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D) 반역자와 배신자들 (큰글자책)

(POD) 반역자와 배신자들 (큰글자책)

$25.00
Description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변절’을 택한 문제적 인물들
관점에 따라 달라지는 그들에 대한 평가로 돌아보는 근현대사
역사 속 인물들에 대한 평가는 언제나 뜨거운 논쟁거리이다. 지금으로부터 84년 전인 1939년 9월 1일, 독일이 폴란드를 침략하며 시작된 제2차 세계대전은 역사상 가장 거대한 전쟁이었던 데다, 전쟁의 배경에 극단적인 이념 대립과 민족 갈등이 있었던 만큼 당시의 인물들에 대한 평가를 두고 끝없이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유독 첨예한 대립이 이어지는 인물들이 있다. 바로 자신이 속해 있던 국가(혹은 정권)를 등지고 다른 편을 택해, ‘반역자’ 내지는 ‘배신자’라는 꼬리표가 붙은 이들이다.
그들은 왜 그런 선택을 한 것일까? 그리고 그들은 어떻게 평가받아야 할까? 《반역자와 배신자들》은 이러한 질문에 답을 찾으려는 노력으로 쓰인 책이다. 이 책에서 다루는 14명의 문제적 인물들의 삶을 추적하다 보면 당대의 역사를 이해하는 것은 물론, 당시부터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는 근현대사의 오랜 문제들에 대한 통찰도 얻을 수 있다.
저자

이준호

저자:이준호
고려대학교독문과를졸업했으며현대자동차해외영업부서에근무중이다.학창시절부터전쟁사와무기에큰관심을가졌으며관련된많은영화,다큐멘터리,서적및자료들을탐독했다.이러한관심은성인이되어서도계속이어졌다.유럽,터키,브라질등여러나라에서의해외거주경험과여행등을통해많은전적지와박물관등을견학하며관련견문을넓혀왔다.카카오의예비작가플랫폼인브런치스토리에서활동하며역사및문화에대한다양한글들을나누고있다.

목차

프롤로그

1장환멸에따른변절자
안드레이블라소프:악마와악마사이의고뇌
발터폰자이틀리츠-쿠르츠바흐:이용만당한명문가출신장군
카를프리드리히괴르델러:포기를모르는이상주의자

2장시대의희생양
필리프페탱:구국의영웅인가?허수아비부역자인가?
아이바토구리다키노:도쿄의치명적인장미
마를레네디트리히:죽어서야조국에돌아오다

3장극단적신념의추종자
비드쿤크비슬링:매국노의동의어가되다
레옹드그렐:마지막파시스트

4장이기적인배신자
카렐추르다:저항의투사에서추악한변절자로
갈레아초치아노:권력의정점에서추락한비운의황태자
하임룸코프스키:핍박받는자들의지배자

5장민족주의투쟁가
수바스찬드라보스:적의적은나의친구다
드라골류브드라자:미하일로비치방랑하는세르비아인
스테판반데라:영웅과악마의경계에있던사나이

에필로그
감사의글

출판사 서평

전쟁의소용돌이속에서‘변절’을택한문제적인물들
관점에따라달라지는그들에대한평가로돌아보는근현대사
역사속인물들에대한평가는언제나뜨거운논쟁거리이다.지금으로부터84년전인1939년9월1일,독일이폴란드를침략하며시작된제2차세계대전은역사상가장거대한전쟁이었던데다,전쟁의배경에극단적인이념대립과민족갈등이있었던만큼당시의인물들에대한평가를두고끝없이논란이이어지고있다.그중에서도유독첨예한대립이이어지는인물들이있다.바로자신이속해있던국가(혹은정권)를등지고다른편을택해,‘반역자’내지는‘배신자’라는꼬리표가붙은이들이다.
그들은왜그런선택을한것일까?그리고그들은어떻게평가받아야할까?《반역자와배신자들》은이러한질문에답을찾으려는노력으로쓰인책이다.이책에서다루는14명의문제적인물들의삶을추적하다보면당대의역사를이해하는것은물론,당시부터오늘날까지이어지고있는근현대사의오랜문제들에대한통찰도얻을수있다.

