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통의 아침 (이미화 시집)

치통의 아침 (이미화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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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이미화 시인의 시집 중에서 「목련」, 「전망 값」, 「중개보조원」, 「유등」, 「몽돌」, 「퇴근」, 「치통의 아침」, 「검은 새」, 「선택장애」, 「삼천포 폐역」 등을 선택한 우리는 이미화의 언어가 포착한 특이한 발견의 순간, 통찰의 순간에 집중하고 응답하려고 노력하였다.
식물과 시의 화자 ‘나’가 하나가 되는, 물아일체(物我一體)의 경지를 다룬 「목련」은 작고 소박하면서도 미학적 완결성을 놓치지 않는 시이다. 이미화는 이 세상 모든 시인, 문인, 예술가가 그러하듯이 「전망 값」에 등장하는 집주인 역시 깨어있는 자이고 열려있는 자임을 알려준다. 「중개보조원」은 ‘고달픔’과 ‘행복’이라는 상반된 요소가 충돌과 절충과 조화의 과정을 거치며 나아가는 길이 인상적인 가편(佳篇)이다.
시인은 「유등」에서 달빛이 내린 남강의 물결을 “달빛이 말차를 젓는다”라고 표현한다. 이는 달이 “푸른빛을 구부려 물을 젓는다”라는 또 다른 진술로 변주된다. 달빛과 강물이 만나는 순간을 감각적으로 포착한 시인의 역량이 탁월하다. 이미화는 「몽돌」에서 시인이란 평범한 대상에서 비범한 생각과 상상을 길어 올리는 자임을 보여준다. 보이는 것에서 보이지 않은 속성을 뽑아낼 수 있는 시인의 눈길이 찬란하다.
이미화의 「퇴근」은 어렵지 않으면서도 은은한 여운을 전달한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독자는 시인과 함께 ‘초북로 사거리’와 인근의 ‘이면도로’를 걸을 수 있다. “이면도로엔 나의 이면이 있지”라는 작품의 마무리는 이 시를 읽는 모든 독자의 마음을 끌어당기기에 부족함이 없다. 「치통의 아침」은 ‘천의무봉(天衣無縫)’이라는 표현이 어울릴만한 시이다. 이것은 하나의 호흡이고 하나의 노래이며 하나의 순간이다.
시의 화자 ‘나’는 시력 장애를 일으키는 병인 망막박리를 앓고 있는 중이다. 「검은 새」의 개성은 ‘망막박리’와 ‘검은 새’의 대비에 위치한다. ‘망막박리’를 ‘검은 새’로 치환하는 순간, 시는 은유(隱喩)의 영역으로 진입하게 되고 독자는 새로운 세계를 경험한다. 이미화는 비근한 일상을 무심코 지나치지 않고 빛나는 시적인 순간을 길어 올리는 능력이 탁월하다. 「선택장애」 역시 그러한 시인의 능력이 돋보이는 예이다. 「삼천포 폐역」을 읽는 독자는 유년(幼年)의 기억과 추억을, 소풍과 수학여행이라는 이름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갈 소중할 기회를 얻었다.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 위치한 폐역의 기차는 아직도 우리를 기다린다. 아니다.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 위치한 그곳은 더 이상 폐역이 아니다. 여전히 기차가 움직이는 뜨겁게 살아있는 역이다.
이미화는 삶을 주의 깊게 살핀다. 시인의 촉수가 닿은 대상은 넓고도 깊다. 이미화의 시 세계는 ‘나’와 ‘너’와 ‘우리’를 아우른다. 시인은 현재에 집중하면서도 과거를 간과하지 않는다. 이미화의 시에는 고향과 유년이 살아있다. 시인은 쉽게 초월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이미화의 시는 높은 수준의 은유를 활용하면서 미학적 완결성을 놓치지 않는다. 시인에게 시를 쓰는 일은 삶을 사랑하는 일과 다른 말이 아닐 것이다. 우리가 이미화의 시를 읽는 일도 그러할 것임을 믿는다.
저자

이미화

1963년경남삼천포에서태어나마산창신대학교문예창작과를졸업하고한국방송통신대학교대학원문예창작콘텐츠학과석사를마쳤다.2010년경남신문신춘문예로등단했다.현재진주에서부동산공인중개사로활동하고있다.

목차

1부

낙관·12
안간힘에관하여·14
목련·15
손길·16
전망값·18
춘분·19
중개보조원·20
오미리촌집·22
귀가·24
돋보기·25
삼분령·26
목련아래고양이·28
유등·29
개구리주차·30
하일夏日·32

2부

애월·34
몽돌·36
항아리속의달·37
퇴근·38
검은새·39
치통의아침·40
선택장애·42
귤하橘下·43
지리산감나무·44
미소인형·45
화장化粧·46
삼천포폐역·47
봄날과두통·48
미화·50
새벽,삼당민박집콩밭을걸으며·52
이사하기좋은날·54
쥐눈이콩에대한기억·55

3부

때가묻거로·58
휴지꽃·59
호박씨를까다·60
씨앗세알·62
고흐와아홉번의괘종소리·63
해변의카메라·64
하얀운동화·66
글라브라글라브라악보·68
봉곡동시락국밥집·70
쑥떡·72
백무동호두나무·73
에펠탑그리는여자·74
시월국화·76
무화과·78
참말,거짓말·79
동지冬至·80

4부

1인시위·82
나팔꽃등기부·83
우리공화국·84
민꽃이야기·85
아구찜·86
깨소금집여자·88
옵투샤·90

물푸레원뿔나방·92
목수국·93
시트콤·94
아빠와그레텔·96
화련가는열차·98
눈오시는날·99
겨울지리산청무밭·100
우물자리별이야기·102
부추경매·104
순천만청갈대위를지나가는바람의노래·105
허氏의구둣방·106

■해설|권온
은유,조화,여운으로빚은미학적완결성·108

출판사 서평

진력을다해살아온사람의흔적들을마주한다.반듯하다,꼿꼿하다,흐트러짐이없다,이미화시인을아는사람들이라면누구나떠올리는말.‘정직’이어떤것인지나는이시인을통해알았다.정직은집을사고파는일을하는사람이라면마땅히취해야할태도며도리인데이시인의시의출발점은여기에서부터시작된다.현란한기교며미묘한언어감각을따르기보다는철저히삶의세목들을불러와앉히고,듣고,끄덕인다.떠받치고,버텨내고,도와준다.이것은아무나하는것이아니다.‘커다란장부옆구리에끼고/알이밴다리짚으며계단오르는/그녀는중개인’이니가능한일이다.‘물건장부내려놓고단화끈질끈동여매는/그녀는수수꽃다리향기’.시인의시들에는조미료를일절가미하지않은순수한맛이속속배여있다.진력은이제진심에가닿아시든삶이든그모습들이하나같이진솔해져있음을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