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는 왜 내 입안에 집을 짓는 걸까

새는 왜 내 입안에 집을 짓는 걸까

$10.00
Description
걷는사람 시인선 32
손남숙 - 『새는 왜 내 입안에 집을 짓는 걸까』 출간
무수한 생명과 조우하고 대화하며 사색하는 시간
걷는사람 시인선의 32번째 작품으로 손남숙 시인의 『새는 왜 내 입안에 집을 짓는 걸까』가 출간되었다. ‘일과시’ 동인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손남숙 시인은 생태의 유기성에 천착하는 작품들을 꾸준히 발표해 왔으며, 2004년 고향 창녕으로 돌아와 현재 자연환경해설사로 일하고 있다.
손남숙 시인은 자연을 질서 또는 순환의 메타포로 상정한다. 이번 시집에서 자주 사용되는 시어인 꽃과 나무, 바람과 파도 등은 서로 유기적인 관계를 가지며 생장한다. “산과 바다는 원래 한 덩어리였으나 부단히 헤어질 수밖에 없었고 둘을 나누어야만 했던 바람이 끝끝내 이어 주려고”(「숲의 나무들에게 물결을」), “나무는 다정한 새를 느끼고/새는 나무가 즐거워할 일을 궁리하고”(「새의 질문」) 등의 시구들이 특히 그렇다.
시인은 그러한 생태주의의 마음으로 자연 속에 동화된다. “언덕의 바람을 마시고 들판의 향기를 저장하”(「걷는 사람」)며 “입김을 불어넣어 생명을 갖게”(「걷는 사람」)하고, “발등에 마른 풀을 끼얹으며”(「걷는 나를 위한 시」) 다만 걷는다. “아직도 나를 흘러가지 않았습니까?”(「당신은 흘러갔습니까?」)라고 질문하기도 하고 물질문명의 세상에서 잠시 벗어나 생명력을 가진 것들과 하나 된다. “길이 먼저 걷고/그다음 나무가 걷고/그다음 풀이 걷고 돌이 걷고/마지막이 나였다”(「걷는 나를 위한 시」)라는 고백처럼.
시인은 그 하나 됨을 자연의 경이로움을 찬사하는 것에만 그치지 않는다. “우리는 엇갈려 지나가며 삶과 죽음을 교차했다”(「내가 돼지를 만날 때」)는 대목에서는 인간의 이기성을 조명하기도 한다. 문학평론가 임동휘의 표현처럼 “산업화 이후 우리에게 닥친 현실은 첨예해진 도시화에 따른 공동체의 붕괴와 피폐해진 개인”이다. 손남숙은 “빈집에 나무와 나무만이 서로 울어”(「꽃이 운다면」) 주고, “고향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고향을 버리”(「왜 울지」)고, “철골만 남은 하우스들”(「하우스」) 같은 장면을 통해서 자신이 마주하고 있는 농촌 현실의 피폐한 풍경을 담담한 듯 사실적으로 그려낸다. 삶의 각박함을, 모순을, 참혹을 견뎌내기 위하여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손남숙은 느린 걸음으로 걸으며, 걸음 속에 깃든 빛과 색, 소리의 우거짐을 발견할 때야말로 우리 생의 구심력이 회복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저자

손남숙

경남창녕에서태어났으며‘일과시’동인으로작품활동을시작했다.시집『우포늪』,생태에세이집『우포늪,걸어서』『나무,이야기로피어』를냈다.

목차

1부꽃이운다면
우리는매일사라진다
꽃이운다면
숲의나무들에게물결을
걷는사람
새의질문
올바른삶
찰칵
텃밭의노래
의심하는사회
물들메나무
포위당한자연
가장밝았다
아름다워지려고
왜울지

2부새들은색을잘사용한다
큰고니는달린다
왜가리는인테리어를알아
작은새도아는것
이것은재난영화가아니다
회화나무가걸어와
새가된나무
선물은흥겹게
밤이되어
당신이원하는색
새는왜내입안에집을짓는걸까
이제와무슨
새의기억법
여름우포늪
그래보는거다

3부너는나를만나려고거기서부터시작했고
누군지도모르고
살구나무는생각하겠지요
어느날사내들이들판을걸어간다며칠후사라진다
난그저걸어다니는사람일뿐
수탉
나와같이동거하는거미

하우스
들여다보아야한다
너는나를만나려고거기서부터시작했고
들판은나의것
우거진물속은어떻게나무의흔들림을정박하였나
땅콩은알았던거지
치아상태를점검하는오후의진료

4부시절의서약은어디에두었지
잘모르겠지만잘모르겠어
걷는나를위한시
당신은흘러갔습니까?
물의저녁
오래전바다
물의우거짐
엄마의자끄
내가돼지를만날때

우포늪
오래빛나는새
지금이가장좋다
버드나무에부는바람
모두걷고있다

해설
스미고번지는것들을위하여
-임동휘(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