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그리다 (하창수 장편소설)

사랑을 그리다 (하창수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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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공상과 광란, 희망 위에서 이루어지는 한 화가의 환상을 집요하게 따라가는 하창수 작가의 장편소설. 이전 소설들이 암울한 현실 앞에서 위축되는 삶의 모습을 보여 주곤 했다면 이번 장편소설은 마음 깊이 바라는 것과 현실 사이의 괴리를 ‘춘화(春?)’라는 소재를 통해 상상적인 방식으로 넘어서려고 하는 예술적 시도를 보여준다.
저자

하창수

소설가이자번역가.1987년《문예중앙》신인문학상에중편소설「청산유감」이당선되어등단했다.1991년장편소설『돌아서지않는사람들』로한국일보문학상,2017년단편「철길위의소설가」로현진건문학상을수상했다.중단편집『지금부터시작인이야기』『수선화를꺾다』『서른개의문을지나온사람』『달의연대기』,장편소설『젊은날은없다』『죽음과사랑』『허무총』『그들의나라』『함정』『1987』『봄을잃다』『천국에서돌아오다』『미로』등을출간했다.H.G웰스,어니스트헤밍웨이,윌리엄포크너,스콧피츠제럴드,러디어드키플링,헨리제임스등주요영미작가의소설과『어떤행복』『과학의망상』『바람속으로』『명상의기쁨』『오늘부터다르게살기로했다』등을우리말로옮겼다.

목차

005작가의말

제01장나비,둘
제02장화사(畵師)를만나다
제03장전야(前夜)
제04장밀담
제05장벌거벗은몸
제06장정결한음란
제07장음란한기품
제08장도깨비와노닐다
제09장사랑이가는자리
제10장별리의밤
제11장아름다운사람,들

평론|열망과환상,그리고예술-김지윤(문학평론가)

출판사 서평

하창수장편소설『사랑을그리다』는공상과광란,희망위에서이루어지는한화가의환상을집요하게따라가고있다.이전소설들이암울한현실앞에서위축되는삶의모습을보여주곤했다면이번장편소설은마음깊이바라는것과현실사이의괴리를‘춘화(春?)’라는소재를통해상상적인방식으로넘어서려고하는예술적시도이다.
이소설은사회의법도와금기를초월하는욕망이환상의형태로법과지배적가치체계의바깥으로문을열고있다.조선시대를배경으로주인공김상현의사랑과욕망의고통스러운혼돈속으로빨려들어가는이야기의중심에춘화가놓여있다.오로지춘화를그리는일에몰입하면서찾으려했던것은어떤아름다움이일까.사촌지간의젊은오누이,상현과상희의이룰수없는사랑은다른세계를꿈꾸게하는현실의원리로놓여있다.
자형박호민과도화서화사를지낸정진모를통해춘화를접하게된상현은급기야스스로‘운우첩책’을그리겠다고나선다.상현은춘화에서정인의얼굴이그위에겹쳐지는것을느꼈기때문이다.사회적금기와상식을넘어서고자할때문득‘아름다움이란무엇인가’라는질문이우뚝벽을세운다.

운우도를그리는행위로사회의규범을넘어서려는시도는조선시대이단화가들에대한서사를그려낸하창수의전작『그들의나라』에서이어진다.『사랑을그리다』에서도그림을그리는화가를통해예술이다다른환상의정점에서또다른세계를완성하고자한다.
상현은환상속에서사사로운정과욕망을초월하는몰입의경지를마주하게된다.은평색주가에서한달을머물며그림을그린상현에게인간의욕망을넘어선순간이실현되고있는것이다.미친듯빠져들어그림을그리면서점점자신의환상을구체화시켜나간다.상현의그림은표면적으로는춘화지만,일반적인성적욕망과는거리가먼그림이다.그림속의대상이느끼는감각은강렬하지만일상과는거리를둔다.‘순수한몰두’가화가와그림속인물들모두를사로잡고있으며,그러한몰입은그들을일상과분리시킨다.
그러나자신의딸이세자의눈에들어왕비가되기를원하는백부에게상현의사랑과열망을담아자기다운사람이되고자했던그림은난삽하고추잡한남녀상열의더러운춘화로전락하고만다.

『사랑을그리다』에서화가상현으로서의삶과현실은큰간극으로인하여연민을불러일으킨다.상현의어머니나정진모,박호민등이연민을보이는것도그것때문이다.그후상현이중국으로간것은더이상예전대로의현실로돌아가지못할것을알기에자신의현실과마주치지않으려타국으로떠난것으로여겨진다.
박호민은상현을만나귀국을권하며,상현이그린그림들을보면서이건춘화가아니라고생각했다고말한다.“아름답다는건뭘까?”라고불쑥던진그의질문에상현은대답하지못한다.상현은혼자남은후에도“아름답다는건무언가.우리는무엇을아름답다하는가.”라고되묻는다.
상현은중국청조(淸朝)의궁정화가였던서양인낭세녕(?世寧)의매그림에서“자유로이날아갈수없는매의운명”을보고자한다.

‘이사람은지금다른생각을하고있다.이사람이생각하는건보통의춘화가아니다.남녀의흐벅진정사를화선지에담으려는게아니다.더깊은곳이거나,그너머의무엇이다.’

박호민의생각처럼상현은다른세계를열망하고있다.그러나횃대위에묶인모습은대상뿐만아니라그것을바라보고그리는한예술가에게조차고통스러운것이아닐수없다.소설가역시그고통을물끄러미바라보다가자기안으로스며드는어떤환상과마주하고있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