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벌이는 왜 고단한가? : 아리스토텔레스부터 한나 아렌트까지, 철학자들이 이야기하는 일과 노동

밥벌이는 왜 고단한가? : 아리스토텔레스부터 한나 아렌트까지, 철학자들이 이야기하는 일과 노동

$20.00
Description
일과 노동이 그저 괴롭기만 한 이유
‘내가 하는 일이 과연 가치가 있을까?’라는 근원적 물음에 관한 철학적 답변
고대의 ‘형벌’에서 중세의 ‘구원’, 현대의 ‘소외’까지 노동의 역사적 변천 짚어
기술혁신, 노동에 대한 멸시 등 현 상황을 객관화하고 현재적 의미 물어
고대 세계에서 노동은 신이 내린 형벌이었으며, 그리스에서는 ‘노동’과 ‘일’이 단지 생활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행위였을 뿐 가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노동에 대한 경시는 중세를 거치며 점차 완화되었지만, 신체를 사용하는 노동이 괴롭고 피하고 싶은 것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오늘날에도 노동은 고단하며, 많은 사람들이 ‘내가 하는 일이 과연 가치 있을까?’ 반문하고는 한다.
이 책은 인류의 탄생부터 AI 시대까지 아리스토텔레스, 루터, 칼뱅, 애덤 스미스, 루소, 칸트, 헤겔, 마르크스, 니체, 하이데거, 한나 아렌트, 시몬 베유, 이반 일리치 등 철학자들의 생각을 통해 ‘노동의 고통’의 이유를 묻는다.

저자

나카야마겐

저자:나카야마겐中山元
1949년도쿄출생의번역가이자사상사연구자이다.주로서양철학·사회과학의고전들을번역하며저술활동을이어오고있다.《아렌트입문》,《프로이트입문》,《자유의철학자칸트》등을집필했으며루소,칸트,마르크스,프로이트,베버,하이데거,아렌트,푸코등의저술을일본어로옮겼다.한국에는《사고의용어사전》,《현자와목자》가번역출간되어있다.철학사이트‘폴리로고스’(http://polylogos.org/)를운영중이다.

역자:최연희
대학을졸업한후여러출판사에서편집및기획일을해왔다.옮긴책으로《중국요리의세계사》(공역),《사회사상의역사》,《전쟁과농업》,《성경읽는법》,《자급을다시생각한다》(공역),《거장들의녹음현장》등이있다.제4회롯데출판문화대상공로상(출판외길부문)을수상했다.

역자:정이찬
말이새옷을입는모습에이끌려출판번역에뛰어들었다.옮긴책으로《중국요리의세계사》(공역)가있다.

목차

서문:일이라는행위의분류에관하여

1장인간의원초적노동
원초적노동_루소의‘자연인’|구석기시대의노동과예술|신석기시대의노동

2장고대의노동관
고대의사회구조|고대그리스의행위와노동|히브리사회와노동_성서와노동

3장중세의노동관
수도원과노동|새로운전개

4장종교개혁과노동근대에일어난노동관의변혁①
도입:근대노동사상의여러측면|종교개혁과노동|노동의성화|노동주체의구축

5장경제학의탄생근대에일어난노동관의변혁②
중상주의와중농주의의노동론|애덤스미스의등장

6장근대철학속의노동
홉스의첫걸음|로크의공헌_노동이만들어낸소유|흄이불러온변화_‘묵약’을통한사회의형성|루소의노동론_노동이낳은불평등과법·사회의관계|칸트의노동과놀이|헤겔의노동론

7장마르크스와엥겔스의노동론
노동의의미|마르크스의노동가치설_노동과정론|노동이낳는소외

8장노동의기쁨
프랑스혁명과산업가계급의이론|오언의유토피아|샤를푸리에와노동의기쁨|노동의기쁨을말하는철학

9장게으름에대한찬가와노동의비참함
게으름에대한찬가|시몬베유의노동론|현대의노동시스템과그변천

10장노동론비판의여러관점
니체의노동비판|프로이트의응용|하이데거의기술론|계몽의변증법_인간의내적자연의부정|생산지상주의의한계_생산의거울

11장세계화시대의노동
그림자노동|감정노동|AI시대의노동

끝마치며
후기를대신하여

옮긴이후기

출판사 서평

일,노동,활동

책은서두에서철학자한나아렌트의‘일,노동,활동’의세개념을소개한다.이세구분은고대그리스의도시국가인폴리스의사회상을반영하는데,아렌트에따르면‘노동’은생명을유지하기위한고된행위이자개인적행위로간주된다.반면‘일’은개인의능력을발휘해사회에뭔가(작품과도구등)를남기는행위로서반쯤은공적인성격을가진다.‘활동’은공적인장에서자신의사상과행동의독자성을발휘하는행위로서노동과일과는명확히구별된다.고대그리스의철학자아리스토텔레스는노동과일을가벼이여기고활동은고귀한것처럼간주했지만,아렌트는경중을가리지않았다.
이를현재적의미로해석하면,“일하면서우리는생존을유지한다는‘노동’의측면을실현한다.또‘일’을통해세상에어떠한성과를남기기도하며,타자에게자신의힘을내보이고타자의평가를획득하는‘활동’의측면도실현한다.그리고우리는‘노동’과‘일’이라는두행위를통해자아실현의기쁨을맛”보기도한다.
이렇듯현대를살아가는다수는어떤식으로든일을하지않을수없다.근대이후의자본주의사회만큼“일하지않는자는먹지도말라”라는말이잘들어맞는사회는없을것이다.성년이되어독립적으로생계를꾸리고자하는시점부터어떤식으로든사회안에서신체를사용해노동하고,급여나보수라는형태로경제적대가를획득할필요에직면한다.

