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시론강의 - 서연비람 신서 5

한국현대시론강의 - 서연비람 신서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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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인환

저자:김인환
1946년서울출생.
고려대학교문과대학국문과졸업.
고려대학교대학원국문과석사과정졸업.
고려대학교대학원국문과박사과정졸업(문학박사).
1972년『현대문학』신인추천에문학평론「박두진론」당선.
저서『문학과문학사상』(열화당,1978),『문학교육론』(평민서당,1979),『상상력과원근법』(문학과지성사,1993),『비평의원리』(나남,1994),『동학의이해』(고려대출판부,1994),『기억의계단』(민음사,2001),『다른미래를위하여』(문학과지성사,2003),『한국고대시가론』(고려대출판부,2007),『의미의위기』(문학동네,2007),『언어학과문학』(작가,2010),『현대시란무엇인가』(현대문학,2011),『TheGrammarofFiction』(Nanam,2011),『고려한시삼백수』(문학과지성사,2014),『과학과문학』(수류산방,2018),『타인의자유』(난다,2020),『새한국문학사』(세창출판사,2022),『근대의초상』(난다,2023)등출간.번역서『에로스와문명』(왕문사,1972),『주역』(고려대출판부,2006)『수운선집』(고려대출판부,2019)등출간.
2001년김환태평론문학상,2003년팔봉비평문학상,2006년현대불교문학상,2008년대산문학상,2012년김준오시학상,2022년인촌상(인문사회부문)수상.
고려대학교국문과교수(1979~2011)역임.
현재고려대학교명예교수.대한민국학술원회원.

목차


머리말
Ⅰ한국현대시의형성
1.시조의율격
2.현대시의형성

Ⅱ한국현대시의양상
1.전형문제
2.현대시의갈래

Ⅲ한국현대시의전개
1.상징(철학)과알레고리(역사)
2.한국현대시의극한이상
3.소월우파서정주
4.소월좌파신동엽
5.이상우파김춘수
6.이상좌파김수영

Ⅳ한용운의시와불교
1.한용운을읽는이유
2.한용운의삶
3.한용운과그의작품론
4.『님의침묵』의현상학

Ⅴ김소월의시와준비론
1.소월시의위상
2.소월시의전개
3.소월시의본질

출판사 서평

책속에서

이은상은시조도현대시와마찬가지로행수를자유롭게배열하는것이옳다는의견을전개하였고,위의시조는이러한의견에따라형식을조정한예이다.행의배열을바꿈으로써이은상은시조의형식을파괴하였다.위의작품을네음보로율독하면대단히어색하게들린다.네음보의율격을깨뜨리고두음보와세음보의교체형식으로바꿔놓으면,그것은이미시조가아니다.그렇다고이작품이현대시가되는것은아니다.소박한정감을문법적정확성과논리적객관성에맞게개념으로번역해놓았기때문이다.이것은결국시조도아니고현대시도아니다.
많은사람이인정하고있듯이시조율격의특징은독특한종지법에있다.김진우는시조의율격을다음과같이간결하게요약하였는데,이것은일반독자들에게여러차례낭독하도록하여얻은자료에서도출한결론이므로대체로믿을만하다고생각한다.김진우는음보수만세던종래의연구보다한걸음더나아가음보의성질을해명하려고시도하였다.시조의한행은두개의반행으로나누어지고하나의반행은다시두음보로나누어진다.첫째행과둘째행에서는강한반행이먼저오고약한반행이뒤에오며,반행의내부에서는약한음보가앞에오고강한음보가뒤에온다.반행에±1의수치를매기고,또음보에±2의수치를매기면율격의이탈이허용되는정도를알수있다.음수의수치로표시된음보에율격의이탈이허용되는것이다.
-32~33쪽

