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구 : 한국 독립운동의 큰 별 - 비람북스 인물시리즈

김구 : 한국 독립운동의 큰 별 - 비람북스 인물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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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백범 김구의 일생은 그 어떤 기막힌 대하드라마보다도 더 파란만장하였다. 이 낱말이 이렇듯 적절하게 들어맞는 경우도 아마 매우 드물 터이다. 온갖 시련과 역경, 시대적 아픔을 온몸으로 고스란히 받아들이며 ‘역사’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가 살아온 영욕의 삶과 죽음이 곧 한국의 살아 있는 근현대사라고 해도 무방하리라.

저자

김상렬

저자:김상렬
1947년전남진도출생.
1970년서라벌예술대학문예창작과졸업.
1975년한국일보신춘문예단편소설[소리의덫]이당선되어등단.
채만식문학상,한국문학상,한국소설문학상등수상.
작품집『붉은달』,『달아난말』,『뒷기미세상살이,』『따뜻한사람』,『그리운쪽빛』,『백두산아리랑』등.

목차


작가의말

1.동학군의‘아기접주’가되다
2.소년안중근과의만남
3.감옥에서배운진리의길
4.질긴인연은다시시작되고
5.낯선땅,상하이임시정부
6.호랑이를잡으려면호랑이굴로
7.탈출,또탈출의망명시대
8.피난길에꽃피운독립운동
9.아,해방!고국으로돌아오다
10.꿈에도소원은남북통일

장편소설김구해설
김구연보
장편소설김구를전후한한국사연표

출판사 서평

책속에서

동학군은일제히해주성으로달려들었다.선발대가남문을향해쏜살같이떼지어내달리자,김창수도준비된부대를이끌고서문으로들이닥쳤다.탕탕탕,총소리가콩볶듯들려온것은바로그때였다.총소리는남문쪽성벽위였는데,일본군이쏜것이었다.혼비백산놀란선발대는벌써사방으로흩어져도망치기시작했고,왜병들총소리는더욱기세좋게울려퍼졌다.총한방쏘아보지도못한채그저도망치기에만바쁜우리쪽꼬락서니를보면서,김창수는차라리쓴웃음이나왔다.
곧이어왜병들의다연발총탄에맞아죽은아군이몇명이나발생했다는소리가들려왔다.그래도김창수부대는성벽아래에바짝붙어서서문으로접근,맹렬하게저항했다.제아무리성능좋은최신무기로무장한적군이라고는하지만,김창수는결코놈들에게물러서지않고끝장을보고야말겠다는각오였다.
그런데어디선지빨리퇴각하라는고함이들려왔다.사령부쪽이었다.중앙에서대기하던그쪽본대의나약한군사들역시뿔뿔이도망치는중이었다.
김창수는어쩔수없이그명령에따르지않으면안되었다.무슨영문인지도모른채서둘러부대를이끌고숲속으로퇴각해갔더니,남문쪽에서너무많은사상자가발생했다는것이었다.이제남은병력은본대의잔류인원몇십명과김창수부대뿐이었다.남은병력을수습하고난김창수는말했다.
---p.26~27

왜놈들이버젓이왜색복장으로활보하고다니는이땅에서굳이조선인으로위장해칼까지숨기고다닌다면,저놈은필시엄청난사건에연루되어있을게다.혹시우리국모를살해한미우라는아닐까?아니라면,최소한그의공범이거나어떤상하관계에놓여있는신분이거나할것이다.설사그도저도아니더라도우리국가와민족을더러운칼로써괴롭히고능멸하는왜놈임이분명할진대,저놈을내어찌가만히놓아둘수있으랴.
뜨거운분노의애국심이불처럼타올랐다.내가저한놈을죽여서라도,이나라가겪고있는피눈물의치욕을한번본때있게씻어보겠다는결의가,김창수의가슴을한순간에뒤흔들어놓고있었다.
자,거사는모름지기순간포착이중요한법.과연이제어떻게저놈을거꾸러뜨릴것인가?
눈을게슴츠레뜬김창수의머릿속은온갖계산과번뇌로혼란스레돌아갔다.가슴이벅차올랐다.그는다시생각한다.
하지만아무래도나는혼자몸이아닌가?게다가칼없는빈손으로섣불리손을썼다가,억울한내한목숨만저놈칼날아래파리처럼날려보내고마는건아닌가?만약그렇게되면,내숭고한뜻과목적은세상에꽃필겨를도없이,오히려날강도인양매도되어한낱보잘것없는지푸라기로사라지게되리라.
---p.45~46

