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씨남정기(윤진성 선생님과 함께 읽는)(서연비람 고전 문학 전집 4)

사씨남정기(윤진성 선생님과 함께 읽는)(서연비람 고전 문학 전집 4)

$13.32
Description
더 쉽고 깊게 만나는 김만중의 걸작 「사씨남정기」

사씨남정기」는 조선 후기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김만중의 한글 소설로, 한 가정 안에서 벌어지는 모함과 질투, 탐욕, 잘못된 판단의 문제를 통해 인간과 사회의 모습을 깊이 있게 그려 낸 고전이다. 정실부인 사씨와 첩 교씨의 갈등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지만, 그 안에는 선과 악의 대립, 권력을 가진 이의 책임, 유교적 가족 질서의 균열, 그리고 억울함이 밝혀지는 과정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이 책은 「사씨남정기」를 처음 접하는 청소년 독자도 쉽게 읽을 수 있도록 현대적인 문장으로 다듬었다. 원문의 어려운 표현과 낯선 호칭, 관직명은 이해하기 쉽게 정리하고, 긴 이야기는 사건의 흐름에 따라 나누어 소제목을 붙였다. 고전소설 특유의 품격과 장중한 분위기는 살리면서도, 인물 관계와 줄거리를 자연스럽게 따라갈 수 있도록 구성한 점이 특징이다.

또한 작품 뒤에는 「사씨남정기」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해설을 덧붙였다. 줄거리와 주요 인물의 성격, 유교적 가족 질서, 처첩 갈등, 정치적 알레고리, 권선징악의 의미를 함께 살피며, 작가 김만중의 생애와 문학 세계도 소개한다. 이를 통해 독자들은 이 작품을 단순한 옛이야기가 아니라 조선 후기 사회와 인간 삶의 보편적 문제를 비추는 살아 있는 고전으로 만날 수 있다.
저자

김만중

(1637~1692)

서포 김만중은 조선 후기의 학자이자 관료이며 뛰어난 문필가였다.
병자호란 중에 유복자로 태어났다. 예학의 대가 김장생의 증손으로, 어머니는 해남부원군 윤두수의 4대손으로 명망 있는 가문 출신이다. 김만중의 어머니는 어려운 형편에도 두 아들의 교육에 힘을 쏟았다.
스물아홉 살에 벼슬길에 나아가 출세가도를 달려 대사헌에 이르렀다. 그러나 서인이란 출신 때문에 장희빈 일가를 둘러싼 어사로 선천에서 1년 간 유배생활을 하게 되었다. 기사환국이 일어나 다시 남해로 유배를 갔다가 그곳에서 세상을 떠났다.
문학 비평문인 『서포만필』을 비롯하여 소설 작품을 남겼다.
선천 유배생활 중에 상심한 어머니를 위로하기 위해 「구운몽」을 썼고, 남해 유배생활 중에 「사씨남정기」를 썼다.

목차

책머리에 9
「사씨남정기」를 읽기 전에 13

사씨남정기
1. 신동 유연수, 세상에 이름을 알리다 23
2. 관음찬을 인연으로 사정옥과 백년가약을 맺다 26
3. 시아버지의 죽음과 후사에 대해 근심하다 42
4. 교씨를 둘째 부인으로 맞이하다 47
5. 교씨의 참소로 집안에 불화가 시작되다 53
6. 동청의 등장과 함께 교씨의 음모가 깊어지다 61
7. 옥지환으로 사씨 부인이 누명을 쓰다 70
8. 사씨 부인이 가문에서 쫓겨나다 91
9. 사씨 부인이 납치 위기를 넘기다 101
10. 남쪽으로 향하는 고된 물길, 절망에 빠지다 114
11. 사씨 부인이 황릉묘의 계시를 받다 124
12. 유연수, 마침내 진실을 마주하다 139
13. 기나긴 이별 끝에 극적으로 다시 만난 부부 166
14. 사씨 부인이 정실부인으로 돌아오다 178
15. 잃어버린 아들 인아를 되찾다 197
16. 교씨와 공모자들이 처참한 최후를 맞다 207
17. 유씨 가문이 번영하고 선악의 보응이 드러나다 215