김동환은이야기의내용을단순하게하고인물을한두사람으로한정하였다.사건과사건은연속적인전개를보이지않고,극적효과를고려하여집중적으로제시된장면들이비약적으로연결되어있다.고양된의식의표출이아니면격앙된어조의대화가작품의대부분을이룬다.특히「국경의밤」의제58장은200행전부가대화로구성되어있다.따라서김동환의설화시는소설보다는희곡에가까운성격을띠고있다고할수있다.직관의직접적표현인시는작품의무대지시에사용되고,행동으로직관을객관화하는희곡은장면구성에사용된다.이렇게본다면김동환의의도는설화시를쓰려고한데있지않고시의영역을넘어서문학의세장르를통합하려는데있었던듯하다.장르의통합은단테의『거룩한희극』을통하여14세기에,그리고판소리를통하여18세기에달성된적이있었으나그것은곧해체되었다.김동환의시도는흥미로운것이었지만성공할수는없는시도였다.
여기서잠시두작품의이야기를요약해보자.두만강변의어떤마을,순이는밀수입하러떠난남편을염려한다(1~7).청년하나가마을을배회한다(8~11).순이는첫사랑의추억에잠긴다(12~16).청년은순이의방문을두드린다(17~27).두사람은고향산곡(山谷)마을에서서로사랑했으나여진인의후예인재가승(在家僧)집안이었기때문에(28~46),순이는같은재가승인마을존위(尊位)네집으로시집간다(47~57).8년만에만난두사람의대화는식민지지식인의정신적파탄에대한고발과반성으로전개된다(58).순이의남편병남은마적의총에맞아죽는다(59~62).병남의시신을산곡마을로운구하여매장하며마을사람들은조선땅에묻히는것만도다행이라여긴다(63~72).「국경의밤」의주제는식민주의와봉건주의를반대하는데있다.식민주의에대한항의는간접적으로암시되어있고봉건주의에대한항의는직접적으로노출되어있다.식민주의에대한항거가약한것은결함이라고하겠으나비교적온당한현실인식이작품의구조에긴장을부여하고있다.
「승천하는청춘」은당시의유행사조인사회주의와연애문제를다룬작품이다.흥미본위의연애이야기를현학적으로분식하는수법은대중문학에흔히쓰이는장치이다.1923년9월에도쿄를중심으로대규모의지진과그것에수반되는화재가발생하여,그혼란속에서6,600여명의재일한국인이학살되었다.「승천하는청춘」은관동대지진직후에한국인이재민2,000여명을수용한나라시노의가병영(假兵營)에서시작한다.여기서결핵으로죽게된오빠를간호하던한여자가오빠의친구와사랑하게된다.오빠가죽고애인이사상범혐의로잡혀가자여자는임신한몸으로혼자귀국한다.여자는고향의소학교에서교편을잡고있다가동료교사와결혼하였으나,임신한것이알려져남편에게쫓겨난다.고향을떠나여직공ㆍ침모ㆍ행랑어멈등으로일하며여자는아이와함께어렵게살아간다.그여자의옛애인은그때서울에서사회운동에참가하고있었는데,그에게는이여자를알기전에이미처자가있었다.아이가죽는다.아이의시체를묻으러가서두남녀가다시만나는데,우습게도남자가여자의생활을늘관찰해온것으로되어있다.두사람은온갖인습의제약이없는나라를찾아손을잡고성당의첨탑으로올라간다.「승천하는청춘」은「국경의밤」의두배가넘는길이이지만,작품의구조는여지없이혼란스럽다.이두작품을견주어보면현실인식의오류는작품구조의취약성과통한다는사실을알수있다.
-44~46쪽

일상생활에서누구나사용하고있는전형적사고를계획적이고조직적으로확대한것이창작이다.문학의창작과정은여러모로과학의탐구과정과대응된다.과학의탐구과정은가설을발견하는심리적단계와가설을체계화하는연역적단계와가설을실험하고검증하는귀납적단계로이루어져있다.과학적탐구에서가설에해당하는것이창작과정에서는전형이다.문학의창작과정은전형을발견하는심리적단계와전형을체계화하는연역적단계와전형을실험하고검증하는귀납적단계로이루어진다.이세단계의끊임없는전진과후퇴가창작의과정이다.전형은작가가설정하는의미의원천이며작가에의하여이루어지는창작의출발점이기도하다.전형은일차적으로문학의형식에관계되어있다.추리소설ㆍ성장소설ㆍ연애소설등장르에대한사전지식또는전이해가전형을구성하는데영향을끼친다.그리고전형은변모하는현실의규범이나가치에도관계되어있다.다양한심리적ㆍ사회적현상과사회의발전에대한고려도전형의구성에작용한다.어떠한현상도독립된것으로분리해놓고서는묘사하거나파악할수없으므로,복합적인현상들의다양한상호관계는어디선가결합되어야한다.전형은인간의행동이드러내는관계들을통합하는수단이다.현실의계기들은무한하기때문에전형을구성하는데는포섭과배제가불가피하다.목표를축소하고한정하지않으면현실의여러연관이끝없이확장되어전형은구성되지못한다.이런의미에서역사적현실에근거를두고있음에도불구하고전형은비현실적인것이다.
현실적현상과전형적현상사이에는정확한대응관계가성립되지않는다.전형은인위적으로구성된것이므로실생활에서그것의짝이되는상황을찾을수없다.전형은기원을고려하지않고관계를고려하는것이다.현실의여러관계가중복되는영역,여러관계가동시에교차하는지점이전형의바탕이된다.그러므로전형의구성에서가장방해가되는것은현실의한국면에집착하는고정된관점또는현실을하나의원리로환원하는단선적시각이다.문학에서환원주의는언제나개방된시각을차단하여창작을방해한다.예를들어계급투쟁을주제로하여소설을쓰는작가가만일무역제약의문제를제외한다면현실의복합성을제대로고려한전형을마련할수없을것이다.전형은직선적논리를배척하고모순되고대립되는관점까지포괄하여다각적해석의가능성을언제나보유하고있어야한다.전형은폐쇄된영역이아니다.전형이지니고있는이러한모호성에의하여창작은자유롭게의미를구현할수있다.창작과정에서전통과사회와현실에관련된국면은전형을이루지만,창작은이러한전형을현실묘사의수단으로사용하면서도글을쓰면서생겨난여러조건이제시하는새로운내용을그때그때음미하고이용하는작업이므로,작품과전형의사이에는강한긴장이개입되어있으며,작품은전형으로축소될수없다.
-72~74쪽

