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능력주의 : 한국인이 기꺼이 참거나 죽어도 못 참는 것에 대하여

한국의 능력주의 : 한국인이 기꺼이 참거나 죽어도 못 참는 것에 대하여

$17.46
저자

박권일

미디어사회학자이자독립연구자.기자로서노동·사회현장을취재했고,이후연구자로서사회담론을분석해왔다.대학에서철학과사회학을공부했다.월간[말]기자로노동및경제분야를주로취재했다.참여정부마지막해에국정홍보처주무관으로채용돼『참여정부경제정책5년』집필에참여했다.지은책으로『한국의능력주의』,『축제와탈진』,『소수의견』,『능력주의와불평등』(공저),『88만원세대』(공저)등이있다.

목차

프롤로그:“그건참아도이건못참지!”·7

1부형성
1장과거제도,한국능력주의의기원?·27
2장자연화한능력주의:사회진화론·43
3장입신출세주의와교양물신주의·59

2부현대한국
4장학력주의와능력주의의묘한관계·75
5장엘리트는어떻게‘괴물’이됐나·95
6장한국능력주의의특징·123

3부가치관과민주주의
7장“우리가어떤민족입니까”물으신다면·143

4부능력주의비판
8장불평등그리고이데올로기·199
9장‘이상적능력주의’비판·222

5부대안
10장길을찾을것이다,늘그랬듯·245

에필로그:최후의능력주의자·298

주·305
참고문헌·326

출판사 서평

기회는평등,과정은공정,결과는정의?

꽤오랫동안한국사회의가장큰이슈중하나는단연코‘공정(성)’이었다.많은한국인은경험적으로안다.그동안한국사회에서공정성이얼마나허망했는지말이다.더군다나현정부가들어서는데‘촛불’을붙인결정적계기가공정성의문제였기도했다.전정부국정농단의핵심인물인최순실(최서원)의딸,정유라씨의이화여대부정(불공정)입학,“부모잘만난것도능력”이라는말한마디에서시작한분노가정권을끌어내리기까지했다.그래서촛불로탄생한정부는약속했다.“기회는평등하고,과정은공정하며,결과는정의로울것이다.”
그러나법무부장관후보자녀의입시를둘러싼논란,LH공사의땅투기등을보며한국인다수는여전히공정성에의심하며더욱민감해졌다.당연한일이었다.그런데여기서한발더나아가‘시험’을통과하지않았다는이유로비정규직노동자들이정규직이되는데에도곱지않은시선을보낸다.
일례로2017년서울교통공사가계약직전원을정규직으로전환한다고발표했다.그러자“정규직을위해열심히노력하는구직자는외면하고어중이떠중이뒷문으로채용된비정규직들은정규직이되고,이게적폐청산인지적폐양산인지도대체누가적폐인지.”라는글이올라왔다.이글에수많은동의와응원댓글이달렸다.인천국제공항공사의정규직전환도마찬가지였다.이른바‘인국공사태’였다.이후로‘인국공’은이와유사한사례를상징하는단어가되었다.제2,제3의‘인국공’문제는계속등장했고매번비슷한전개로이어졌다.

시험그리고무임승차,역차별

‘개인의능력차이는명백하다.따라서불평등은당연하다.’라는논리,능력주의는무엇이문제일까?책은능력주의가오랫동안한국인을지배해온이데올로기였다는데주목한다.능력주의는불평등이라는사회구조적모순을온전히개인의문제로돌리며불평등의문제를은폐하고불공정의문제로시선을가둔다.과정에서공정하다면,능력에따른불평등은문제가없게되는것이다.그러니까서울교통공사나인천국제공항공사등의‘공사공채시험’(공정)에합격한(능력)이들과달리,그렇지않은(무능)사람들이겪게되는차별(불평등)은자연스러운것이다.이를거스르면불공정하며,‘무임승차’이자‘역차별’이다.
그렇다면과연‘능력’을‘공정’하게평가할수있을까?책은“현실에서능력,노력,일의사회적가치,경제성장에대한개인의기여등을정확히측정하는것은불가능”하며결국,실제기여가아닌합격당시의성적에따라특권을부여받는‘시험주의testocracy’로수렴될가능성이크다고본다.책은이를뒷받침하기위해한국에서고시,공시,공채등여러평가시스템이어떻게작동하는지사회·역사적으로비교분석하고논증한다.

