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은 그림들 : 파란의 시대를 산 한국 근현대 화가 37인의 작품과 삶

살아남은 그림들 : 파란의 시대를 산 한국 근현대 화가 37인의 작품과 삶

$21.19
저자

조상인

예쁜게좋아서미술사를배우겠다고뛰어들었는데,생각지못한의미있는것들이읽히기시작했다.서울대학교고고미술사학과를졸업했으며,같은대학에서미술경영학석사학위를받았다.2008년부터《서울경제신문》의미술·문화재분야전문기자로일하며그림보는것을업으로,글쓰기를천직으로알고산다.동국대학교등에출강했고,KBS라디오《문화한마당》에서〈라디오미술관〉이라는코너를수년간진행했지만아직은글로그림을이야기하는게제일편하다.미술작품으로표지를꾸미는기내지《아시아나》의커버스토리를4년째쓰고있으며,직장인들을위한인문서시리즈《퇴근길인문학》(공저)에도참여했다.

목차

들어가며

1고뇌에서움트는희망
나혜석-나는인형이었네,그네의노리개였네
구본웅-붉은눈빛에담은식민지지식인의억눌린내면
남관-나는두번의전쟁을,숱한죽음을보았다
이쾌대-해방의기쁨을쏟아내고,역사의아픔에묻히다
이중섭-나는한국이낳은정직한화공이라오
윤형근-굴곡진시대를겪으며추구한삶의성찰
손상기-삭막한도시,하지만희망은있다

2사무치는사랑,그리운가족
배운성-옹기종기모인대가족,애틋한그리움을채우다
김환기-그리운이의눈동자같은점을모아서
최영림-가족과헤어진화가가그린전쟁의비극
장욱진-까치아빠의고독과성찰,안식처는가족
이성자-지구반대편향해그리움으로놓은다리
김흥수-기인화가를가장잘이해한이,그의아내

3이땅,이곳의사람들
오지호-초겨울햇살의따사로움까지담은청명한그림
이인성-핏빛붉은땅,살아남아그날을기다리리
박수근-그림으로그린인간의선함,진실함
전혁림-하늘을끌어놓은듯푸른남해,정겨운항구
변월룡-고려인화가가그린고국의봄
박고석-전쟁속에서도놓지않은삶에대한의지
변시지-처연한바람에휩싸인누렇고검은제주

4자연의아름다움,그생명력
도상봉-지친마음을보듬는싱그럽고온화한꽃다발
윤중식-그렇게시간은,빛은층층이내려앉는다
유영국-산은내앞이아니라내안에있다
이대원-풍요와행복을품은생동감넘치는산
김종학-자유롭게어울려살부비며함께사는자연

5전통에서벼려낸새로움
이상범-일상의자연,대가가사랑한한국의풍경
변관식-반골화가가그려낸,꿈틀대며치솟은바위
이응노-통일과화합을염원하는흥겨운군무
권영우-찢긴한지에스민젊은날의아픈초상
서세옥-화폭가득,붓지난자리마다펼쳐지는춤사위

6끝없는미의추구
곽인식-물성탐구의효시,시대를앞서간예술가
권옥연-휘영청뜬보름달,간밤꿈같은풍경
김창열-쏟아져내릴듯한송글송글물방울
박서보-비움이새겨진,체념한듯발버둥치는선
이우환-화폭뒤덮은수백개의점,교감의미학
최욱경-그래도내일은,다시솟는해로밝을것입니다
이승조-이것은파이프가아니다

출판사 서평

한국근현대미술의아프고치열했던발자취
본격적으로서양미술이들어온지백여년,한국근현대미술의흥미진진한이야기를들려주는책이출간되었다.이중섭,박수근,김환기등우리에게너무나익숙한화가들을비롯해오지호,변관식,김창열,이우환,이승조등각자의영역에서뚜렷한족적을남긴미술가37인의삶과작품을담았다.그들의삶은순탄치않았고,드라마틱했다.전쟁과독재,가난탓에다들정도의차이는있어도고난을겪어야했고,이른나이에세상을떠나기도했다.먹고살기도힘든와중에떠난유학생활중생계를유지하려막노동을한이들도있다.하지만모두들아무리힘들어도그림그리기를,저마다의아름다움을추구하길멈추지않았다.숨막히는식민지배하에서도희망을버리지않고붓을놀렸고,총탄이날아드는피난길에도스케치북을들고다녔다.
그림이영원히사라지고말거나,혹은사라질뻔한위기를넘긴경우도많다.나혜석과구본웅의그림은상당수가전쟁의와중에불타사라졌다.이중섭의그림은친구박고석의집에서불쏘시개로사라진것도여럿이다.월북화가이쾌대의그림은남쪽에남은부인이다락방에꽁꽁감추어둔덕에엄혹한시절을견뎌내고다시빛을볼수있었고,아마도우리나라에서가장이른시기인1940년전후에완전추상을이룬유영국의초기작들은망실된지반세기가지난뒤에야딸유리지와의협업으로재제작되어비로소세상에소개될수있었다.어려운시절을견뎌낸,말그대로‘살아남은’그림들이책에실려독자들에게소개된다.

