런조건을야무지게늘어놓는고객의말을듣다가그럼한번가봅시다하고묵묵히길을나섰을심정이지금생각해도애잔하다.
_「세상에는별별집이다있다」

전셋집을구하기위해부동산을찾아간저자는<기치조지만이살고싶은거리입니까>라는만화원작의일본드라마를떠올리며얻을집이갖춰야할최소한의조건을시시콜콜부동산중개인에게말한다.작가가지금살고있는집을찾기전까지돌아본집들의면면을묘사한부분을읽고있으면저절로웃음이난다.세들집을구하기위해발품을팔아본사람이라면누구라도공감할이야기이다.
집을구했으니이제본격적으로생활에필요한정보들을모아야한다.시장은어디에있는지,어느집의채소와과일이더싱싱한지부터어느목욕탕의세신사가더정교하게내몸의때를벗겨내줄지,만약의사태를대비하여솜씨좋은설비집은어디인지까지우리가그간대수롭지않게해온일들이작가의글을통해새삼떠올라고개를주억거리게한다.채식과육식에대한단상에서기본소득에이르기까지작가가담아내고있는삶의면면을낄낄거리며따라가다보면일상의위대함은결국소심하지만까다롭게주변을살피는평범으로이룩되는것임을깨닫게된다.

맛있는걸먹고있으면다정해진다
‘이상한나라의토끼처럼’기웃기웃어슬렁,거닐어보는망원동의골목산책

집도구했고생활에필요한기본적인동네정보파악까지마쳤으니이제먹고마시고즐길만한아지트들의목록을만들차례다.작가는알만한사람은아는맥주애호가이며‘발달린동물’에서나온고기는먹지않는준채식주의자이다.2장은이런작가가찾아낸망원동의밥집과카페,맥줏집에대한매우‘편파적이며주관적인’이야기가담겨있다.

확실히경리단길이든망리단길이든젠트리피케이션의결과물이자,또한잠재적희생물이다.이미그희생과파열은시작되고있다.시민운동이나도시정책의차원에서이문제를해결하는방법은여러가지가있을것이고,또그와관련한실천이보이는곳에서,보이지않는곳에서수행되고있다는것도안다.하릴없이동네를돌아다니는일말고는별로하는일이없는처지이지만괜히픽업하듯이곳저곳지명하는것을정보제공이라생각하는무신경함에대해서는불만이많다.뜨는동네든가라앉는동네든동네가동네로존재할수있게하기위해서,이름을자주제대로불러주는일은생각보다꽤중요하다.
_「망리단길불만」

홍대와합정의잘나가던집들이젠트리피케이션을못견디고연남동과상수동에서망원동으로까지밀려나면서,젊은층들의데이트장소로급부상한망원역인근은하루가멀다하고새로운가게들이문을열고있다.최근에는이망원역인근마저세가오를대로올라6호선라인인증산역과새절역근처로옮겨가는집들이늘고있다고한다.그런와중이니에필로그의제목처럼오늘만난커피집청년이문득사라지는일이야새삼스러울것도없지만그럼에도불구하고작가는망원역인근의가게들이늘어선골목을어슬렁거리며이집저집의간판에눈을맞춘다.

주인장이나의식사를걱정해주고있는것같은기분이들어마냥고맙다.짠것만먹어입이쓰지않을까.꼭꼭씹어야되는반찬이있으면부드럽게홀홀넘어가는반찬도있어야하고.고소한맛을생각해서참기름을쓰고새콤하게입맛을돋우는초무침도있어야하고.이런걸생각하면서그날의백반메뉴를구상했을거라생각하고있으면어쩐지식당을전전하며밥을먹고있는내신세도꽤뿌듯해지는것이다.
_「백반집을찾아서」

늘주장하는말이지만예쁜것들,맛있는것들은까다롭다.조금씩비위를맞춰가며담아내고맛보고즐겨야한다.싸고맛있고푸짐한것은없다.조금아쉽고부족하더라도맛있는것들은조금씩자주맛보아야한다.한젓가락에후루룩촙촙먹고국물을다마실때까지예쁜여운을남기려면이집의냉소바양은절반으로줄어야한다.
_「영혼을데워주는카페덮밥」

지인들을몰고가게를찾을때마다요리를시켜맛을보게하고맛있다는감탄을세번복창으로들어야직성이풀리는애틋한마음으로,더도말고덜도말고테이블마다손님이가득차있기만바라고있다.그래야맛있는맥주는더맛있어질테고,화덕앞에서땀을흘리는사장님도좀더신나게요리를할수있을테니말이다.임대료는자꾸치솟고자본력넉넉해서광고도잘하는음식점이매일생기고있는망원동에서좋은재료와까다로운맛의기본을포기하지않는집이더오래오래살아남았으면좋겠다.그러려면더부지런히먹고마셔야하려나.
_「생선천국,오븐지옥」

“할일이많을때소설이나드라마로도피하는성향이있으며맛있는것을좋아하고특히맥주맛에민감”하다고,몇년전번역한책(『일하지않고배불리먹고싶다』)의역자소개에도밝히고있듯,작가는소문난미식가이자맥주성애자이다.그래서인지먹고마시는것에관한철학과묘사가얼마나절묘하고도적절한지작가가일러주는소바집과중국집,백반집과맥줏집들에,한번가본적없이도애틋하고다정한마음이들어괜히식당이름이라도한번읊조려보게한다.그리고오늘도‘다정함과무심함사이’에서‘나름대로자기만의생활과비밀을가지고,생각하는것보다훨씬복잡하고훨씬재미있을거라고호의적으로상상하고내색하지는않으면서’살아가는이들의얼굴과스쳐가는뒷모습,묵묵히자리를지키고있는작은가게들이있는골목을상상하거나추억하게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