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들의비밀스러운정원이자숲이었던청와대,
그곳의나무들을찾아가본다
2022년5월10일,청와대가개방되었다.1948년부터74년간대한민국대통령의집무실이자관저였던청와대는한편으로는서울도심에서찾아보기힘든넓은정원과깊은숲이있는곳이기도하다.예부터북악산자락을따라자연스레자라온나무들은물론,이후조경을위해일부러심은나무들까지모두합쳐5만5천여그루에이르는나무들이있으며,종류도208종에달할정도로다양하다.이들중에는지난9월‘청와대노거수군’이란이름으로천연기념물로일괄지정된반송,회화나무,용버들등크고나이많은고목나무도적지않으며역대대통령들이남긴기념식수도확인된것만31건(33그루)에달한다.넓은길과산책로를따라수많은나무들을만날수있는청와대는그야말로거대한식물원이라해도좋다.
《청와대의나무들》은청와대에서만날수있는85종의나무를소개하고있다.축구장36개넓이에달하는방대한청와대전역을네개의권역으로나누고,각수종을대표할만한나무를골라나무지도에표시하여독자들이직접그나무들을찾아갈수있도록했다.각나무들의특징을잘드러내는사진과설명을곁들인것은물론이다.《궁궐의우리나무》(제1회롯데출판문화대상본상수상)등을통해독자들에게나무와더친해질수있는방법을제시해온저자박상진교수의설명과함께라면누구보다도청와대를충실하고깊이있게돌아볼수있을것이다.
청와대의역사를지켜본나무들,
청와대에서만날수있는희귀한우리나무들
청와대자리는서울의내사산중북쪽의산인북악산의남쪽자락이다.예부터숲이울창했던곳으로고려때는남경행궁의자리였고,조선시대에는경복궁의후원이었다.임진왜란으로경복궁이불탄뒤에도공신들을모아의식을거행하던회맹단이인근에있었던것으로추정되며,조선말기에경복궁이재건된뒤에는과거시험과군대사열을하는장소로쓰이면서경무대라불리기도했다.하지만일제강점기를거치면서경무대에있던융문당과융무당이다른곳으로옮겨지고조선총독관저가세워지는등큰변화를겪었다(이러한청와대자리의역사적,문화적가치에대해서는궁궐전문가인명지대학교홍순민교수가쓴글을책에부록으로실어독자들의이해를돕고있다).그런중에예부터청와대자리에자라온나무들이남아있어청와대자리의역사문화적가치를높여주고있다.
우선지난2022년9월‘청와대노거수군’이란이름으로천연기념물로지정된고목나무들이있다.녹지원서쪽의회화나무세그루(187쪽사진),녹지원가운데의반송(161쪽사진),상춘재앞말채나무,버들마당의용버들(255쪽사진)이바로그나무들이다.녹지원의회화나무들은수령이약255살로회맹단인근에심었던나무들로보이는데,회화나무자체가삼공(三公)을상징하여궁궐마당에심던나무이기도했기에그의미가크다.녹지원의반송은일제강점기의사진에도융문당과융무당인근에서있는것이확인되기도하며,유독모양이아름답고크기도커서청와대를대표하는나무가될만한다.버들마당의용버들수령약100살로나이가그렇게많진않지만우리나라의용버들중가장큰나무로보이기에생물학적인가치가높다.
2022년현재청와대에는나이100살이넘는고목나무가총43그루가있다.비록최근문화재청의조사에서본래청와대인근에서자라던것이아닌것으로밝혀지긴했으나나이744살에이르는주목(103쪽)이눈여겨볼만하다.이승만대통령때청와대정문양쪽에심은22그루의반송(162쪽사진)도나이가2022년기준104살에이르러제법고목티가난다.
이외에도본관앞에는한라산과지리산꼭대기에서만간신히명맥을유지하고있는구상나무(47쪽)가싱싱하게자라는가하면제주도에서만자생하는참꽃나무(201쪽)도있고,춘추관옆의온실주변에는자연상태에서는크게자라지않는보리수나무(371쪽)가지름30센티미터에이를정도로왕성히자라사람들을놀라게한다.영빈관에서본관으로들어가는길에는구덩이속에서자라고있는아름드리느티나무(31쪽)도있어호기심을자아내는데,이는청와대본관을새로지을때주변지형을복원하면서나무가있는부분만그대로두어서이렇게된것이다.
대통령들이청와대에직접남긴흔적,기념식수
이승만의전나무부터노무현의서어나무,문재인의모감주나무까지
청와대를거쳐간대통령은이승만부터문재인까지12명이다.하지만청와대에서대통령개인이남긴무언가를찾기는생각보다쉽지않다.그런중대통령들이재임기간에심은기념식수가여럿남아있어사람들의관심을끈다.2022년10월현재12명의대통령중윤보선을제외한11명의기념식수가청와대에남아있고,건수로는31건에이른다.박상진교수는《청와대의나무들》의집필과정에서기존에알려져있던대통령기념식수들외에도국가기록원등의자료로여러그루의기념식수를추가로찾아책에실었다.그중에서이승만대통령이1960년3월심은전나무(219쪽사진)는현재청와대경내에서확인할수있는가장오래된기념식수이고,이외에도김영삼대통령이1995년에심은배나무(317쪽사진)등도있다.
어떤대통령이어떤기념식수수종을택했는지역시흥밋거리다.총31건의기념식수중소나무,무궁화,산딸나무를제외하면모두수종이달라가이즈카향나무,구상나무등총20종이기념식수로선택되었다.노무현대통령은2003년에청와대경내는아니지만바로바깥등산로의백악정에서어나무(392쪽사진)를심었다.서어나무는꽃이아름답지도않고,먹을수있는열매가달리지도않고,줄기가울퉁불퉁하여목재로도쓰기어렵다.하지만산에서흔하게만날수있는나무로예부터서민과친숙하던나무이기에탈권위를강조한노무현대통령의철학을드러내는것으로보인다.박근혜대통령은2013년취임후첫식목일에본래자신의국회의원지역구였던대구달성에서이팝나무(75쪽사진)를가져다심었다.이를두고봄에꽃이피면수북한쌀밥을연상시키는이팝나무가아버지박정희대통령의보릿고개극복을떠올리게하기에유독이팝나무를택한것이란말도있다.
문재인대통령은퇴임직전인2022년식목일에모감주나무를심었는데,2018년평양에서열린제5차남북정상회담당시에도모감주나무를가져가숙소인백화원뜰에심은바있다.유독문재인대통령이모감주나무를좋아한것은풍성하고화려한황금빛꽃이번영을상징하며,단단한열매는신뢰를뜻하기에그랬던것으로보인다.그런가하면기독교신자였던김영삼대통령과이명박대통령이유독산딸나무를기념식수로심은것은예수가못박힌십자가가산딸나무로만든것이었다는전설때문이아닌가추측하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