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윤 교수와 함께 읽는 허생전/양반전 - 서연비람 고전 문학 전집 5

최성윤 교수와 함께 읽는 허생전/양반전 - 서연비람 고전 문학 전집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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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박지원

저자:박지원(1737~1805)
호는연암이며조선후기의문신,실학자이다.청나라의선진문물을배우고실천하려고하였던북학운동의선두주자였으며많은문장을후세에남긴작가이기도하다.서울에서출생하여자랐으며,할아버지는지돈녕부사(知敦寧府事)박필균(朴弼均)이고,아버지는박사유(朴師愈)이며,어머니는함평이씨이다.아버지가벼슬없는선비로지냈기때문에할아버지박필균이양육하였다.1765년처음과거에응시하였으나뜻을이루지못하자이후로는과거나벼슬에뜻을두지않고오직학문과저술에만전념하였다.박제가(朴齊家),이서구(李書九),서상수(徐常修),유득공(柳得恭),유금(柳琴)등과학문적으로깊은교유를가졌다.홍대용(洪大容),이덕무(李德懋),정철조(鄭喆祚)등과‘이용후생에대해자주토론하였다.생활이어려워지고파벌싸움의여파까지겹쳐황해도금천의연암협으로은거하였다.1780년(정조4년)친척인박명원(朴明源)이사신으로북경에가게되자수행원이되어6월부터10월까지북경과열하를여행하고돌아왔다.이때의견문을정리해쓴책이「열하일기(熱河日記)」이다.저서로는『열하일기(熱河日記)』,작품으로는「허생전(許生傳)」,「민옹전(閔翁傳)」,「광문자전(廣文者傳)」,「양반전(兩班傳)」,「역학대도전(易學大盜傳)」,「봉산학자전(鳳山學者傳)」등이있다.

엮음:최성윤
고려대학교에서국어국문학을공부하고,문학박사학위를받았다.1995년문화일보추계문예공모시부문에당선되었다.고려대학교민족문화연구원연구교수및상지대학교교양대학조교수등을역임하였다.
현재는고려대학교와군산대학교에서문학을강의하고있다.저서로는『계몽과통속의소설사』가있으며공저로는『김유정의귀환』,『한국학사전의편찬의현황』,『김유정과동시대문학연구』,『군산의근대풍경:역사와문화』등이있다.

목차

책머리에
『허생전/양반전』를읽기전에

허생전
옥갑야화하나,배은망덕한역관의최후
옥갑야화둘,역관의은혜에보답한여인
옥갑야화셋,옛주인의손자를거둔임씨
옥갑야화넷,역관변승업이재산을흩어버린이유
옥갑야화다섯,허생전
옥갑야화여섯,조감사가만난중들
「허생전」을쓰고나서