불편한진실,“우리는불평등에찬성합니다”

한편,유독심한한국의능력주의는때때로혐오까지나아가기도한다.책은“‘멸시하는능력주의자’가바라보는세상은온통벌레투성이”라고묘사한다.월수입200만원이하이면‘이백충’,지역균형전형으로대학에가면‘지균충’,임대아파트에살면‘임대충’식이다.한국에서도익히알려진작가알랭드보통은“능력주의체제에서는가난이라는고통에수치라는모욕까지더해진다.”라고책은전한다.
한국은어쩌다이지경에이르렀을까?1981년부터2020년까지40년간세계사회과학자들이참여하고,4~5년마다결과를발표,총7차까지진행된<세계가치관조사>에서그이유중하나를유추해볼수있다.이책의저자박권일이“다른나라와너무차이가커서데이터세트원본을몇번이나확인”한조사결과에따르면,“한국의경우평등에찬성한비율은23.5%였고,불평등에찬성한비율은58.7%”(2010~2014년조사,중국의경우평등52.7%/불평등25.8%,독일의경우평등57.7%/불평등14.6%)였으며,최근7차조사(2017~2020년)에서는“한국인의64.8%가불평등에찬성했고,12.4%만평등에찬성”했다.
저자는이결과에대해“한국인은대체로불평등한분배원리를선호”하며“‘노력과능력에따른차등분배’로서,이른바능력주의원칙과사실상동일하다.”라고말한다.그렇다고한국사람개개인이이기적이거나탐욕스럽다고일반화하는것은명백한오류라고강조한다.책에서는민주주의와정치의문제로서이주제를구체적으로분석하며이에대한대안과선행모델을꼼꼼히비교하고살펴본다.

1%의‘개천용’

“대한민국에서태어난사람들은태어나서죽을때까지생존투쟁에시달린다.이결사적전쟁에서‘잡아먹히는쪽’이아니라‘잡아먹는쪽’으로가기위해서한국인들은과도할정도로열심히공부하고,치열하게‘스펙’과인맥을쌓는다.이격렬한생존본능혹은투쟁심,‘억울하면출세하라’는지위상승욕구,‘빨리빨리’문화같은현대한국인의집단심성…극소수‘용’에게특권을몰아주면서‘용’이되지못한이들의열패감과억울함을동력으로삼는체제는이미한계에다다랐다.1%도되지않는‘개천의용’을향한질주때문에99%의삶이피폐해지는사회는정당하지않고생산적이지도않다.용이되지않아도행복할수있는사회로전환하기위해서는능력주의이데올로기에대한근본적성찰이필요하다.…능력주의의대안은곧불평등의대안이다.그것은불공정이아닌불평등자체를새삼환기하여시민적관심사로돌려놓는일이다.이는정치,민주주의의문제로수렴한다.불평등이라는문제의어마어마한크기와질량을생각하면그대안역시거대해지는것은필연적이다.어떤대안은황당무계한몽상으로느껴질수있다.그러나더나은세계를향한몽상은포기되는대신구체화되어야한다.격차와불평등을동력삼아모두가전쟁처럼살아야하는사회는정의롭지도,행복하지도,효율적이지도않다.이런가망없는짓은이제그만두자.그리고진정정의로운사회,더나은민주주의를향한여정을시작하자.”이책이일관되게말하고자하는메시지이다.

