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들의 저녁 식사

유령들의 저녁 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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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2008년 『유령들』(2008, 심지)에 이어 10년 만에 발간되는 이정섭의 두 번째 시집『유령들의 저녁식사』. 등장하는 다수의 유령은 시적 자아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끊임없이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는 붉은 피를 가진 생명체임을 알 수 있다. 정덕재 시인은 발문에서 “이정섭이 유령에 천착하는 이유는 자유로운 희망을 기대하기 때문” 이라며 “그는 이 시집에서 유령을 통해 ‘죽음이 스며있는 우리의 삶’을 진지하게 돌아보라는 주문을 건다”고 말하고 있다.
저자

이정섭

저자이정섭은1970년대전에서태어났으며2005년<문학마당>으로등단했다.2006년부터대전충남작가회의사무국장및청소년문예지<미루>편집위원,계간<문학마당>편집장등을맡아지역문예일꾼으로헌신하고있다.‘젊은시’와‘엽서시’동인으로활동하고있다.

목차

1부화훼시장에는나비가없다

살구꽃진다
밸런타인데이
그나라
거북이가말하길
유령들의저녁식사
미시적결론
어떤족보
약먹는날
스무고개
인형의집

2부개나리가묻다

꽃나무
개나리가묻다
개미의존재론
떠돌이고양이의봄
컨베이어벨트
그녀에관한독해
뱀파이어와의인터뷰
굿바이티라노
하와의사과
PlanetX
첫날밤
링위에서우리
캥거루연대기

3부나쁜병

어른양돌리
나쁜병
아슈르타르를위한변명
보이는소리의뒤편에서
금붕어길들이기
메이드인()
당신의시선밖에서
나의살던고향은
구충제복용하는날
누구나안개처럼
론다의황소
올가미를앞에두고충직한개는

4부햇빛의냄새

공포의연쇄반응
()의지배체계에대한고찰
빈집
조율
히(허)스토리
비둘기와여우의알리바이
부패하는잉여들의밤
저녁을돌아보다
대천행
완전한사육
프랙탈
동물원가는길

5부환생이후

우리는연인처럼
환생이후
ALetterFromAbell1689
야생동물보호구역
꽃샘추위
너의목소리가들려
암흑물질
폐차장근처
집으로
근대를위한신학

발문
유령의시선과인간의사유
-정덕재(시인)

출판사 서평

이정섭시인의두번째시집『유령들의저녁식사』(2018,걷는사람)가발간되었다.이정섭시인은1970년대전에서태어나2005년문학마당신인상을수상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유령들의저녁식사』는2008년『유령들』(2008,심지)에이어10년만에발간되는그의두번째시집이다.
양안다시인은추천사를통해“문장을따라가다보면삶과죽음,현실과꿈,그리고지구와우주를넘나들게되고,시집을덮고나서야우리는무엇때문에슬픔을느끼는가,시인은이질문에대한대답을찾고있던것이다”라며시집전반에걸쳐유령처럼떠도는쓸쓸함과슬픔에주목했다.

구름건들거리고처음아이를잉태했을때이웃에서는싸움이한창이었다
보름달은찌그러져막하현으로전향하는중이었다미닫이가박살나고밥상이공중부양을했다신을믿는남자는거룩한신의이름으로여자의머리채를휘어잡았다
(중략)
눈감은하늘은어둠으로위장한한낮의뒤에서바야흐로절정에이른스펙터클을관람하는중이었다첫아이의울음이대문을넘어하늘의머리맡을지나공동묘지로날아가는중이었다
-「그나라」부분

우리는기억을떠올리는순간에모두유령이된다.현재의‘내’가과거의‘나’앞에서는모두가무기력한유령이됨과동시에철저한방관자가된다.그런의미에서정덕제시인은발문에서“유령은떠돈다.떠도는것만으로유령의정체성을규정한다.떠나지못해떠도는것은집착과미련,그리고그리움때문이다.유령은정한,원망,원한,복수등다양한감정을갖고있다.이런감정앞에는‘깊은’이라는수식어가동반된다.”면서시집에등장하는이정섭의유령은“살아움직이는주체이기도하고멀리서지켜보는관찰자가되기도한다.가엾은희생을보는시선은아프다.”고말했다.

