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어 마음사전 - 걷는사람 에세이 6

제주어 마음사전 - 걷는사람 에세이 6

$15.00
Description
제주 사람들이 생각하는 제주
사람들은 제주도를 관광지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제주에 사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태어나고 자라고 싸우고 울고 웃던 땅이고 죽어 묻혀야 할 터전입니다. 제주에서 태어나 살고 있는 시인은 제주도와 제주어를 어떻게 생각할까요.
감귤밭에 딸린 집에서 태어나 할머니가 말하는 제주어를 듣고 자란 소년. 학교가 끝나면 엄마에게 제주어로 이야기를 듣던 소년. 화산섬이라 벼농사 짓기가 어려워 제사 때만 ‘곤밥’(쌀밥)을 먹고 ‘가메기’(까마귀)처럼 몰려다니던 소년에게도 첫사랑이 있었습니다. 짝사랑했던 그 소녀는 다른 친구에게 애정 고백을 했고 실의에 빠지던 소년은 이제 어른이 되었습니다. 제주에서 택시를 타면 ‘?당’(친척, 마을 사람)이 너 택훈이 아니냐고 묻는 섬. 그들에게 제주는 아름다운 땅이 아니라 일상을 살아내는 생활 공간입니다. 현택훈 시인이 제주어로 우리 모두가 누렸던 어린 시절의 추억을 이야기합니다.
저자

현택훈

제주도에서태어나제주도에서시를쓰고있다.돌하르방공장이있는동네에서유년을보냈다.그때공장한편에버려진팔하나없는돌하르방을품는마음으로시를쓴다.제주어를시의언어로쓰기위해고심하며지내고있다.지금까지시집『지구레코드』,『남방큰돌고래』,『난아무곳에도가지않아요』를냈다.

목차

1부우리는가매기새끼들이었다
가매기
간세둥이
강셍이
고장
곤밥
곰세기
곱을락
구젱기
귓것
굴룬각시
궨당
깅이
ㄱㆍ대
내창
넉둥베기

2부엄마는한라산용강에묻혔다
뉭끼리다
달ㅁㆍ루
도댓불
돌킹이
동카름
두리다
ㄸㆍㄹ르다
랑마랑
막은창
모살
몰멩지다
물보라
물웨
버렝이

3부제주의새들은제주어로울까
베지근ㅎㆍ다
보그락이
본치
부에
벤줄
생이

솔라니
숙대낭
숨비소리
아ㄲㆍㅂ다
아시아시날
얼다
엥그리다
오몽ㅎㆍ다
오소록ㅎㆍ다

4부오늘밤에나는또누군가의꿈에가서
요자기
우치다
웨삼춘
이루후제
조케
창도름
촐람생이
카다
ㅋㆍ찡ㅎㆍ다
타글락타글락
퉤끼
폭낭
할락산
할망바당
허운데기
ㅎㆍ끌락

출판사 서평

제주의새들은제주어로울까

어머니도할머니도떠나버렸지만제주어만큼은마음에서떠나지않게하려고지금도시인은소년처럼제주어로시를씁니다.소멸될위기에놓인제주어를살리려는마음이『제주어마음사전』에담겨있습니다.시인의감성으로사라진기억들을다시불러냅니다.‘가메기’(까마귀)처럼몰려다니던시절짝사랑했던소녀는친구에게애정을고백하고,제주도에서새들은제주어로우는지궁금해하기도합니다.

어디선가새우는소리가났다.그래서소리가나는곳을쳐다보니까마귀였다.그런데평소듣는까마귀소리가아니었다.까악까악울지않았다.그소리는“아고게,아고게.”로들렸다.‘아고게’는‘아이고나’라는뜻의제주어이다.제주어를하는까마귀를만났다.
우리는너무궁금한나머지새박사김완병선생님께전화해서물어보니그소리는짝짓기할때내는소리라고했다.까마귀가여러상황에따라내는소리가다르다는걸그때알았다.
-「숨비소리」부분

제주에서태어남과죽음이란

제주할머니들은평생물속에서살았습니다.그들은물속세상에서너무나자유롭지만육지로올라오면순박한할머니모습그대로입니다.택시운전을하는막내아들을생각하며장모님은택시만보면아들택시가아닌가물어봅니다.

딸넷,그리고막내아들.장모님은막내아들을위하고또위한다.그막내아들인처남이최근에택시운전을시작했다.처남이택시운전을한뒤로장모님은처남택시와색깔이같은택시만보면처남이운전하는택시를본것처럼반긴다.
“아이고,저택시승효택시아니냐.”
해녀의아들인처남은오늘밤에도서귀포의밤속에들어가어머니가물질을하듯도시의밤바다속을택시로헤엄친다.
-「할망바당」부분

물의순환처럼한세상살다가는구름들.물의순환을보여주는구름.우리는구름을보며삶의순환을느끼게된다.물은하늘로올라가구름이되고구름은비가되어땅과바다로내린다.구름은하늘높이있지만물의순환을생각하면구름은우리와함께있다.구름을보는시간은무념무상의시간이다.
-「물보라」부분

그소나무나백살할머니만큼이나직접적으로스산한분위기를풍기는곳이별도봉자살바위다.정말누군가자살한곳인지는알수없으나자살하려는사람들이뛰어내리는데가그곳이라는말이돌았다.한번은호기심에자살바위밑을내려다보았다.마침그바위밑바다에는죽은물고기가떠올라있었다.나는또기겁을하며줄행랑을쳤다.
-「숙대낭」부분

제주도는마을에서돼지를추렴하면마을사람모두에게고기를돌린다.마을전체가양푼속에들어가는것과같다.어머니가돌아가시고난후학교가끝나고집에왔을때마루끝에올려져있는돼지고기는어머니의살점같았다.그런날이면아버지가김치찌개를끓였다.김치찌개와‘곤밥’그것으로충분했다.어머니의따뜻했던가슴을만지던기억이그때는잊히지않고있었으리라.따뜻한‘곤밥’같은어머니의가슴.
제주도에서는식당이름을‘곤밥’으로짓기도한다.요즘은흔해진‘곤밥’이지만,그눈처럼하얀쌀밥위로김이피어오르는것을보면침이꼴깍넘어간다.나는가끔배고픈것과어머니가그리운것을혼동한다.
-「곤밥」부분

제주에서죽음은어떤모습일까요.4?3항쟁때는무차별한민간인학살로인해함께살을맞대던가족들의죽음을눈앞에서보아야했고,해녀할머니들은물질을하다힘이빠져할망바당(수심이얕은바다)에서죽기도합니다.시인은해마다태풍이몰아치는제주에서,하늘에떠다니는구름에서죽음과삶의순환,우리가늘죽음과함께한다는사유를이끌어냅니다.
그를둘러싼많은사람들이떠나갔고시인도언젠가는제주에서살다제주에묻힐것입니다.자기가태어난땅에서하늘을보고그하늘속에서이세상을가늠해보려는시인.그에게필연적으로주어졌던제주어를먹고자라나시인이된현택훈.이제그는제주어로태어남과자람과죽음,그리고제주의자연과사람들을우리에게들려줍니다.접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