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과 함께 읽는 메밀꽃 필 무렵 / 사평역 외

해설과 함께 읽는 메밀꽃 필 무렵 / 사평역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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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메밀꽃 필 무렵/사평역 외』은 한국 대표 단편선 시리즈 중 여섯 번째 작품집이다. 서연비람 한국 대표 단편선은 매 작품마다 평론가 전도현 선생님의 친절하고 깊이 있는 해설을 덧붙였다. ‘작가 소개’, ‘작품 해설’, ‘선생님이 들려주는 그 시절 이야기’와 ‘뜻풀이’를 곁들여 청소년들이 작품을 쉽게 감상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였다.
저자

전도현엮음

고려대학교에서국어국문학을공부하였으며,동대학원에서박사학위를받았다.1997년세계일보신춘문예평론부분에당선되어비평활동을시작하였다.현재고려대학교와광운대학교에출강하고있다.평론집으로『시간의형상』이있고,함께엮은책으로『남북한현대문학사』,『영화속의혹은영화곁의문학』,『한국현대시문학사』,『백석시읽기의즐거움』,『한국근현대학교간행물연구Ⅰ?Ⅱ』등이있다.

목차

이책을추천하며·5
책머리에·8

시공간적배경의상징적의미
서울,1964년겨울|김승옥 15
메밀꽃필무렵|이효석 61

소외된인물들에대한연민의시선
복덕방|이태준 91
달밤|이태준 127

암울한시대와민중들의힘겨운삶
사평역|임철우 155
모래톱이야기|김정한 213

출판사 서평

책속으로

이상의줄거리가보여주듯,이소설은세사람이선술집에서우연히만나하룻밤을함께지내는이야기를담고있다.그중한사람이자살로생을마감하는결말을보이지만,이야기는비극적이라기보다는씁쓸한풍경으로다가온다.그것은세인물의만남이철저히고립되고단절된인간관계를보여주기때문이다.
등장인물들은‘김’,‘안’,‘사내’등과같은호칭으로만불린다.이름과정체성이분명하게드러나지않는이같은호칭은현대도시를살아가는개인들이비개성적이고익명적인존재임을암시한다.이처럼익명화된존재들은파편화되고고립되어있으며,이들사이의진정한만남이나교감은이루어지기어렵다.
인물들의대화와행동들이이를잘보여준다.‘나’와‘안’은서로이야기를나누지만진심을표현하지않으며,무의미하거나개인적인자의식을드러내는사소한말들을주고받을뿐이다.그리고외판원사내와동행하면서그의사연과고뇌를알고는부담스러워하며떠나고싶어한다.사내의간청에의해여관에투숙했을때도그의자살을짐작하면서도외면하고,다음날아침에는여관을도망쳐나와헤어진다.
작가는이같은인물들의만남과헤어짐의과정을냉정하고건조한문체로묘사하여,인간적유대를상실한도시적삶의황폐함과소외의식을인상깊게부각하고있다.이런점으로인해이소설은산업화와도시화에접어든60년대우리사회의풍경을날카롭게포착한작품으로높이평가받고있다.-19쪽

허생원은오늘밤도또그이야기를끄집어내려는것이다.조선달은친구가된이래귀에못이박히도록들어왔다.그렇다고싫증을낼수도없었으나허생원은시침을떼고되풀이할대로는되풀이하고야말았다.
“달밤에는그런이야기가격에맞거든.”
조선달편을바라는보았으나물론미안해서가아니라달빛에감동하여서였다.이지러는졌으나보름을갓지난달은부드러운빛을흐붓이흘리고있다.대화까지는팔십리의밤길,고개를둘이나넘고개울을하나건너고벌판과산길을걸어야된다.길은지금긴산허리에걸려있다.밤중을지난무렵인지죽은듯이고요한속에서짐승같은달의숨소리가손에잡힐듯이들리며,콩포기와옥수수잎새가한층달에푸르게젖었다.산허리는온통메밀밭이어서피기시작한꽃이소금을뿌린듯이흐붓한달빛에숨이막힐지경이다.붉은대궁이향기같이애잔하고,나귀들의걸음도시원하다.길이좁은까닭에세사람은나귀를타고외줄로늘어섰다.방울소리가시원스럽게딸랑딸랑메밀밭께로흘러간다.앞장선허생원의이야기소리는꽁무니에선동이에게는확적히는안들렸으나,그는그대로개운한제멋에적적하지는않았다.-74~75쪽

광복후의작품들은이념적전환과함께큰변화를보였다.자전적성격의소설「해방전후」에서그는광복전후의현실을배경으로좌파이념을선택해간과정을그렸다.한국전쟁무렵에는작품집『첫전투』와『고향길』을발표하였는데,수록작들이이념적성향과목적의식을노골적으로드러내며예술적성과를보여주지는못하였다.
이태준은등단이후한국전쟁무렵까지30여년동안많은단편과중장편을함께남겼다.그중에서도그의문학적특성과성취는단편소설에서두드러졌다.
그의단편에서돋보이는것은주제보다는예술적기교와형식미였다.당대가장아름다운산문을쓰는미문가로꼽혔던그는특유의운치있고세련된문체를구사하며,짜임새있는구성과개성적인인물묘사로서정성짙은작품들을선보였다.이처럼높은형식적완성도와예술적정취를보여주는작품세계로인해,그는우리나라의대표적인단편소설작가로평가받고있다.-93쪽

서연 :선생님말씀을듣고보니,서참의가예전에알던젊은무관이야기가떠올라요.‘김참의’라고학식과재기를지닌사람이었는데,지금은가마니나폐지,유리병등을수집하고다니잖아요?촉망받던젊은무관이그런지경에까지떨어진건나라가망했기때문이겠죠.서참의도마찬가지고요.작가는그런상황들을암시하기위해서작품속에이에피소드를끼워넣은거고요.
선생님:그래,맞아.그리고안초시의부동산투기와자살사건도비슷한관점에서이해할수있겠지.사람들은정상적인방법으로절망적인현실의출구를찾을수없을때,흔히일확천금의유혹에빠지지않니?금광찾기나도박,투기같은거말이다.-12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