「허생전」꼼꼼히읽기

호질
우연히읽게된재미있는이야기
선비라는고기
과부의방을찾아간선비
범의꾸중
뒷이야기

「호질」꼼꼼히읽기

양반전
양반사고팔기
양반이이런거라면

「양반전」꼼꼼히읽기

이름없는사람들을기리는이야기
광문자전
예덕선생전
민옹전
김신선전
마장전
열녀함양박씨전

해설박지원과그의작품세계에대하여

출판사 서평

책속에서

삼십년전쯤에있었던일이라네요.빈털터리나다름없이북경에갔던한역관이있었답니다.그는조선으로귀국할무렵이되자단골가게주인을찾아갔습니다.그런데작별인사를하면서몹시서럽게눈물을흘렸다지요.단골가게주인은이상하게생각하여왜그러느냐고까닭을물었습니다.역관은가슴을치는시늉을해가며하소연을늘어놓았습니다.
“압록강을건널적에남이부탁한은을몰래숨겨갖고오다가그만들켰지뭡니까.그바람에제몫까지관청에모조리빼앗기고말았습니다.이제빈손으로돌아가면무얼먹고살지막막하기짝이없습니다.차라리돌아가지않고여기서죽는게낫겠습니다.”
역관은갑자기품속에서칼을뽑아들고자살을하려고했습니다.
상점주인은깜짝놀라서급히그를끌어안으며칼을빼앗고물었습니다.
“빼앗긴은이얼마나되기에목숨을끊으려고그러오?”
“삼천냥이랍니다.”
주인은역관을위로하며말했습니다.
“대장부가그래서야쓰겠소?몸이없어질까걱정이지,어찌돈없어지는것을걱정한단말이오?만약그대가여기서죽는다면집에서눈빠지게기다리는처자식은어떡하라고그러시오?자,그러지말고내가만냥을빌려줄테니잘늘려보시오.다섯해동안이면만냥은벌수있을거요.그러면그때가서본전만갚으시오.”
역관은수없이허리를굽혀절을하며주인에게고맙다는말을했습니다.그러고는얻은돈만냥으로이것저것물품을사서조선으로돌아갔습니다.사람들이이런사정을알턱이없지요.모두들그의재주가신통하여중국에서돈을벌었거니생각했답니다.
상점주인의말은틀리지않았습니다.과연역관은다섯해만에큰부자가되었습니다.본전만갚으라는주인의말이있었지만,이자를후하게쳐서갚아도남을만큼막대한재물을모았던것입니다.
그런데부자가되고보니엉큼한본심이나타나고말았습니다.아니,그의생각이달라졌다기보다는처음부터은혜를갚을생각이없었을지도모릅니다.순진한중국인을속여서제욕심을채우겠다는것이었겠지요.
그는역관들을관리하는관청인사역원에찾아가명부에서제이름을빼달라고부탁했습니다.그리고다시는북경에가지않았습니다.
무심한시간이여러해흘렀습니다.어느날역관은북경으로출장가는친구를만났습니다.역관은친구에게넌지시부탁했습니다.
“북경의시장에가면아무개라는상점주인을만나게될걸세.주인은틀림없이내소식과안부를물어볼거야.그러면시치미를딱떼고우리가족이모두염병에걸려죽었다고만말해주게.”
친구는어이가없었습니다.
“아니,그럼날더러거짓말을하라는건가?”
친구는곤란한기색을보이며주저하였습니다.그러자역관은친구의손을은근히잡으며다시한번꾀었습니다.
“자네가그렇게둘러대주기만한다면백냥을주겠네.”
친구는찜찜한마음을떨치지못하고북경가는길에올랐습니다.
-20~22쪽

동리자의아들들은북곽선생과동리자의위선적인모습을목격했으면서도그상황의본질을깨닫지못한다.자신들의어머니가과연열녀인지의심할줄도모르고눈앞의북곽선생을천년묵은여우일것이라고믿는등허상에빠져있다.
어찌보면순진한모습일수도있지만관점을달리하면어리석은모습이기도하다.이들의순진한모습에주목하여이부분을읽는다면다섯아들은북곽선생을곤경에빠뜨리고결과적으로그의허위를폭로하는역할을하는주변인물이라고해석할수있다.반대로어리석은모습에주목한다면이는양반들의이중성을올바로파악하지못하고현실사회의모순에대해의문을갖지못하는우매한백성들을풍자한것이라고할수있겠다.

북곽선생은옷을털고일어나얼른자리를떠나려하였습니다.자신의꼴을누구에겐가들킬까걱정이었기때문입니다.그런데어쩌면좋죠?마침이른새벽밭갈러나온농부가북곽선생이엎드려있는모습을먼발치에서보고말았습니다.농부는의아하여큰소리로물었습니다.
“선생님,이꼭두새벽에벌판에대고웬절을그렇게하고계십니까?”
북곽선생은시치미를뚝떼며말했답니다.
“옛성인께서말씀하시기를,‘하늘이높다해도머리를아니숙일수없고,땅이두텁다해도조심스럽게딛지않을수없다’하셨느니라.”