김창수는깊은한숨을내쉬며뜨거운눈물로그밥을먹었다.함께든죄수들이그모습을하나같이부러워하였다.그래서‘부모와자식은천번을태어나고만년이지나도록,서로은혜와사랑을끼치며사는인연’이라했던가.
시간은그렇게고통스레흘러갔다.여전히뜨거운뙤약볕의한여름.
다시2차신문이시작되었다.김창수가새로운신문을받기위해감옥문을나섰을때,경무청주변은온통구경나온사람들이파도처럼모여들었다.마당은물론담장너머와지붕위까지물샐틈없는인산인해였는데,그것은그동안감독관청직원들이하나같이입을모아‘제물포가개항된이래처음보는,실로희한한복수사건’이라고여기저기떠들어댔기때문이었다.재판정주변의많은조선인들은어느새존경과아픈동정심으로피고인을바라보았으므로,김창수는자연힘이솟고외롭지가않았다.
그해여름이끝나갈무렵인9월10일,김창수의재판은모두끝났다.
---p.57~58

이튿날아침,김창수는비로소머리를깎았다.시퍼런삭도날에지금껏애지중지길러왔던상투꼭지가모래위로툭떨어졌다.이미흔들리는마음을굳게다잡긴했지만,속세와싹둑인연을끊는다는게이다지가슴아플줄은미처예기치못했다.그럼에도차고푸른칼날은속절없이그의머리칼을싹둑싹둑밀어나갔다.사각사각밟고나가는부처님의발소리를,그는예리한삭도밑에서가만히엿듣고있었다.
“너의이름은이제부터원종(圓宗)이니라.김창수는죽었다.”
머리를다깎고잿빛승복으로갈아입었을때은사스님은또말했다.
“자,그러면지금부터너의얼굴에서속세의자만심이다없어질때까지,3천배를시작하라.그리고한없이마음을낮추어라.”
사람에게는물론이거니와개나짐승,하찮은곤충에게까지도한없이마음을낮추어야한다는것이었다.나의마음을낮추고또낮추는지극한마음이야말로부처의깨달음에이르는지름길이라고하였다.그래서원종은그마음을낮추고또낮추었다.지금까지의모든자만과허영심을다없애는건물론,양반이나왜놈들한테당해온조선상놈으로서의원한과복수심까지도깡그리묵살해버리고,오로지평등하고자비로운불제자로서의수행만을닦고또닦을뿐이었다.얽히고설킨속세와의모든인연을싹둑끊어버린영락없는‘중놈’이었다.
---p.74~75

1905년,을사년(乙巳年).김구나이서른살.드디어한왕조가서서히무너지고있었다.하늘도울고땅도울었다.이른바‘을사늑약’체결!
이조약을빌미로일본은대한제국의광대한토지를군사기지로수용했으며,이나라정부의재정과외교는그들에게완전히빼앗겨사실상의보호국으로추락하고말았다.
사방에서의병운동이일어났다.충청도에서는민종식이,전라도에서는최익현,경상도에서는신돌석,강원도에서는유인석이저흉악한일제와을사오적을죽이자며벌떼처럼일어섰으며,분을못견딘민영환과조병세,송병찬,홍만식,이한응,이상철등은스스로목숨을끊어자결하였다.
그러나역부족이었다.실로무자비하고막강한무력을앞세운일제의침략을,단순한혈기만으로는도저히막아낼수가없었다.
---p.96~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