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공포증 (배수영 장편소설)

햇빛공포증 (배수영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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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검은 호수 밑바닥에 묻어둔 과거가 다시 날 찾아왔다

“잊었어? 내가 너의 저승사자란 걸!
넌 영원히 어둠 속에 갇히게 될 거야.”
성큼 다가온 하나의 강렬한 장면. 어둠 속에 웅크린 아이의 잔상이 배수영 작가의 손가락 끝에서 이야기로 탄생했다. 인생에 드리운, 상처로 얼룩진 슬픈 인연이 그려내는 섬뜩한 메디컬 미스터리 《햇빛공포증》이 몽실북스에서 출간된다.

경비행기 조종사 한준은 연인을 만나러 가던 중 엘리베이터에 갇히는 사고를 당한다. 구조대가 도착하고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는 순간 몸에 쏟아진 강렬한 햇빛에 엄청난 고통과 정체 모를 기시감을 느낀 그는, 혼절하여 병원으로 실려 간 뒤 햇빛공포증이라는 희귀병을 판정받는다. 한준의 담당의 주승은 최면 치료를 통해 한준이 잊고 있던 유년기의 끔찍한 기억을 되살리고 치료가 거듭될수록 살아나는 과거의 악몽 때문에 한준은 점점 더 공포 속으로 내몰리는데…….
저자

배수영

《햇빛공포증》을쓰면서행복했고동시에절박했다.그토록집필에매달린이유는삶에의미가필요했기때문이었다.글을쓴다는것은,나를,내삶을좋아하기위한일련의노력이요고행이었다.속에있는것들을모두끄집어내어정제된언어로다듬고공을들이는작업은뻐근한허리와침침한눈못지않게희열과보람을안겨주었다.글을쓴다는것은내속에살고있던‘것’들과처음으로대면하고깜짝놀라는과정이었다._작가의말중에서

●한국문인협회워싱턴주지부가주최한문학상에서수필부문우수상을수상하며동시에수필가로등록되었다.해마다협회지에수필을기고하며중ㆍ장편의소설을쓰고있다.

목차

1.천사의정죄…9
2.오래된기억…79
3.정탐꾼…173
4.조력자…205
5.천사의고백…357

작가의말…397

출판사 서평

견딜수없어자신마저지워버린남자
모든것을잃고복수만을기다려온남자

경비행기조종사한준은연인을만나러가던중엘리베이터에갇히는사고를당한다.구조대가도착하고엘리베이터문이열리는순간몸에쏟아진강렬한햇빛에엄청난고통과정체모를기시감을느낀그는,혼절하여병원으로실려간뒤햇빛공포증이라는희귀병을판정받는다.한준의담당의주승은최면치료를통해한준이잊고있던유년기의끔찍한기억을되살리고치료가거듭될수록살아나는과거의악몽때문에한준은점점더공포속으로내몰린다.

기억의고통속에갇혀버린한준이진정제의여파로잠에서깨어나지못한어느날,하얀가운을입은남자가나타난다.며칠간식음을전폐해수척해진한준의몸을정성스럽게닦이고옷을갈아입힌다.화장실에서물을받아와머리까지감겨주던남자는말한다.“제기랄,이러다정들겠어.그런데말이지,너무감동받진마.좀친해졌다고생쥐를유리관에서꺼내주는과학자는없거든.”남자는쿡쿡웃으며한준의몸을말끔히닦아내는데….

한준은무겁게가라앉는눈꺼풀을끌어올리려애썼다.하얀가운을입은남자가한준의의식이돌아온것을눈치채고성큼다가왔다.
“이제슬슬문이열릴때가되지않았나?너무오래닫혀있었어.”
다정하면서도오싹한목소리.한준은귓바퀴에와닿는입김에몸서리를쳤다.
“걱정마.내가열어줄게.”
가운을입은남자는즐거운듯웃음을삼키며한준의머리에연결된장치의버튼을눌렀다.삑소리를내며모니터가켜졌다.얼음장같이차가운손이한준의다리에주삿바늘을찔러넣었다.수척한한준의볼에경련이일었다._본문중에서