양반사회의본질을알아보지못하는것은이야기후반부에등장하는농부도마찬가지이다.똥을뒤집어쓰고비굴한자세로엎드려있는북곽선생을발견하고도그에대한고정관념때문에눈앞의현실을그대로받아들이지못하는어리석은모습을보이는것이다.
하지만이역시달리보면불륜이들통나서도망치다가범에게봉변을당한선비와누구보다먼저밭을갈러나온부지런한농부의새벽을겹쳐놓음으로써모두가잠든시간을활용하는두사람의방법을절묘하게대조시킨것으로해석할수도있겠다.
-155~156쪽

어느춥고눈이펑펑내리는겨울날이었습니다.거지아이들은모두저마다구걸을하러거리로나가고광문은병을앓고있는아이와단둘이남게되었습니다.아픈아이를돌보고있던광문은아이가점점병이심해져서오들오들떨며끙끙앓는소리를내는게여간딱하지않았습니다.
환자의머리맡에앉아있던광문은보다못해자리에서벌떡일어섰습니다.아이에게밥이라도한그릇얻어다먹이려는것이었습니다.그러면아이가힘을차리고일어나앉을수도있을것같았습니다.거지소굴밖의찬바람이할퀴듯광문의몸을파고들었습니다.광문은걸음을재촉하여가까운곳의인심좋은집쪽으로내달렸습니다.
얼마지나지않아밥을얻어돌아온광문은그만맥이쭉빠져버렸습니다.앓던아이가이미죽어있는것이었습니다.광문은아이를붙잡고넋이나간듯구슬프게흐느꼈습니다.
그러던중구걸을나갔던아이들이돌아왔습니다.그런데이게웬일입니까?아이들은광문이앓던아이를죽인것이라고생각하고는우르르달려들어마구때리기시작했습니다.
광문은그만기가막혔습니다.억울한것은둘째치고계속맞다보면죽을수도있을것같았습니다.눈이펑펑내리는바깥으로광문은쫓겨나듯달려나와정처없이도망쳤습니다.
캄캄한밤이었습니다.광문은엉금엉금기다시피해서어느집으로들어갔습니다.낯선사람이들어오는것을본개가사납게짖기시작했습니다.개짖는소리에밖으로나온집주인은도둑이라고생각하고광문을잡아서꽁꽁묶었습니다.
광문은울면서소리쳤습니다.
“저는도둑이아닙니다.저를죽이려는아이들을피해서도망온것이에요.정믿지못하시겠다면날이밝는대로거리에나가서무슨사정인지한번알아보십시오.”
집주인은광문의얼굴을물끄러미들여다보았습니다.표정이나목소리가퍽순진하고거짓말을할것같지는않았습니다.그는광문을묶은줄을다시풀어주었습니다.
몸이자유로워진광문은꾸벅,고맙다는인사를하고는밖으로나가려다가다시돌아서서집주인에게말했습니다.
“나리,저에게필요한데가있어그러니거적한장만주시면안될까요?”
주인은광문의부탁을선선히들어주었습니다.광문은다시한번고맙다는인사를하고는돌아서서걸어갔습니다.
광문의뒷모습을한참바라보고있던집주인은문득궁금증이일었습니다.그래서몰래광문의뒤를밟아보았습니다.광문은거적을들고터덜터덜한참을걸었습니다.
-186~188쪽

「광문자전」은미천한신분과추한외모를가진거지광문을주인공으로하고있다.거지인광문은사람으로서의도리를알고마음씨가따뜻하며욕심없고소탈한성품을지닌인물로묘사되는데,연암박지원에의해창조된새로운인간형이라할수있다.이러한인물설정은인간성을중시하고남녀귀천에관계없이인간은모두제나름의가치가있다고생각한연암의근대적인가치관이반영된것이라고할수있다.
연암은이러한광문의인간적인모습을통해권모술수가판치는당대의위선적인양반사회를풍자한다.
그리고사람의가치를평가할때가문이나권력,지위나재산,외모보다는신의와따뜻한인간애가더중시되어야한다는인식을보여주고있다.
또한이작품에서광문은‘남자나여자나잘생긴사람을원하기는마찬가지이므로못생긴자신을원할이가없다’는말을하는데,이러한사고방식은유교적관습이팽배한남성중심의사회에서는획기적인것이라고평가할수있다.성별은물론당대의조선사회에서자행되던온갖차별에문제를제기하는작가의진보적인식이반영된것이라고판단된다.
-275~27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