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로 읽는 한국문학사 1 : 고전문학편
Description
영국의 역사학자 트레벨리언(George M. Trevelyan)은 “역사의 변하지 않는 본질은 이야기에 있다”고 말하면서 역사의 설화성을 강조했다. 설화의 근간은 서사(narrative)이다. 1990년대 이후 한국 소설에서 서사가 사라졌다는 이야기가 유령처럼 떠돈다. 우리는 서사가 문학 작품뿐만 아니라 역사서의 기술에도 많이 사용해 왔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사마천(司⾺遷)이 지은 『사기(史記)』의 상당 부분은 인물의 전기로 채워져 있고, 김부식의 『삼국사기』도 전기를 풍부하게 싣고 있다. 일연의 『삼국유사』는 불교 설화를 비롯한 여러 가지 서사가 풍부하게 실려 있다.
저자

유시연,은미희,엄광용,정라헬,정수남,마린,김민주,하아무,채희문

저자:유시연

2003년계간<동서문학>신인문학상단편소설당선.현진건문학상수상.동국대문화예술대학원문예창작과졸업.소설집<알래스카에는눈이내리지않는다>ㆍ<오후4시의기억>ㆍ<달의호수>ㆍ<쓸쓸하고도찬란한>,장편소설<부용꽃여름>ㆍ<바우덕이전>ㆍ<공녀,난아>ㆍ<벽시계가멈추었을때>ㆍ<허준>등출간.현한국작가회의소설분과위원회간사.



저자:은미희

1999년문화일보신춘문예단편소설당선.삼성문학상수상.광주대문예창작과및같은학교대학원문예창작과졸업.동신대한국어교원학과박사과정수학.소설집<만두빚는여자>,장편소설<소수의사랑>ㆍ<바람의노래>ㆍ<18세,첫경험>ㆍ<바람남자나무여자>ㆍ<나비야나비야>ㆍ<흑치마사다코>등출간.전동신대강사.



저자:엄광용

1990년<한국문학>신인문학상중편소설당선.1994년삼성문예상장편동화부문수상.류주현문학상수상.중앙대문예창작과졸업및단국대대학원박사과정사학과수료.소설집<전우치는살아있다>,장편소설<황제수염>ㆍ<사냥꾼들>ㆍ<사라진금오신화>ㆍ<천년의비밀>,대하소설<광개토대왕담덕>,동화집<초롱이가꿈꾸는나라>등출간.현한국문명교류연구소연구원.



저자:정라헬

경성대학교국문과및동아대학교대학원문예창작학과석사과정졸업.동의대학교대학원국문과박사과정수료.2013년<내일을여는작가>신인문학상단편소설「발재봉틀」당선.신라문학대상소설부문수상.



저자:정수남

1984년서울신문신춘문예단편소설당선.국학대(고려대전신)국문학과졸업.한국소설문학상수상.창작집<분실시대>ㆍ<별은한낮에빛나지않는다>ㆍ<타성의새>ㆍ<아직도그대는내사랑>ㆍ<시계탑이있는풍경>ㆍ<길에서,길을보다>ㆍ<앉지못하는새>,장편소설<행복아파트사람들>,시집<병상일기>등출간.전도서출판눈대표.현일산문학학교대표.



저자:마린

2007년계간<내일을여는작가>신인문학상단편소설당선.인하대영문과졸업.소설집<아메리칸앨리>등출간.



저자:김민주

2010년문화일보신춘문예단편소설당선.김만중문학상(은상)수상.대구가톨릭대학교철학과및상명대문화기술대학원소설창작과졸업.공동창작집<쓰다참,사랑>,소설집<화이트밸런스>출간.전계간<내일을여는작가>초빙편집위원.



저자:하아무

2007년전남일보신춘문예단편소설당선.MBC창작동화공모대상수상.남명문학상수상.소설집<마우스브리더>ㆍ<푸른눈썹>ㆍ<황새>ㆍ<하지만우리는살아남았다>,동화집<두꺼비대작전>ㆍ<일어선용,날아오르다>등출간.현평사리문학관사무국장.



저자:채희문

1987년계간<세계의문학>에중편소설「철탑」을발표.1988년동아일보신춘문예중편소설당선.황순원작가상수상.중앙대문예창작과졸업.창작집<철탑(鐵塔)>ㆍ<검은양복>,장편소설<흑치>ㆍ<슬픈시베리아>,대표작품선<바람도때론슬프다>출간.전랜스에디팅대표.



엮음:한국작가회의소설분과위원회

목차

머리말

1.최치원-유시연
2.이규보-은미희
3.김시습-엄광용
4.허균-정라헬
5.정철-정수남
6.윤선도-마린
7.김만중-김민주
8.박지원-하아무
9.김삿갓-채희문

한국고전문학사연표
집필작가소개

출판사 서평

책속에서

최치원은신라시대최고의문장가이자시인이다.열두살어린나이에당나라에유학하여빈공과시험에합격하고벼슬을지낸그는이후절도사고변의종사관으로병영막사를따라다니며각종문서를정리하고썼다.특히농민반란의우두머리인황소가반란을일으켰을때그가쓴격문은상대방의간담이서늘할정도로빼어나다.신라에귀국한후최치원은개혁안인시무10여조를진성왕에게바쳤으나무위로끝난다.

