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망하고 고얀 것들 (욕망을 따라 질주하는 고전소설 요괴 열전)

요망하고 고얀 것들 (욕망을 따라 질주하는 고전소설 요괴 열전)

$17.16
Description
조선을 건드린 분방한 상상,
스무 요괴의 거침없는 행실로 타오르다
고전소설 연구자와 함께하는 K-요괴 판타지의 세계!
남편을 구타하고 시동생에게 호통치는 요괴, 전생부터 현생까지 미남에게 지독히 집착하는 요괴, 나무였지만 이름을 새겨주자 요괴가 돼 악인에게 충성하는 요괴를 조선 사람들이 상상하고 즐겼다면 믿겠는가? 우리 고전소설에는 요괴들이 다양한 욕망을 품고 기상천외한 악행을 벌이며 활개 치고 있었다. 다만 교과서에 거의 실리지 않을뿐더러 자료에 접근하기 어렵고 연구 주제로도 소외되어 잘 알려지지 않았다.

《요망하고 고얀 것들》은 고전소설 속 특색 있는 요괴 20종의 모습과 악행을 소개하며 고전소설 요괴의 세계로 안내하는 책이다. 고전소설 연구자인 저자는 방대한 분량의 기존 서사를 요괴 중심으로 재구성하는 한편, 주요 대화와 장면은 현대어로 옮겨 욕망으로 가득한 요괴의 삶에 숨을 불어넣는다. 이야기마다 삽화를 함께 실어 몰입을 돕고, 이야기 끝에는 흥미로운 사물·설정 등을 별면으로 간단히 정리해 소개했다. 미풍양속을 거부하고 자기 뜻을 펼치고자 고군분투하는 요괴들의 오만방자한 삶을 따라가 보자.
저자

이후남

고전소설연구자.대학강사.한국학중앙연구원한국학대학원에서국문학박사학위를받았다.2018년에〈고전소설의요괴서사연구〉로박사논문을썼다.이외요괴관련논문으로는〈고전소설에나타난여우퇴치담의양상과의미〉,〈치유담으로읽는전우치전-조선판다중인격전우치〉,〈고전소설에나타난지하국대적연구〉,〈명주보월빙에나타난요괴연구-여우신묘랑을중심으로-〉가있고,그밖에고전소설을대상으로한다수의논문을썼다.
현재아주대학교와전주대학교에서강사로일하며,기회가될때마다대학생과지역주민을대상으로요괴특강을진행하고있다.앞으로도후속연구를해나가며고전소설의요괴를캐릭터화하는작업,요괴이야기만을모아현대어로옮기는작업등을이어나갈예정이다.

목차

들어가며

본능에충실한요괴
1.여우,성욕에사로잡혀전우치를유혹하다-〈전우치전〉
정기를채우려다구슬을빼앗기다|천서를빼앗기고요술을가르치다|전우치가엇나가게된이유
ㆍ여우구슬과천서

2.구미호,정기를탐해안주인으로둔갑하다-〈옥란기연〉
대갓집안주인으로군림하다|아들과외간남자를탐하다|구미호의실수는무엇이었을까
ㆍ여우꼬리의개수

3.멧돼지,무엇이든마구잡이로먹어치우다-〈윤하정삼문취록〉
지방하나를황무지로만든먹성|배를채우다백성을배불리다|꿈에등장해복수를예고하다|의외로보기드문먹보요괴
ㆍ요괴는불사신!?

4.올출비채,인육으로음식을만들다-〈삼강명행록〉
정체불명의여장부요괴|‘판두면’과‘혼돈떡’|남편을매질하고소맷자락에담기다|무소불위의여성가장
ㆍ요괴의능력은어디까지일까?

안전과안정을도모하는요괴
5.천하대장군,인간이올수없는왕국을만들다-〈반필석전〉
용왕의딸을소굴로납치하다|용녀에게속아침입자를놓치다|미인과맞바꾼안락함
ㆍ요괴의소굴

6.금돼지,미녀들로집을꾸미다-〈이수문전〉
온몸이금빛인저팔계후손|하늘을날며공주를납치하다|공주에게속아약점을들키다|소굴을만드는이유
ㆍ요괴는미녀를좋아해

7.요괴집단,살기위해뭉치고배신하다-〈화산선계록〉
도사인척돈을긁어모으는요괴들|대망,인간들의앞잡이가되다|배신하고배신당하고,또도망치고|나약한요괴들이살아가는법
ㆍ요괴를알아보는방법

