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아무 곳에도 가지 않아요

난 아무 곳에도 가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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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2007년 [시와정신]으로 등단한 현택훈의『지구 레코드』, 『남방큰돌고래』에 이어 5년여 만에 발간되는 시집 『난 아무 곳에도 가지 않아요』. 제주를 기억하는 현택훈의 방식이 무엇인지 잘 보여주고 있다. 고향의 의미는 변하지 않는 위치성에 있고 밀물과 썰물처럼 기억의 수위가 자신을 토대로 달라지는 것을 그는 변화무쌍하게 감지하여 써 내려가고 있다.
저자

현택훈

1974년제주에서태어나,2007년『시와정신』으로등단했다.시집『지구레코드』『남방큰돌고래』,음악산문집『기억에서들리는소리는녹슬지않는다』를출간했으며지용신인문학상,4·3평화문학상등을수상했다.현재시집전문서점‘시옷서점’을운영하고있다.

목차

1부

지구에서십년살아보니
우리말사전
그림자놀이
솜반천길
성환星渙
일일호프
죽어가는뱀을위한송가
리조트만봐도그래
토끼농장
열세살바다
소녀의꿈
아주멀리날아가는새에게물어날아온곳을얘기들으면달팽이의삶이조금달라지겠지
음악시간
못다쓴시
우정출연

2부

거북손
시쓰기좋은도시에삽니다
다시기원전으로돌아가너를잊을까
구름박물관
유선노트
발신번호표시제한섬
카라만다린
캠페인
은호를찾습니다
저불빛
UFO
발굴
화성착륙기념우표
수목원에서
환우患友
단물
홈런분식에서
해녀의딸
열다섯발의탄환
두맹이
아마이른여름일거야
1200해리

3부

귀국독주회
금빛신협
남도의원
형식적사랑
서귀포자매
세계의아침인사
쇄빙선
서귀포씨오늘은
개교기념일
수악교水岳橋
흑염소
두꺼비,토끼,계수나무,항아
잉고바움가르텐
겨울의관冠
근교近郊
댄스플로어
383000km

4부

조수리의봄
깔라만시
대서소에서
겨울독서실
무인비행기
불곰
캠프파이어
곤을동
투이
영주식당
곱은달남길
유리의세계
귤림서원
꽃무늬휴지
제주고사리
반짝이는것이속도라면
추억의팝송
목호牧胡,카페모카,목요일은휴무입니다
미정
우산장수의노래
감산리경유
야행관람차
내일너를만나기로했어
봄방학

해설
한명의시인에게도온마을이필요하다
-남승원(문학평론가)

출판사 서평

영화‘시인의사랑(2017,김양희)’의모티브가된현택훈시인의신간시집『난아무곳에도가지않아요』가출간되었다.도서출판[걷는사람]의네번째시인선이며현택훈시인의세번째시집인『난아무곳에도가지않아요』는『지구레코드』,『남방큰돌고래』에이어5년여만에발간되는시집이다.현택훈시인은1974년제주에서태어나2007년[시와정신]으로등단해지용신인문학상,4.3평화문학상을수상했다.
5년여만에발간되는현택훈시인의『난아무곳에도가지않아요』는“제목을통해직접적으로드러내고있는의지대로자신의일상공간,구체적으로는시인이거주하고있는제주도의구석구석을적극적으로환기하는데에집중하는”(남승원문학평론가,발문)모습을보이고있다.

