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기억의 예술관 (도시의 풍경에 스며든 10가지 기념조형물)

베를린, 기억의 예술관 (도시의 풍경에 스며든 10가지 기념조형물)

$18.00
Description
역사를 기억하는 예술의 모범적인 사례!
기념문화가 성숙한 독일의 수도이자 도시 전체가 기념 공간이라 할 만한 베를린을 2000년대 초부터 지속적으로 탐구해온 저자가 한국 공공미술의 성장을 위해 오래 품어온 공공미술에 대한 생각 그리고 베를린 기념조형물 10곳의 이야기를 엮은 『베를린, 기억의 예술관』. 조형예술을 공부하고 미술기획자로 활동하면서 오랫동안 공공미술에 관심을 가져온 저자는 현대적이며 예술적 완성도가 높을 뿐 아니라, 일반 시민들과 호흡하도록 설계된 베를린의 기념조형물에 깊은 인상을 받았고, 긴 기간 동안 여러 번 베를린의 공공미술을 찾아다니며 작품과 설치 장소의 맥락, 그곳을 찾는 사람들과의 상호작용을 관찰하고, 느끼고, 경험했다.

한국의 기념조형물이 높이 솟은 기념탑, 위압적인 조형물, 사실적인 위인 동상처럼 여전히 권위적이고 낡은 형식에 머물러 있는 반면, 베를린의 기념조형물들은 대부분 넉넉한 여백의 공간을 품은 채 설명적이거나 장식적 요소를 최대한 배재하며 틀에 박힌 상징과 형식을 따르지 않는다. 이러한 기념조형물들이 구현한 ‘덜어냄’의 미학은 과밀한 도시에서 관조의 틈새, 성찰의 기회를 제공한다. 또 베를린의 기념조형물들은 방문객 또는 시민 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게는 기념 공간이 되기도 하는데, 저자는 이러한 기념조형물이 도시의 피부에 스며드는 형식이라고 정의하면서, 미적인 체험과 더불어 역사를 이해하고 사람들이 겪은 아픔과 기쁨에 공감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한 공동체가 겪은 참사를 기록하는 작업, 건축, 공공미술 등으로 그 기억을 물리적 형태로 남기는 작업의 의의와 중요성에 대한 인식 역시 높아진 지금, 우리에게 참고가 될 만한 기념조형물의 좋은 선례를 본격적으로 다룬 이 책을 통해 하나의 예술 작품이 역사를 기억하는 방법을 발견할 수 있다. 기념조형물이 특정한 역사적 사건을 어떤 관점에서, 어떻게 기록하고 형상화했는지를 세심하게 살펴보는 동안 기념조형물이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한 것임을 깨닫게 된다.
저자

백종옥

홍익대학교회화과를졸업하고독일베를린예술대학교에서조형예술을전공했다.귀국후미술계현장에서10여년간기획자로서다양한경험을쌓았으며,최근2018광주비엔날레큐레이터로일했다.현재는미술생태연구소를운영하며전시기획,공공미술프로젝트등에관심을두고활동하고있다.오래묵혀두었던미술에관한생각들을풀어내기위해글을쓰고있다.고대부터현대까지이어진잠과관련된작품들을엮은『잠에취한미술사』를펴냈다.

목차

프롤로그:역사를기억하는가장예술적인방식

1.전쟁의비극을묵상하는신위병소
2.분서의흔적,텅빈도서관
3.홀로코스트를추모하는풍경
4.죽음으로가는역에각인된역사
5.작은역사들을위한길바닥추모석
6.히틀러에대한저항을기억하라
7.버스정류장에새겨진악의평범성
8.냉전의추억,체크포인트찰리의빛상자들
9.추모공원이된베를린장벽지역
10.벽화들의축제,이스트사이드갤러리

