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소설사 - 서연비람 신서 4

한국현대소설사 - 서연비람 신서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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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송하춘

저자:송하춘

고려대학교문과대학국문과졸업.

고려대학교대학원국문과석사과정졸업.

고려대학교대학원국문과박사과정졸업(문학박사).

고려대학교문과대학국문과교수,미국브리감영대학동아시아학과초청교수,

고려대학교문과대학학장역임.현고려대명예교수.

1972년조선일보신춘문예단편소설당선.

소설집에『한번그렇게보낸가을』(금화출판사),『은장도와트럼펫』(나남출판사),『하백의딸들』(문학과지성사),『꿈꾸는공룡』(나남출판사),『태평양을오르다』(우리교육),『스핑크스도모른다』(현대문학사),산문집에『판전의글씨』(작가),『왜나는소리가나지않느냐』(천년의시작),연구서에『1920년대한국소설연구』(고려대민족문화연구소),『발견으로서의소설기법』(현대문학사),『채만식:역사적성찰과현실풍자』(건국대출판부),『탐구로서의소설독법』(고려대출판부),『한국현대소설사』(서연비람),사서에『한국현대장편소설사전』(고려대학교출판부),『한국근대소설사전』(고려대학교출판부)등이있다.

목차


머리말

제1장현대소설사의기점
1.이광수와시대인식:『무정』
1)『무정』을보는시각
2)인물관계
3)영웅적인물의잔영
(1)시대의요구
(2)전대소설의수용과변용
(3)영웅적인물의행방
(4)또다른‘행복한결말’
2.『무정』의현대소설사적의의

제2장‘리얼’에대한인식과개별화
1.‘리얼’의자각:김동인
1)《창조》의문학관
2)‘약한자’의의미
3)김동인의자연주의
4)유희의한계
2.휴머니테리어니즘:전영택
1)전영택의‘약한자’들
2)휴머니테리어니즘(Humanitarianism)
3.예술로서의문학:나도향
1)원초적감정
(1)예술과순수
(2)통속과예술
2)경향소설과의상관관계
3)예술과현실
4.반어와기교:현진건
1)신세대의윤리
2)반어의한계
3)『무영탑』의미학
5.근대초기소설의가정교사와연애풍속
1)가정교사라는직업
2)연애와풍속도
(1)고용자로부터사용자로
(2)사용자로부터고용자로
(3)사용자와고용자
3)신세대최초의직업

제3장경향소설의등장
1.자연발생기의가난:최서해
1)가난한농촌의열혈청년
2)「고국」ㆍ「탈출기」의만주체험
2.자연발생기의도시지식청년:이익상
1)도시체험
2)가난과이향
3.목적의식기의투쟁:조명희
1)카프의제2차방향전환
2)「낙동강」의투쟁

제4장리얼리즘소설의전개
1.사실주의소설:염상섭
1)햄릿형인물:「표본실의청개구리」
2)열린구조:「만세전」
3)통속적구조:『이심』
4)사실주의소설:『삼대』
2.서구소설의수용과변용:『남방의처녀』와『이심』
1)유럽의탐정소설『남방의처녀』
2)염상섭의『이심』
3)탐정의등장
(1)공주도난사건
(2)국보도난사건
4)욕망의구도
(1)통속과욕망
(2)부재인물의역할
5)식민지상황과민족주의
3.풍자소설:채만식
1)역설의시대상황
2)민족과역사
3)사실주의:『탁류』
4)풍자소설:『태평천하』
5)폭로와고발:해방기소설들
)해방정국의혼란:「소년은자란다」
4.풍속소설:김남천
1)창작방법론모색
2)풍속론비판
3)예술적경향소설론
4)『대하』의실제
(1)가족사소설의변형
(2)발견으로서의풍속
5)예술과이념
5.13년대후기무산운동의추이:가족사소설3편
1)민족주의문학계열의‘함께살기’:『삼대』
2)선택적‘함께살기’:『태평천하』
3)경향문학계열의‘함께살기’:『대하』
.이기영과심훈의농촌소설:『고향』과『상록수』
1)‘변화’의의미
2)농민운동과농촌계몽
3)계급구조와모순구조
4)극복으로서의투쟁과화합
5)현실주의와이상주의