8.신묘랑,돈모으는재미에심취하다-〈명주보월빙〉
복채에예민한여우도사|돈에홀려어떤일이든맡다|악착같이돈을모으는이유
ㆍ여우의변신법

인간의역할에몰입하는요괴
9.옥선,악한첩이되어남편의사랑을갈구하다-〈임씨삼대록〉
선동에게반한구미호|미녀로환생해흉계를꾸미다|간통을하고전쟁을부추기다|요괴의끈질긴사랑법
ㆍ요괴의전생

10.호미아,양어머니가되어모성애를흉내내다-〈유이양문록〉
도사행세하다양어머니가되다|딸의소원을악행으로이뤄주려하다|도사때문에본모습을들키다|아낌없이주고팠던요괴
ㆍ다양한환약의종류

11.월나라세요괴,충직한문관행세를하다-〈삼강명행록〉
온나라를어지럽히는세신하|실패한역병대유행|충신을가장하다검광에쓰러지다|왜문재가뛰어난요괴는없을까
ㆍ요괴의약점

12.오나라세요괴,용맹한무관이되어활약하다-〈천정가연〉
지휘관이되어전쟁의승기를잡다|지략을믿다당하다|재능뽐낼곳을찾아간요괴들
ㆍ요괴의사회성

숭배받기를원하는요괴
13.적룡,존경받기위해망해가는나라를수호하다-〈삼한습유〉
백제를지켜주는‘강의신’|죽어서도백제인을돕다|수호신으로섬겨주길바란요괴
ㆍ요괴시체의처리법

14.은수자,형악산의신령되기를원하다-〈황장군전〉
이름을받고요괴가되어|혼자서전장을뒤흔들다|일격에고목으로돌아가다|‘그의꽃’이된한그루나무
ㆍ착한나무와악한나무의차이

15.응천대장군,수많은부하를거느리며군림하다-〈태원지〉
‘하늘의명을받은대장군’|위풍당당한모습으로응전하다|하늘의뜻보다앞선것
ㆍ요괴를퇴치하는무기

16.푸른구렁이,자식을황제로만들어권력을휘두르다-〈원회록〉
자식을점지해주는신묘한도인|명망을이용해태자를바꾸다|국정을농단하다징벌당하다|인간계의생리에통달한요괴
ㆍ요괴가지옥에간다면?

환골탈태하는요괴
17.백룡,진짜용으로다시태어나다-〈보은기우록〉
포악질을부리는하얀용|한편의글에마음을고쳐먹다|군자를따르고진정한용이되다|개과천선할수있다는희망
ㆍ선한용과악한용이싸우면누가이길까?

18.물귀신,인간으로환생하기를꿈꾸다-〈범문정충절언행록〉
강물에독기운을내뿜는요괴|물귀신이죽임당하지않은이유|주인공의됨됨이를비추다
ㆍ요괴에게성인군자의문자란?

19.남자여우,신선의길을걷다-〈명행정의록〉
인간이되길바라는구미호|귀인을만나시를받다|소년에서도사가되어나타나다|인간을바라다신선을바라기까지
ㆍ요괴의성별

20.소보살,서천극락으로승천하다-〈옥루몽〉
인간계를떠나겠다는여우|오랑캐의아내?하늘의보살?|요괴도새삶을행복하게산다
ㆍ요괴를착하게만드는법

참고문헌

출판사 서평

한나라군대전체를통솔하는호랑이?
기상천외한고전소설요괴와의첫만남

옛사람들이호랑이요괴를상상했다면어떤모습이었을까?야생호랑이가그랬듯이인간들을잡아물어가는모습으로등장할까?고전소설〈천정가연〉에는군지휘관을자원하고는군대전체를통솔하는호랑이요괴가등장한다.본래만년묵은백호로,인간으로둔갑해사람처럼말도하고‘호산웅’이라는이름을쓴다.특이하게도오나라왕이장수를찾는자리에등장하는데,높이50장(약150미터)인나무끝을점프만으로도달해왕의시험을가뿐히통과해대원수까지임명된다.이후전쟁에서는유인작전을펼쳐남녀주인공을함정에빠뜨리는지략을자랑한다.놀랍게도요괴지만인간인오랑캐왕을모시고,구렁이·물고기요괴와함께장수로서자기책임을다한다.

이처럼고전소설에서요괴는단순히‘괴물’로만소비되지않는다.대부분인격과행동동기가있고주변인물들과긴밀한관계를맺으며이야기를이끌어가기도한다.‘간을빼먹는여성구미호’의인상이강한여우요괴만해도,한인간을아껴양어머니가되어뒷바라지를하는모습으로나타나기도하고,인간이되고싶어하는남자구미호로나타나훗날신선의길을걷기까지한다.이처럼여우요괴만해도통념보다그성격과행동이훨씬다채롭다.