갓데운얼굴이집단서식하는어떤왕국에서는털고운나를손쉽게양념해내가없는내일어디쯤둘러앉아예의바르게시식하고는했다한여자는내눈동자로엮은목걸이를팽개치고떠나고다른여자는식탁을둘러싼구약을뒤져나의정체를수소문했다
낯선식사가무르익었다
소란하게웃음터진건핏줄불거진오른손이떨기나무속으로사라질무렵
웃음이마르기전열쇠를삼킨이웃남자는새까만목을포기했고십오층옥상에서신발을벗은아이들은자유로운관절을비틀어지상과의충돌을감행했다
식탁에앉아눈붉힌얼굴을탐문하는손님들배부른건그들이었으므로나는적란운근처를떠도는이름이었으므로
-「유령들의저녁식사」부분

이정섭시인의시에등장하는유령은이계의낯선존재가아닌내영혼의한부분인것만큼당연한존재로인식되고있다.우리의영혼이육체를잃었을때유령으로바뀌는것이아닌영혼본연의흐름을찾아생전과다를것없는식사를한다.영혼에더이상필요없는육체는요리가되기도하는데눈동자는한여자의목걸이에꿰이기도하며이름은적란운근처를떠돌고있을만큼가벼워져그의미를잃어버리고만다.

긴겨울지나나는,죽었을까요,살았을까요,겨울과겨울사이잠깐눈붙인여인숙에미량의체취,남았을까요,밑줄긋던밤지나고,또박또박침발라헤아리던봄날은왔는데요,자생하는들꽃은상징이라는새빨간거짓말,봄볕은사실죄다아스팔트에꽂히는걸요,곰팡내깊은여인숙담요아래버려두고온겨울은아직꼬물거리는데요,이렇게샛노란꽃,피워도되는건지,화냥기없는꽃어디있을까요,나는당신의이름을유혹하는리틀미스노네임,나긋나긋물기오른입술이,갖고싶지않나요,깍지낀당신과나의봄날,침흘리는꽃가루를받아,내일이면,저기,우직하게자라는어둠의습지긴빙하의품안,활짝열린짐승의미래로,뛰어들우리,나른한관성사이로강은흐르고,아무튼,짧은봄지나당신은,살았을까요,죽었을까요
-「개나리가묻다」전문
『유령들의저녁식사』에등장하는다수의유령은시적자아처럼보이기도하지만끊임없이자신의존재를확인하는붉은피를가진생명체임을알수있다.「개나리가묻다」에서볼수있듯이긴겨울을지내고피어난개나리를보며화자는자신의생사에대한질문을시작하고그것을확인한다.하지만봄이찾아와생명이싹트는계절임에도화자는존재에대해확신을하지못한채계속의심을하고있다.이모습에서이정섭시인은우리의존재는끊임없이의심을갈구하는불확실성의생명체임을강조하고있다.
양안다시인의추천사또한“유년과청춘을지나환생이후를향해나아가시인의내면을따라가”다보면“어떤기억은고통을수반한다는것,때늦은고통은더큰고통을낳는다는것.과거로부터축적된시간과감정의총체가한순간에밀려드는것”이라말하고있다.

정덕재시인은발문에서“이정섭이유령에천착하는이유는자유로운희망을기대하기때문”이라며“그는이시집에서유령을통해‘죽음이스며있는우리의삶’을진지하게돌아보라는주문을건다”고말하고있다.또한“이정섭이들려주는주문에귀를기울이면우리는인간의사유가갖고있는많은오류를만날수있을것”이며“오류투성이의삶이이승의현실인걸어쩌지못하지만,이시집은유령을알수있는,유령의시각과후각을배우는안내서로도충분하다”고소개하고있다.오늘날이정섭의시가새롭게다가오는이유는유령의감각으로세상을바라보는시인의투명한시선덕분일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