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이야기는 끝이 났어요 내일 이야기는 내일 하기로 해요

오늘의 이야기는 끝이 났어요 내일 이야기는 내일 하기로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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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세상 사람들이 버리거나 폐기하여 너덜너덜해진 것들을 당신은 그러모아 싸매고 그것에 숨결을 불어넣어 기어이 살려내고 맙니다. 그것은 말이기도 하고(다섯 권의 시집), 숨탄것이기도 하며(동료들과 당신의 고양이들), 가방이기도 합니다(버려지기 직전 당신이 되살린 제 가방). 어쩌면 당신은 전생에 수선공이었는지 모를 일입니다. 버려진 것들이나 내쳐진 것들의 이음매를 꿰매거나 툭툭 두드려 당신은 그것들을 기어이 살려냅니다. 그것이 세상을 대하는 당신의 방식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당신 안에는 죽은 아버지와 형들, 그리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당신이 그토록 사랑했던 당신의 선배가 있습니다. 그들은 죽었지만 모두가 탕탕, 사망선고를 내릴 때조차 그들 모두 살아 있는 것을 봅니다. 시 안팎을 오가면서 끊임없이 그리고 부지런히 무언가를 덧대 살려내는 당신이 경이롭기까지 합니다.
- 발문 중에서
저자

길상호

1973년충남논산에서태어나2001년「한국일보」신춘문예를통해등단했다.시집『오동나무안에잠들다』,『모르는척』,『눈의심장을받았네』,『우리의죄는야옹』,사진에세이『한사람을건너왔다』를출간했다.현대시동인상,천상병시상등을수상했다.

목차

1부낡은입술을가지고있다
서로의엄마
안개책방
사북
두잔집
낡은잠을자려고
꽃이름을물었네
반월
반월2
먹먹
물방울숲
장조림
돌하나
먼곳의택배
달로연주하는밤
꽃살문
스티커
빈티지
돌칼
L
물이마르는동안

2부당신의빈주머니
꼬리
따순밥
천일의잠
씨감자
마른눈
둥근발
저물녘
유령의얼굴
반월저수지
사라지는미용실
물속의우산
모과와지난밤
묵묵부답
항아리
She'snotmeat
닮은사람
책등에기대잠이들었지
물풀

3부내일모레,조만간
혀로염하다
야옹야옹쌓이는
내일모레고양이
비린별이떴네
숨은야옹이찾기
오드아이
당신을환영합니다
늙은집사들
병실의독서
민들레
빗방울이야옹
불이부르는노래

4부맨발이젖어있었네
손바닥성지
모자이크자화상
성령의집
화환
두고온대가리
하나님은오늘도
심해의사람
말없는식사
비루

떠올리면,북아현동
끝나버린이야기
검은일요일
손금은비리다
모빌아래계절은멈췄다
이곳의다큐멘터리

발문-우정의한기록
이정현

출판사 서평

걷는사람시인선14
길상호-『오늘의이야기는끝이났어요내일이야기는내일하기로해요』출간

2001년「한국일보」등단이후꾸준히작품활동을해온길상호시인의다섯번째시집『오늘의이야기는끝이났어요내일이야기는내일하기로해요』가출간되었다.길상호시인의섬세한감정선이도드라지는이번시집은“서로를좀더이해하기위해”(「달로연주하는밤」)노력하는일이곧‘시쓰기’라고말하는듯하다.
우리네삶은참쓸쓸하여서“언제나겨울을걸”(「모빌아래계절은멈췄다」)어가는것같지만,길상호는그쓸쓸함이라는토양위에서은율을만들고언어를변주함으로써“눈사람을만들어사랑을시작”하려는노력을멈추지않는다.
“가끔은머나먼생이택배로배송되어왔다/수명을단축시킬거라고당신은늘반품을강요했지만/주소지도없는박스가나는늘궁금했다”(「먼곳의택배」),“끊임없이중얼거리는/여관방벽은낡은입술을갖고있다”(「낡은잠을자려고」),“다음생이오면또아프겠지요,/책갈피를넘길때마다귀신들은/몇번이고했던말을다시중얼거렸다”(「책등에기대잠이들었지」)라는구절처럼사물과사람,풍경의그안쪽까지응시하는길상호시인의시편들은섬세하고미더워서,삶에지친독자들은그의언어안에서무장해제를한채‘오늘’을잊을수있지않을까.
“우리앞엔아주짧은햇빛이놓여있”(「저물녘」)을뿐이지만,이저물녘동안그럼에도시를쓰고,사랑을하고,내일의이야기를궁리하는시인,그가바로길상호다.

살짝손을대려했을뿐인데
꼬리를끊고달아난도마뱀을기억한다

흙바닥에남은꿈틀거림이멈출때까지
아무말도못하고나는꼬리만바라본적이있다

일생에단한번만재생이가능하다는,
그래서목숨을걸고서야끊을수있다는꼬리

뒤돌아볼새도없이도마뱀은
풀숲으로남은몸을내뺐었는데

아버지가숲에든후,나는남겨진꼬리같았다
몸을뒤틀며우는날이많아졌다

나를끊고저세상으로떠난그가
사진속에서아직편안하게웃고있다

-「꼬리」전문

한편,‘시인의말’과2부를시작하는「꼬리」를비롯해시집구석구석엔‘그’(아버지)에대한이야기들이많다.먼바다에서끝난‘오늘의이야기’가해변으로밀려드는파도속‘내일의이야기’로와닿는듯하다.그렇게다양한오늘과내일의이야기들이모여한군락을이루고있다.시간과공간의방향이제각각인이야기들이어떻게얽히고이어져새로운이야기를탄생시키는가를확인하는것도이시집을읽는흥미로운방식이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