이책은한국고전소설에등장하는요괴들의이야기를살펴그토록풍성했던옛사람들의상상력을본격적으로만날수있는책이다.고전소설연구자인저자는핵심적인역할을하는요괴,기상천외한악행을벌이는요괴,생각할거리를주는요괴20종을뽑아그모습과악행을줄거리를따라쉽게풀어냈다.단편적인정보를전하는데그치지않고,입말과주요장면을현대어로옮겨요괴들의본모습과생생히마주할수있게한다.한국고전소설의어엿한주요인물로등장해,섬뜩한괴물이상으로풍성한의미를가졌던요괴들과함께해보자.

어차피사람이아니라면…
날개를달고활개치는방자한상상!

상상은자유지만,빠져들만한상상에는제약이있다.요괴는인간이가지기어려운능력을비교적자유로이가질수있고,사회규범도훨씬과감히넘어설수있게하는존재였다.인간과다른존재라는점과독특한외양그자체로흥미를유발하면서말이다.

〈삼강명행록〉에는인간여자로꾸몄지만허리는기둥처럼두껍고얼굴은붉으며괴력을자랑하는요괴‘올출비채’가등장한다.물고기요괴로남편인활염나와시동생들이행인을유인하면죽여그인육으로요리를하는요괴다.중식도같은넓은칼로면요리처럼만드는‘판두면’,물에빠뜨려살을퉁퉁불려만둣국처럼만드는‘혼돈떡’이라는두살인법을보여주는데,다른인간인물에서는쉽게볼수없는잔혹함으로긴장감과흥미를동시에일으킨다.

“올출비채가마구간의기둥하나를빼서는활염나에게손짓하며빨리오라고하였다.활염나는오랫동안부인에게큰매를맞지않았다.그저도망친사부인일행을따라가자는줄알고바삐나아갔다.그러자올출비채가기둥을둘러메고는온힘을다하여매우세게치면서말하였다.
‘이아무짝에도쓸데없는짐승놈아!네가어제저녁무렵에달아나서물속으로피하지만않았어도그많은보화를어찌잃었겠느냐?’
_‘4.올출비채,인육으로음식을만들다-〈삼강명행록〉’중에서

한편올출비채는“이아무짝에도쓸데없는짐승놈아!”라면서마구간기둥을뽑아남편활염나를구타한다.또한시동생들에게도“너희들은빨리도망칠일행을쫓아가라!”며호령한다.그후남편이계속앓아눕자“이짐승놈아!뼈가이리연약한줄내가어찌알았겠느냐?내가잘못을뉘우치고있으니,몸조리잘하여빨리일어나라”라며걱정하는말을하면서도남편을‘짐승놈’이라고부르는건빠뜨리지않는다.‘여필종부(女必從夫)’란말이있던사회에서도올출비채는서방님과도련님을휘어잡는여성가장인것이다.

그밖에〈원회록〉의푸른구렁이(대망)은감히후궁을몰래겁탈해그아들이황제에오르도록만들고는한나라의국정을농단한다.〈이수문전〉의금돼지는공주를비롯해수백여명의미녀들을납치해자신의소굴로모아둔다.요괴는인간이라는제약이없기때문에더더욱부담없이범상치않은악행을벌일수있다.권선징악같은주제속에서도요괴만은참신하고개성넘치는이유다.


한국인과오래도록함께한요괴
각양각색의욕망과함께펼쳐지는신선한매력

요괴는동식물·광물과달리인간의상상에서존재해인간과의관계를떼려야뗄수없다.특히나고전소설속요괴의욕망은결국작가가불어넣은것이다.따라서요괴의욕망은다소도발적이기는해도행동동기로서당대작가층과독자층모두이해하고받아들일수있는수준이었을것이다.

〈임씨삼대록〉에등장하는‘옥선’은천상세계에서의전생부터인간세계로의현생까지미남에게집착하는구미호다.선동의아름다운외모에첫눈에반한옥선은선동의짝인선녀를낭떠러지로밀어버린다.그후과거의기억을잃고인간으로환생하지만,마찬가지로환생해이미선녀와결혼한선동에게다시반하고는청혼승낙을강제로받아낸다.그렇게선동의첩이된옥선은선녀에게누명을씌워결국쫓아낸다.첩으로서본처를투기해서는안된다는당대의규범을어기고사랑을독차지하려고하는것이다.비록벌받을일로그려지긴하지만한사람의마음을독점적으로얻고싶은마음이옛사람에게도완전터무니없지는않았으리라는점을알수있다.