에필로그

참고문헌

기념조형물과장소목록

출판사 서평

함께기억하기에대한상상력을넓혀주는책
도시에필요한것은여백의공간을지어올리는것

개발을위해서라면역사적장소와흔적의파괴도손쉽게이뤄지는한국의도시들은쉽게집단기억상실증에빠져버리는사회의체질을부추겨왔다.그러나최근들어공동체의기억(기록),공간의고유한정체성,과거를성찰할수있는도시환경의구축에가치를둔흐름이꾸준히시도되고있다.2016년미술,건축분야등전문가로구성된‘서울시공공미술자문단’이출범해도시조형물,공공시설,공간디자인의수준을높이는다양한프로젝트를이끌어왔다.지속가능성에방점을둔도시재생사업들이제안,시행되고있다.한편으로는세월호참사,가습기살균제사건등을겪으며사회적참사를함께기억하고애도하는일에대한공감대가형성되었다.자발적인시민들의모임을기반으로‘4.16기억저장소’가만들어졌고‘4.16기억교실’이조성되기도했다.이런과정을거치며한공동체가겪은참사를기록하는작업,건축,공공미술등으로그기억을물리적형태로남기는작업의의의와중요성에대한인식역시높아졌다.
이책의저자는조형예술을공부하고미술기획자로활동하면서오랫동안공공미술에관심을가져왔다.특히기념문화가성숙한독일의수도이자“도시전체가기념공간”이라할만한베를린을2000년대초부터지속적으로탐구해왔다.한국의기념조형물이높이솟은기념탑,위압적인조형물,사실적인위인동상처럼여전히권위적이고낡은형식에머물러있는반면,현대적이며예술적완성도가높을뿐아니라,일반시민들과호흡하도록설계된베를린의기념조형물에깊은인상을받았던것이다.그리하여저자는베를린의공공미술을찾아다니며작품과설치장소의맥락,그곳을찾는사람들과의상호작용을관찰하고,느끼고,경험했다.긴기간동안여러번답사하면서기념조형물들이어떻게유지,관리되는지,주변환경과방문자들과의관계속에서그의미가어떻게변화하는지도살폈다.또한기념조형물의역사적배경,설계의도및제작과정을정확하게이해하고자다양한문헌,시청각자료를꼼꼼히조사,정리했다.현재우리에게참고가될만한기념조형물의좋은선례를본격적으로다룬책이부재한현실에안타까움을느껴왔기때문이라고저자는말한다.이런문제의식에서한국공공미술의성장을위해오래품어온공공미술에대한생각그리고베를린기념조형물10곳의이야기를한권의책으로엮어냈다.

도시는역사를어떻게기록해야하는가
망각에저항하는예술적인방법들

『베를린,기억의예술관』은기념조형물이특정한역사적사건을어떤관점에서,‘어떻게’기록하고형상화했는지를세심하게살핀다.이로써하나의예술작품이역사를기억하는방법을발견해간다.10가지기념조형물은다양한형태를띠고있다.그것은때론길바닥에납작하게설치된작은동판(「슈톨퍼슈타이네프로젝트」)이거나,기념비들의숲(「학살된유럽유대인을위한추모비」)을이루며,버스정류장(「아이히만의유대인담당부서」)이거나,거대한광고판의형식(「빛상자들」)을취하기도하고,역사의흔적을갖가지형태로품고있는거대한기념공원(‘베를린장벽추모공원’)이되기도한다.무엇보다대부분의기념조형물이설치된장소와의연관성이뚜렷하며,주변풍경에서단절되지않도록맥락과의조화(혹은충돌)에대한고려가반영되었던덕분이다.
이러한특징은틀에박힌상징과형식을따르지않는다는의미이기도하다.베를린의기념조형물들은대부분넉넉한여백의공간을품은채설명적이거나장식적요소를최대한배재한다.이를테면나치의야만적인‘분서’행위를상기시키려는미하울만의기념조형물「도서관」은책이불태워졌던장소,곧베벨광장의지하에설치되었다.지상에는땅바닥에납작하게붙은사각형투명유리창만이있을뿐이고,직방체의지하공간에는도서관이라는이름과달리텅빈책장만이존재한다.「도서관」은기념비에대해흔히기대되는도드라진형태,뚜렷한물질성을거부한다.“책들의시신조차남아있지않은텅빈묘지내부”같은작품은분서가행해진곳에남은침묵을상징하며,비워내고고요해짐으로써유리창위의관찰자들이더오래응시하도록,더많이생각하도록한다.또원래세계대전의비극과희생자를추모하는장소로개조된‘노이헤바헤(신위병소新衛兵所)’는건물내부의텅빈공간,그가운데놓인케테콜비츠의피에타청동상,새로낸천창을통한자연조명이라는최소한의요소로이루어져있다.그로인해형성된여백의공간이야말로이건축물의변천사에담긴고통을숙고하게만드는힘이다.이처럼베를린의기념조형물이구현한‘덜어냄’의미학은과밀한도시에서관조의틈새,성찰의기회를제공하는것이다.
또한베를린의기념조형물들은방문객또는시민들이다양한방식으로활용할수있게는기념공간이다.홀로코스트를기리기위한「학살된유럽유대인을위한추모비」는서로다른높이의콘크리트블록2711개가숲을이루고있는형태다.일정한간격으로세워져있는콘크리트블록들이슬픔,상실감,무수한익명의죽음과같은심상을전하는한편,도심의공원처럼언제든지쉽게접근해서그사이를돌아다니거나블록위에앉아서친구와이야기를나눌수도있는개방적인공간이기도하다.이같은추모지에서우리는역사를기억,기념하는행위가나의일상그리고현재와괴리된것이아니라는점을직접체험할수있다.저자는이러한기념조형물을‘도시의피부에스며드는형식’이라정의하며,미적인체험과더불어역사를이해하고사람들이겪은아픔과기쁨에공감할수있다고말한다.

