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도 좋게 딱

사이도 좋게 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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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황형철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세상 모든 관계의 유기적 질서에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물질만능주의가 횡행하는 현대사회에서 자연은 인간의 정신을 회복하는 매개이자 지향점이다. 갖가지 나무와 꽃, 구름, 물처럼 너무 흔해서 우리가 미처 그 소중함을 잊고 있는 대상을 시 속으로 끌어들인다. 이를 통해 주체와 세계의 사이, 시인과 타자의 사이, 시적 대상과 대상 사이의 인과를 회복하는데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저자

황형철

1975년에태어났고1999년전북일보신춘문예,2006년계간시평으로등단했다.시집《바람의겨를》을냈고,현재광주·전남작가회의이사,죽형조태일시인기념사업회이사로활동하고있다.

목차

1부

결벽
꽃에이름을걸고
다섯그루
등뒤에서
섬의말
고목아래
겨를
밥한번먹자
밭담지도
다산을빌려
그늘
눈물의씨앗
첫꽃이피다

2부
어떤지목(地目)
배추밭
꽃피는며칠
4월동백
시인
다저녁무렵
바위무덤
느그들나보러올때꽃이라도보면서오니라
버들강아지
시름
밥물
잘마른빨래같은날들
술도둑
봄날은온다

3부
나의여름은
뿌리,하고말하면
가자미의시간
베란다문을두어뼘열어두고
거래
모로누운당신
명함
선을긋는다
추천사
이응
공짜,세화에서
사과나무의둘레
오후
대추

4부
아물때까지
필사
상강(霜降)
새새틈틈
무심
달팽이
단풍이오는속도
종(種)의기원
졸업
견인
심금(心琴)
등산화한켤레
징검다리


해설
순환자연을꿈꾸는미메시스의시인
-이병철(시인,문학평론가)

출판사 서평

걷는사람시인선19황형철-『사이도좋게딱』출간

자연의순환질서에주목하며서정성짙은시편을보여온황형철시인이두번째시집『사이도좋게딱』(걷는사람)을펴냈다.
1999년전북일보신춘문예당선,2006년계간〈시평〉으로등단한이후첫시집『바람의겨를』에서식물성의세계에천착하며사유의깊이와진정성있는울림을보여준바있는황형철시인은오랜만에펴낸이번시집에서인간의삶과자연의연결지점에대한고민을보여주고있다.
“구례군산동면에가면/나무도땅을갖고있다//별다른욕심도없어/그늘마저노랗게깃든/딱그만큼이/엄연한산수유나무소유다”(시「어떤지목」일부),“내잘익은사과를나눠주거든/달큼하게한입깨물며/가을이오기까지시간을기억해줬으면싶네//여름을울던매미의뜨거운목청과/그리움붉게밝히던밤들/그뒤를따라/나도빨갛게여물고자하네”(시「사과나무의둘레」일부)에서처럼일상에서포착해낸자연의이미지들을감각적으로재해석하며일상의작고사소한것들에의미를부여한다.
특히시「결벽」에서황형철의세계관내지는자연을어떻게바라보는지그자세를어렵지않게엿볼수있다.“세상가장낮은공손”과‘침묵’그리고“아무결탁없이도/잠잠히공空을채우”는성실함은자연의속성이자미덕이다.이시에서‘담쟁이’는시인의은유물로서“어떤집념”으로“수직의절망을오르”는중이다.그러나현실은‘그늘’이자‘낮은’곳이며,긁히고깨지고낙서로가득한상처의공간이다.온갖‘벽’들에막혀갈등과반목,계층마저형성돼있다.
여기에서황형철시인은융합,화해,순환,순리라는유기적자연의상승운동으로묵묵히“오르고또올라”마침내“요원한경계마저허물고”“벽의전부를지운”다.이로써현실세계의모순을자연세계의아름다움으로재창조해낸다.온갖세속의욕망과폭력을지우고이질적인모든것들이고요한화해를이루는것에목표를두고있는것이다.이에대해시인이자문학평론가인이병철은시속에서의자연이일상과접목되는지점에주목하며“인과관계가사라진세계에자연의유기적질서를이식시켜현실의이유모를허무와불안,불가능성을극복하려”(「순환자연을꿈꾸는미메시스의시인」,해설부분)는시인의진정성있는시도가곳곳에서포착된다고말한다.

