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상화, 그려진 선비정신

초상화, 그려진 선비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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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수백 년의 시간을 넘어 선비들의 얼굴을 진단한
피부과 의사의 조선시대 초상화 진료차트!
대상 인물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그린 조선시대 초상화. 수염 속에 숨은 작은 혹에서부터 얼굴 전체를 뒤덮은 마맛자국, 그리고 백반증과 다모증 같은 희귀한 피부병에 이르기까지, 얼굴의 흠결을 하나하나 세밀하게 묘사한 이유는 무엇일까? 피부과 의사인 지은이는 5백 점이 넘는 조선시대 초상화를 엄밀하게 분석하여 조선시대 초상화가 얼마나 사실적으로 그려졌는지를 확인하고, 중국·일본·서양의 초상화와의 비교를 통해 조선시대 초상화의 가치를 조명한다.

저자

이성낙

이성낙
1938년출생.독일마르부르크대학교의과대학예과를졸업하고,독일뮌헨대학교에서의학사,박사학위를받았다.프랑크푸르트대학교에서피부과전문의와교수자격을취득했다.연세대학교의과대학피부과주임교수,아주대학교의과대학초대학장·의무부총장,가천대학교명예총장,국제베체트학회회장을지냈다.
2014년명지대학교대학원미술사학과에서〈조선시대초상화에나타난피부병변연구〉로박사학위를받았다.(사)현대미술관회회장,한국의·약사평론가회장을지냈고,간송미술문화재단이사를맡고있다.2015년독일연방공화국대통령이수여한십자공로훈장을받았다.





출판사 서평

수백년의시간을넘어선비들의얼굴을진단한
피부과의사의조선시대초상화진료차트!

초상화의나라조선,
얼굴의피부병까지그대로그려내다
조선시대는초상화의시대였다.국보로지정된것만도〈태조어진〉과〈윤두서자화상〉등을필두로5점,보물로지정된초상화는70점에달할정도로수많은걸작들이그려졌고,또지금까지전한다.
《승정원일기》에나오는‘털하나,머리카락하나라도다르게그리면그건다른사람이다’라는숙종의말에서알수있듯,조선시대초상화는실제대상인물의모습을사실적으로정교하게그리는데집중하였고,모습뿐만아니라정신까지그려냈다는평을받는다.더나아가,조선시대초상화는같은시기세계어느나라의초상화와비교해도유독‘있는그대로,보이는그대로’의모습을그려냈다.
본래동서를막론하고초상화는대상인물의권위를과시하거나,그를기리기위해그려지는경우가대부분이었다.조선역시누구를그리느냐에있어서는같아서초상화의대부분은나라를상징하는임금을그린어진을시작으로,큰공을세운신하에게내리는공신상등이었다.하지만대상인물의결점을감추거나미화하는경우가많았던다른문화의초상화와는달리조선시대초상화는사실그대로의묘사에충실했고,그증거로온갖피부병이집요할정도로묘사되어있다.

피부과의사,초상화속피부병을진단하다
조선시대초상화는그간다양한분야에서연구되어왔다.하지만이책의지은이이성낙박사는초상화로그려진인물들의얼굴에나타난피부병을본격적으로분석하였다.초상화에나타난피부병을주제로연구하는것은의학에서의전문성과미술에대한높은안목을동시에갖추지않고는불가능하다.연세대학교,아주대학교의피부과교수를지낸지은이는전문성을바탕으로조선시대초상화에피부병이나타나있다는사실을꾸준히연구해세상에알렸고,조선시대초상화를소개할때‘피부병까지진단할수있을정도로사실적으로그려졌다’는대목은빠지지않을정도가되었다.

“이성낙박사의조선시대초상화에나타난피부병에대한연구는피부병과초상화모두를알아야가능한것이며,동시에조선시대초상화의사실정신이얼마나철저했는가에대한움직일수없는물증이다.미술사와의학이만난이책은학제간의통섭이얼마나귀중한가를웅변하고있다.”
유홍준|명지대학교미술사학과석좌교수

5백년이넘도록지켜진초상화제작의원칙,
‘있는그대로,보이는그대로’
조선시대화가들은,그리고그림으로그려진선비들은왜그렇게‘있는그대로,보이는그대로’의초상화를남겼을까.바탕에는물론조상의모습을있는그대로남겨효를실천하려는유교전통이깔려있고,이는중국의영향을받은것이다.하지만조선시대초상화에서는그원칙이중국을훨씬뛰어넘는수준으로실천되었고,지은이는이것이조선이란나라를이끌어간선비정신덕분이라고말한다.초상화에나타난피부병은조선을이끈이들의정직함,올곧음의증거란것이다.