또한옥선이단순히가문에서의자신과자식의입지때문에본처를몰아낸게아니라는지점을살필수있다.옥선은훗날선동을전쟁터에서적으로만나면서도‘그아름다운얼굴에넋을잃고바라보다가’선동에게붙잡힐정도로외모를중시하는요괴다.당대여성이대놓고표현하기어려웠을뿐이지미남을열렬히좋아하는마음이예나지금이나있었다는점을추측해볼수있다.

한편〈옥루몽〉에등장하는여우요괴인‘소보살’은전쟁을부추긴죄로주인공에게붙잡힌후,이제는불교에귀의하겠다고맹세한다.목숨을건지기위한거짓말로보일수있지만훗날천상세계의보살이되어나타나소보살의진심이증명된다.미물인요괴도선한뜻을품고더나은존재가되고자노력할수있다고본것이다.

이처럼요괴에서엿볼수있는욕망은식욕·성욕뿐만아니라사랑과인정을받고싶은마음,더나은존재가되고자이상을실현시키려는마음까지나아간다.이책에서는에이브러햄매슬로우의인간욕구5단계를참고해다섯부류의욕망으로나눠요괴를소개했다.욕망을따라잔혹한악행을벌여서늘하고,억압적인사회규범을벗어던져통쾌하고,대부분비참하게벌받아짠하고,일부자기죄를반성하는기특한모습등을통해그간‘괴물’로소비되던한국고전소설요괴들의신선한매력을맛볼수있을것이다.


치열한작품수집과연구를거쳐탄생한,
정중한고전소설요괴안내서

설화에등장하는한국요괴와달리고전소설에등장하는한국요괴는상대적으로잘알려지지못했다.설화는《한국구비문학대계》와같은방대한구비설화기록과《삼국유사》등의이미잘연구·정리된문헌설화집을통해접근하기좋았지만,고전소설은상대적으로어려웠기때문이다.개별작품이곳곳에산재한데다가,번역되지않은작품은옛한글·한문으로읽어야하고,요괴의이야기가방대한분량에걸쳐서나타나는작품도있다.게다가고전소설의주제나인물연구에비하면요괴연구는학계에서그가치를인정하는풍토가자리를잡지못해,그풍성한상상세계가충분히조명되지못했다.

이책을쓴고전소설연구자이후남은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고전소설의요괴서사연구〉박사논문을쓴이후에도고전소설요괴를대상으로한다수의논문을쓰며요괴를꾸준히수집하고연구해왔다.많게는105권분량에달하는고전소설작품에서요괴이야기를찾아정리하는데는부단한노력이필요했다.그결과그간알려지지않았던요괴들을상당수발굴했고,그중특색있는면모를가진요괴들을이책으로소개할수있었다.

고전소설요괴가보여주는풍부한악행과욕망에주목한저자는주인공초점의기존작품서사에서벗어나요괴에주목해,그등장부터퇴치과정까지살펴보려는시도를이책에서선보인다.되도록요괴의삶을중심으로쉽게설명해원전소설전체를읽는수고를덜면서도,일부대목을현대어로생생히옮겨작품속에서살아있는요괴의욕망과개성을살리고자했다.요괴의삶이작품안팎에서어떤의미가있는지해설하는일도놓치지않았다.

또한각장의끝마다붙은별면에서는요괴의소굴을어떻게상상했는지,요괴가사용하는신기한약에는어떤것이있는지등여러고전소설·설화를두루망라해흥미로운설정과소재를정리했다.요괴의일생을한축으로이야기한편을가볍게읽으며,별면에정리된관련정보를한축으로요괴와관련된상상을넓게살펴,고전소설요괴전반을경쾌하게이해할독서여정이펼쳐질것이다.

“먹어도먹어도배고픈요괴,돈밖에모르는요괴,남편을구타하고시동생들에게호통치는요괴,미남에게지독히집착하는요괴등은조선후기에떠올렸다고믿기어려울정도로참신한발상들입니다.부디이책이평소한국요괴에관심을가져주신분들,판타지문학에관심을가져오신연구자분들,전통적원천소스를찾는창작자분들께소소한재미와정보를드릴수있기를바랍니다.옛사람의상상력과욕망을새롭게발견하고,한국인과오랫동안함께한요괴의의미를음미하는기회가된다면더욱좋겠습니다.”
-‘들어가며’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