시간이정지된듯한텅빈공간이사람을압도한다.그텅빈느낌은중앙에놓인피에타(Piet?)형태의조각상때문에더강조되는듯하다.크지는않지만육중한느낌의청동상에서배어나오는강렬한기운때문인지여백의빈공간에도팽팽한긴장감이감돈다.그리고천장의둥근창을관통해들어온자연광이청동상의형태와벽의질감을살려낸다.사람들은대부분발걸음을멈추고깊은침묵속에서공간을응시하게된다.은연중에추모의묵상과기도에참여하게되는셈이다.(18쪽)

사각형투명유리창아래로보이는밀폐된공간의모든벽에는콘크리트로만들어진하얀책장들이설치되어있다.하지만규칙적인칸막이로나눠진열네개층의책장들은모두비어있다.기하학적인공허가지배하는이공간은2만여권의책들이불타서사라졌음을암시한다.마치책들의시신조차남아있지않은텅빈묘지내부를보는것같다.[...]책들이소실되고저자들이추방된곳에서침묵과정적만이남는것은당연하다.유일하게외부세계와연결되는지점은지상으로나있는투명한유리창이다.투명유리창은하늘의변화와주변의건물을반사한다.그위에서사람들이약간은불안한마음으로서서지하도서관을굽어보고,그들의그림자가도서관의하얀책장에어른거릴때이기념조형물은완성된다.(43~44쪽)

그의응모작은기념조형물에대한일반적인기대와달리명료한상징이나물질성을강조하지않았다.수직적이고장엄한형태로지상에돌출되어있지않다.그것은피부에난상처또는치유되지않은흉터처럼땅속에자리잡은채오욕의역사에대해고요한경고를보낸다.자태를뽐내지않고도시의피부에스며들듯이자연스럽게존재하는공공미술의방식을보여주는전형적인사례라고할수있다.(47~48쪽)

소란하고현란한도시일수록명상적인공백과여백이사람들에게감성적인울림을줄수있다.이러한접근방식은특히한국의대도시에적용해볼만하다.[...]답답한도시에사는사람들에게숨통을,관조의틈새를틔워주려면공공성이강한장소들을최대한단순하고여유롭게만들어야한다.공공장소에선자꾸무언가채우고치장하고덧붙이는것보다많이비워내고덜어내는작업이필요하다.그러한작업을공공미술의형태로추진해도의미있을것이다.(49~50쪽)

모든특별열차에대한기록을하나하나소상히밝히고강조하는것은무슨의미가있을까?우선그기록들은이장소에서벌어진역사를구체적으로기억하게한다.실제로일어난비극적인사건에대한추상적인공감이나관념적인이해그리고형식적인애도를거부한다.그것은기괴한나치시절의일상을지배하던제도화된박해,추방,살인을정확한숫자와단어들로요약해보여준다.그럼으로써각각의특별열차에강제로실려간유대인들의모습,작별인사도없이떠나간그들의마지막여행을구체적으로상상하고그려보도록유도한다.승강장에깔린186개의철판위를한걸음한걸음딛을때마다186개각각의추모비를만나는셈이된다.오래된선로의기억은그렇게되살아난다.(88쪽)

