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식물의새로운모습,
세밀화로담아나누다
장미도열매를맺을까?생소하지만우리주변의장미도열매를맺는다.품종개량을거치며많아진꽃잎이꽃가루받이를방해하는데다가,꽃이시들면대부분바로잘라지기때문에열매를맺을기회가드물뿐이다.장미가다른식물에비해‘뻔하다’고여기던지은이는우연히장미열매와마주한후부터다른장미열매들을찾아보며장미덩굴하나하나를새로이바라보게되었다고말한다.
지은이는‘모란에는향기가있을까?’라는문답으로시작해흥미로운질문을세밀화와함께건네며익숙한식물이가진새로운모습을공유한다.‘그림속개나리꽃중몇송이가열매를맺을까?’란질문을통해노란꽃으로만알려진개나리역시열매를(드물게)맺는식물임을보여주고,‘다음중성전환을하는꽃은?’이란질문으로봉선화를수꽃을암꽃으로바꾸는특이한식물로재조명하는식이다.
물음과세밀화를따라보라색꽃이아닌막대같이수수한꽃을달은창포를만나고,여느식물처럼꽃이있는부추와고구마의모습을들여다보면잘안다고생각한식물이라도모르는구석을발견하게된다.무관심하게지나치던식물들을어느새직접살펴보고픈마음이자랄이야기가여기있다.
식물과이토록가까이
‘함께’한다는것의의미를묻다
낱낱으로읽어도재밌는지은이의문답은모아읽으면새로운풍경을보여준다.식물은정원과화분에자랄뿐만아니라요리.약재,나아가만화영화와오락에까지일상깊숙이스며있다.식물이라고는어울리지않는횟집에서생선회위의난초꽃장식으로지은이가친구와식물이야기를나누니말이다.꽃으로친숙하던작약이쌍화탕에들어가있고,‘똥’이라고부르던화투패에그려진대상이오동나무였다는것을문답을따라알게되면생각보다곳곳에가까이있는식물이눈에보이기시작할것이다.
여기에더해지은이는남다른대우를받는식물들의이야기를모아,식물을대하는우리들의모습을전한다.식물수집가들의무단채취를피해보호받는광릉요강꽃,개인의선호에따라북한의나라꽃이된함박꽃나무,희귀품종이되어대저택한채값이된튤립‘셈페르아우구스투스’등의식물을조명하는이야기가이어진다.흥미위주로편하게읽을수있는식물책이지만,옳고그름을떠나우리들이식물과함께한다면과연‘어떻게’하고있는지한번되짚게한다.
개인적이라서보편적인
따뜻한식물이야기
이책의미덕은식물이야기를순전히지식전달을목적으로하지않는다는점이다.친구들이모여게임과축구를할때,혼자야생화를사들이고식물도감을읽었다는지은이는자신이오래도록좋아한식물의매력에많은사람들이공감해주기를바란다.전문용어는배제하고대화체로식물의흥미로운면모를이야기하는건그때문이다.
식물을만나궁금해하고,식물을매개로주변인과소통하는지은이의일화는식물이야기가단순히지식의차원의머무르지않도록한다.지은이는국립수목원에서진행하는정원공모전에당선되어화려한식물이아닌‘잡초’로가득한정원을조성한적이있다.토끼풀,큰개불알풀,까마중과같은들풀들이단순히‘잡초’로만여겨지지않도록관심을촉구하는의미였다.당시잡초정원은그닥호응을얻지는못했지만,그는이책에서라도함께이야기를나누고싶다며식물을대하는마음들을문답에담아나눈다.좋아하는대상이다른이에게도아껴지길바라는마음이가득하다.
봄부터잎을붉게물들인단풍나무가혹계절을착각한게아닌지걱정하고,사람들이잡초를좋아하길바라며치밀하게잡초정원을조성하는지은이의시선을따라가다보면식물을대하는따스한마음과만나게된다.지은이의글과열렬한식물사랑을느끼게되면어느새그따스한마음을자신의마음으로옮길수있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