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우리말의 ‘푸르다’는 서로 다른 두 색조를 아우른다. 예컨대, ‘물이 푸르다’고 했을 때 ‘푸르다’는 청색(靑色)의 색조를 지시하지만, ‘풀이 푸르다’고 했을 때에는 ‘푸르다’는 녹색(綠色)의 색조를 지시한다. 이처럼 전혀 다른 두 색조를 하나의 표현이 아우르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국어학자 이남덕에 의하면, ‘푸르다’는 “자연[물]에 대한 관찰에서 출발한 표현”으로 추정할 수 있고 이때의 “자연물이란 ‘물’과 ‘풀’”로, “오늘날까지도 이 두 대상에 대한 색채 표현은 ‘푸르다’라는 하나의 표현으로 하”게 되었다고 한다(「한국어 어원 연구 3」, 62쪽). 요컨대, 물빛과 풀빛은 다르면서도 하나의 표현을 공유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청산(靑山)’이라는 표현은 산이 풀빛을 띠고 있음을 말하는 것일까, 물빛을 띠고 있음을 말하는 것일까. 맑은 날에는 산이 풀빛을 띠지만, 흐린 날에는 하늘과 어우러져 물빛을 띠게 마련이다. 그렇다면, 청산의 색조는 물빛이라고 해야 할까, 풀빛이라고 해야 할까.
내가 이처럼 엉뚱한 생각으로 이끌리는 것은 우리말 시를 영어로 옮길 때 ‘푸르다’라는 표현을 물빛과 풀빛 가운데 어느 하나로 확정해야 할 때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생각에 다시금 젖게 된 것은 김일연 시인이 이번에 펴내는 시집 「백합의 노래」에 수록된 「파랑과 초록」과 마주하고서였다. 우선 그 시를 함께 읽기로 하자.
내가 이처럼 엉뚱한 생각으로 이끌리는 것은 우리말 시를 영어로 옮길 때 ‘푸르다’라는 표현을 물빛과 풀빛 가운데 어느 하나로 확정해야 할 때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생각에 다시금 젖게 된 것은 김일연 시인이 이번에 펴내는 시집 「백합의 노래」에 수록된 「파랑과 초록」과 마주하고서였다. 우선 그 시를 함께 읽기로 하자.
너와 보낸 봄날 (김일연 시집 | 양장본 Hardcover)
$1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