“서양유화의초점이인물화였듯,조선시대그림의정화는선비들을그린초상화였다.특히조선시대초상화는인물의정체성을담는데지성이어서인품까지담았다.덕분에그림사랑의사는선조들의피부병은물론선비정신까지짚어낼수있었다.”
김형국|서울대학교명예교수,《장욱진평전》저자

519점의초상화를대상으로내린엄밀한임상진단
지은이는조선시대초상화속에얼마나피부병이정확하게,엄밀하게묘사되었는지확인하기위해피부과전문의인연세대방동식교수,아주대이은소교수와함께519점의초상화를대상으로진단을내렸다.그중161점은보존상태등의문제로진단이불가능했으나,나머지초상화368점중에서는무려4분의3에달하는268점에서20종에달하는다양한피부병변을발견할수있었다.점(후천성멜라닌세포모반점)113점,검버섯(노인성흑색점)85점,돌출된검버섯(지루각화증)37점등지금우리주변에서도흔하게볼수있는피부병변이압도적으로많은수로나타났다.천연두흉터가73점이나나타난것은조선시대에천연두가얼마나창궐했는지를알려주는증거이고,만성간질환의결과나타나는흑색황달이9점이나관찰된것도흥미롭다.지은이는조선시대초상화가조선시대의질병역학(疾病疫學)연구에도유용한자료로활용될수있다고지적한다.

“의학,그중에서도피부과학에서의전문성,미술에대한날카로운안목이모여이한권의책을일구어냈다.또한피부과전문의두명과함께객관적확인절차를밟은것은이책이과학적접근을바탕으로한근거중심의자료가되는데일조하고있다.”
방동식|연세대학교의과대학명예교수

조선시대초상화에나타난다양한피부병들
이책에서는피부병을확인할수있는조선시대초상화중에서도대표적인그림18폭을다루었다.가장먼저보게되는초상화는개국군주태조이성계를그린〈태조어진〉이다.그오른쪽눈썹위를자세히들여다보면작은혹이그려져있다.15세기초에개국군주의얼굴을그릴때부터이미‘있는그대로,보이는그대로’그린다는원칙이자리를잡고있었던것이다.조선시대초상화의이러한제작원칙은5백년이넘도록그대로지켜져서,19세기말에〈태조어진〉이모사될때도눈썹위혹은그대로다시그려졌다.
임진왜란당시선조(宣祖)를보필했던홍진은코가주먹만큼크게부풀어오른모습으로그려졌다.딸기코종이라는이름으로도알려진비류를앓고있었기때문이다.실제로조선왕조실록에도홍진이콧병으로고생하고있었다는기록이나와근거를더한다.
덴리대학도서관소장〈오명항초상〉속오명항은얼굴이시커멓다.간질환이악화되었을때나타나는흑색황달을묘사한것이다.흥미롭게도오명항이죽은해그려진다른초상에는얼굴이그렇게검게그려지지않았고,흑색황달의전단계인황달이관찰된다.이초상이그려진후오명항은간질환이급격히악화되었고,죽기직전에덴리대학도서관소장초상화가그려졌다고볼수있다.얼굴가득묘사된천연두흉터도눈에띈다.
〈유복명초상〉에는다모증이표현되어있다.얼핏보기에는얼굴이조금검게그려진정도로보이지만,실제로는유복명의안면전체에난가는털을확인할수있다.〈송창명초상〉은얼굴곳곳이하얗게그려졌다.마이클잭슨이앓았던것으로도유명한백반증증상이다.특히하얗게변한피부의가장자리가약간거뭇하게그려져있는데,이것은백반증이퍼져가는과정에서나타나는경계과색소침윤을묘사한것으로보인다.지은이는이사실을밝혀내독일의피부과학학술지에발표하였고,그결과〈송창명초상〉은백반증을보여주는세계최초의그림기록으로인정받았다.
이외에도얼굴에나타나는몽골반점의일종인오타모반이묘사된〈서명응초상〉,여드름흉터가교과서적으로나타나있는〈서매수초상〉,한모공에서털이셋나온군집모가포착되어있는〈서직수초상〉,자가면역질환인루푸스를앓은흔적이보이는〈홍직필초상〉등이소개된다.

“조선시대초상화는묘사의리얼리티를으뜸으로자랑한다.인물재현의진실성덕분에500명이넘는옛문인들초상화의피부병을진단한의사,이성낙박사를만나게되었다.유사이래세계어느나라에서도피부과의사가이렇게많이몇백년전죽은이의얼굴을살핀일은전무할게다.그진료차트인이책은우리초상화만이지닌고유의사실정신을더욱빛나게해준다.”
이태호|명지대학교미술사학과초빙교수

동서양초상화와비교할때더욱드러나는
조선시대초상화의고유함과그의미
이렇게피부병변을있는그대로묘사한조선시대초상화의특징은다른문화권의초상화들과비교할때더확연하게드러난다.책의마지막에서지은이는서양의초상화,그리고중국과일본의초상화와조선시대초상화가각각어떤식으로피부병을다루었는지를비교하였다.
우리에게도익숙한서양미술은대상인물을있는그대로사실적으로묘사했다고생각하기쉬우나,그렇지않다.지은이가서구권의가장대표적인초상화전문미술관인영국런던의국립초상미술관에전시되어있는1,400여점의초상화들을검토한결과피부병변이묘사된것은7점에불과했다고한다.중국의경우명나라때는대상인물을사실적으로그리기도하였으나조선시대초상화처럼피부병을정직하게묘사하는데이르지는못했다.일본은정형화된화법에따라초상화를그렸기에피부병을관찰할수있는여지가거의없다.이는초상화에나타난피부병이단순히특이하고신기한이야깃거리에그치는것이아니라,조선이라는나라를이해하는하나의단서가될수있음을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