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봉준 (지지 않는 녹두꽃)

전봉준 (지지 않는 녹두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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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전봉준에 대한 전기와 평전, 연구 논문이 꾸준히 출판되고 전봉준과 동학농민혁명에 대한 드라마가 방영되는 등 그에 대한 평가가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다. 동학농민혁명은 우리나라 최초의 전국 규모 봉기였다. 단 한 장의 사진으로 남은 그의 형형한 눈빛은 지금도 정의와 평등을 외치는 각종 모임에서 이 나라 국민들을 지켜보고 있다. 그의 정신은 여전히 살아 숨 쉬며 우리의 정신을 이끌고 있다.
저자

송재찬

저자:송재찬
제주도출생.
서울교육대학교졸업.
1976년동아일보신춘문예동화「찬란한믿음」당선.
작품집에『무서운학교무서운아이들』,『돌아온진돗개백구』,『주인없는구두가게』,『노래하며우는새』,『이세상이아름다운까닭』,『하얀야생마』,『아버지가숨어사는푸른기와집』,『나는독수리솔롱고스』,『비밀족보』,『우리다시만날때』,『네잎클로버』,『제비야날아라』등이있음.
세종아동문학상,이주홍아동문학상,소천문학상,방정환문학상등수상.

목차

머리말

1.작지만당찬아이녹두
2.흔들리는나라울부짖는백성
3.녹두장군,화려한비상
4.사발통문
5.고부의횃불
6.일어나면백산앉으면죽산
7.첫승전보황토재전투
8.총알먹는장태,황룡강전투
9.전주성을점령하다
10.집강소,지방자치의첫걸음
11.척왜(斥倭)의깃발을든농민군
12.공주에서우금치까지
13.믿는도끼에발등을찍히다

소설전봉준해설
전봉준연보
소설전봉준을전후한한국사연표
참고문헌

출판사 서평

책속으로

청년전봉준은나라의운명이위태롭다는것을벌써느끼고있었다.조정벼슬아치들은수구니,개화니하고싸우고백성들은벼슬아치들의등쌀에견디기힘들어그들을향한원망이하늘을찌르고있었다.누가건드리기만하면터질것같은종기처럼백성들은불만을가슴가득안고하루하루버티고있었다.
벼슬아치들이함부로백성을괴롭히는것은정권을잡고있는명성황후민씨와그척족세력의부정부패때문이었다.권력의요직도과거시험도모두이들손에달려있었다.돈으로벼슬을사기도하지만돈있는사람을찾아억지로벼슬을떠안기고돈을갈취하는일도마다하지않았다.
-24~25쪽

전봉준은그즈음동학에대해자주생각했다.나라에서탄압하는동학이지만이제는나라도어쩌지못할정도의큰세력으로자라있었다.그와친분이있는손화중ㆍ김개남같은인물들이이미동학에깊숙이간여하며지역책임자인접주로활동하고있었다.
동학은1860년에최제우가어려움에부닥쳐있는나라와백성을구하겠다는큰뜻으로창건한민족종교이다.인내천(人乃天),사람이곧하늘이기때문에어느누구도멸시와차별을받으면안된다.모든사람이사람답게사는새로운세상을세우자는이념은억압받고차별받으며사는사람들에게큰환영을받았다.나라에서금지하는동학이지만동학은온나라에회오리처럼번져나갔다.
-31~32쪽

사람들이구름떼처럼몰려들었다.농사짓던차림으로여러명떼지어들어오기도했지만,글깨나한것같은선비도들어왔다.옷차림을제법갖춘사람도있었으나대개는머리에수건을질근묶은농부들이대부분이었다.지팡이에몸을의지해서먼길을걸어온노약자도보이고몽둥이며칼을숨겨온사람,사냥으로이름을떨치던포수도있었다.저잣거리를기웃거리며온갖말썽을부리던무뢰배도섞여들어왔다.그모양은가지가지였으나마음만은하나였다.
‘나도동학모임에들어가서사람대접을받고싶다.동학에들어가서그런세상을만드는데일조하고싶다.’
모두이런마음으로모여든사람이었다.
-41쪽

