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자보다 피해자가 잘 사는 세상을 원해 (젠더폭력 그 이후의 삶)

가해자보다 피해자가 잘 사는 세상을 원해 (젠더폭력 그 이후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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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사건이 아니라 삶의 이야기입니다

“이 어두운 시절을 기록해서 하나도 빠짐없이
터널 밖으로 가져가겠다.”

제도적 남녀 불평등은 거의 해소되었다고 곳곳에서 주장하는 이 시대에도, 젠더를 기반으로 한 폭력은 여전히 곳곳에서 폭력성을 더한 채 일어나고 있으며, 수십 년 전에 가해진 젠더폭력 사건들의 상당수는 세월에 아랑곳없이 여전히 피해자들의 삶을 황폐하게 만들고 있다. 『가해자보다 피해자가 잘 사는 세상을 원해』는 젠더폭력에서 살아남은 열 명의 생존자들이 폭력 이후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또 앞날의 삶을 내다보며 스스로 써 내려간 기록들의 모음집이다.
젠더폭력 피해자들이 인터뷰나 서술의 대상으로 등장하는 기존 도서들과 달리 이 책에서 피해자들은, 생존자라는 자기 정체성을 지닌 채 글쓰기의 주체가 되어 자신의 지난 삶을 직접 재구성해 풀어낸다. 『가해자보다 피해자가 잘 사는 세상을 원해』에 수록된 열 편의 글에서 이 필자들이 조명을 비추는 것은, 각종 매체를 통해 드러난 그 폭력적인 사건들이 아니라, 그 폭력 이후에도 수년 혹은 수십 년에 걸쳐 계속된 피해와 저항과 생존의 이야기들, 즉 자신의 삶이다.
저자

푸른나비,최은,아린,이레,임작가

가족을너무사랑하고,죽고싶었지만살고싶어서기억을잃었다.기억이떠오르면일상을유지하기위해이세상모든것들을향해기도한다.글을쓴이후하늘에있는여동생에게도특별히부탁하곤한다.가족-학대-성폭력현장에서일어나는친족성폭력에맞서언젠가우리의“광장”을바라며수많은사람과연대를꿈꾸고있다.