1인칭자기서술의이연가에서사랑의관념은우선신체의갈망으로표현되어있다.“네거름길”이란아마도“너를찾어가는길”과동일한의미일것이다.푸른나무그늘에비추어나의붉은얼굴은더욱붉게느껴진다.애욕의불에타고있는얼굴이다.작중인물인이화자의앞을보는시선은온통육체적갈망으로인해서전율하고있다.첫째시절의자기서술이둘째시절과셋째시절에서내심독백으로바뀌는것은점점더강렬해져서착란에이르는갈망의심화에대응하는표현이다.예레미야는이스라엘의파멸을예언하였고그가지은「예레미야서」는온통불길한저주로가득차있다.작중인물은이극렬한애욕이끝내그의알몸을파괴하지않을까두려워한다.그러나그는애욕의갈망을멈추지못하고비로봉꼭대기에서벌어지는강간사건들을상상한다.그것도한남자가한여자를강간하는장면이아니라여러남자가여러여자를한자리에서강간하는장면이다.애욕의시선앞에서는세상전체가미친것처럼요동한다.아버지와애인사이에서방황하다미친오필리아의웃음소리가이장면에등장하는것도자연스럽다.그녀는애욕에정직하게따르지못하였기때문에,아버지의요구에따라애욕을거절하였기때문에미쳤다.예레미야는애욕을따르면파멸한다고경고하고오필리아는애욕을억누르면미친다고경고한다.서로반대되는두사람의경고사이에서작중인물의신체는방향을찾지못하고방황하고있다.그는연인을원수라고부른다.사랑은파멸과광기를수반할수밖에없기때문이다.극도의번민과방황속에서그는기적적으로‘쬐그만휴식’을발견한다.휴식이애욕의열기를가라앉히자그는비로소사방을둘러볼수있는여유를가지게되고,흐르는구름그림자가남은미열을서늘하게가려주는것을느낀다.그는구름처럼흐르다가저물때에그녀에게들르는것이자연스러운행동임을깨닫는다.“붉으스럼한얼굴”로갈것이아니라“새파라니”흘러가다가“해와함께저므러서”그녀를만나겠다는깨달음은사랑을애욕보다더큰갈망으로변형해놓은것이다.신체의성욕은연인을원수로만드나,의존심과적개심으로뒤얽힌성욕을넘어서서평상심으로나아갈때에야연인과의자연스러운사랑이가능하다는통찰이감각적으로표현되어있다.
이시들을통하여우리는서정주의초기시가정상적인인간관계를불가능하게하는욕망의편력에기인함을알수있고,동시에작시에골몰함으로써시라는언어예술의형식이유한한노동체계를넘쳐흐르는그러한무한욕망을한정하여생활을파탄시키지않게해주었을것이라고추측할수있다.이렇게볼때,광복이후서정주시의변모는갈길과할일을확고하게선택함으로써사회내에서주체의위치에대한고뇌에서벗어날수있었다는점에그원인이있을것이다.이무렵얻은그의‘쬐그만이휴식’(「도화도화」)이얼마나커다란결과를초래하고말것인가에대해서는아마자신도전혀짐작하지못했을터다.
-138~139쪽


과학의지배아래에있는근대사회는이러한이원성을조화시키기위하여예술에지나치게큰의미를부여했다.예술작품안에서는재료와형식,필연과자유가구체적으로통일되어있다고생각했기때문이다.화해할수없는분열과대립을해결하는원리가예술작품안에내재되어있다는것이다.실러에의하면“미의문제는정치의문제나자유의문제를해결하기위해서인간이반드시지나가야할길”이다.실러는예술을올바른인생태도와동일한낱말로사용하였다.
아름다움또는미적인통일성을향유할때에는질료와형식,수동과능동의현실적인결합과교환이즉각적으로일어나기때문에우리들의두본성이모순없이양립할수있고무한한존재의실현성(Ausfurbarkeit)과가장고상한인간성의가능성(Moglichkeit)이유한한현실에서성취될수있다는사실이실제로증명된다.
그러나우리는실러에게무슨근거로예술의원리를세계의원리로확장하였는가를묻지않을수없다.조화와균형이라는예술의역할을과장하면할수록이번에는거꾸로과학의논리적이해력이존립할수없게되며,이원성을넘어서려는인생태도는신비주의에귀속되는위험을회피할수없게된다.세계자체가예술의원리에따라형성되어있지않은터에,도대체어떻게예술이조화의역할을담당할수있겠는가?이것은정관적관조의문제가아니라역사적실천의문제다.
대부분의예술가들은실러와는반대방향을택하여예술의영역을극도로축소함으로써이렇듯난처한질문과마주치지않을수있는방향으로나아갔다.그들은예술작품을예술작품으로만드는최소한의예술성이외의모든것을예술의영역에서배제하였다.그들은할말이전혀없는예술작품을만들려고시도하였다.주어져있는세계와현실의기존질서를그대로방치하고,예술로부터일체의의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