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우먼 윤채선

원더우먼 윤채선

$12.00
Description
원더우먼 윤채선과 윤채선들에게 바치는 진혼곡
걷는사람 시인선 31번 작품으로 피재현 시집 『원더우먼 윤채선』이 출간되었다. 첫 시집 이후 4년 만이다. 시인은 이 시집이 “엄마의 무덤”이라고 했다. 시집 전반에 그 의미가 위트 있게 또는 반어적으로 스며 있어 원더우먼 ‘윤채선’과 ‘윤채선들’의 삶을 유추할 수 있다. ‘무적의 원더우먼’인 동시에 삶의 가장 밑바닥에서 평생을 노동하는 사람으로 살았던 ‘윤채선’의 이야기가 순정하고도 습도 높은 언어로 새겨져 있다. “아버지는 엄마를 끔찍이 사랑했는데요/가령 엄마는 꼼짝 안 하고도 살 수 있었지요/반찬도 사다 주고 은행도 잔칫집도 아버지가 다녔지요//엄마는 그래서 밭에서 부엌으로 난 길만 알면 됐지요/아버지가 얼마나 끔찍이 엄마를 사랑했는지/가령 아버지 죽고 엄마는 은행 가는 길을 몰라/밭에다 구덩이를 파고 돈을 묻었어요/어떤 날은 그 돈을 파내 처음으로/읍내 마트에 두부를 사러 갔지요”(「얘야 나는 그만 살고 싶구나」)라는 대목은 어떤 설명도 필요 없이 무성영화를 보듯 사실적이다.
또한 슈퍼맨 같은 원더우먼은 “하루 종일 밭일을 하고 돌아와서는 아궁이에 불을 지피고 밥을 안치고 마당에 난 풀을 뽑고 밥을 푸고 밥을 먹고 설거지를 하고 빨래를 해서 달빛에 널고 뚫어진 양말을 다 깁고 잠깐 적의 공격을 받은 양 혼절했다가 새벽닭이 울면 일어나 밥을 안치고 들에 나가 일을 하고 밥을 하고 일을 하고 빨래를 하고 또 밥을 하고 그 많던 왕골껍질을 다 벗겨서는 돗자리를 짜”(「원더우먼 윤채선」)는 것이다. 이는 한 개인의 삶이기도 하지만 동시대 그와 비슷한 윤채선들의 삶이기도 하다.
해설을 쓴 김대현 문학평론가는 “우리가 애써 외면하고 있는 노년의 생태계를 적나라하게 보여 줌으로써 우리의 마음 어딘가를 끊임없이 자극하고 있다”고 평하며, 이 시집이 “시인의 어머니와 아버지에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앞으로 그와 같은 현실을 겪을 우리 모두를 긍휼히 여기는 진혼곡”이라고 표현한다.
안도현 시인은 시집 『원더우먼 윤채선』에 대해 “그의 손에 확성기는 없고 시인이 자분자분 말하고자 하는 대상은 오로지 이 세상에서 가장 가난하고 연약하고 안쓰러운 어머니 한 사람뿐이다. 피재현의 사모곡은 어머니에게 칭얼거리고 싶은 소년의 마음과 닿으면서 적지 않은 물기를 만들어 낸다.”라고 헌사하고 있다.
저자

피재현

1967년경북안동에서태어났다.1999년계간《사람의문학》신인추천으로등단하였으며시집『우는시간』을냈다.

목차

1부소반에콩고르듯이
봄바람처럼
제비들의회의
밀당
원더우먼윤채선
앞니
비밀번호
엄마의태양계
소반에콩고르듯이
비틀거리다
기지떡을왜좀안줘서
간호사들은왜엄마에게반말을하나
간호사들은왜엄마에게소리를지르나
국수는싫어
겨울은여기서나자
제비꽃보면

2부냉이가벌써끝물이라는데
돈벌레
끝물1
끝물2
가을볕
포도는맵다
난좀일찍죽었으면해
입원
환한꽃들이줄을서서
푸른소금
별이빛나는감나무아래에서
아빠놀자
사랑
아배를보고오다

3부아이처럼배시시
포옹
사탕을주세요

콩한되
수상한피자냄새
아침
아이처럼배시시
컨설팅
김대중컨벤션은너무커
오래된냄새를한움큼들고
나는한때물고기였다
샛노란파랑
락앤락
동민여러분
소문이라는

4부얘야나는그만살고싶구나
나는또화가난다
엄마는불쑥
요양보호사보호하기
엄마는그때어디있었어
장마
지지리궁상
명자
민들레
일인치만줄여주세요
어린이날은고추심는날
환절기
먼기억은오래되어서낡고
우화羽化
빈혈
얘야나는그만살고싶구나

해설
우리를위한진혼곡
-김대현(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