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준 : 쇼를 해라 - 비람북스 인물시리즈

백남준 : 쇼를 해라 - 비람북스 인물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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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백남준은 왜 작품을 하느냐고 묻는 말에 “재미없는 삶을 재미있게 하려고…”라고 답했다. 백남준이 추구한 것은 ‘새로운 것에 대한 갈망, 그 새로운 것으로 사는 재미있는 삶’이었다. 재미있는 정도가 아니라 세상에 없는 것을 찾아내어 깜짝 놀라게 하는, 세상을 바꾸는 일이었다. 오늘날 젊은이들이 백남준에게 배워야 할 것이 있다면 바로 그런 점일 것이다. ‘새로움 찾기’, 그러기 위하여 ‘도전하기’, 도전하기 위한 ‘용기 내기.’ 그래서 세상을 각자 제 생각대로 신나게 살고, 나아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기…. 이렇게 앞서 길을 닦아 놓은 사람들이 있어 K-pop이 통하는 시대가 된 것처럼 이제 젊은이들이 펼치는 꿈은 세계 무대에서 무엇이든 가능하다. 그러니 백남준의 말대로 “쇼를 해라.” 그러면 이룰 것이다. 도전을 ‘쇼’처럼, 신나게, 젊은이답게, 현대인답게, 세계를 무대 삼아…. 백남준은 ‘쇼’를 하며 산 사람이다.
- 신옥철(소설가, 시인, 전 경기대 문예창작과 교수)

저자

신옥철

저자:신옥철
소설가,시인,전경기대문예창작과교수
충청남도예산출생.
경기대학교인문대학문예창작학과졸업.
홍익대학교대학원석사과정미학과졸업.
홍익대학교대학원박사과정미학과수료.
1996년심훈문학상소설「상록수에내리는비」당선.
1996년<월간문학>신인문학상시부문「꿈과슬픔」당선.
2020년김기림문학상수상.
시집『결고운먼지』,소설집『상록수에내리는비』,동화집『대영박물관으로간돌멩이』외출간.
전경기대문예창작학과교수
2024년현안산여성문학회부설안산시민문학대학대표.

목차


머리말

1부백남준이걸어온길
2부백남준의사람들
3부백남준의작품들
4부미래를내다본백남준

소설백남준해설
백남준연보
소설백남준을전후한한국사연표
참고문헌

출판사 서평

책속에서

조문객의줄이길게이어졌다.장례식진행을보는사람은그의조카이다.조카는그날장례식에참가한주요인사를소개했다.휠체어를타고참석한머스커닝햄과제자빌비욜라,그와함께플럭서스멤버로활동했던오노요코,그리고한국,일본,독일,네덜란드,프랑스.여러나라의인사들.평소가까웠던지인들이돌아가며죽은이와의회고담을들려준다.
먼저오노요코가말한다.
“1970년대초기뉴욕에서나는백선생과함께했습니다.그의예언자적기질과천재성은여러분도모두잘아시지요.”
조문객들은그의말에동의하며손뼉을친다.
나무,다리,섬까지천으로싸버리는대지예술가크리스토와그의부인잔클로드도장례식에와주었다.
“나는언젠가남준에게피아노를빌려붕대로싸는작업을하여작품을만들었습니다.그런데전시를마치고돌려주었더니남준이골이나서그걸다풀어버렸지뭡니까?아마지금저기누워서남준은그일을가장후회하고있을것입니다.”
하하하….
조문객이웃었다.그러자크리스토가다시말을이었다.
“그걸그대로놔뒀더라면아마지금은수백만달러가되었을것입니다.그러면나는부자가될수있었을텐데.정말아깝습니다”
조문객들이다시한번크게웃는다.
그렇다.그때그는골이나있었다.다른친구에게빌려준피아노가엉뚱하게도광목쪼가리에칭칭감겨서크리스토의전시장에있었으니까.
-19~21쪽