이렇듯황형철시인은이번시집에서세상모든관계의유기적질서에깊은관심을보이고있다.물질만능주의가횡행하는현대사회에서자연은인간의정신을회복하는매개이자지향점이다.갖가지나무와꽃,구름,물처럼너무흔해서우리가미처그소중함을잊고있는대상을시속으로끌어들인다.이를통해주체와세계의사이,시인과타자의사이,시적대상과대상사이의인과를회복하는데주목하고있는것이다.
“쑥부쟁이와구절초감별법도배워/곰살갑게말붙이며와라/가쁜산세를넘는단풍의자세도익히고/물병자리고래자리지도삼아/같은박동같은호흡으로/도처에흩어진문장들나이테처럼새기며/직립보행으로와라”(시「단풍이오는속도」일부)
느린속도로단풍이내려오듯자연의속도처럼,자연을거스르지않고보폭을맞추는삶이야말로인간이행복하게자연과공존할수있다는이야기에서도황형철시인의관점이잘드러난다.
이병철(시인,문학평론가)은해설에서“세상이기호들의총체라면자연은잘짜인한편의시가되고,언어의유기적결합인시편은곧우주자연이되는것이다.황형철은완벽한유기체인자연의언어들을그대로떠다옮기는시인이다.”고밝혔듯이미물에불과한인간이자연과우주의질서에천착하며이를역행하는현사회에대한비판을내재하고있는것이다.

이와같은시적특징은정치적발언이담긴시에서도고스란히드러난다.분노를감정적으로표출하기보다는자연에기대어역사적진실을환기시키고바로잡고자한다.“큰넓궤에도피고너븐숭이에도피고빌레못굴에도피고섯알오름에도피고송령이골에도피”어있는동백꽃풍경을통해“삼촌이건넨식은지슬”과“누군가머뭇거리다몰래내건조등”(시「4월동백」일부)을형상화한다.또“망월묘역가는길에/이팝나무꽃가득피었네//(중략)//꽃을지운건나무인데/마음이깜깜해지는건사람이네”(시「시름」일부)라며5.18민주화운동을기억한다.세월호의상처를두고“큰배가가라앉고바다에떠오른수많은부고앞에서도/고통을전가하는그들을향해/당차게짱돌하나던지지못하는비겁함”(시「시인」일부)과같은자기반성처럼제주4.3항쟁,5.18민주화운동,세월호같은주제를자연의유기적질서에이식시켜날카로운시선을던지는점도주목된다.

한편시집『사이도좋게딱』에는화려한기교나과도한낯섦이없다.대신진솔한목소리를통해누구나공감할수있는보편적이야기를독자에게전한다.고영민시인은추천사를통해단순한언어와방법론으로쓰인시들이오히려본질로서의인간을드러내고있다는점에주목한다.“큰기교를흉내내기는쉬워도졸(拙)함을흉내내기는쉽지않다.졸함이란미숙함이아니라원초적이고근원적인자신으로부터나오기때문이다.그것은쉽고단순한언어와방법으로표현되며,그때보는것은현상의본질로서의자신이다”고말하며,그런면에서이번시집은“늘먹어도다시생각나는밥처럼소박하고정갈한밥상위에그맛을잘담아”냄으로써우리삶의따뜻하고본질적인이야기를하고있다고밝혔다.

해설
인과가사라진세계에자연의유기적질서를이식시켜현실의이유모를허무와불안,불가능성을극복하려는황형철의시는보다구체적인우리삶의현장을향해날카로운시선을던진다.인과가부재하는,또는인과가엉망으로왜곡되어버린정치ㆍ사회적사건들의진실을바로잡고자하는것이다.황형철은자연의입을빌려정치적올바름에대해말하는시인이다.

나는이자연의몽상가,미메시스의시인이우리에게흘려보내는차고맑은시의물살이,또따뜻하고부드러운시의햇살이우리의감각을깨우고,정신을서늘케할것을,가슴을따뜻이데워줄것을굳게믿는다.나부터그반짝이는물살에흠뻑젖을수있었던점,이겨울의잊을수없는추억이다.이제우리는황형철의시를읽으며“연신감탄사쏟으며/백리도멀지않아너나없이설레는길”(「느그들나보러올때꽃이라도보면서오니라」)을함께걸을것이다.
이병철시인,문학평론가

인터뷰:황형철시인
구름은한때물이었고,구름또한물이된다.세상은돌고돈다.순환이고질서다.자연과사람은일심(一心)이지않나.그러나자연에가하는인간의폭력은결국인간에게되돌아온다.풀한포기,꽃한송이가나의생명과다르지않다는믿음이있어야한다.유기적인자연의흐름에집중하는것도결국인간이벗어날수없는과정이자종착지이기때문이다.

시인은태생적으로부채를타고난존재다.낮고작아좀처럼눈길이가닿지않는것들에대한연민이시를쓰게한다.상식을배반하는정치,정직한노동이외면받고,마땅한도리나예의가어긋나는일상이시인을괴롭힌다.이부채를시로써갚으려고평생을고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