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린 발

시린 발

$12.00
Description
이번엔 “추리소설”이다!
걷는사람 테마 소설 시리즈 ‘짧아도 괜찮아’의 세 번째 작품집

‘추리소설’을 테마로 한 엽편소설집 『시린 발』이 출간됐다. 『시린 발』은 작품의 길이를 초단편으로 구성하여 독자들과 폭넓게 소통, 큰 화제를 모은 바 있는 출판사 걷는사람의 테마 소설 시리즈 ‘짧아도 괜찮아’의 세 번째 작품집이다.

추리소설은 지난 200년 동안 꾸준한 사랑을 받으며 독자층을 넓혀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지금껏 하나의 장르로 온전히 자리매김하지 못한 게 현실이다. 한때 주류 문단에서는 장르문학을 천대하는 인식이 없지 않았고 그 여파가 오래 지속된 탓이다.
이 같은 분위기를 조금이나마 감쇠해보고자, 걷는사람은 이번 소설집을 기획했다. 그리고 금희, 안보윤, 우승미, 이동욱, 이영훈, 이유, 임국영, 임승훈, 전아리, 정지돈, 주원규, 채현선 등 현재 우리 문학장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젊은 소설가들이 적극 동참했다.

작가들은 추리 장르적 문법과 규칙에 따른, 혹은 추리적 요소를 풍부하게 갖춘 짧지만 강렬한 이야기를 통해 저마다의 독특한 개성을 발휘했다.
작가들의 이번 시도는 작가 개개인에게도 유의미한 도전이었을 테지만, 보다 넓게는 추리소설을 단순히 재미를 위한 대중소설로 구분하는 통념을 부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보다 신선한 주제와 소재, 완성도 높은 구성으로 기존의 소설 독자들에게 새로운 재미를 선사할 것이다.
저자

금희

저자금희는2007년윤동주신인문학상을수상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슈뢰딩거의상자』『세상에없는나의집』등이있다.

목차

기획의말

금희 실종된아이
안보윤 공교로운사람들
우승미 검은솥
이동욱 이다지도간결하고정숙한
이영훈 책을찾는사람
이유 시린발
임국영 메추리섬의비닐
임승훈 너무시끄러워서
전아리 그골목을돌아가면
정지돈 아시아의마지막밤풍경
주원규 네남자이야기
채현선 종점식당

출판사 서평

추리소설이폭로하는‘차갑고비정한현실’
“군중속에숨은악과고독,그리고타인의아픔을이책에서읽는다”

이번책의추천사를쓴신철규시인은말한다.“이세계와인간의어두운곳을탐색하는추리소설은군중속에숨은악과고독,그리고타인의아픔을읽어낸다.우리는이책에실린소설들에서차갑고도비정한현실을목도할수밖에없지만,이러한현실의일부분을우리스스로만들어내고있음을뼈저리게인식함으로써이세계의문제와정면으로맞설수있는‘희미한빛’을발견하게된다.”

그의말처럼,뜻밖에도우리는‘추리’를테마로한이소설집에서다양한양상으로우리의목을조이는‘차갑고비정한현실’의“귀신”(정지돈,「아시아의마지막밤풍경」)들을대면하게된다.그것은“육표장사(인신매매)”(금희,「실종된아이」)나“술집옆골목에서아이가강간당하는사건”(안보윤,「공교로운사람들」)이기도,“타지의부자들이땅을사들이고개간하는바람에논밭은점차사라져가고(…)농사를업으로삼던노인들은일터뿐만이아니라일꾼마저빼앗기고있는실정”(임국영,「메추리섬의비닐」)이기도하다.혹은“아이가묻혀있는차가운땅속”(이유,「시린발」),말하자면소중한이의죽음이후세상에홀로남겨지는일이기도한다.

아프지않으세요?
그녀의발은처음보다더심하게부어있었다.검게변해있었다.그녀는발가락끝마다얼음이매달려있는것같다고했다.시려요,라고순간격해진목소리로말했다.시려서미치겠어요.
어느해보다지독하게춥고힘든겨울이었다.그녀에게병원은세상어떤장소보다추운곳이었던모양이다.그녀의눈빛에는그간의고통이스며있었다.
-이유「시린발」부분

이“시린”,“시려서미치겠는”현실속에서인물들은출구없는미로를계속해서헤맨다.“매번사정은나빠져갔고,그래서이낡은원룸에서벗어나질못하”면서도“그래난아직괜찮아.난아직가능성있다.아직할수있다”고주문을걸거나(임승훈,「너무시끄러워서」)“엄마에게가해졌던폭력이주체와대상을바꾼채자신에게도되풀이되는”고향을끝내떠나지않은채스스로“어둠속”에갇혀살아가길택한다(우승미,「검은솥」).

“응?
뒤를보라고.
문득뒤에서끼익,끼익하는소리가들리는게느껴졌다.나는고개를돌려뒤를보려고했다.그런데아무리애를써도고개가돌아가지않았다.왜이러지.내가땀을뻘뻘흘리며용을쓰는동안친구가다가왔다.그의손에는고기를썰던칼이들려있었다.
나는비명을지르면서깨어났다.
친구가나를내려다보고있었다.괜찮아?깨웠는데안일어나더라.출근시간늦겠다.친구가말했다.
귀신.
내가말했다.
뭐?친구가말했다.귀신.내가다시말했다”
-정지돈「아시아의마지막밤풍경」부분

“귀신”은좀처럼그모습을드러내지않는다.소설속인물들은그저알수없는공포에짓눌려하루하루를살아갈뿐이다.그리고어느순간“귀신”하고무력한잠꼬대를흘리는것.이같은인물들의모습은지금여기를살아가는우리자신의모습과묘하게겹쳐진다.

우리를두려움에떨게하는것은어쩌면초현실적현상이나환상,신비가아니라지금여기의선연한현실,그자체인지도모른다.지극히평범한,그러나자세히들여다보면고개를갸웃거릴수밖에없는일들이우리일상곳곳에숨어있는것인지도.우리는과연평범을가장한우리곁의수많은‘미스터리’를헤쳐나갈단서를찾아낼수있을까?신철규시인이추천사에서이야기한대로,“이러한현실의일부분을우리스스로만들어내고있음을뼈저리게인식함으로써이세계의문제와정면으로맞설수있는‘희미한빛’을발견하게”될까?

“춘란은편지에이렇게썼다.‘사랑하는내아들씬신아,니가아니었더라면나는어떻게내인생의가장험악한시절을걸어나왔을가,네가내인생에나타난그날,내아이는폐암으로숨졌단다.나는너를버리지도못하고사랑하지도못했었다,근데넌항상나보고사랑한다고말했었지…….그래서나는‘사랑’을믿어보기로했단다…….‘(…)
칭린은봉투를가방에넣었다.11년동안마음에쌓아두었던,아무에게도말하지못했던어떤묵은짐이순간날아가버린것같았다.칭린은학교대문앞의십자가에잠시서있었다.맞은편에서초록불이반짝이고있었다.”
-금희「실종된아이」부분

*‘짧아도괜찮아’시리즈란?
도서출판걷는사람에서새롭게선보이는산문집시리즈입니다.작가들의개성적인손바닥소설(초엽편소설)과에세이를두루만날수있습니다.작품의길이를초단편으로구성하여독자들과의폭넓은소통을염두에두었습니다.일상의짧은순간순간휴식처럼,때로는사색처럼책을즐길수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