남준은아버지를따라가는수밖에없었다.그때는아버지가왜형들은놔두고자가를데리고간것일까?하는불만도있었지만,음악에만빠져있는관심을돌려보려고했었다는걸후에알게되었다.당시남준은17세였고여권번호는7호아버지가6호였다.한국전쟁6,25가발발하기1년전이다.
아버지는인도의한상인을만났다.그리고남준에게통역을하라고시켰다.하라고하니꼼짝없이하기는했지만그건신통치않은통역이었다.사실아버지는스스로상대의말을다알아들을수있었다.
아무튼그때사업은자신에게맞지않는다는걸알게되었다.이다음에무엇이될것인가는하는것에대해서는아직잘모르는때였지만홍콩여행은아버지를이어사업을하지는않을것이라는생각을하게된계기가되는것에는충분했다.왜냐하면그때아버지가인삼거래를하는짐속에서무기가들어있는상자를보았기때문이다.아버지는큰사업가로서해방후서로다른이념으로갈등하던정세에서남한정부의요청을들어주었던것이었다.아무튼어린학생의눈에사업가는겉으로드러나는일이면에다른모습도있다는것을알게되었고그런일은자신에게맞지않는다고생각하게되었다.
아무튼마르크스를읽던남준은자연히아버지와멀어졌다.아버지를따라다니는일이흥미롭지도않은일이어서빨리한국으로돌아가고싶었다.그런데아버지는마치속마음을꿰뚫어본것처럼뜻밖의선언을하는것이었다.
“일이끝났으니나는이제집으로돌아갈것이다.하지만너는홍콩에남아있거라.”
“네?저혼자서요?”
“그래다큰녀석이아버지가먹고살수있도록마련해줄것인데뭐가두려워.넌여기남아서국제적인학교에서여러나라학생과함께공부를더할거야.이미등록을마쳤으니이주소로찾아가기만하면돼.”
거역할수없었다.아버지의속셈을이제야알았다.한국에돌아가음악공부를계속하는것을막기위해서였을것이다.남준은하는수없이홍콩에남아본의가아닌타의에의해조기유학이라는걸하게되었다.다음날아버지의지시대로찾아간학교는영국계고등학교‘로이든스쿨’이었다.
-48~49쪽

남준이TV를이용한비디오아트를창시하게된배경은1960~1970년대미국사회의급속한TV보급으로정치,사회,개인에이르기까지삶의패턴을완전히바꾸어놓은현상에주목하면서부터였다.이시대TV는사람들을불러모아획일적정보를공급하여바보로만든다는이유로‘바보상자’로불릴만큼대중적이었다.늘새로운것을찾아야하는예술가인만큼바로가장흔한TV로창작을해야겠다고생각했다.사람들은바보상자라고말하지만모두그바보상자앞에앉아있고,TV를보며이야기하고,TV를보며웃고있었으니까.그리고무엇보다예술가들조차도TV는과학기술의분야로만생각할뿐예술과는거리가먼것으로생각하고있으니까.서로조합이안될것같은것에서찾아내는것이야말로진정새로운것을찾는방법이었기에가장매력적일수있다고생각했던것이다.
쇼게츠홀공연후일본에서TV예술을막시작하려고할때뉴욕에서초청장한장이날아왔다.뉴욕의플럭서스공연에중요한멤버로참여해달라는것이었다.그래서남준은1964년난생처음미국에갔다.뉴욕도착당시1958년독일에있을때동료로지내던아방가르드작가들은이미대가가되어있었다.그리고앤디워홀이라는새인물이등장하였다.앤디워홀은‘팝아트’의유명인으로활동하며고전예술의권위에정식으로도전하고있었다.뉴욕은활기가넘쳤다.일본에비해열정적인예술가들이모여있었고그들의활동은서로자극하며각자의새로움을경쟁하고있었다.존케이지,마리바우어마이스터,샬롯무어만,스톡하우젠등의동료들도뉴욕에정착하라고붙들었다.남준은뉴욕에남았다.
나중에보이스가남준에게물었다.
“뉴욕에서지내기가어떤가?”
“독일에는누가친구이고누가적인지알수있는데뉴욕에서는누가친구고누가적인지모르겠어.여기서는비단장갑을끼고사람을죽이는것같아.”
그만큼뉴욕은치열했다.
-81~83쪽