목차

추천하는말
마침내,정의로운삶_원은지

첫번째삶
우리가‘생존자’라고말하는이유
-나는친족아동성폭력을증언한다_푸른나비

두번째삶
디지털성범죄공동투쟁기
-불법촬영,가스라이팅피해자의회복기_최은

세번째삶
엄마의죽음이후20년
-가정폭력피해자여,분노하라_아린

네번째삶
세월이저절로해결해주지않는것들
-15년전의성폭력을대면하다_이레

다섯번째삶
생존을위한어떤선택
-부모의폭력과‘탈가정’의딜레마_예나

여섯번째삶
500원을들고다시시작한삶
-남편의폭력에서탈출,사랑과예술을찾아_임작가

일곱번째삶
나는살아남아서이글을쓰고있다
-억압의어두운동굴을나간다는것_박정순

여덟번째삶
범인이잡혀도끝나지않는사건
-텔레그램성착취피해자가홀로감당하는것_하나

아홉번째삶
가스라이팅에대처하는법
-데이트폭력경험이후삶을바꾸다_연아

열번째삶
성폭력은‘정치적인일’이다
-직장내성희롱사건‘이긴싸움’의기록_보라

엮은이의말
피해자가잘사는세상은어떻게오는가_윤정은

출판사 서평

피해자들은한가지모습이아니다
생존자들이살아남는방식은다양하다

『가해자보다피해자가잘사는세상을원해』는친족아동성폭력,가정폭력,교제폭력,직장내성폭력,디지털성폭력등젠더폭력이얼마나다양한양상으로일어나는지를일깨우는동시에,그폭력이후의삶도얼마나다양한양상으로펼쳐질수있는지를여실히보여준다.성폭력을당하고서그사실을덮어버리고살아간경우,폭력을가한친족을떠났으면서도오랫동안악몽에시달리는경우,긴시간이지난후상담사를찾아가치료를시작한경우,치유를위해공동체활동과예술창작에몸담게된경우,젠더폭력관련법개정을위해시위에나서거나자신이당한폭력을정치적이고공적인담론의장으로끌고간경우,피해자를위한연대가가해자를위한연대와맞서게된경우,디지털성폭력피해자로서자기삶을재구축하기위해외로운싸움에들어간경우,폭력배우자에대한분노와자녀에대한죄책감이뒤섞인경우,자기비하나자기포기로자해를가하는경우,가스라이팅과자책감에서이제막빠져나온경우,오래된트라우마에서자신을구출하는길을찾아낸경우등이책으로만날서로다른삶의이야기들은,젠더폭력피해자에대한편견과고착된이미지를버리고,비극적사건들에대한우리의태도를바꾸어이해를심화·확장하도록촉구한다.
이열가지삶의주인공들이각자처한조건,가치관과환경에따라자신만의길을선택하면서도(혹은선택하도록강요당하면서도)공통으로바라는것은,평범한삶으로,즉제자리로돌아가는것이다.이것이길고도머나먼여정이라는것을그들은이제받아들인다.

거친풍랑을헤치고이제막뭍에도달한사람들은
무엇을필요로하는가?
가해자보다피해자가잘사는세상은
어떻게가능한가?

‘반항하지않아서당한거야’,‘네가더조심해야했다’,‘상처는별이될거예요’,‘이런사건하나가볍게넘기지못하는예민한종자들’,‘아빠도맞고자랐으니때리는걸네가이해해야지’,‘이런일가지고이렇게까지따진다니정말유별나시네요’,‘가끔때리는건가정폭력이아니니남편기분안좋을땐더잘해주세요’등과같은주변반응으로,젠더폭력피해자들은때때로지난폭력사건보다도더큰상처를받는다.나아가젠더폭력에대한공적토론과성찰의기회가차단되고,제도개선여부와상관없이실제현실에서폭력이계속일어나는상황을방치하는결과를낳는다.피해자들이공포의기억을밖으로꺼내는데들인‘내몸세포와세포사이를갈라’한마디한마디내놓는값진용기에상응하는화답은,그용기로길어올려진삶의이야기에귀기울이고,표현못할아픔을헤아려보고,‘당신잘못이아님’을알게하는따뜻한연대이다.
이러한내용을담은『가해자보다피해자가잘사는세상을원해』는피해자의회복과건강한생존을위해무엇이진정한지원이될지,그리고모두의안전한공생이어떻게가능할지생각하게한다.또한젠더폭력을‘가해자개인의문제’내지는‘피해자개인이해결해야할사안’으로다루어야한다는일각의논리에맞서,이것이구조적문제임을드러낸다.자신의과거·현재·미래를이제막스스로해석하고성찰하고자리매김하게된필자들,자신이학대당한것을이제야이해하고분노할줄알게된이삶의주인공들은‘단한사람에게라도가닿는말하기’를시도하고있다.이말하기는그어떤것보다도개인적이면서,우리모두가공동으로딛고있는넓고도촘촘한사회를정확히향해있다.

사회적안전망이란비단법과제도만이아니다.폭력피해생존자가홀로모든고통을감당하지않도록그들의이야기,이열가지삶의용기에귀기울여주는것도사회적안전망을이루는중요한조건이다.젠더폭력피해생존자에게“당신은잘못한게없어요”라고말해주는‘우리들’이야말로사회적안전망이될수있다.(원은지(불꽃단),‘추천하는말’에서)

우리를성숙하게하는것은따뜻한관심과지지,신뢰와친절,가까운사람들과의쉽게흔들리지않는단단한연대,그런것이다.[…]열명의필자들은살아남았고,이미누군가를일으키는소리로우리를깨우고있다.우리가원하는세상은어떤세상인지,그리고우리가무얼해야하는지에대해갈길을알려주고있다.(윤정은,‘엮은이의말’에서)

나도하고싶은일들이점차생겨나고있다.몇달전까지만해도일상으로돌아가는게불가능해보였다.이제는예전에좋아하던노래를찾아듣게되고,먹고싶은음식도종종떠오른다.내가무슨생각을하며하루를보냈는지어렴풋하게나마기억이난다.너무나소중한일상으로의한걸음들이다.이제는나에게도5년후,10년후의삶이있으리라고믿는다.(57쪽,「디지털성범죄공동투쟁기-불법촬영,가스라이팅피해자의회복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