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수화 (전용직 시집)

산수화 (전용직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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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설우(?牛) 전용직(全容稷)은 다양한 취미 생활을 즐긴다. 기타와 태극권을 배우고 무도(舞蹈)에도 관심이 많다. 그럼에도 그의 본령은 “물 흐름 보고 득도했다“(「 유수체?이삼만 글씨 」)는 이삼만의 필획에 심취했던 서예 작가이다.
여러 수상 기록을 보유할 만큼 서도(書道)에 정진해 온 전용직이 십여 년 전부터 시를 쓰고 그림-동양화 그리는 일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지인(知人)들 사이에서 알려졌듯이, 그는 시서화(詩書畵) 삼절(三絶)의 삶을 동경한다.
꿈꾸는 자만이 운명의 신의 인도(引導)를 받을 자격이 있다. 그 사람만이 오늘이 즐겁고 내일이 희망차다. 「마음으로 붓을 세우다」(2010)의 첫 시집이 그 신호탄이 되었고 이번에 출간하는 「산수화」(2018)가 ‘그의 꿈을 현실에 다가서게 하는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두 번째 시집에서 설우는 자연과 교감하며 예술 세계를 가꾸고 생활의 리듬을 가다듬는다. 여행을 통해 자기를 되돌아보고, 인간 사회의 세태를 관찰하면서 생의 의미를 되새기며 노년의 인생을 어떻게 펼쳐 나갈까 고심한다.
이번 시집이 보여주듯이, 소재-사물을 관찰하여 인생살이의 어떤 중요한 측면과 연관 지어 성찰하고 그것을 일상의 언어로 쉽게 풀어내는 데 전용직 시작품의 묘미가 있다. 난삽하고 어려운 어구나 교묘하고 난해한 비유를 비켜 가면서 있는 그대로의 사물-자연의 모습이나 자기가 경험한 일상생활을 단순하고 소박하게 그는 서술해 나간다.
시적 구도의 깊이나 눈에 띄는 수사적 기교를 찾기가 쉽지 않은 그의 시편이 지닌 매력이 여기에 있다. 풀어진 듯하면서도 어떤 대목에서는 시적 긴장감을 부여하는 허허실실(虛虛實實)의 그것처럼, 그의 작품들은 빈 듯하면서도 그 속에 알찬 메시지를 담아낸다. 이것이 첫 시집과 다른 이번 시집이 지닌 특색의 한 측면이다.
저자

전용직

시인은전북완주군봉동읍에서태어나전북대학교사범대학및동대학원을졸업했다.『월간문학』(2002)신인상으로등단했다.첫시집으로『붓으로마음을세우다』(2010)가있으며한국문협전북문협회원으로활동하고있다.

목차

1부

수레·12
간월암·13
돌부처·14
손짓·15
목동·16
덕진연꽃·17
동행·18
산수화·19
봄까치꽃·20
부활절·21
살아숨쉬는큰산·22
사랑이머물던자리·24
노랑민들레·25
백록담·26
맥낚시·28
초롱꽃·29
생명·30
사슴벌레·32
친구·34

2부

숲속작은도서관·38
입춘·39
풍장·40
큰바람일어나니·41
장터목·42
붓꽃·44
한벽청연·45
풍란부케·46
문자향서권기·47
히야신스·48
한옥마을일별·49
유수체·50
우리식구·52
몽골말과아이들·54
벌룬투어·56

3부

초원의빛·60
비비추·61
삼박자리듬·62
당나귀울음·63
동물일지·64
하이델베르크철학자의길·66
콜로라도강·67
자주달개비·68
우단동자·69
아득한선율·70
윤화백이웃던날·72
새벽시장·74
황산벌의어둠·76
하이반고갯길·78
포장마차박영감·80
봉선화·82

4부

상사화·84
꿈타래교실아이들·85
카를교에서까르르웃다·86
춘분·87
카네이션·88
오월장미·89
본향으로가는여정·90
맥문동·92
김장배추·93
덕혜옹주·94
길손식당·96
사랑초·97
아우슈비츠수용소·98
염쟁이의독백·100
금오도스케치·102

■발문|전정구
여기사는즐거움·106

출판사 서평

예술가-시인은주위에있는사물-자연의‘공통적이고불변하는성질’을이해하는것으로만족해서는안된다.카시러가말했듯이,미적경험은과학이제공하는것과비교할수없을만큼풍부하고다양한상상의풍경을우리에게제공한다.예술-문학에등장하는자연은현실에서직접경험할수없는,다시말하면현실그대로의사물-자연을넘어선충만한상상력-가능성으로직조(織造)-가공(架空)해낸자연-사물이다.