제5장휴머니즘소설의전개
1.이상의자의식소설:「날개」
1)프롤로그읽는법
2)폐칩된자아
2.박태원과산책자소설:「소설가구보씨의일일」
1)도심의산책자
2)‘구보씨’의자아찾기
(1)여인의의미
(2)갇힘과외출
(3)노정의자아
(4)지성과문장
3.가난의바닥:김유정
1)들병이여인들
2)만무방사내들
3)동심의지주와소작인
4)서울따라지들1
4.향수의문학:이효석
1)낙향으로서의자연
2)「메밀꽃필무렵」의향수
(1)여가의자연
(2)자연과관능
(3)향수의공간
5.자전적소설:이태준
1)고아로서의생애
2)자전적소설과창작
(1)배기미이전의기억
(2)『사상의월야』의배기미
(3)작가의배기미와「오몽녀」의배기미
(4)「고향」과「바다」의소청거리
6.인간과자연,그리고신:김동리
1)샤먼의세계
2)설화의시간과공간
3)‘물’과‘불’의이미지
4)자연으로의귀의
7.시심(詩心)으로서의소설:황순원
1)시로서의출발
2)모성과생명의근원
3)죽음
4)해방직후의소설

제6장해외동포소설
1.재일동포소설:이회성
1)성장체험과재일동포소설의형성
(1)소년기사할린성장
(2)해방직후의사할린철수
(3)청소년기북해도
(4)동경의와세다대학교시절
2)민족동질성확인
(1)재일의조건
(2)조국분단의비극
(3)영원한한국인상
2.연변동포소설:김학철
1)역사의동질성5
2)항일투쟁의현장:『격정시대』
3)연변의단편소설
(1)문화혁명기의수난
(2)연변의근대화체험

출판사 서평

책속에서

『무정』을우리나라최초의현대소설이라고본데에는그것이그만큼서구적이라는뜻을내포하기도하였다.이런견해는자칫우리소설이『무정』을기점으로과거소설의전통을단절하고따로서구식소설양식과사고를들여왔다는착각을빚을수도있었다.그러나그이전에도우리는우리의소설을많이가지고있었다.그것들을우리는시대와성격에따라고소설또는신소설이라고불러왔다.그럼에도불구하고우리는『무정』을이러한전대소설(前代小說)과의관련아래검토해본다는생각보다는막연하나마서구식소설로서의현대성을규명하기에골몰했던것이다.얼마전까지만해도이런현상은신소설연구에서도해당되는문제였다.신소설의그새로움(新)이고소설과는달리따로서구소설이나일본소설로부터이입된것이라는견해가관심의주류를이루었던것이다.

그러나최근연구의관심은우리나라소설쪽으로쏠렸고,그결과신소설은전대소설로부터의긍정적이면서도부정적인계승이었다는사실이밝혀졌다.신소설도고소설과마찬가지로사건소설이기는하지만그럼에도불구하고그것은전대소설의전통을시대적요청에맞도록개조했고또한그것과는다른가치를창조했다는것이다.고소설이나신소설의구조가사건소설이라는점에서일치한다는것은따지고보면서구의전대소설,즉로망스또는행동소설의구조와다를바없다는말이되고말았지만그럼에도불구하고그결과가우리나라소설연구에미친영향은컸다.왜냐하면그것은서구소설의독특한양식에대한지금까지의기대를불식시키고우리나라소설을서사문학의전통이라는대전제아래검토해볼수있는계기가마련되리라믿어지기때문이다.
---p.16~17

영웅의이상을초극하고,인간을개인의입장에서파악할때,비로소인간의리얼리티(reality)가제시될수있다는생각을갖게된것은굉장한변화였다.선과악을각각분리시켜설정하지않고그것들이하나의인물한테공존할수도있다는생각이가능해졌던것이다.결과는엄청나게달라졌다.운명론적세계관으로부터사회적결정론을의식하기에이르렀다.인간은선할것도악할것도없이다만그를지배하는환경이불리하면악해질수도있지만환경이호전되면곧선해질수도있다는생각이다.문제는인간의선ㆍ악이아니라그를지배하는환경이라는자각을한것이다.외부환경의변화에따른개인의반응,그것은예측할수없는것이라는점에서고정적이아니라는말이며가변적이라는점에서복잡한것이라는뜻이되기도한다.인간이나사회를고정된어느일면에서만바라보려하지않고,가변적이고도복합적인성격체로파악할수있었던점이야말로문학의리얼리티라는점에서매우중요한문제였던것이다.