소설은한준이엘리베이터에서쓰러져정신병동에갇히고알수없는기억의악몽에시달리는가운데믿고의지하고싶은존재에게오히려냉대당하는‘현재’와,어린한준이엄마에게정신적,육체적으로학대당하며조금씩그리고지속적으로무기력해져가는‘과거’가교차하며나타난다.한준은최면치료를통해보게되는기억이과거의자신이라는것을알지못할만큼상처받고고통스러운유년기를견뎌오면서‘살기위해’그기억을모두지워버렸다는사실을마주한다.또한잊어버린동시에늘힘겨운무의식의언저리에서는그때의기억에매여있었고,자신이진정으로원하는것은‘과거를까맣게잊는것이아니라도망쳤던그기억과다시조우하는일이었음’을깨닫는다.과거의약하고어린한준은기억에서도망치는것으로자신을구했지만성인이된현재의한준에게‘기억은반드시통과해야하는터널’인것이다.

또한한준이조금씩과거와마주하는동안곁에서맴도는,얼음같이차갑고저승같이어두운무채색의인물이있다.모든것을잃고긴시간한준만을생각하고기다려온또다른인물이한준에게불길한손길을서서히뻗쳐오고,한준을영원한어둠속에가둘계획에착수한다.

“내가원하는건…너의과거와현재가모두등을돌리게하는거야.널과거의기억속에가둘뿐만아니라,너로하여금현재를의심하게만드는거지.연인까지도말이야.너를둘 러싼세상은결코안전하지않으며,그누구도믿을수없다는생각을심어줄거야.넌영 원히외로움과공포라는감옥에갇혀있게될거야.네가영원히어둠속에갇혀사회에서 고립되는것,난그걸원해!”_본문중에서

누구나
자신만의어둠을가지고살아간다

두사람이물러설곳이없는벼랑끝싸움으로엎치락뒤치락하는가운데치닫는마지막장까지끝을예측할수없는반전으로《햇빛공포증》은더욱긴장을놓을수없는흡입력이가지고있다.‘햇빛공포증’이라는대단히낯설고참신한소재를통해인간의가장보편적인주제인어둠과상처에대해깊이탐구한다.섬뜩하고강력한스토리에휘몰아치듯마지막장을덮고나면작가가과연,‘누구나자신만의어둠을가지고살아간다’는삶의이면을얼마나깊이읽어내고그럼에도불구하고상처받은우리가원하는것은여전히‘살아가는것’임을얼마나슬프게적어내려간것인지알수있을것이다.그것이독자자신의심연과닮아있다면더욱그러할것이다.

작가는개인의가슴속깊이묻어둔어둠,공포,두려움과같은것들을깊이탐색한다.어둠속에오래있어본사람은안다.어둠에게눈이있다는걸.‘빛은만물을세상에드러내지만,어둠은검은날개로만물을가리운다’는걸.그리고작가가전하는우리가터널을통과할수있는선명한출구는다음과같다.‘통과의례를행하듯엄숙하고간절하게뛰어’들라는것.그순간,우리는이미상처를뛰어넘은것이다.개인의내면,그리고삶을지배할것같은섬뜩한손길들은고개를똑바로쳐들고대면할때힘을잃는다는묵직한메시지가치밀하고절묘하게올여름우리를찾아온다.

“링위에서눈을감으면안된다고말이야.스텝과펀치의호흡도중요하지만,무엇보다상대방을똑바로쳐다보지않으면싸울수가없다고그렇게지적을당해도,한동안은계속고개숙이고얼굴가리기바빴지.그러다가어떤선배랑붙었는데,흠씬두들겨맞다가너무쪽팔려서이대론안되겠단생각이드는거야.그래서에라모르겠다,하고고개를쳐들고노려봤지.”
“그래서어떻게됐어?”
“선배와눈이마주친순간,선배도나와똑같이두려워하고있다는걸알았어.그걸깨달으니까덜무서워지더라.어쩌면내가이길수있겠단생각도들었고.”_본문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