「사씨남정기」 꼼꼼히 들여다보기 217
김만중의 문학 세계 247

출판사 서평

책속으로

“다른분들의말씀은모두공정하지못한듯하여,제가들은대로바른말씀을드리겠습니다.대감께서부귀한집안을원하신다면엄승상댁만한곳이없습니다.그러나어질고지혜로운규수를원하신다면신성현(新城縣)의사급사(謝給事)댁소저(小姐)만한사람이없습니다.그러니이두집안가운데에서고르시면좋을듯합니다.”
매파의말에유현이대답했다.
“부귀는본래내가바라는것이아니오.나는어진며느리를얻고싶소.사급사는대간벼슬을하다가억울하게귀양지에서죽은사람아닌가.참으로강직한인물이라고들었는데,그집안에딸이있는줄은미처몰랐소.”
“그소저는용모와덕행이모두뛰어납니다.제가중매일을한지삼십년이넘었고,높은벼슬아치와재상가의딸들을많이보았지만,이렇게단정하고지혜로운소저는처음보았습니다.더알아보실필요도없을만큼훌륭한규수입니다.”
매파의답을들은유현이말했다.
“우리는얼굴만보고며느리를들이려는것이아니오.무엇보다현숙한덕행을갖춘사람이어야하오.”
“사소저는덕행과용모가모두훌륭합니다.제말을믿기어려우시다면,사소저가얼마나뛰어난사람인지직접확인해보셔도좋습니다.”
주파는이렇게말하며사소저를거듭칭찬하고장담했다.매파가돌아간뒤,유현은그말을곰곰이생각하다가두부인과상의했다.그러자두부인이좋은방도를내놓았다.
---p.26~27

세월은흐르는물처럼지나어느덧삼년상을마칠때가되었다.상을마친뒤유한림이다시관직에나아가자,황제는그를크게쓰고자했다.그러나유한림이조정의간신배들을배척하는강직한기개를지니고있었으므로,엄승상(嚴丞相)은그를몹시꺼려사사건건훼방을놓았다.그때문에유한림은뛰어난재주와명망에도불구하고벼슬길에서뜻을제대로펼치지못했다.
더구나유한림의나이가서른에이르도록슬하에혈육하나없었으니,부부의시름은날로깊어졌다.이를누구보다근심하던사씨부인은마침내한림에게자신의마음을조심스레털어놓았다.
“첩은본디몸이허약하여상공을모신지십여년이지났으나,아직혈육하나얻지못하였습니다.옛말에불효가삼천가지라하나그중아들없는죄가가장크다하였으니,후사를잇지못한저의죄는실로가볍지않습니다.그럼에도지금까지상공의너그러우신덕으로무탈히지내왔습니다.
그러나곰곰이생각해보니,상공께서는대대로독자(獨子)로이어온유씨가문의종손이십니다.이대로가다가는유씨가문의종사가끊어질까심히걱정됩니다.부디첩을개의치마시고어진여인을새로들이시어아들딸을얻으신다면,이는가문의큰경사일뿐아니라첩의허물또한조금이나마덜수있는길일것입니다.”
사씨부인의말에유한림은허허웃으며,아내를위로했다.
“자식이없다하여어찌부인을두고다른여인을들이겠소.예로부터소실을들이면집안이어지러워지는일이많다하였거늘,부인은어찌스스로화근을부르려하오?이는결코옳은일이아니니,다시는그런말을꺼내지마시오.”
이에사씨부인이다시조심스럽게말했다.
“첩이비록부족하오나,세속의아낙들이투기하여일을그르치는폐단쯤은익히알고경계하고있습니다.그러니제걱정은거두어주시옵소서.옛사람들도한남편이처첩을두고도화목하게지내면이를미덕으로여겼습니다.첩이비록덕망은모자라나,어리석은여인들의투기를본받아집안을어지럽히는일은결코없을것입니다.”
---p.43~45

