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크

페이크

$10.00
Description
2006년 『문학수첩』 신인상으로 등단해 폭력과 광기로 점철된 세계에 길항하는 사유의 시편들을 써 온 이진희 시인의 두 번째 시집 『페이크』(걷는사람)가 출간되었다. ‘거짓, 속임수, 속됨’을 의미하는 ‘페이크(fake)’라는 제목에서 드러나듯 이진희는 여전히 이 거짓말 같은, 출구 없는 세계를 그리고 있으되 타인에 대한 애정과 연대의 호소는 더욱 강해졌다.
해설을 쓴 정기석 평론가의 말처럼 “세계는 여전히 엉망진창인데, 모두 아무렇지 않은 척 ‘페이크’를 쓰고 있”다는 인식에서 이진희의 시는 출발한다. 그렇다면 고통은 각자의 몫인가? 우리는 진실을 외면한 채 눈을 감아야 하는가? 물론 그렇지 않다. “오랫동안 제기되어 진부해진 질문이라고 하더라도 원인이 사라지지 않았다면 질문이 폐기될 이유는 없다. 오히려 질문을 진부한 것으로 여기게끔 만들어 질문의 내적 의미를 가리는 또 다른 ‘페이크’가 작동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러한 각성에서 이진희의 시는 잉태되고 뻗어 간다.
그리하여 필연적으로 이진희의 시는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다. “많은 죽음과 불행, 악몽과 비참함, 고독이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부재와 부러진 것들투성이다. 그는 없는 사람들에 쫓겨나고 폭력을 당하고 사라진 것들 사이에 홀로 남겨진다. 이것이 사실 적나라한 우리 삶의 풍경일 것이다. 다만 우리는 피하고 이진희 시인은 ‘어깨를 꼿꼿이 펴고 앞을 똑바로’(「일곱 살」) 본다. 그러나 그는 싸우지 않고 싸안는다. 투명하고 당당하게 대면한다.”(김경후 시인) 그런 점에서 이진희의 시는 이 시대에 더욱 유의미하게 작용한다.
어른답지 않은 어른들(「아버지」, 「도덕 선생님」)이 수두룩하고, ‘태어난 이유도 성장하는 목적도 알지 못한 채/좁은 철창에 갇혀 피둥피둥 사육되는 시간들’(「재의 맛」)로 가득한 세계이지만 시인은 어느 날 ‘샤워장 안에서 발견’(「옥미에게」)된 한 사람을 보고 그를 나인 듯 우리인 듯 여긴다. 지금 이곳에서 이진희는 “스스로 망각과 도취에 빠지는 것을 경계하며 경계선 위에 다시 서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세상은 최적과 쾌적을 위해 아름다움을 포장하고 쓸모의 체계를 만들지만” 이진희는 “가장 비천한 벌레로, 하찮은 돌멩이로 내려”간다. 그리고 외친다. ‘피 흘리며 기우뚱 기우뚱 날아보자’(「벽장 속 까마귀」)고. 그리하여 이 시집은 ‘쓸모없지만 빛나는 것들’(「시인의 말」)을 향한, 격렬한 사랑의 표현이다.
저자

이진희

1972년제주중문에서태어나2006년『문학수첩』시부문신인상을받으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시집『실비아수수께끼』를냈다.

목차

1부사랑은있고사랑은없고사람같은사람은희박해지고있다지만
생활
공기속에서
철원
봄에서여름-겨울방학일기
삼거리국밥집
사랑한다
벽장속까마귀
미파솔라시도시라솔파
그것이되어가는느낌
재의맛
베를린
느린슬픔
탐구생활
아주이따금쓰는일기

2부썩기직전가장향기로웠던
그곳의그것

옥미에게
저물녘의빛
페이크
만우절
일곱살
내의자
이런질문
정서건설이력철거전문
세개
지난애인들에게
사거리빵가게
끝과시작
지난여름

3부이것만으로충분한기분
무쇠발판재봉틀
공놀이
사랑의유령
싱크홀
배꼽
아주조금의설탕
그개
먼불빛
어떤사소한감정에대하여
안개군락지에서
아이스크림일기
돌멩이
읍니다
믿음의문제
다녀갑니다

4부좋은지나쁜지알수없다
능에서의한나절
붉은방
둥,둥둥
버티컬
햇빛에대한미사
벌레였던저녁
직업학교맞은편사진관

봄날의어두운산책
아버지
도덕선생님
탁자아래
밤늦은역사에서의독서
강아지울음소리요리법
다시한번

해설
엉망이라는비질서와진창이라는바닥에서우리함께
-정기석(시인ㆍ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