바다에비친달보고
무학대사가득도했다는간월암
바다에떠있는연꽃

바다가들려주는
독경소리무량한데
용맹정진했는지
팽나무한그루
곡선미절창이네

동안거끝낸팽나무
천수만떠가는달쳐다보는데
중생들손가락만본다네
―「간월암」

전용직시에서자연-나무는인간적현상을대변한다.자연의인간화는서정시의발전을견인하는불가피한메타포였다.그것은하나의인격을가지게되는데인생살이에비추어시인이나무-자연을관조하고상상-가공하기때문에그렇다.인간의형상을지닌간월암의팽나무는달을쳐다보는데인간은손가락만본다는역설에서우리는만물을하나의유기적전체로서이해하는생태학적상상력이연출하는드라마-인생살이의실상을보는-경험하는착각에빠진다.
‘문학-예술에나타나는초자연적-비과학적신비-불가해성(不可解性)은의미의다의성(多義性)-애매성(曖昧性)’을산출하는보고(寶庫)이다.여기에문학-예술의매력이잠재해있다.시안(詩眼)은사물-자연을있는그대로바라보고기록하는관찰자의눈을의미하는것이아니다.그것은자연-사물의여러모습-형태에역동적인생명력을부여하는예술가-시인의미적감수성-직관적감각을뜻한다.

산속
물소리종알거리고

난쟁이소나무친친감아
똬리틀었네

절벽기댄띠집
허기에휘청거리고

까마귀바람길
늘어진계곡

백발노인꼴망태
혼자서가네
―「산수화」

똬리튼소나무,허기로휘청거리는절벽의띠집,늘어진계곡,혼자가는노인의꼴망태의이모든‘산수화의풍경’속에서‘종알거리는물소리’조차도‘고요와적막’을강화(强化)하고대변한다.“소쩍새길게울어/그리움쌓이는/인적드문길섶에서서//진주목걸이주렁주렁매달고”(「자주달개비」)기다리는화자-자주달개비는당신-독자를적막과고요의세계로안내한다.「자주달개비」나「산수화」처럼껄끄럽고불편한읽기를해소한독해(讀解)의평이함도이번시집에나타난설우전용직문학의개성적측면을가시화한점이다.

투병(鬪病)의고통속에서눈물을뚝뚝흘리며“삶을정리”(「이별연습1」)하려는아내와‘빈하늘에걸린’듯다가오는‘어린아들과딸의눈망울’을바라보며‘이런아픔이왜나에게만있는가’설우는자탄했다.“허둥대며살아온내젊음”이아내에게‘얼마나큰상처’였는가를생각하며“진정사랑해야했던것은/아내와의순간의호흡”(「이별연습2」)이었음을그는첫시집「마음으로붓을세우다」이후가슴깊이새겼다.
일상생활에서필연적으로야기(惹起)되는희로애락의감정적파고(波高)를잠재우며시인은‘순간의호흡’을사랑하는법을터득했다.내삶의터전-여기에서열심히사는그생활을이어가기위해시인은분투(奮鬪)했다.‘외면-외부에비친나가아니라내면-내부에자리잡은나-자아를성찰하는여행기적(旅行記的)’성격이이번시집에강화된이유가여기있다.
하루를열심히살면“잘때는편안하지//죽는걸두려워마시게”(「염쟁이의독백」)라는화자의어법에설우의삶의실상이여실히반영되어있다.생의진리-진실의아이러니와역설이지시하는의미는,하루를잘사는것이‘죽음의공포를이기는것보다더힘들고어렵다’는사실이다.과거나미래에붙잡혀있으면현재를즐겁게보낼수없다.
나이먹을수록인간은흘러가버린어제-과거를후회하고오지않은내일-미래를걱정한다.아직오지않았거나이미흘러간그시간들에매달려지금여기의삶을낭비하는것은현명한인생살이가아니다.이순간만이내삶이고나에게주어진유일한시간이다.
「산수화」의시편들에순간의호흡을사랑하고즐기려는시인의모습이역력하다.「십우도」의소그림과관련이있는시인의아호-설우에서유추할수있듯이,그는생활-소에끌려갔던과거의삶을떨쳐버렸다.대신에그는소를끌고가는현재-현실의삶을추구해왔다.
끌려가는삶은스스로주체가될수없다.주인이되어자신의인생을끌고감으로써진정한나의나다운인생이실현된다.그것이지금-시간과공간-여기에서주어진내삶을주체화하는생활태도이다.첫시집이후여덟해를보낸삶의이야기가두번째시집의화자-시인의언어와행동에그대로표출되어있다.
우리는화자를내세워실생활의모습을보여주는시인전용직의변화된인생살이를「산수화」에서확인할수있다.인간의삶을똑같은잣대로잴수는없다.복잡한수레바퀴에비유되는인생살이의핵심은각자의인생을견인하는내면의보이지않는생의바이탈리티-추진력을스스로발견하지않으면안된다.
시인의회상-과거의기억은과거에속하는것이아니라충만한창조의힘으로여기의현실로호명된다.시인의영혼의움직임인그것들이「산수화」에서다양한모습-형상으로부조(浮彫)되어있다.예술-문학의미적형상은사물-자연의직접적인속성이아니며인간정신에대한관계를내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