<책속에서>
세상에는1루를밟지못한사람,아예야구경기에초대받지못한사람도적지않다.어떤이들은뛰어난재능을가졌어도불우한가정형편때문에대학교입학은꿈도꾸지못한다.심지어사회적성취를위한‘노력’자체를어떻게해야할지모르는사람도많다.
-14쪽

한국인들대다수는추천제나기부금입학제도를혐오하며,같은문제를풀어‘전국1등부터꼴찌까지’분명히가려져야공정하다고생각한다.제도와문화역시그렇게형성되어왔다.
-79쪽

대학을다니거나졸업한많은사람들이평생에걸쳐열패감과좌절감에시달린다.능력이있음에도그만큼대우받지못한다는생각에좌절감을느끼기도하지만,능력이없어서좋은대학,좋은과를가지못했기에열악한처우를감내할수밖에없다고체념하기도한다.
-82쪽

한국의고시제도하에서는거의필연적으로,평범한국민들을무시하고민주주의를냉소하는엘리트가양산될수밖에없다.한마디로고시는과소한민주주의교육이과도한능력주의신화와결합할때어떤‘괴물’이만들어지는지를보여준거대한사회실험이었다.
-121쪽

시험성적이좋지않다는이유로,좋은대학출신이아니란이유로,비정규직이라는이유로한국인들은아무렇지않게타인을향해차별,비하,멸시적발언을내뱉는다.환경미화원,아파트경비노동자들은본인눈앞에서“공부안하면저렇게된다”며제자식을훈계하는주민들을수시로마주친다.
-135쪽

한국은근대화이후백년이넘는기간동안시험성적으로사람을서열화하고차별하는것이당연시되는사회였고현재도여전히그렇다.많은사람들이어렸을때부터이런서열체계를통해정체성을형성하게된다.타인이그서열체계를이유로자신을무시하는것에분노하면서도획일적인기준으로한인간의삶전체를줄세우는서열체계자체가문제라는생각을좀처럼하지못한다.‘억울하면출세하라’는논리앞에약자들에게는대항논리가없었다.
-175쪽

결론만말하면,한국은놀라운수치를기록했다.소득불평등에대한압도적찬성이다.다른나라와너무차이가커서데이터세트원본을몇번이나확인했을정도다.6차세계가치관조사(2010~2014년)결과중에서,한국을포함한6개국을살펴보자.중국은평등52.7%,불평등25.8%로평등쪽이높았다.일본은평등28.6%,불평등25.1%로양쪽이
비슷했으나평등이조금더높았다.서유럽사회민주주의국가의대표주자인독일은평등57.7%,불평등14.6%였다.북유럽복지국가모델의상징스웨덴은평등42.7%,불평등30.6%였다.미국은능력주의와‘아메리칸드림’의나라답게평등에찬성한비율보다불평등에찬성한비율이높게나왔다.평등29.6%,불평등은36.2%다.그럼한국은?한국의경우평등에찬성한비율은23.5%였고불평등에찬성한비율은58.7%였다.최근조사인7차자료(2017~2020)는더경이로운수치를보여준다.한국인의64.8%가불평등에찬성했고,12.4%만평등에찬성했다.
-176쪽

조국사태,미국입시비리,그리고인류의역사를통해알수있는사실은특권이강할수록부패가기승을부린다는점이다.특권과부패는정비례하며특권이클수록능력주의도강해진다.요컨대특권,부패,능력주의는붙어다닌다.특권을그대로둔채특권을둘러싼부패와불공정에분노하는것은,음식을한곳에쌓아두고벌레가꼬인다고역정내는짓이나다름없다.
-208쪽

비유컨대능력주의는‘화석연료’다.한때그것은성장의필수연료로각광받았지만,오늘날막대한사회적비용을발생시키는족쇄가되었다.현장역량보다학업성적위주인각종공채시험제도,소선거구제등승자독식적인정치제도,제왕적대통령제,엘리트의부정부패와선민의식,‘재벌’에대한특혜,정규직과비정규직이극단적으로분절된노동및고용체제등사회전영역에격차와특권을당연시하는제도와문화가만연해있다.
-302쪽

어떤대안은황당무계한몽상으로느껴질수있다.그러나더나은세계를향한몽상은포기되는대신구체화되어야한다.격차와불평등을동력삼아모두가전쟁처럼살아야하는사회는정의롭지도,행복하지도,효율적이지도않다.이런가망없는짓은이제그만두자.
-30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