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탈의 관습 (최기훈 시집)

비탈의 관습 (최기훈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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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제 몸의 커피를 모두 비우지도 못한 채 급작스레 탁자 위에 올려진 종이컵은 그러나, 당황하지 않았다. 빠른 상황 대처의 능력은 포스트모던 시대를 건너가는 필수 요건이다.
실눈만큼 남아 있는 바닥 커피의 부끄러움쯤은 짐짓 모른 척, 서둘러 다리를 꼬며 발끝에 놓여져 있는 선생의 「페이퍼」를 곁눈질로 쳐다보았다. 비껴보는 눈빛이 갖춰야 할 매력 포인트의 각도를 이미 알고 있는 듯 종이컵은 일관된 각도를 유지한 채 아래로 눈빛을 던지고 있었다.
“종이컵 금지.”
환경을 생각하는 젊은 학생들이 모이는 해당 대학 학생회관 회의실 입구에 크게 붙어있는 문구 따위는 탁자 위에 내쳐진 종이컵이 신경 쓸 일이 아니다.

들어가는 詩
기차와 섬
기차는
섬이 그립다
기차는 오늘도
산을 돌아 강 건너
자꾸자꾸 소매 잡는 논밭도 뿌리치고
섬으로 간다
섬은 가만히 있다
기차는
섬으로 간다
끝끝내 섬으로 간다
절망하지 않고 섬으로 간다
섬은 가만히 있다
기차는,
섬에 가지 못한다
섬은 아직 기다리고 있다
저자

최기훈

서울에서태어났다.

오랜시절詩를앓아왔다.

중앙및지방문예지와,
신문사「신춘문예」최종심에서만
여러번보류되었다.
어느날,선생님앞에서

깜짝거리며
기다리는짓이지겨워졌다.
그만하기로했다.

오늘도,그는
단지

시를쓴다.

목차

들어가는시:기차와섬/5

1부
교차로/11
닫힌문/12
4분음표로/13
시계/14
비/16
비,온후/18
프로페셔널professional/20
이,지독한말하나/22
치과에갔다-「코로나19」의나날/24
사랑을할때에는-시동배터리/27
까만나비/28
못-家具의변(辯)/30
지리산-고사목(枯死木)지대/32
햇살의증세/34
아침먹자/36
친구사이/38
꿈꾸는거울/40
야생의힘-아들에게/42
종이컵을보는방법-묘사연습/44

2부
심판審判-매미/49
피아노소리/50
남자의일생/52
빌려쓰는몸/54
아우에게-태어나지못한그대/56
떠난다는것/58
문/60
바다/62
바다를위한변명/64
주꾸미를먹는날-주꾸미라고쓴뒤“쭈꾸미”로읽는다./66
내각內閣/68
근황近況-예수씨의일상/70
포스트모던的으로/73
좀비/76
섬/79
여자는못꼬시고/80
강-1/82
강-2/84
강-3/86
빨래를내다널었다/88
지도공부/90

3부
모래알한줌/95
풍속도風俗圖/96
인부人夫/98
소묘素描/100
공룡恐龍/102
도축장屠畜場이있는마을/104
미화원정씨/105
리콜recall/106
도서관과골방을전전하며
理論을외운뒤,그는지금/108
여름날/110
소나기/112
신발한짝/113
앞니두개/114
묵화墨畵/116
별빛보다작은손/117
가족/118
70년대풍으로/120
우편수취함을위해서쓴詩/122
우체통을찾아서-1/124
가로등이있는언덕/125
우체통을찾아서-2/126
이장移葬/128
봄과는상관없이/130
진실이거나,혹은풍문이거나-名詞/132
나가는시:詩에게/1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