최치원은제국당나라가무너지는것을보았으며천년왕국신라의쇠락을몸소체험했다.그는결국가야산으로은거에들어간다.해인사에머무른흔적이있으며가야산으로들어가신선이되었다는말도전해진다.최치원의마지막을아는이는없다.그는전국을정처없이유랑하였던듯하다.그의흔적이곳곳에전해내려오기때문이다.최치원관련전설이많은것으로보아그의능력을안타까워한사람들이있었을것이다.계급사회였던신라에서육두품인최치원이그의기량을펼치기에는한계가있어보인다.왕조가몇번이나바뀌며천년전최치원이왕명으로고승들을위해쓴네분의비문,사산비명이현재남아있는것도신비스럽다.쌍계사대웅전마당에는그가쓴진감선사대공탑비가세워져있다.세월의흔적이스쳐가기는했어도그의높은식견과필체를확인하는마음은감회가새로웠다.그의영정이모셔져있는문중사당에하루날을잡아찾아가던날은봄날이었다.최치원이당나라로갈때나돌아올때도따뜻한봄날이었다.신선의면모를지닌그는넉넉한풍채와도인같은모습으로살아있었다.촛불을켜고배향한후마주앉아그의안식을위해기원을했다.
---「중편소설최치원-유시연」중에서

이규보(1168~1241)는고려시대신흥사대부의대표적인지식인이자,당대의대문장가이다.그가남긴시들은당대의유행에따르지않고자신만의시풍을견지했다는것만으로도의의가깊다.당시많은문인들이형식미를강조하며선인들의문장을차용해자신들의시를지었던것과는달리이규보는고문에사로잡히지않고오롯이자신이보고느끼는생각과감흥을자유롭게시와산문으로남김으로써자신만의독창적인문학세계를형성했다.특히그는민족서사시인‘동명왕편’을비롯해술을의인화한소설‘국선생전’같은다양한저술활동을통해고려시대의문학사적지평을넓히고민족애와자긍심을심어주는데큰역할을했다.몽골의침략으로나라가풍전등화의위기에처했을때몽골의황제에게보낸진정표로나라를구한이야기가가장극적이다.하지만이규보에관해서는두가지평가가존재한다.당대의대문장가로서시성(詩聖)이라는평가와함께최충헌과최우로이어지는무신정권시절,지나치게그들과밀착된행보를보였다는비판도있다.그가남긴시는팔천여수에이르나안타깝게도현재전하는시는이천여수에불과하다.
---「중편소설이규보-은미희」중에서

‘오세신동’이라일컬어지는김시습도과거에한번낙방한적이있다.그가열다섯살때돌아가신친모의시묘살이3년을마쳤을무렵,단종이즉위하고나서처음시행한과거시험에서떨어졌던것이다.이처럼절망에빠져있을바로시기에수양대군이어린임금을내쫓고그자리를차지하는계유정난이일어나자,김시습은거꾸로가는세상을한탄하며불문에들기위해입산한다.이때그가출가하여노승으로부터받은법명은‘설잠’이었다.그러나채3년이지나지않아단종복위사건으로사육신이사지가찢기는거열형에당하자,김시습은하산하여그시신들을거두어노량진언덕에장례를지낸다.이때부터김시습의방랑생활은시작되었으며,나이서른살이훌쩍넘어서부터경주금오산(지금의남산)에토굴을짓고우리나라최초의한문소설을쓰기시작한다.그것이바로현재전해지고있는『금오신화』다.
---「단편소설김시습-엄광용」중에서

최초의한글소설『홍길동전』을창작한허균은오늘을살고있는현대인의시각,관점과도일치하는선진사고의소유자였다.그는서자였던손곡이달을시를짓는스승으로모셨다.주위엔재능은뛰어났지만서자라는이유로관직에나가지못했던막역지우가많았다.그런당시전근대사회의불합리한제도를그들과같이가슴으로느꼈다.그래서백성들에게고지하고,스스로에겐개혁의의지를담아작품에형상화했던것이다.그는‘홍길동’이건설하고자했던이상국,‘율도국’을‘강변칠우’와조선에세우려고했다는모반죄로죽임을당했다.그는진취적인기상의소유자였기에「장생전」·「남궁선생전」같은소설을창작할수있었다.
---「단편소설허균-정라헬」중에서

