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생존만이 유일한 삶의 목표였던 이 땅에서 진정한 실존의 싹을 틔운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그만큼 그 시절 우리 앞에 펼쳐진 현실의 풍경은 너무도 비현실적이고 몽환적이었다. 끊어진 한강교를 배경으로 그가 발견했던 것은 끊어진 미래에 대한 희망과, 그걸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만 하는 청춘의 잔혹한 잔해였다. 그가 갈 곳은 정녕 어디였을까? 어쩌면 처음부터 그런 곳은 존재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방황의 길 위에서 그가 만난 것은 현실을 현실로서 인정할 수 없는 자의 영원한 저항 의지와 그 너머에 자리한 비극의 피안뿐이었다. 그런 점에서 이 시집에 수록된 시들은 방랑자 이현우가 남긴, 이 불모의 땅에 처절하게 바쳐진 영혼의 느낌표일 것이다.
김유중(문학평론가)
김유중(문학평론가)
끊어진 한강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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