그림,시대와인생을담다
그림의아름다움을느끼기위해꼭그배경을알아야할필요는없다.하지만예술은시대의거울이되기마련이다.화가의삶,그리고그림에얽힌사연을알고나면감동은배가된다.그렇다면일제의식민지배,해방이후겪은분단과한국전쟁,독재와그에맞선투쟁,급속한근대문물의유입과산업화까지.이모두를불과한세기에겪은우리근현대사는미술에어떻게나타나있을까?
시대를앞서간신여성이었지만숱한시련을겪어야했던나혜석은어딘가불안한눈빛의〈자화상〉을남겼다.일본을통해서양미술을들여왔다는시대적한계속에서,오지호는본인도일본에유학해미술을배웠지만이후한국의빛과색을그려내려애썼고또성공했다.한국전쟁으로가족과생이별한최영림은전쟁이끝나고20년도더지나서야그간간직해온감정을실어한국전쟁의비극을그렸다.강직한성격탓에권위주의정권하에서고초를겪었던화가윤형근은1980년5월광주에서일어난비극을전해들은뒤,언제나꼿꼿하던화폭속기둥들을비스듬히무너뜨렸다.동백림사건에연루되어옥고를치른이응노는교도소에서도간장으로그림을그리고,밥알로조각을빚었다.척주측만증으로평생을고생한손상기는팔을들어올리기조차힘들었음에도,급격하게성장하는도시속에서소외된이들을화폭에담았다.

한국미술,그구석구석을주목하다
‘단색화’의인기와함께한국미술은국내는물론세계적으로도갈수록화제를끌고있다.하지만그간이런저런이유로하마터면잊힐뻔했거나,예술적성취에비해상대적으로주목을받지못했던화가들이있다.이책에서저자는그러한화가들도놓치지않고다뤄,그간우리가정작우리나라의화가들에게너무무심했던것은아닌가돌이키게한다.고려인화가변월룡은연해주에서태어나줄곧소련에서그림을그렸음에도언제나부모의고국을그리워했고,한국전쟁이후잠시북한에파견되어평양미술학교의재건에참여했으나북한에귀화하지않았단이유로다시는방문을허락받지못했다.우리가변월룡의존재를알수있었던것은러시아의미술관복도에서그의그림을보고그가한국계임을짐작한미술평론가문영대덕분이었다.
최초로유럽유학파화가인배운성은월북한후역시한국에서잊혔으나,프랑스유학중이던전창곤대전프랑스문화원장이우연히파리에서그의그림을발견한덕에재조명받을수있었다.일본에서오랜시간을보낸곽인식은1960년대부터물성탐구에집중하여일본의모노하운동에영감을주고이우환에게영향을끼치는등시대를앞서간예술가였으나,정작우리나라에본격적으로소개된것은1980년대말부터였다.이외에도이책에선각각통영,제주도에뿌리를내리고활동하며그곳의고유한풍경을독창적인미감으로승화한전혁림,변시지등도소개하고있다.

치열한자료조사와취재로탄생한,최신의한국근현대미술사
이책을쓴조상인기자는십수년째미술·문화재분야에서만일한전문기자다.덕분에직접화가들본인혹은그유족과연구자들을만나교류하며,발로뛰지않고는얻을수없는다양한자료와최신연구결과를접해왔다.그결과,이책을통해기존에잘못알려졌던사실을바로잡고,새로운자료를소개할수있었다.오지호의〈남향집〉은그동안초봄의풍경을그린것으로알려져왔으나,실제로는초겨울의모습을담은것임을이책에서밝혔다.1948년오지호최초의개인전당시화가본인이직접작품목록집에쓴작품해설을확인한덕이다.배운성이그린〈가족도〉의등장인물들을둘러싼학계의논쟁과사실관계를정리해,배운성본인의어머니와동생등이그려져있음을추론한부분도주목할만하다.윤중식이1951년한국전쟁당시피난와중에그린스케치와수채화가실린스케치북은작년여름이책의출간을준비하던중저자가직접유족과만나최초로확인한자료로,올해6월국립현대미술관의한국전쟁70주년특별전시에도출품되어세간의이목을끈바있다.

150여점에이르는명작들,언젠가직접마주할때를기다리며
코로나바이러스대유행으로지금우리는전에겪어보지못한시대를겪고있다.이전과완전히달라진,통제된일상탓에우울증을호소하는사람들이늘어‘코로나블루’라는신조어까지등장했다.미술관과갤러리도대부분문을닫거나전시일정을미루고있어그림보는즐거움을누리기도쉽지않아졌다.이책에는모두합치면150점에달하는한국근현대미술의대표작들이실려있다.책에실을작품을선정할때는,가능한실제작품을감상할수있는기회를얻기쉽도록,개인소장품보다는국립현대미술관을비롯한국공립미술관의대표소장품을중심으로골랐다.현재전시중이나코로나로인한휴관탓에관람이불가능한국립현대미술관서울관의‘MMCA소장품하이라이트2020+’(~2021년4월예정)와과천관의‘시대를보는눈:한국근현대미술’(~2022년7월예정)에나와있는작품도다수책에실려있다.책의마지막에실린‘파이프의화가’이승조역시올해11월까지국립현대미술관과천관에서대규모전시가열리고있다.언제가직접감상할그날을기다리며,책을통해서나마아쉬움을달래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