그결과나타난현상이영웅적인물의소멸임은말할것도없다.도덕적가치기준에서옹호받아야할선을하나의전형으로설정하고있는인물은영웅적일수밖에없었다.태어날때부터그는좋은가정에서탁월한용모와재능을갖춘인물로형성된다.과거를보면장원급제를할터이고,당대에가장좋은배필을만나높은벼슬자리에오를터이다.일시적으로불행한위기에처하지만곧극복된다.그리고마침내그의승리는행복한생애를보장한다.운명론이지배하던시대가만든영웅의모습이었다.그러나개인과상황과의관계그자체를중시하던시대는이미영웅의예정조화적운명론에깊은회의와반성을갖는다.산업혁명이후,서구시민사회의형성과함께출현한개인의확립이란이렇다.그들은일단집단의우상을거부하고그대신개인의이상과신념을내세운다.

그러나결과는비극적이다.거대한산업사회구조안에서의보이지않는힘이다시그들앞에운명처럼군림하기시작했던것이다.그것은워낙크고복잡해서개인의신념과이상을위협하는힘이어디서부터비롯되는가를파악하기란그리간단하지가않다.그것을이해한다는것은결국드러난현상에대한언급이아니라드러나지않은구조의유기적원리를해명하는일이라고까지생각하기에이르렀다.마침내자연현상을대하는태도에있어서또다른방법을모색하지않을수가없었던것이다.여기서인간은거대한자연의일부분에불과한존재로전락하고만다.그럼에도불구하고인간은그자연에대하여부단히도전하고극복함으로써개인의이상과신념을확립하고자하는의지를보이는데,그점에서또한우리는인간의가치를부여하기도한다.마침내현대의비극적인간이탄생되는것이다.
---p.55~57

김동인의확고한신념과원칙에비하면전영택은훨씬소극적이었음을알수있다.그결과실지로작품에나타난작가의의도또한동인과는대조적이다.리얼리티의확립이라는점에서자연주의소설의하강적구조를채택한그들의소설이패배주의성향을드러내고있다는점에서는오히려공통적일수도있다.그러나김동인소설의죽음이개인의입장을왜소하게축소시킴으로써상대적으로외부환경의가혹한힘을의식하도록하는반면,전영택의죽음은외부의힘에의하여죽어가는것들을오히려미화시켜주고있다.이런점에서볼때전영택을김동인의자연주의와는달리인간의죽음을신비롭게지켜본작가로만이해하려는경우도있지만,결과는마찬가지다.리얼(real)에대한인식이라는점에서는그연원이같은것이다.

「혜선의사(死)」를‘시대가낳은불쌍한여성의가련한죽음’이라고말했을때김동인이의도했던바와마찬가지로그것은불쌍한여성의가련한죽음을낳은‘시대’에착안되었음이사실이다.그러나그와같은예측과는달리이소설은‘죽음’에훨씬더많은관심을기울이고있었다.죽음에이르는과정을보면또김동인과대조적이다.혜선은아직구시대의사고안에갇혀있었다.표면적으로는신식학교에다니는신여성이지만그녀는이미구식결혼을했다.그녀자신의자의가아니겠지만,여기서는그점에대한갈등이전혀문제시되지않는다.남편한테사랑을받지못하고그럼에도불구하고이혼을해서는안된다는생각에젖어있다.아직구도덕의질서에순응함으로써선의옹호를받을수있다고믿는것이다.

이런점은강엘리자벳드의패배적인삶과유사한일면을보이면서도근본적인차이를갖는다.그녀는끊임없이자기개인의감정을옹호한다.김동인소설의죽음은어느정도이와같은개인의감정옹호가한계에부딪힐때생기는자각증세로말미암는다.그러나혜선의죽음은도피와위안의성격을띤다.외부상황에대하여개인의극복의지를개진하지못하고도덕적선의옹호를기대할때,이미상관관계를이루지못하고다만신비와호기심의대상에지나지않는다고말할수있는근거가여기있다.그럼에도불구하고그는자신이무슨‘비극적사상’을가졌기때문이아니라‘인생그것을그대로표현’하기위해서죽음을관심있게다룬다고말하는데,이런점에서볼때,그도이시기의리얼(real)에대한어느정도의관심을항상저버리지는않고있었다는사실을다시주목하게되는것이다.
---p.101~102

염상섭의소설이아직끝나지않은데에서‘끝’자를붙였다고말한데에는,그런지적을하는김동인의소설구조론과상당한차이가있음을뜻한다.김동인은하나의독립된허구의세계를믿었다.그리고그안에처음과중간과끝이있기를바랐다.이런소설일수록프로타고니스트와안타고니스트의팽팽한긴장이요구됨은말할것도없다.그러나,그런긴장은스토리를끌어가기위한장치일뿐,그것자체가의미를내포하는경우는드물다.작가가말하고자하는의도는결말에나가야알수있다.김동인이이런소설의구조를믿을때염상섭의소설에낯설었을것은당연하다.