흉상하나를두고둘로갈라진도시
2021년3월,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의북동부의비엘리나에서는큰논쟁이벌어지고있었다.흉상하나를설치하는문제를두고시민들의의견이양분된것이다.이흉상의주인공은옛유고슬라비아왕국의군인인드라골류브드라자미하일로비치로,그는제2차세계대전당시침략자추축군에맞서싸운바있었다.
문제는세르비아계인그가조직한저항세력인체트니크가,적군인이탈리아군을상대로는모호한입장을취하면서유고슬라비아내다른민족들(보스니아인포함)을학살한전력이있다는것이었다.공산주의파르티잔출신인티토가권력을잡은뒤그는반역자로처벌받아죽음을맞았고,수십년동안언급조차금기시되어왔다.하지만유고슬라비아연방이해체되자세르비아인들사이에서는그를억울하게희생당한민족주의자로재평가하려는움직임이일어났다.그리고보스니아의도시이지만세르비아계가다수를점하고있는비엘리나에도그의동상이세워지기에이른것이다.
이처럼제2차세계대전당시인물들중에는정치,민족문제등이얽혀시간이지난후완전히상반된평가를받는이들이다수있다.《반역자와배신자들》에서저자는이런경우를포함해가능한한다양한유형의인물들을소개하여‘반역’과‘배신’이란말이생각지못하게넓은스펙트럼으로해석될수있음을보여주려했다.

스탈린대신히틀러를택한안드레이블라소프
이용만당한명문가출신장군발터폰자이틀리츠
히틀러에맞서반체제운동을벌인카를괴르델러
가장대표적인유형의변절자들은자신이속해있던국가에실망해등을돌린이들이다.소련의장군인안드레이블라소프는한때모스크바방어의영웅으로칭송받았으나,이후반소,반스탈린선전활동을전개하고러시아해방군을조직해독일군의편에서서싸웠다.그가변절을결심한것은스탈린의폭정탓으로알려져있는데,실제로스탈린은우크라이나에야기한대기근,권력을다지기위한대숙청등으로백만단위의희생자를낸바있었다.그렇지만그대신택한것이숱한전쟁범죄를저지르고있던침략자독일과의협력이었기에지금도매우평가가나쁜편이다.
독일의장군인발터폰자이틀리츠는히틀러의아집이패배의한원인이었던스탈린그라드전투에서포로가된후소련측으로전향해적극적으로협력했지만종전이후범죄자로처벌받는등이용만당했고,조국에돌아와서는배신자취급을받아은둔해살아가야했다.한편독일의보수정치인인카를괴르델러는처음에는히틀러에게도호의를보이기도했으나,나치가본색을드러낸이후에는반체제운동에앞장섰다.그는영화〈작전명발키리〉로유명한히틀러암살미수사건의주모자이기도했는데,거사에실패한뒤반역죄로재판받고사형당했지만종전이후그의뜻을기리는기념비가세워질정도로높은평가를받고있다.

독립운동가인가,전범국과손을잡은악당인가
찬드라보스와스테판반데라
제2차세계대전당시피지배민족출신으로,식민지배에반기를든이들이있다.이들은식민지당국의입장에서는반역자였을지몰라도,스스로는절대로그렇게생각하지않았을인물들이다.인도의수바스찬드라보스,우크라이나의스테판반데라등이대표적이다.보스는간디,네루와함께가장대표적인인도의독립운동가이지만간디의비폭력무저항운동에반해폭력으로라도독립을쟁취해야한다고주장하며영국에반기를들고나치독일,일본과차례로손을잡았다.보스는일본의패망이후소련의협력을구하기위해비행기를탔다가도중에사고로죽었는데,그의사후인도가독립하면서인도의위인으로대접받고있다.
스테판반데라는당시서부우크라이나를지배하고있던폴란드에맞서우크라이나의독립을위해싸웠지만,제2차세계대전중나치독일과협력했다.또그를따르던우크라이나인단체는폴란드인10만여명을학살하는등다른민족들을상대로숱한범죄를저질렀다.2014년돈바스전쟁을시작으로지금까지이어지고있는우크라이나-러시아전쟁에서양측이서로를‘나치’라고비난하는다소기묘해보이는상황에는이러한역사가배경으로있다.

