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을 멀리 던지면 누구나 길을 잃겠지

신발을 멀리 던지면 누구나 길을 잃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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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걷는사람 시인선 18
박진이 -『신발을 멀리 던지면 누구나 길을 잃겠지』 출간

박진이 시인의 첫 번째 시집 『신발을 멀리 던지면 누구나 길을 잃겠지』가 출간되었다. 찢겨진 가족사 속에서 어른으로 성장하기까지의 과정이 시집 곳곳에 드러나 있다. 박진이 시인은 비현실적인 장면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보여준다. 그는 현실이 아주 비현실적이고 비현실적 장면이 현실적으로 보이도록 시 곳곳에서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는 장면을 많이 배치하였다.

송재학 시인은 추천사를 통해 가족사는 시인에게 “그렁그렁 괴어 있는” 유일한 방법이며, 외로움이라는 깊이에 엄마가 있다고 말한다. 그리하여 결국 시인의 탄생은 “엄마가 만들어내는 가장 슬픈 자리”에 다름 아니다.
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인 김지윤은 박진이 시인이 만들어낸 시적 시간에 대해 주목하며 “남들이 이해할 수 없는 나만의 기다림 속에 침잠해 있는 채로 자신이 발견하게 될 ‘시의 순간’과, 그것을 비로소 찾아 언어로 옮겼을 때 자기만의 방법으로 읽어내 줄 누군가를 동시에 원하고 있다.”고 말한다.
또한 박진이의 시에서 “길을 잃는다는 건, 오히려 자기가 서 있는 곳이 어디인지 그리고 앞으로 어디로 가야 할지를 생각하게 만드는 사건이 된다. 신발을 잃어버린 것이 타의에 의한 것이 아닌 자의에 의한 것이라는 사실이 주목된다.”(「모노산달로스 : 잃어버린 신발을 찾아 길 잃기」, 김지윤 해설 부분)
시를 쓰는 것은 어쩌면 누군가에게 발견당하기 위해 소리 내어 우는 것인지도 모른다. 아이들이 떠나고 없는 놀이터에 홀로 선 그는 중얼거린다. “아무도 나를 찾지 않을 때/ 내가 찾아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우는 것이었지/ 지금도 여전히”(「숨바꼭질」부분)라고.
지금 시를 쓰는 행위는 몇십 년 전의 그 장소와 시간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과 같다. 박진이 시에서 등장하는 놀이들(공기놀이, 숨바꼭질, 줄넘기, 가위바위보,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은 우리를 과거의 어느 한 지점으로 데려간다. 과거의 놀이를 재현하며 그는 지금 시 쓰기가 곧 과거 놀이의 반복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것 같다. 그것은 늘 지는 게임, 다시 술래가 되는 게임이며 “내 주먹과 증오만으로도 나는/ 나를 만신창이로 만들 수 있”(「가위바위보」부분)다는 고백처럼 그 게임은 시 쓰기의 외로움과 닮아 있다. 박진이에게 지금 ‘시 쓰기 놀이’는 벽에 얼굴을 묻고 울며 지는 게임을 반복해야 했던 과거에 대한 복수이며 소환이다. 박진이 시에서 놀이는 자신을 더욱 고독하게 만드는 숙명과도 같은 무게로 다가온다. 그리고 그 무게야말로 역설적으로 이 시집을 더욱 희소성 있게 만들고 있다.
시집『신발을 멀리 던지면 누구나 길을 잃겠지』에는 어떤 ‘순간’들이 기록되어 있다. 순간은 지나가는 시간이기도 하지만 다시 돌아오기도 하며, 순간과 순환의 반복 속에서 우린 살고 있다. 시에서 등장하는 화자들 엄마, 할머니, 남학생과 여학생, 아이 같은 다양한 사람들은 모두 박진이의 모태이며 박진이의 다른 얼굴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