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상화의 옷장 : 르네상스부터 19세기까지, 그림 속 여성들의 패션과 삶

초상화의 옷장 : 르네상스부터 19세기까지, 그림 속 여성들의 패션과 삶

$25.00
Description
모든 의복에는 각각의 이야기가 있다
초상화 속 여성들의 패션으로 읽는 역사와 문화
신비로운 〈모나리자〉, 사실 최신 패션으로 치장하고 있다?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의 진주는 가짜? 마리 앙투아네트의 초상화에 그려진 드레스는 프랑스 혁명의 한 원인이 되었다?
그림을 감상할 때 그 속에 묘사된 의복과 장신구는 자칫 지나치기 쉬운 요소이다. 하지만 그림, 특히 초상화의 복식들은 하나하나 의미를 담아 그려진 경우가 많고, 초상화 속 인물의 삶과 그녀가 살았던 시대를 생생하게 증언하고 있다. 이탈리아 볼로냐 대학교에서 패션문화를 전공한 저자는 서양 복식사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르네상스 시대부터 19세기 벨 에포크까지의 패션과 이에 얽힌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독자들에게 전한다.

저자

김정연

저자:김정연
홍익대학교에서의상디자인전공으로석사를졸업하고,이탈리아볼로냐대학교에서패션문화와경영으로석사학위를받았다.르네상스와그후시대를풍미했던유럽의여성초상화를중심으로복식의특징과의미를분석하는글을쓰고있다.초상화를남긴여성들이독자적인패션을만들어낸배경과유행을선도하며사회적으로끼친영향,이에얽힌흥미로운뒷이야기를대중들에게재미있고유익하게전하고자한다.

목차


작가의말

제1부
1.초상화주인공은나야나!
프란체스카디마테오스콜라리

2.살아있는비너스
시모네타베스푸치
-산드로보티첼리

3.강제결혼의희생양
지네브라데벤치
-사치금령

4.르네상스의여자
이사벨라데스테

5.밀라노의패션리더
베아트리체데스테
-루도비코스포르차

6.교황의딸
루크레치아보르자

7.폴란드의보물이된초상화
체칠리아갈레라니

8.모나리자와경쟁하는여인
루크레치아크리벨리

9.신비로움에가둬진그녀
모나리자

10.그리움의초상화
포르투갈의이사벨

11.‘검은여왕’이된외국인소녀
카테리나데메디치
-프랑스향수의아버지,레나토비앙코

12.레오노르를추앙하라!
톨레도의레오노르

제2부

13.왕녀의드레스
마르가리타테레사
-명랑하고아름답지만무서운그녀

14.누구나아는,아무도모르는소녀
진주귀고리를한소녀
-잊힌화가와사라진그림들

15.이미지메이킹의여왕
퐁파두르부인
-하루의시작,라투알레트

16.몰락의불씨를당긴드레스
마리앙투아네트

17.신고전주의의여신
레카미에부인
-그녀에게반한나폴레옹형제

18.여왕의웨딩드레스
빅토리아여왕

19.마침내여신이된여인
고트로부인

용어모음
도판목록

출판사 서평


모든의복에는각각의이야기가있다
초상화속여성들의패션으로읽는역사와문화

실용을넘어개성과아름다움을추구한여성들
머리끝부터발끝까지,르네상스부터벨에포크까지
근대서양패션의기원과변화를명화로만난다
의복은인간이살아가는데필수적인실용품이지만,그외다양한목적으로활용되기도했다.남들보다아름답게보이기위한목적으로쓰인것은물론이고,때로는그주인의생각과신념을나타내는수단이되기도하였다.또한복식은그시대의사회상과문화는물론경제와역사까지파악할수있는정보의보고이기도하다.그리고과거의패션을가장잘살펴볼수있는매체는그림,그중에서도초상화이다.
《초상화의옷장》에서저자는르네상스부터벨에포크까지,시대를대표하는19점의그림과그주인공여성들을소개한다.시대의한계속에서도패션을통해제각기아름다움과개성을추구하며치열하게살아간이들의이야기를들어보자.의복뿐아니라신발과머리장식을포함한다양한패션아이템과그림속숨은요소까지하나하나세심하게들여다보는디테일,다양한참고자료와함께제시되는풍부한배경스토리로그녀들의삶이생생하게펼쳐진다.