유한림이동청을불러사람됨을살펴보니,말이민첩하고막힘이없었다.더구나믿는친구의추천까지있었으므로,곧그를집에두고서사(書士)로임명하여,문서와집안일을맡아보게했다.
그런데동청은본래간사하고교활한사람이었다.그는유한림에게아첨하고,유한림이하고자하는일을미리알아차려비위를잘맞추었다.순진한유한림은그런동청을기뻐하며점점신임하게되었다.그러나동청의태도를유심히지켜보고있던사씨부인은마음이놓이지않아유한림에게넌지시말했다.
“들리는말에의하면동청이라는사람은정직하지못하다고합니다.큰일을저지르기전에내보내는것이좋을듯합니다.전에있던곳에서도좋지못한일을많이하다가일이드러나쫓겨났다고하니,곧내보내십시오.”
“남의소문이참인지거짓인지어찌알수있겠소.더구나친구의추천으로받아들인사람이니,좋고나쁨은좀더두고보아야하지않겠소?”
“사람은바르지못한사람과함께지내면주위사람까지그릇된일에물들게되는법입니다.그러니빨리내보내어집안의법도가어지러워지지않도록미리막는것이좋겠습니다.만일그런표리부동한사람때문에돌아가신부모님의가법이무너진다면,그때후회해도소용이없을것입니다.”
“당신의말도일리는있소.그러나세상사람들은남을헐뜯는소문을퍼뜨리기좋아하니,지금들은말만으로판단할수는없소.조금써보아야참과거짓을알수있을것이고,좋지못한점이드러나면그때처리하는것이옳지않겠소?”
사씨부인은자신의조언을귀담아듣지않는남편의태도가못마땅했다.예전같으면이정도로말했을때남편이자기말을따랐을터인데,이번에는유난히고집하는것이이상하게느껴졌다.사실유한림이사씨부인을신임하는마음은예전과분명히달라져있었다.첩교씨의참소로인해한림에게사씨부인을의심하는마음이생긴것을아직사씨부인은알지못했다.그래서말은길어졌으나,끝내원하는결과를얻지못했다.
그뒤동청은큰집의살림을도맡는집사로서일을전담하게되었다.그는더욱힘써유한림의비위를맞추었고,동청의간교함에눈이가려진유한림은사씨부인의충고를쓸데없는걱정으로여기며잊어버렸다.그러고는오히려동청을더욱신임하여중요한집안일까지거의일임했다.
---p.61~63

이때사씨부인은배를타고남쪽으로향하던중이었다.만경창파(萬頃蒼波)위에거센바람이일어나자,파도는하늘에닿을듯높이솟구쳤고,배는마치나뭇잎처럼물결에이리저리사납게흔들렸다.
위험한풍랑속을지나가던장삿배들은새벽달아래찬바람을맞으며힘겹게닻줄을감아올렸다.그소리만으로도강물이얼마나깊고험한지짐작할수있었다.또한,양자강양쪽산골짜기에서는원숭이떼가구슬피우는소리가들려와,풍랑과파도에시달리는선객들의마음을더욱어지럽게했다.
거센풍랑에흔들리는배안에서사씨부인은자신의불행한신세를끝없이한탄했다.규중의정숙한여인으로살아왔건만더러운죄명을쓰고시집에서쫓겨났고,다시박해를피해장사로달아나는길에이제는끝없는거친물결위의작은배한척에목숨을맡기게되었으니,오장이뒤집히고가슴이무너지는듯했다.사씨부인은통곡하며하늘에호소했다.
“하늘은어찌하여저같은사람을세상에내시고,이토록기구한운명을정해주셨습니까?”
유모도그말을듣고함께슬피울다가,먼저울음을그치고사씨부인을위로했다.
“하늘은비록높으시나,살피심은밝으십니다.부인의앞길도머지않아반드시트일것입니다.”
유모의말에사씨부인은다시눈물을흘리며말했다.
“내팔자가기박하여너희들까지고생시키니마음이아프구나.나는내죄로이런고생을겪는다하더라도,유모와차환은무슨죄가있단말이냐.모두나같은주인을잘못만난탓이니,내가어찌미안하지않겠느냐.
규중여자의몸으로일엽편주에몸을싣고,이토록풍랑이심한물위에표류하고있으니앞으로내신세가어찌될지알수없구나.더구나두부인께서이런사정을알고기다리시는것도아닌데,시집에서쫓겨난몸으로구차하게살아서장사까지구원을바라고가고있으니,이신세가어찌가련하지않겠느냐.차라리이물속에몸을던져굴원(屈原)의충혼을따르고싶구나.”
---p.142~1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