추모석을제작한이유는나치가추방하거나살해한사람들을추모하기위해서였다.추모의대상에는유대인외에도정치범,집시,동성애자,장애인,여호와의증인처럼나치에희생된모든이들이포함된다.그는이런추모석제작을일명‘슈톨퍼슈타이네프로젝트’로부르며계속해오고있다.‘슈톨퍼슈타인(Stolperstein)’은stolpern(걸려넘어지다)와Stein(돌)이라는독일어단어들이합쳐진것으로‘걸림돌,장애물,난관’같은의미를지닌다.[...]길바닥의추모석들은나치에희생된이들이망각되는것을막아주는일종의걸림돌이나장애물로서의미를갖는다.사람들이추모석들을밟고다닐수록희생자들에대한기억이더욱활발히되살아날수있다고작가군터뎀니히는생각한다.(103쪽)

로니골츠는잊힌역사적장소에대한기억을버스정류장이라는평범한일상의공간에되살려놓았다.그때문에역사적장소에전혀관심이없는시민들에게도쉽게주의를환기시키는효과가있다.특히버스정류장뒷면중앙에적힌글귀가사람들을생각으로이끈다.긴울림을지닌짧은문구는“왜이정류장이경고의장소인가?”라는질문그리고18세기유대인신학자의말을빌린“구원의비밀은기억속에있다.”는답변이다.그렇게버스정류장은기억의매개체가되고,이곳에머무르는사람들은잠시동안이나마과거에대한정보와함께있다가떠나간다.(158~159쪽)

도시의환경에서기념조형물은어떤존재인가?흐르는시간과변화하는삶속에서기념조형물은도시의역사를어떤형태로담아내야하는가?프랑크틸의「빛상자들」이던지는질문이다.작가가도시풍경을대표하고대중의시선을끄는광고판의형식을차용했던데에는이런고민들을담아내려는의도가있지않았을까.역사를상기시키는기념조형물이현대적인광고기술의형태를취하며진화하는방식이다.(175쪽)

이스트사이드갤러리는앞에서소개한아홉곳의기념조형물들과다른그만의특징을품고있다.바로불행한과거를반성,경고,추모,상기시키는역할에만머무르지않는‘축제’의성격이다.세계의예술인들이모여자유로운벽화축제를벌이면서냉전과분단의상징이었던베를린장벽은화합과통일의기념조형물로승화되었다.죽음의경계선은예술의벽이되어자유로운지구인들의순례가이어지는하나의성지로변모했다.(227쪽)

지금우리가베를린의공공미술에주목해야하는이유

어떻게베를린의기념조형물은도시를‘기억의예술관’으로만들수있고,역사를기억하는예술의모범적인사례로조성될수있었을까.기념조형물설치를논의하고공모에서제작까지,진행과정에서배울점이있다.먼저충분한시간을들여여론을형성하고반대나논란이생길경우에는수년간의토의가필요하더라도여러주체의의견을모아합의를이끌어내고자한다.가령홀로코스트추모비의제작과정을보면,시민운동으로설치여론이모아진후만족스러운결과를내기위해두번의공모를진행했고,반대의견을수렴해설계안에지하의정보관을추가했으며,시공의완성도를높이기위해콘크리트전문가들이참여하는등준공까지7년의시간이소요되었다.
이와더불어지속적인관리와시민들의참여가있었기에가능했다.독일재통일후베를린장벽의동쪽면에그려진벽화로생겨난‘이스트사이드갤러리’는2009년과2015년에대규모보수작업을진행했고,2010년대초에는고급아파트건설계획으로일부구간이철거될위기를겪기도했다.다행히도아직까지관리에드는예산을절감하기위해벽화에통제용울타리를쳐분단의상징물을거리에서다시격리시키는사태는벌어지지않았으며,여러시민들과예술가들이장벽을지키기위해계속노력중이다.한편나치에희생된이들의이름과출생연도및추방된연도등의정보를작은동판에새겨희생자의마지막거주지앞보도에설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