물은바다로흘러가는데
길은어디로흘러갈까요
솜반천으로가는솜반천길
길도물따라흘러
바다로흘러가지요
아무리힘들게
오르막길오르더라도
결국엔내리막길로흘러가죠
솜반천길걸으면
작은교회
문닫은슈퍼
평수넓지않은빌라
솜반천으로흘러가네요
폐지줍는리어카바퀴옆
모여드는참새몇마리
송사리같은아이들
슬리퍼신고내달리다
한짝이벗겨져도좋은길
흘러가요
종남소,고냉이소,도고리소,
나꿈소,괴야소,막은소……
이렇게작은물웅덩이들에게
하나하나이름붙인솜반천마을사람들
흘러가요
-「솜반천길」전문

추천사를통해성윤석시인은“미래에는문학장르중시만이살아남을것이다.이런세계에현택훈시인이돌아왔다.제주도는이제현택훈시인을가졌다.나는한번도가보지않은제주도에한번가보고싶어졌다.”고말한다.
제주도는이제현택훈시인을가졌다는말처럼『난아무곳에도가지않아요』는제주의평범한일상과아픈제주의기억들이곳곳에산재해있으며우리는이런시편들을통해과거와현재가혼합된현택훈만의새로운제주를마주하게된다.

누굴까요맹물을타지않은진한국물을꽃물이라고처음말한사람은
며칠굶어데꾼한얼굴의사람들은숨을곳을먼저찾아야했습니다마을을잃어버린사람들한데모여마을을이뤘습니다눈내리면눈밥을먹으며솔개그늘아래몸을움츠렸습니다하룻밤죽지않고버티면대신누군가죽는밤찬바람머리에숨어들어온사람들봄지나도나가지못하고동백꽃각혈하며쓰러져간사람들사람들꽃물한그릇진설합니다
누굴까요오랜가뭄끝에내리는비를비꽃이라고처음말한사람은
-「우리말사전」전문

「우리말사전」을통해느낄수있는것은낯선단어들에게서느껴지는쓸쓸함이다.단어의의미보다는시인이겪었거나떠올렸을사건을토대로우리는이름모를쓸쓸함을느끼게된다.굶주린배를달랬을꽃물과오랜가뭄을끝내는비꽃을통해우리가기억해야할것은단어의어원을앞지르는아픔이고그것을기억하는방식이다.

내가이렇게운구차에실리고있는데다른친구들처럼날들어주지도않고날위한시를쓰지못한네가무슨친구냐며시인이냐며그런시인친구필요없다며
(중략)
첫아이태어났다며자정무렵어서산부인과로오라며넌시인이니까우리아이이름지어달라며아니면축시라도써줘야하는거아니냐며술가득부으라며우리친구지이흥얼흥얼거리며밤바람이제법찬데걸어갈수있다며나도이제아빠가됐다며너도빨리결혼하라며
제대하고고향에와서백수일때다니던회사거래처공업사에나를취직시켜주며집에만있지말고일하면서시쓰라며그리고시쓰려면연애를해야하는거아니냐며잘봐둔경리아가씨가있는데시쓴다해도뭐라하지않을정도로착하다며넌시를쓰니까고백을시로해보라며
-「성환星渙」부분

『난아무곳에도가지않아요』는제주를기억하는현택훈의방식이무엇인지잘보여주고있다.고향의의미는변하지않는위치성에있고밀물과썰물처럼기억의수위가자신을토대로달라지는것을그는변화무쌍하게감지하여써내려가고있다.현택훈에게제주는자신을시인으로만기억하는친구가묻힌땅이기도하며지키지못한약속을뒤늦게라도이행해그이름을한번더스스로에게상기시키는애뜻함을가지게하는장소다.아무곳에도가지않는것은그와그의고향을모두일컫는말이기도하다.
그런의미에서성윤석시인의추천사“따지고보면우리는모두섬에산다.아무리큰대륙도바다로둘러싸여있으니섬이고만인이만인속에서외롭게떠있으니(그럴수밖에없으니)섬이다.섬과섬을연결하는데시만한것이없다.”가더크게다가오는이유다.편안한언어로?조리는『난아무곳에도가지않아요』의시편들은잔잔한바다위의물결과같다.이한권의시집을통해언어로전달되는아름다운제주의풍경과우리의고향을한번쯤추억해보는데부족함이없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