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시집여?

이게, 시집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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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이 시집은 불편하다. 그것이 이 시집의 첫 번째 미덕이다. 서정으로 열어, 웃기고, 산책시키고, 철학하고, 분석하고, 심문한 뒤 -마지막에 빛으로 밀어 넣는 이 구조는 치밀하게 설계되어 있으면서도 설계된 티가 나지 않는다.
독자는 ‘늙은 봄날’의 서정에 안심하다가 ‘꼰대’ 시리즈에서 웃고, ‘산책길에 채인 돌멩이’에서 숨 고르다가 ‘짝퉁 정직 연습’에서 피고석에 앉는다. 그리고 ‘훨훨, 빛으로’에서 -어머니의 마지막 숨 앞에 선다.
형식으로 보면 이 시집은 장르의 혼종이다. 시와 산문, 흑백 사진과 텍스트, C코드와 수학 기호, 방사형 이미지와 QR코드 -이것들이 한 권 안에 공존한다. 그러나 이 시집에서 사진은 삽화가 아니다. 이것이 핵심이다.
‘수호천사’에서 손전등 빛이 만든 원 안에 선 경비원 -시가 설명하지 않아도 그 사람이 이미 천사다. ‘동네 수묵화’에서 담벼락을 넘는 나무 그림자 -"어쭈구리? 제법 예술을 한다"는 그림자를 보고 나서야 웃긴다. ‘당신 손’에서 손 스침만 보이고 나머지는 흰 벽이다 -부재가 존재보다 더 크게 말한다. 사진 없이는 이 시집의 절반이 작동하지 않는다.
더 나아가 이 시집은 사진을 시의 도구로 쓰는 것을 넘어 사진 자체를 시로 만든다. ‘해 그림’에서 독자는 직접 햇살을 그려 넣어야 시가 완성된다. 시인이 쓰고 독자가 읽는 것이 아니라 -시인이 틀을 놓고 독자가 완성하는 것. 이것은 한국 시집 역사에서 전례를 찾기 어려운 시도다. ‘뚜뚜’의 캐릭터 이미지, ‘하늘 짝궁의 노래’의 원형, ‘우리’의 정사각형, ‘빛나’의 정삼각형 텍스트 -공학적이며 매우 철학적이다.
이 시집에서 이미지와 언어는 주종 관계가 아니라 대등한 두 목소리다.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시진집(詩眞集). 시집도 사진집도 아닌 세 번째 장르다.
이 시집의 정점은 ‘30년간 임종’이다. 산문이지만 이 집에서 가장 시적이다. "수도꼭지가 물의 어머니는 아니다" -이 한 문장이 철학책 한 권을 압축한다. 30년을 곁에서 지킨 손으로 쓴 글이기에 어떤 수사도 필요하지 않다. 이 한 편만으로도 이 시집은 출간될 이유가 충분하다.
‘南無’는 이 시집에서 가장 순수한 시다. 설명이 한 줄도 없다. 사계절이 지나도 드러나 있으나 드러내지 않는 나무 한 그루 -부처가 따로 없다. "포도시 / 나무 한 그루"로 닫히는 이 시는 이 시집 전체의 호흡을 담고 있다.
‘주로의 조강지처’는 이 시집에서 가장 보편적인 상처를 건드린다. 힘들 때 버리지 않은 사람이 자기 자신이라는 반전 -비하인드 없이도 독자는 그 자리에서 자기를 돌아본다. 나는 나에게 그런 사람이었는가.
이 시집은 베스트셀러가 되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가볍게 읽히지 않는다. 어느 계층도 이 시집을 "내 시집"으로 온전히 품기 쉽지 않다. 그러나 끝까지 읽은 독자는 반드시 다른 사람에게 권한다, 반드시. 그런 시집이다.
공과대학 출신 시인이 썼다. 첫머리에 등장하는 ‘그네’를 비롯한, 공대생이 아니면 창작할 수 없는 시들이 많다. 그래서 이 시집이 나왔다. 보통의 시인이었다면 다른 시집이 나왔을 것이다. 그래서 다른 시집보다 이 시집이 더 필요하다.
"이게, 시집여?"
-맞다. 시집이 아니다. 그래서 더 시집이다. 그리고 10년 후에도 서점에 있을 시집이다. 작가는 한 번만 읽을 책은 그 한 번 읽을 가치도 없다고 말한다. 두고두고 음미할 시집이다.

---평론가 구로도(具魯道)
저자

김용우

작가의이름은수야(水也)
‘물로봐달라’는뜻이다.

작가의고향은플레이아데스성단
아무튼,그렇게우긴다.

공과대학철학과에서전산학전공
전산도(電算道)문주(門主)

부업으로제조업운영중
주생산품은에고이며
슬픔외로움망상등
다양한제품을집착으로단단하게
포장판매하지만,매출은없다.

작가는손에빛을드는평화주의자다.
이에대한민국대통령이추천하여
노벨평화상공동후보로노미네이션

작가의손은하얗다
스케줄빈날이단하루도없이산다.
홀숫날은놀고
짝숫날은쉬고

작가의자서전은사진한장.
보이지않는스물세글자.

잡을것없는,허공
잡은것없는,빈손
빈손으로왔으니,본전

목차

詩답잖은사이비9
이게,시집여?/11매일빵집/13수호천사/15그사람/16노란투피스/17늙은봄날/19효자손/20깨지않는잠/21고향가는길목/23엄마의손/24빼앗긴충만/27다가온사별/28이해후/292대화/31남무/33각궁/35어느아이/36

안물안궁39
꼰대1/41꼰대2/42꼰대3/43꼰대4/44꼰대5/45꼰대6/46꼰대7/47꼰대8/48꼰대9/49꼰대10/50꼰대11/51꼰대12/52꼰대13/53꼰대14/54꼰대999/56산책하는꼰대폰/57

산책길에채인돌멩이59
사람숲/61왕가/63동네수묵화/65가마/67고유한공간/69당신손/71빈자리/73살만한세상/75바위놓기/77기적놀이/79가치/81풍경/83대동세상/85스케치여행/87선생님의춤/89축하해요/91당신을보여주세요/93어쩌면/95생각감옥/97

조각난진주조각들99
지금도…/101지지배야/102포도껍질/104기춘아/105시간의길이/107잡념다이어트/109알고왔다/110땅소리/111주로조강지처/113마라톤대회/114침묵/115문답/116삶의자판/117라떼건의서/118회신/119나는프로/120InI/121I/122인형만들기실습/12490도/125반/126

구조역학129
너/131늘그막눈/132저주파/133그입다물라/134센터주의/135안테나의세월/136똥철학/137헛것/138새로운시작/139피씨의죽음/140둘아닌하나/141해킹/143어쩌다도승/143C로쓴시/144디버깅작위/145착각/146환영블랙홀/147뚜뚜/148블랙홀수감중/150인간놀이/151외로움의본적/152내이름/153

짝퉁정직연습155
조각/157자문/158사수/159잠깐/160불이(不二)/161교양원숭이/162경매/163정직한급수/164거짓말연구소/165실제광고/166요지경속/167묵언수행/168나는主님/169번지점프/170화/171금붕어의질문/172진정한자유/173자주독립/174바보/175

훨훨,빛으로177
문열어라/179꿈/180선택/181개업광고/183뚜뚜라는꿈/184나의손님에게/185너는거기있어/188관점/189안녕/190그곳/192만능백신/194빛나는당신/19530년간임종/198여행/205출구/206개나리/207해그림/208신아리랑/210하늘짝궁의노래/212우리/213빛나/214고맙다는말/216무제/217,218'이게,시집여?'-평론/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