“어디그뿐이우?제아버지송덕비세운다고있는집,없는집할것없이돈을걷어갔잖아.”
“맞아그생각하면치가떨려공덕비는무슨공덕비야.그에비에그자식이지.지가뭐잘했다고공덕비야?”
“그때걷어간돈이1천냥이된답디다.”
사람들은대동미의착복에대해서도성토했다.대동미는나라에바치는세금을쌀로걷어가는것을말하는데농민들에게걷어갈때는좋은쌀로받고나라에바칠때는나쁜쌀을바치고그남은돈을슬쩍한것이다.
“암튼대단한탐관오리요.돈모으는데는머리가팽팽돌아간다니까.”
“그냥두어서는안돼요.”
“맞아요.전창혁어른을죽인그놈을그냥두어선안됩니다.”
조병갑을몰아내야한다는여론은물끓듯했다.누가선동한것도아닌데고부사람들의마음은자연스럽게하나로뭉쳐졌다.
날씨는점점추워졌다.그러나조병갑을몰아내야한다는사람들의열기는사그라지지않았다.
-53-54쪽

“여러분!고맙습니다.”
타오르는횃불을높이들고전봉준이모습을드러냈다.
“와녹두장군이다!”
“전봉준장군이다!”
사람들은큰함성으로전봉준을맞았다.
“이제우리의뭉친힘을보여줄때가왔습니다.”
전봉준은힘없는백성의고통을나몰라라하는조정과벼슬아치들,조병갑의잘못을낱낱이늘어놓았다.사람들은박수를보내며호응했다.마침내전봉준의입에서기다리던말이터져나왔다.
“우리는참을만큼참았습니다.이제우리힘으로조병갑을몰아내야하지않겠습니까?”
사람들은우레와같은함성과박수로자신들의마음을표현했다.
“당장쳐들어갑시다.”
“우리에게서불법으로걷어간것을찾아옵시다.”
사람들은죽창으로땅을치기도하고주먹으로허공을치기도하며소리쳤다.그들은어제의농부가아니었다.전봉준의뜨거운마음이농기구와죽창을든사람들의마음으로도흘러가말목장터에모인사람들의마음을뜨겁게했다.어느새그들은군대가되어있었다.농민군이다.
“갑시다!”
“가요!조병갑을끌어내려요!”

-65-66쪽
술에취하고잠에취해있던감영군은맥없이쓰러졌다.농민군은위에서내려오며공격했고밑으로도망가는감영군을향해밑에서도공격하며올라왔다.감영군은완전히포위되어있었다.
농민군은계속공격하며한쪽길만터주었다.보부상으로가장하고관군속에섞여있던농민군들이소리쳤다.
“우리가치고올라갑시다.”
“좋아요.갑시다.”
같이맞장구를치며위로올라가자고부추겼다.위로올라가자갑자기산위에숨어있던농민군들이일제히일어나공격했다.으악!으악!으악!…….날이밝았다.아수라장이된전쟁터모습이눈에보이기시작했다.
“흰옷입은향군은쫓지말라!억지로끌려온죄없는백성이다!”
검은옷을입은감영군과등에붉은도장이찍힌보부상들만추격해전멸시켰다.
“만세우리가이겼다!전봉준장군만세!”
논에도감영군의시체가즐비하게널브러져있었다.
“막사에는군량미가400석이나있습니다.”
“대포가하나,소총600자루가우리것이되었습니다.”
“칼도아주많이모아놓았습니다.”
농민군들은신이나서전봉준에게보고했다.
“무기는잘정리하고손봐서우리가쓰고식량은마을사람들에게나누어주면좋겠소.”
쌀을받은주변마을사람들은크게기뻐하며만세를불렀다.
-103~104쪽-

전봉준은마침내결심했다.2차봉기를준비하는장소로생각한삼례로떠나는것.그의측근들이묵묵히그뒤를따랐다.청을물리친일본을생각하면마음이무거웠다.
‘지난번봉기가백성들을괴롭힌벼슬아치들을몰아내기위한싸움이었다면이번봉기는조선을삼키려는일본과싸움이다.목숨을다해왜놈들을이땅에서몰아내야한다.일본을물리치지않으면우리민족의앞날은더욱암울하다.’
전봉준도그측근들도모두같은생각을하며삼례로가고있었다.
삼례.만경평야끝자락에자리잡고있는충청도와전라도를잇는교통의중심지이면서1892년에는교조최재우의억울함을풀어달라고집회를열기도했던고장으로농민군에겐낯익은장소였다.
전봉준은삼례,양반다리부근에대기하면서각지방으로파발마를띄웠다.각지방의농민군은속속도착했다.전주,고창,김제,남원,금구,영광,무장등지의농민군은기다렸다는듯이밀려왔다.1차봉기때보다훨씬많은농민군이모였다.무기도지난번보다더많았다.집강소활동을통해그지역의무기고를손쉽게열수있었기때문이다.집강소에서보낸양곡과무기,화약같은걸실은우마차가속속삼례로집결했다.
140~14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