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제 몸의 커피를 모두 비우지도 못한 채 급작스레 탁자 위에 올려진 종이컵은 그러나, 당황하지 않았다. 빠른 상황 대처의 능력은 포스트모던 시대를 건너가는 필수 요건이다.
실눈만큼 남아 있는 바닥 커피의 부끄러움쯤은 짐짓 모른 척, 서둘러 다리를 꼬며 발끝에 놓여져 있는 선생의 「페이퍼」를 곁눈질로 쳐다보았다. 비껴보는 눈빛이 갖춰야 할 매력 포인트의 각도를 이미 알고 있는 듯 종이컵은 일관된 각도를 유지한 채 아래로 눈빛을 던지고 있었다.
“종이컵 금지.”
환경을 생각하는 젊은 학생들이 모이는 해당 대학 학생회관 회의실 입구에 크게 붙어있는 문구 따위는 탁자 위에 내쳐진 종이컵이 신경 쓸 일이 아니다.
들어가는 詩
기차와 섬
기차는
섬이 그립다
기차는 오늘도
산을 돌아 강 건너
자꾸자꾸 소매 잡는 논밭도 뿌리치고
섬으로 간다
섬은 가만히 있다
기차는
섬으로 간다
끝끝내 섬으로 간다
절망하지 않고 섬으로 간다
섬은 가만히 있다
기차는,
섬에 가지 못한다
섬은 아직 기다리고 있다
실눈만큼 남아 있는 바닥 커피의 부끄러움쯤은 짐짓 모른 척, 서둘러 다리를 꼬며 발끝에 놓여져 있는 선생의 「페이퍼」를 곁눈질로 쳐다보았다. 비껴보는 눈빛이 갖춰야 할 매력 포인트의 각도를 이미 알고 있는 듯 종이컵은 일관된 각도를 유지한 채 아래로 눈빛을 던지고 있었다.
“종이컵 금지.”
환경을 생각하는 젊은 학생들이 모이는 해당 대학 학생회관 회의실 입구에 크게 붙어있는 문구 따위는 탁자 위에 내쳐진 종이컵이 신경 쓸 일이 아니다.
들어가는 詩
기차와 섬
기차는
섬이 그립다
기차는 오늘도
산을 돌아 강 건너
자꾸자꾸 소매 잡는 논밭도 뿌리치고
섬으로 간다
섬은 가만히 있다
기차는
섬으로 간다
끝끝내 섬으로 간다
절망하지 않고 섬으로 간다
섬은 가만히 있다
기차는,
섬에 가지 못한다
섬은 아직 기다리고 있다
비탈의 관습 (최기훈 시집)
$1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