염상섭은김동인이믿는허구의세계를손수무너뜨렸다.그결과,그의소설은독자앞에던져진하나의독립된세계가아니라,이미독자에게설정된세계속으로들어가독자들과그속을함께걸어다니고있는것이다.이때서로대립되는인물을설정할필요는없어졌다.독자들과함께걸어가면서경험하는모든환경적요소들이이미그안에서팽팽한긴장과대립을유지하고있기때문이다.이런구조는처음부터그결말에최종목표를두지않는다.결말이아니라과정을걸어가는동안,그는어느덧보고느낀것,말해야할것을모두그안에제시하는것이다.김윤식이「표본실의청개구리」를이해하는기본항으로서시간의문제를설정한것도이점에서주목할만하다.‘소설이자아와세계의균열로특정지어질때,이념과현실간의최대의불일치는시간’이라고그는믿었다.그시간이「표본실의청개구리」의여로란말로대치될때,이소설의의미는여행과정에따른시간속의모든것을말해준다는것이다.

「표본실의청개구리」의소설적달성의근거가바로형식과시간의병치관계에있고병치관계로인해형상화가가능했던것으로파악된다.그렇지않으면내면세계가시로응고되든가아니면객관세계와단절되고말았을것이다.이런수법은김동인등의소설과는방법을달리한것인데,그것은극적인결말로단편소설의묘미를살린다든가하는수법을일단무시한셈이다.김동인은처음부터화자의전단적인설명에의하여사건을풀어나가고있다.그리하여독자는작가의설명에따라프로타고니스트와안타고니스트의상관관계를주목하게된다.그러나상섭은사건을풀어나간다기보다오히려독자들로하여금미궁에빠져들도록한다.
---p.247~249

「날개」의첫문장은이렇게시작된다.

박제(剝製)가되어버린천재(天才)’를아시오?

그것은짧지만매력적일만큼강렬한인상을주는데,뜯어보면다음몇가지이유때문이다.첫째,‘박제’와‘천재’란단어의절묘한대조를들수있다.박제와천재는같은발음으로끝나면서서로상반된의미를가진단어들이다.박제가만일속이텅빈모형에불과한것이라면,천재는그반대로속이꽉찬실체가되는것이다.이처럼서로상반된단어들을배합시켜반어적인효과를거둘때그것은동음이의어의말재주(Pun)가된다.

이때우리는그렇게말하는사람의태도까지도엿볼수있다.그는지금박제처럼머리가텅빈사람이라고말하지만,사실은그렇게말함으로써자기가천재라는걸은근히과시하는것이다.그건그렇게말하는사람뿐만이아니다.이글을읽는독자들까지마치자기심중을꿰뚫은말처럼실감하기는마찬가지이다.그만큼천재와박제는사람들누구에게나내재해있음직한바램이자또한두려움으로서의실체이기때문이다.우리는누구나천재이고싶지만천재가아니라는비애와,천재가아니지만천재이고싶은욕망의대결속에살고있다.박제가되어버린천재를아느냐고물었을때,그것은소설가이상의물음이아니라곧이글을읽는사람들자신의물음이다.자기심중을꿰뚫는듯한그말이실감나서사람들은감탄하는것이지,이상의천재성때문에감탄하는것은아니기때문이다.

“박제가되어버린천재를아시오?”에이어지는다음기분을그는‘유쾌하다’고표현하는데이것도주목할만하다.

나는유쾌(愉快)하오.이런때연애(戀愛)까지가유쾌(愉快)하오.

여기서우리는「날개」의역설적인수사법을보게된다.박제가되어버린천재는논리적으로볼때슬픈일이거나불쾌한일일수있다.그런데이글은‘유쾌하다’말하고있다.이런때‘연애까지가유쾌하다’말하고있다.이건일반논리에어긋난표현이다.연애란어차피유쾌한행사다.그래서‘--까지가’유쾌하다고말하려면연애보다훨씬유쾌하지못한사건이제시되어야논리적으로맞는문장이될것이다.가령,‘이런때이별까지가유쾌하다’고한다면오히려맞을지모른다.
---p.432~4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