노동의가치

고대그리스의자유시민은신체를사용하는노동은노예나직인에게떠맡긴채,폴리스에서의공적활동을통해자신의뛰어난능력을발휘하는데서삶의목적을찾았다.아리스토텔레스가말했듯인간은“폴리스적동물”이며,폴리스에서공적활동에종사하는것이야말로인간의진가를발휘하는길이었다.
그런데현대자본주의사회에서는본래공적활동이었던정치조차보수를얻기위한경제행위라는측면을갖는다.한국의정치가들처럼말이다.막스베버가갈파했듯이오늘날“정치에의존해서살아가는직업정치가는순수한‘봉록자’이거나유급‘관료’”이다.귀족처럼노동할필요가없는사람들만이아니라,일반대중가운데서도정치가가등장할때면그정치가는정치활동으로생계수단을확보하지않을수없다.이렇듯현대의모든활동은노동이자일이다.
이처럼노동자체에가치가있다는생각이자본주의사회에서평판을얻기시작했다.애덤스미스는상품의가치가기본적으로인간의노동에서비롯된다고보았다.칸트는노동이비록고통스러운것일지언정인간이역사를추동해나가기위해서는불가결하다고했으며,헤겔은인간은노동을통해비로소인간다운존재가될수있다고생각했다.
노동가치설을명확한이론으로확립한사람은마르크스였다.한편마르크스는고도의자본주의사회에서는기계에의해생산이조직화됨에따라,생산수단을소유하지못함에따라인간의노동이소외될수밖에없다는사실도함께보여주었다.
스스로혹독한공장노동을경험한시몬베유는노동과정에서상급자의명령에복종할수밖에없는‘신체적’굴복뿐만이아니라상급자의호의를사기위해‘정신적’굴복도거부할수없다고주장했다.

자연파괴의일부라는노동

이렇듯노동에가치를부여하는한편,이를거부하는입장도나타나기시작했다.책에서는노동비판의관점이크게세가지성격을띠고있다고전한다.
첫째,노동이착취이자잉여가치의수탈일수밖에없는상황을비판하는관점이다.이관점은마르크스주의에서비롯되었으며,사회주의적혁명운동에서는극심한소외속에서인간성을완전히박탈당한프롤레타리아트가혁명을일으켜부르주아지를타파하고소외없는노동을실현한다는목표가수립되었다.
둘째,노동이라는행위에포함된인간과자연의관계에주목하는관점이있다.하이데거에따르면,인간의노동은자연을가공하는행위이다.근대적기술을사용하는노동은“징발이라는의미에서자연을몰아”대며,자연은인간앞에세워져야하는대상,인간에게쓸모를제공하는대상이되었다.인간의노동은본디인간이그일부였던자연을인간앞에세워징발하고,이용하고,낭비하는일이된것이다.이렇게해서인간이자연과대립하고자신을위해자연을이용하는존재가되었으며노동은자연을,즉인간이살아가야할터전을파괴하는행위로나아가게되었다.살기위한노동이삶자체를파괴할수있다는사실이주목받기시작한것이다.

임금없는노동과감정노동

마지막으로노동이인간의삶그자체를파괴하는경향에주목하는관점이있다.예컨대감정노동은인간이본래자기안에갖고있던감정의작용을저해하고,남용하고,상품화하는것을그본질로한다.감정노동에종사하는사람들은자신의감정을애써억누르고,가면을씌우고,다른사람을위해쓰도록강요받는다.이로써인간은자신의감정에상처를입힌다.
과거에노동은인간활동의극히일부를차지할뿐이었지만,현대사회에서는거의모든활동이노동으로여겨져,이전까지는노동이아니었던활동도노동으로서보상이요구된다.예컨대이반일리치는임금이지급되지않는노동으로서남자들의임금노동을가능케하기위한노동,즉임금노동을보완하는여성의‘그림자노동’을지적했다.
이렇듯오늘날노동은인간행위의한측면이라기보다는,인간의거의모든활동에서찾아볼수있는행위가되었다.그리고노동의가치와반反가치는누구에게나훤히드러나있다.우리는제몸으로노동의의미를살아내지않으면안되는까닭이다.이책을통해“노동관의변천을더듬어봄으로써우리는우리가처한상황을객관화해바라보고,노동에서느끼는부조리함이나위화감을설명할언어를얻을수도있을것이다.”(옮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