전쟁영웅에서허수아비앞잡이로,필리프페탱
대미선전방송에동원된일본계미국인아이바토구리
스스로는국가를배신할생각이없었지만,결과적으로반역자가된인물들도있다.필리프페탱은제1차세계대전당시위기에빠진프랑스군을이끌고전쟁을승리로이끌어,그야말로구국의영웅이라불려도모자람이없는인물이었다.하지만그가스페인대사로나가있던1940년,프랑스가패전하자주변의만류도뿌리치고조국으로돌아와괴뢰정부인비시프랑스의수장이되었다.하지만후일프랑스가해방되면서페탱은반역자로처벌받아외딴섬의감옥에서죽음을맞았는데,그를허수아비앞잡이로평가해야하는지혹은얄궂은운명에휘둘린전쟁영웅으로평가해야하는지는지금프랑스에서도여전히뜨거운논쟁거리이다.
부모의고국인일본에방문했다가태평양전쟁이일어나면서홀로남겨진일본계미국인아이바토구리는전쟁중일본의선전방송아나운서로근무했다는이유로후일반역죄로재판을받아오랜기간감옥생활을해야했다.하지만말년에는그녀가일본에서살아남으려면어쩔수없었다는사정,그리고연합군포로들을위해노력했다는점등이알려져참전군인단체로부터상도받는등뒤늦게나마명예를회복할수있었다.

이름이곧‘매국노’의동의어가된크비슬링
유럽최후의파시스트,드그렐
한편이론의여지가없는반역자들도있다.노르웨이의파시스트정치인비드쿤크비슬링은독일에협력하여나라를통째로넘겼다.본래그는촉망받는군인이었고,한때유명한탐험가이자인도주의자인프리드쇼프난센과함께기근으로죽어가는우크라이나인과아르메니아인들을구하기위해활동하기도했다.하지만잘못된이념을추종한끝에결국사전에자신의이름이‘매국노’라는뜻으로등재될정도로악명을남기고말았다.
벨기에출신파시스트인레옹드그렐은자국을점령한독일에적극적으로협력했고,심지어독일편에서서소련과맞서싸울벨기에인부대를조직하고본인도사병으로지원하기까지했다.독일패망이후에는스페인으로도주했는데,어느정도시간이지나자나치친위대정복을입고다니는가하면홀로코스트를부인하고‘후회되는건패한것뿐이다’라고말하는등자신의이념을숨길생각조차하지않았다.자신의신념을,심지어잘못된신념을무엇보다앞세우는이런유형의인물들은어느시대에건존재해왔고,앞으로도그럴것이다.다만제2차세계대전이라는극한의상황이그들이가장적극적으로활동할수있는배경이되어주었을따름이다.

돈때문에배신한것일까?카렐추르다
동족을팔아넘긴배신자,하임룸코프스키
영화〈새벽의7인〉으로유명한라인하르트하이드리히암살사건당시다른특수부대원들을팔아넘긴카렐추르다의이야기는우리에게많은것을생각하게한다.카렐추르다는본래체코슬로바키아의군인으로,뮌헨협정이후체코가독일의지배아래놓이자외국으로떠나체코슬로바키아망명정부의군대에합류할정도로애국심이투철했다.하지만하이드리히암살이후독일이본격적인색출작업에돌입하자배신해,암살작전을결행한요원들의위치를알려주기에이른다.이후그는거액의보상금을받는것은물론이름까지독일식으로개명하고완전히독일인이되어살아가려했는데,비슷한시기우리역사를돌아보아도그리낯설지않은풍경이다.심지어전후법정에서는‘당신도거금을받는다면별수없었을것’이라고말해사람들을어이없게만들기도했는데,그것이진심이었는지는알수없는노릇이다.
하임룸코프스키는폴란드의도시인우치에세워진게토의지도자로서동족을착취하는데앞장선인물이다.그역시처음에는자신의행동을동족들을조금이라도더살리기위한방편이라생각했을지모른다.하지만그는금세자신의사리사욕을채우기위해권력을휘두르기시작했다.뿐만아니라후일본격적으로나치의학살수용소가가동되고수많은유대인들이끌려가던때에도적극협력해이론의여지가없는악인이자배신자로남게되었다.같은시기바르샤바게토의지도자였던아담체르니아코프가같은입장이었음에도결국상황을견디지못하고자살로생을마감한것과대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