“이책은서양초상화와그림속여성들의의복으로읽는유럽의역사와문화이야기이다.온몸을옷으로감싸신앞에겸손함을보이던신중심의중세시대가지나고인본주의와함께스스로를드러내기시작한르네상스시대,바야흐로여인들도초상화의주인공이되는세상이도래했다.여전히사회는남성중심으로돌아갔지만여인들은의복을통해자신을드러내고미적탐구를시작했다.기록을위해단순히외형을묘사한대상화가아니라주체적으로자신의개성을드러내고표현하기시작한초상화속여인들의발자취를따라가본다.패션의유래와재미있는일화를통해치장에눈을뜨고경쟁적으로패션소품과스타일을만들어전파하던여인들의열정적인삶과이야기를,변화를받아들이고새로운문화를만들어간여정을담았다.”
-〈작가의말〉중

여성,초상화의주인공이되다
신중심의중세시대가저물고인간중심의르네상스시대가찾아오자여성들은자신을드러내고초상화의주인공이되기시작했다.책의첫머리에등장하는15세기초피렌체여성프란체스카디마테오스콜라리의초상화(정확히는남편이함께그려진이중초상화)(13쪽)는시대를감안하면굉장히혁신적인작품이다.그림의중심에여성이있을뿐아니라그녀가입고있는의복,패용하고있는장신구를비롯하여그림에묘사된모든요소들이주인공인프란체스카의출신과가문의부유함등에대해설명하고있기때문이다.이작품은왕족이아닌인물이등장하는가장이른초상화중하나이기도하다.
초상화속복식은여성이자신의생각과신념을드러내는수단이되기도했다.이를잘보여주는그림이레오나르도다빈치가그린지네브라데벤치의초상화(50쪽)이다.레오나르도다빈치의‘4대여성초상화’로불리는네점의초상화중가장먼저그려진이그림에서지네브라데벤치는수도복의일부인스카풀라로추정되는검은천을목에걸치고있다.이는오빠의강요로진행된결혼에반발하고,당시지적인여성들의피난처였고그녀역시교육을받았던곳인수녀원과의유대를드러낸것으로해석된다.이후그녀는아예수녀원에들어가검은수도복을입은초상화를남겼는데,젊은시절그렸던초상화에서보다오히려밝고생기있는표정으로묘사된것이인상적이다.

유행을선도한‘패션리더’들
패션이자기표현의수단이되면서,스스로유행을만들어내는여성들이등장하기시작했다.‘르네상스의여자’라고도불리는,만토바후작부인이사벨라데스테는스스로패션에큰관심을갖고유행을선도한패션리더였다.심지어프랑스에서는궁정의여성들이그녀처럼옷을입기를원해그스타일을한눈에볼수있는인형을요청할정도였다.그렇기에자신의이미지를초상화로남기는데에도욕심이컸지만,그때문인지오히려그림을많이남기지못했다.레오나르도다빈치에게도초상화를의뢰했지만그는스케치만을남기는데그쳤다.이사벨라가60대때티치아노에게그리게한초상화(74쪽)는수십년전다른화가가그린그녀의젊은시절초상화와그시절자신이유행시켰던스타일의옷을바탕으로그린것이었다.
19세기영국의전성기를이끈빅토리아여왕은결혼기념초상화(352쪽)에서흰웨딩드레스와베일을착용하고있다.당시까지만해도신부가흰색드레스를입는것은굉장히낯선풍경이었음에도,결혼을앞둔빅토리아여왕은화려한예복대신자신이원하는최신유행의드레스를택한것이다.그결과‘순백의신부’라는관념이일반대중에게확산되었고,이는오늘날까지이어지고있다.당시빅토리아여왕은자신에게관심을집중시키기위해다른사람들에게흰드레스를입고오지말라는명령을내렸다는데,이또한지금까지결혼식하객들의암묵적인룰로지켜지고있다는점이흥미롭다.

무엇으로도막을수없었던패션의유행
새로운패션을추구하는여성들의노력이순탄치는않았다.교회를비롯한기득권세력또한여자들을통제하고자하는시도를멈추지않았기때문이다.풀어헤친머리카락이남성들을유혹한다며베일로감싸거나아예자르게강요하는가하면,사치금령을내려옷의세세한부분까지규제하려했다.17세기스페인에서는지지대를이용해크게부풀린형태의치마인과르딘판테가유행하자이를두고부정한임신을숨기기위한수단으로탄생한옷이라고비난하며당시국왕인펠리페4세가공식적으로금령을내렸다.심지어는이과르딘판테100여개를광장옆감옥발코니에내걸어‘공개처형’하기까지했다.
하지만이러한시도는대부분실패로돌아갈운명이었다.패션의유행을막을방법은다른스타일의옷이유행하는것뿐이었다.펠리페4세가금지한과르딘판테조차당장아내인마리아나왕비가아랑곳하지않고애용해스페인궁정에서대유행했다.그딸인마르가리타테레사역시도어릴때부터과르딘판테를착용했고,그모습은〈시녀들〉(243쪽)을비롯한디에고벨라스케스의그림과초상화에생생하게그려져있다.