지금까지레이저는대부분다른영상을쏴주는역할에머물렀다.레이저자체가아닌레이저가쏴준영상,인간의얼굴,풍경등이예술이되는,즉예술을보여주는역할뿐이었다.그런데이번에는다른것이다.레이저광선자체가예술이되게하는것이니까.
이무렵남준은뉴욕에세계의스튜디오와아파트한채를소유하고있었다.스튜디오는뉴욕현대미술가중심지인소호일대그린가와브롬가에있었고아파트는머서가에있었다.브롬가스튜디오는초창기비디오아트작품들이제작되었던곳이고차이나타운근처그랜드가4층스튜디오는드로잉작품을그리거나갤러리관계자를만날때이용하였다.반면그린가의작업실은훗날자신의작품을모아놓을미술관을만들기위해사둔것이었다.이곳에서레이저작품을만들었다.
구겐하임미술관에서는전시컨셉이회고전인만큼이전에제작한작품모두를보여주자고하였다.그러니새로운레이저작품은물론과거작품들도모두손을봐야했다.남준은조수들과함께의논에의논을거듭했다.남아있는의지와열정을모두쏟아부었다.
아내는개막식에입고나갈옷을준비했다.옷제작은마르셀뒤샹의손녀이며색채의대가앙리마티스의증손녀가맡았다.세간에는병중인남준이구겐하임미술관에서개인전을연다는것만으로도뜨거운이슈였다.뉴욕지하철에는전시를알리는포스터가수백장나붙었고,길거리에도전시회깃발이나부꼈다.많은이들이궁금해했다.이번에는어떤작품을선보일까?그러니어찌소홀히할수있겠는가.
제목은〈달콤하고우아한〉이다.이작품은천국을상징한다.흰색,빨간색,파란색여러가지빛의레이저광선이돔형의미술관천정으로쏘아올려졌다.광선은오묘한기하학적문양을쉴새없이만들어냈다.
-118~120쪽

샬롯무어만과남준은1965년유럽순회공연을통해명성을더욱드높였다.샬롯무어만과의일화는아주많다.그중재미있는일은한공연중에그녀가무대에서잠들어버린것이다.깨워보았지만,소용이없었다.흔들고,소리치고….자는그녀를뒤집어엎어보고….깨우기위해10분넘게그야말로무대위에서‘쇼’했다.그런데도이상하게그녀는잠에서깨지않았다.남준은지쳐깨우는것을포기해버렸다.그래서혼자피아노를연주하는척하다가찌증이나피아노에엎드려자버렸다.그녀와몸씨름을하여피로가몰려왔기때문이다.한참자다가깨어나도그녀는여전히자고있었다.남준은화가나서될대로되라고아예무대에서내려와방에가서자버렸는데관객들은그게설정인줄알고잠시감상하다가다른방으로이동하는순서아닌순서를밟고있었다는것이다.나중에알고보니샬롯무어만이불안해하여스태프가공연직전에강한진정제를먹였던것이었다.그녀는2시에일어나혼자멋지게연주를마쳤다고한다.
1996년에는다른도시로장소를옮겨공연하기위해스태프전원이이동해야하는일이있었다.남준은짐을챙겨먼저떠나고샬롯무어만은다음열차를타고약속한장소에서만나기로했는데기차를잘못탄것이었다.서너정거장가서이를깨달은그녀는막무가내로기차를세워거꾸로가게하였다고한다.출발한기차가되돌아온사례는전무후무한일이었다.그녀의말에의하면그때의상황은말그대로가관이었다.그녀는기차를잘못탄것을알고큰일났다싶어출입문으로가비상시수동으로작동하는손잡이를강제로작동시켜기차를세웠다는것이다.승무원이달려오자사정을얘기했지만통할리가없었다.그래서자신이누구이며,무슨일을하는지,다음공연이얼마나중요한건지영어로막떠들어댔고그래도통하지않자그동안매스컴을탄공연사진과다음공연포스터와티켓을보여주며대성통곡난리난리를쳤다는것이다.도저히말릴수없다고생각하게되자승무원들은비상사고로정리하여열차를돌렸다고한다.
-144~14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