송강정철은조선조당파싸움의격랑을앞장서서헤쳐온당대의정치인이다.정승의반열에올랐다가도여러차례유배를거듭하는어려움속에서도늘자신이서야할곳을정확히알고살아온인물이다.그런탓에후대의사람들은그를가리켜냉혹하고너무당리당략에치우쳤다고평가하기도한다.그러나그것은그를잘모르고하는소리이다.우리가그를높이평가하는것은살얼음판같은정치판을걸으면서도그가문학을늘가슴에안고살았다는것이다.그가남긴관동별곡,사미인곡,속사미인곡과같은빼어난작품은지금도우리의심금을울리고있다.그뿐만이아니다.그는시조에도뛰어난작품을많이남겼다.그는특히고집이셌으며술과여자를사랑했다.그것때문에조정이여러사람에게지탄받기도했으나그는숨을거둘때까지그것을손에서놓지않았다.술과여자와문학과정치,그의뇌리에는언제나그것뿐이었다.
---「단편소설정철-정수남」중에서

고산윤선도는그의시조작품들이실려있어서대중에게널리알려진인물이다.나역시「어부사시사」를통해그를만났고,실은그게내가고산에관해알고있는전부이기도했다.이소설을쓰면서재발견한윤선도는꽤나다채로운인생을산인물이었다.부유한지방호족출신이면서풍수지리,의학,음악등에도두루해박했던팔방미인이었다.그는다분히다혈질의성정을가진인물로보였는데,주로옳고그름을다투는일에는화를당할줄알면서도자신의신념을굽히지않았다.그는일생동안여러관직을두루거쳤으나총십년이되지않았고세번에걸친유배생활이십오년에달했다.세번의유배는모두그가올린상소가직접원인이었다.유배와칩거생활중에문학사에길이남는작품들을창작했으니아이러니한일이다.뜨겁고치열한삶을살다간한인간의인생을톺아보는것만으로도인생공부가되리라믿는다.
---「단편소설윤선도-마린」중에서

단편소설「김만중」은조선시대의문신이면서,우리나라소설문학의선구자이자,한글소설을널리퍼뜨린김만중의일대기를그린소설이다.김만중의효심과인물됨과사상과유배생활의결과물인소설작품을중심으로그의일생을되짚었다.조선의정치가가아니라,기기묘묘하고환상적인이야기를셰헤라자데처럼풀어내는,문인으로서의인간김만중을만날수있다.그의대표작인『구운몽』은1922년선교사에의해번역되어세계에퍼져나갔을정도로,환상성을품은작품이다.현대인도공감할수있을정도의재미와교훈을주는판타지소설이자교양소설로도읽을수있는〈구운몽〉이나오기까지의배경이되는유배지생활과한글소설을쓰게된계기와그의문학작품속에담긴세계관과사상이담겨있다.부귀영화의세속적성공이얼마나덧없나를깨닫고다시태어나는과정을독자들은만날수있을것이다.
---「단편소설김만중-김민주」중에서

연암박지원의문장은많은사람을매료시켰다.그의문체는자유롭고진지하면서경쾌했다.특히『열하일기』가나온후젊은이들의호응은폭발적이었는데심지어과거시험답안지에까지영향을줄정도였다.이에대해기존사대부를비롯한집권층의반발이컸다.그들은당파적견해차와정치적노림수에의해박지원을헐뜯고비방하였다.급기야임금마저박지원을비판하며고문을부활시키고타락한문풍을바로잡아야한다고주장하기에이르렀다.이른바문체반정(文體反正)이었다.그럼에도불구하고많은이들은연암의문체를좋아했고,그역시자신의시각과문체를버리지않았다.그렇게연암의문장은느리지만널리퍼져나갔다.
---「단편소설박지원-하아무」중에서

조선후기,일부세도가들이권력을독점하면서부터그동안조선사회에서유지되어오던신분사회의질서가바뀌어가고경제적인변화마저생겨나기시작했다.그중에서도가장큰병폐는관료진출의유일한길이었던과거제도가문란해진점이었다.권력의힘으로합격이좌우되던어긋난시절,김병연은과거에급제하였으나스스로벼슬을버리고방랑생활을시작했다.전국을떠돌며유리걸식하고바람부는대로물결치는대로살아가길무려40여년.그는권력자와부자를풍자하고조롱했지만가난한자들에게는진솔하면서도친근한벗으로살다간풍류가객이었다.평안도농민전쟁당시홍경래에게항복한김익순이그의할아버지였다.그는과거시험장에서할아버지를욕먹였다는죄책감에스스로벼슬을버리고삿갓을써서하늘을가린채로평생을산것이라알려졌다.하지만그는할아버지처럼세도가양반들에게정면으로맞서지못하고뒤에서양반들세태를비꼬기만한자신이부끄러워서평생삿갓을쓰고발밑을내려다보며살았던것이라여겨진다.그는방랑하다가전라도동복(화순)에서객사했지만그가남긴민중시는언제까지라도우리가슴속에생생히남아있을것이다.
---「단편소설김삿갓-채희문」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