복식에서시대와역사를읽어내다
그림속복식은그시대를증언하는귀중한자료이다.의복의유행에는당대의문화,경제가크게반영될수밖에없기때문이다.레오나르도다빈치의여성초상화중마지막작품이자가장유명한그림인〈모나리자〉(152쪽)속여인은어두운색의옷을입고있는것처럼보이지만이는세월이지나면서빛을잃은것이고,실제로는‘네크라인이금실자수로장식된,짙은녹색으로추정되는몸통에노란색탈착식소매가달린실크드레스’를입고있던것으로보인다.〈모나리자〉의주인공의정체에대해서는아직도의견이분분하지만,가장유력한후보인리사게라르디니의남편은피렌체의직물업자로뽕나무재배부터실크생산에까지모두관여하는큰상인이었다.그가초상화를제작할부인을위해최신유행스타일의옷을준비했을것은당연하며,그렇게생각하면〈모나리자〉는지금까지도명성을떨치고있는이탈리아패션산업의일면을보여주고있는셈이다.
초상화에묘사된의상이나라간의문화교류를상징적으로보여주는때도있다.‘검은여왕’이라는별명으로도불리는카테리나데메디치는피렌체메디치가문출신으로프랑스의왕비가되어,남편인앙리2세가죽은후어린아들들대신사실상프랑스를다스린뛰어난정치인이었다.그런데그녀는초상화에서프랑스식머리장식인코이프프랑세즈에스페인식목장식인고르게라를하고,이탈리아베네치아에서유행한부채를들고있는이색적인차림새다.(189쪽)이는여러나라의문화가뒤섞인끝에후일패션을선도하는나라가된프랑스의과도기적상황을잘보여주고있는데,카테리나역시프랑스로시집오면서이탈리아의패션아이템(코르셋,하이힐,향수)을들여와퍼뜨린장본인이기도했다.
마리앙투아네트가자신의취향에따라자연스럽고소박한스타일의슈미즈드레스를입고그린초상화(306쪽)는당대프랑스인들에게격렬한반발을불러일으켰다.당대의상식으로는프랑스의왕비인그녀는당연히프랑스에서생산한실크로만든화려한드레스를입어야했다.하지만마리앙투아네트의초상화속드레스는격식에맞지않는속옷같은,그것도수입한옷감인모슬린으로만든드레스였다.결국이소란은새로운초상화(319쪽)를그리고나서야진정되었다.하지만왕실의권위에흠집을낸이사건은결국그녀자신의몰락을불러오는한요인이되었다.

패션의중요한한축,보석
초상화속주인공(혹은그녀의모습을그린화가들)은당대에널리알리고,또후대에남기고싶은이미지를연출하기위해큰노력을기울였다.그리고여기에서보석은매우큰비중을차지했다.이사벨라데스테의동생이기도한밀라노공작부인베아트리체데스테는그림속에서남편에게선물받은커다란루비와사파이어로머리를장식하고있다.(88쪽)레오나르도다빈치가그린,‘라벨페로니에르’라는제목으로알려진초상화의주인공루크레치아크리벨리역시붉은루비를단이마끈으로머리를장식하고있다.(138쪽)
귀족여성이초상화를그릴때특히각광받은보석은진주였다.진주는착용한사람을정숙하게살게해준다고여겨졌고,때문에결혼선물로애용되었다.피렌체공작부인인톨레도의레오노르의초상화(216쪽)에는15세기에메디치가문의상징으로채택된피라미드형다이아몬드외에도귀고리,목걸이등에수많은진주가등장해그좋은예시가된다.
본래진주는별도의가공이필요하지않아그자체로완성된보석일뿐아니라,구하기도힘들어왕족과귀족의전유물이었다.하지만이후자본주의가무르익으면서귀족이아닌계층사이에도퍼져나가게된다.상인들의나라였던17세기네덜란드에서활동한베르메르는34점에불과한그의작품중반이상에해당하는18점에진주를그려넣어이러한시대상을잘보여준다.다만그의대표작인〈진주귀고리를한소녀〉(262쪽)에묘사된진주는부자연스러울정도로클뿐아니라,반사광도진짜진주의그것과달라모조품을그린것이아니냐는주장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