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은 다리가 백 개 (이나혜 시집)

눈물은 다리가 백 개 (이나혜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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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자신의 회고담을 쓰듯 남의 시집에 너무 길게 사설을 늘어놓은 것 같다. 이제 그녀의 시 한 편을 읽으며 마무리해야 할 시간이다.

일요일이니까/ 청춘이니까/ 청춘은 헛발질을 하니까// 청춘에 대해 생각해 보면/ 왜 청춘은 일요일일까/ 벽을 들이받고/ 튕겨 나오는 화요일이나 수요일이 되지 못할까// 지구의 기분이 공이라면/ 공은 습성이니까/ 무작정 텅 빈 곳을 향해 튀어 오르고 싶으니까// 웃음소리가 잦아지면/ 이놈의 청춘은 세상에 거처가 없어/ 늘 둥글둥글 구르다가// 일요일 한나절을/망할 자식들처럼/ 그냥 환히 헛발질이나 하고 마니까 - 「공이 튀는 이유가 뭐겠어?」 전문

어느 일요일, 학교 운동장 같은 데서 공을 차고 있는 젊은 사람들을 본 모양이다. 공처럼 이리 튀고 저리 구르고 헛발질 하는 젊음을 밝고 환하고 재미있게, 그리고 오늘 우리의 젊음들이 안고 있는 아픔과 고민을 군더더기 없이, 직설적이지 않으면서도 쓸쓸하게 그려 놓았다.
이 시는 그리 오래 전에 쓴 게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 몇 달 전인가 선생님 시 썼어요, 하며 인터넷 메일로 보내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또 뭘 써놓고 이러나? 시 한 편을 쓰면 퇴고도 할 사이 없이 보내오는 급한 성미인 터라, 그 까닭에 나로부터 늘 지청구를 먹으면서도 그녀는 언제나 내게 보내놓고 보는 게 일쑤였기 때문이다.
남해 쪽 저 먼 어느 섬에서 태어나 썩 유복하게 성장하지는 못한 그녀의 청춘시절, 어느 한 그늘이 이 시에 차라리 ‘환하게’ 배어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면서 재미있었다. 어느새 이렇게 쓰는구나. 불현듯 그녀가 말하는, 헛발질이나 하는 그런 일요일의 지구로 나도 다시 한 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일었다.
잘 썼다고 답장을 보냈다. 명확히는 그녀가, 그녀의 공이 튀어 오르는 이유에 대해 답을 하지 못하는 대로, 나는 그러나 이 시를 좋아한다. 어느덧 마흔을 넘겼지만, 아직 청춘에서 멀어진 거리가 아니어서인지 이런 시로써 그녀는 가끔 나의 늙음을 행복하게 절망시킨다.
저자

이나혜

이나혜시인은1976년전남신안에서태어났다.한국방송통신대학교대학원문예창작콘텐츠학과에서『김기택시의성·배설의미연구(라캉의욕망이론을중심으로)』석사논문을쓰고졸업했다.2016년제7회『문학청춘』시부문신인상을받았다.2018년인천문화재단문화예술지원사업출판기금수혜자로선정되어시집『눈물은다리가백개』를출간하게되었다.현재‘나의우주(박준영)’와인천에서발아중이다.

목차

1부

연인·12
냉면·13
수박·14
나는꽃가게에서나가야겠다·16
전봇대풍경·17
세탁기·18
봄·20
사과벌레·22
고등어는과연푸르다·24
마을버스를타고·26
메뚜기·27
풀치·28
당나귀·30
마술·32
시엔·33
거울앞에서·34
하얀밤·36

2부

편지·38
빗소리연구·39
북성포구·40
유달산기행·41
눈물은다리가백개·42
SELF라는삶·43
폐선·44
선글라스·45
현관이낯설다·46
황혼·47
코를곤다·48
달의저편·49
손수건·50
나방이·51
먼길·52
담배맛·53
잠이안올때하는생각·54

3부

파밭에서·56
공이튀는이유가뭐겠어?·57
즐거운인생·58
마요네즈·59
가을하늘·60
시인에대해·61

염소·62
장미·63
빈집·64
봄의습관·65
도라지꽃·66
능소화·67
씨앗·68
유채꽃밭을지나며·69
수박에대한또다른상상·70
오월·71
변기에앉아·72

4부

홍시를희롱하다니·74
눈이내립니다·76
고질병·77
자애·78
반죽에대하여·80
거북귀龜자·82
우체국에서·83
마늘냄새·84
병치족보·85
굴의목소리·86
리겔·88
가로등·89
시를몰라도엄마는노래를잘부른다·90
겨울어느저녁·92
앉아있는봄·94

■발문|김윤식
공이튀는이유가뭐냐고?·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