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천천히 죽어갈 소녀가 필요하다

나는 천천히 죽어갈 소녀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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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걷는사람 시인선 20권. 폭력적 상황에 처한 여성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온 이소연 시인의 첫 시집. 2014년 한국경제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이후 활발한 작품활동을 해온 이소연 시인은 〈나는 천천히 죽어갈 소녀가 필요하다〉에서 말하기 방식에 대해 주목한다. 말함과 말할 수 없음 사이에서, "그냥 바라만 봐야 하는 폐허"에서 더듬거리거나 주저하며 한마디씩 이야기한다. 이 주저함은 시적인 언어, 머뭇거림과 이야기함으로 변주된다.

문보영 시인은 추천사를 통해 시집 속에 등장하는 마을에 대해 이야기한다. "안으로 상처를 키우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마을. 이 마을에는 시끄러운 사람이 없다." 왜냐하면 이 마을은 "시끄러운 사람은 들어올 수 없"으니까. 마을은 하나의 공동체이며 공동체가 기진 감싸안음과 배척이 동시에 일어난다. 그러나 "마을 사람들은 '쉽게 말하지 못하는 순간'을 소중히 여기며 '다물어지지 않는 입'을 가졌"다. 문보영 시인이 말하는 "하고 싶은 말을 다 해버리지 않는 주저함"은 시적인 순간이며 동시에 인간이 가진 찰나적 혼란이다.
저자

이소연

1983년포항에서태어났다.중앙대학교문예창작학과를졸업,동대학원박사과정을수료했다.2014년한국경제신문신춘문예로등단하였으며현재‘켬’동인으로활동중이다.

목차

1부철

철2
철3
철4
철5
철6
철7
살얼음
한강
연필
공책
솔직한돼지
퍼즐놀이
고장난사람과의자
흰집
나의여름과당신의수염
사파의여인
초록의폭력
우유를마시며

2부밑

알약들의왈츠
기념일전날
나를기포의방에
나의아름다운벽속에서
나의겨울사과
안녕
물위를걷는도마뱀;빗방울
네가잊히지않는말
동그란힘
절제술
뇌태교의기원

3부키스
키스
사춘기
눈먼치정
쿠마리의역사
없는줄알았지
접시는둥글고저녁은비리고
테이블
포개진빈화분
활과무사
늑골이빛나는발레교습소
날씨
폐허라는미래
문없는저녁
후기

4부독점
수족관에돌고래나흰고래가있다그러면
코뿔소의조용한날들1
코뿔소의조용한날들2
수목장
세상에서고양이가사라진다면
나무밖에없는세계
나의아름다운장대
손이없다
독점
목없는마네킹
고척스카이돔과낙관주의자엄마
썸머가든

해설
말한다,듣는다,들은것을다시말하기로한다
-선우은실(문학평론가)

출판사 서평

폭력적상황에처한여성의목소리에귀기울여온이소연시인의첫시집『나는천천히죽어갈소녀가필요하다』(걷는사람)가출간되었다.
2014년한국경제신문신춘문예로등단한이후활발한작품활동을해온이소연시인은『나는천천히죽어갈소녀가필요하다』에서말하기방식에대해주목한다.말함과말할수없음사이에서,“그냥바라만봐야하는폐허”(「문없는저녁-AngelesCity2」)에서더듬거리거나주저하며한마디씩이야기한다.이주저함은시적인언어,머뭇거림과이야기함으로변주된다.
문보영시인은추천사를통해시집속에등장하는마을에대해이야기한다.“안으로상처를키우는사람들이모여사는마을.이마을에는시끄러운사람이없다.”왜냐하면이마을은“시끄러운사람은들어올수없”으니까.마을은하나의공동체이며공동체가기진감싸안음과배척이동시에일어난다.그러나“마을사람들은‘쉽게말하지못하는순간’을소중히여기며‘다물어지지않는입’(「접시는둥글고저녁은비리고」)을가졌”다.문보영시인이말하는“하고싶은말을다해버리지않는주저함”은시적인순간이며동시에인간이가진찰나적혼란이다.
「철」연작에서시인은유년기부터겪어왔던‘철’에대한상처를이야기한다.“나는여섯살에/철조망에걸려찢어진뺨을가졌다”(「철」).처음얻은상처이후그녀는‘철’의폭력성을일상에서느끼고,자신과공동체의상처를내면화하며점점익숙해져간다.상처를얻었을때“아무도나를병원에데려가지않았”기때문에상처는봉합된동시에더깊숙한곳에자리잡았다.상처가흉터로남듯폭력성은기억의밑바닥에가라앉았을뿐사라지지않았다.이후시인은부당함과폭력성에침묵하면서‘철’의변주곡에의해끊임없이고통받고머뭇거리고신음하고그것을노래한다.
문학평론가선우은실은두가지를강조한다.첫째,“오늘”과“말한다”는시제가현재성을띤다는것,둘째,“‘나’는죄로가득한세계에대한인식을여전히지니면서이제그것으로부터도망가지않고지금여기에서‘말’”함이다.이소연의시는지금이지옥에서말함으로써세계를기록하고다시살고자하는의지를획득한다.
시집『나는천천히죽어갈소녀가필요하다』에는수없이상처받는순간들이기록되어있다.동시에상처받으며우는소녀들,천천히죽어가는소녀들의목소리가연주된다.이목소리는특정지역의목소리가아니라더넓은세계모든여성의목소리로확대되어간다.국가를넘어선여성/약자들의목소리는거대한폭력앞에서절규한다.
“제발살려만주세요//제발잠좀자게해주세요//우리는국가없는사람이아니에요//아니국기만있고국가없는사람이맞아요//적에게발이묶여본국에서썩은나무취급을받았어요//우리는난파된사람,아니묘지없는무덤이랍니다”(「문없는저녁-AngelesCity2」부분).
이목소리는최초에병원으로데려가지않았던순간을되새기는시간이며,그이후너무나당연하게인식된철의세계로부터도망하고자하는의지의산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