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최명길 시집 | 양장본 Hardcover)

아내 (최명길 시집 | 양장본 Hardcover)

$17.01
Description
죽음을 예감하고 준비한 아내에 바치는 사랑의 시편들
그리고 네 번째 유고시집! 삶과 죽음을 초월한 오래된 미래 시집!
시인은 『아내』의 시편들을 2000년 4월 3일에 일단 마감한다. 그러나 같은 해 6차례나 퇴고를 반복하고 이듬해 2001년 3월「초례청」,「흑룡엉겅퀴」,「조양동 단칸 셋방」,「아가에게」를 추가하고 두 번 더 퇴고한다. 20002년에도 역시 두 번을 수정한다. 7년 후 2009년 또 한 번 다듬고 2010년 2월에는 시 일부를 고치고 순서도 바꾼다. 그리고 9년 뒤인 이제야 이 시편들은 책으로 묶여 상재되게 된다. 그러나 참으로 안타까운 일은 우리가 이 시집 『아내』를 읽고 있는 지금 정작 함께 즐거워해야 할 시인은 우리 곁을 떠났고 말았다는 사실이다.
시인은 시집 원고의 말미에 10여 년 동안 작품들을 고치고 다듬었던 내력을 날짜별로 메모형식으로 달아놓았다. 덕분에 나도 글의 서두를 위와 같이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우리는 시인이 얼마나 이 시집에 오랜 시간과 공력을 들여왔었는지를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만큼 시편들에 대한 시인의 깊은 애정이 정녕 ‘아내’를 대하는 듯 서리서리 구비치고 있다.
저자

최명길

1940년강릉에서출생해강릉의물을먹고자랐다.경희대학교교육대학원졸업.1975년『현대문학』에시「해역에서서」「자연서경」「은유의숲」등을발표하면서등단했다.시집으로『화접사』『풀피리하나만으로』『반만울리는피리』『은자,물을건너다』『콧구멍없는소』『하늘불탱』이있고,109편의명상시집『바람속의작은집』과디지털영상시선집『투구모과』를펴냈다.만해‘님’시인상,한국예술상,강원도문화상(문학부문),홍조근정훈장을받았다.산이좋아2002년40일간백두대간을종주하고,2003년아프리카킬리만자로산을,2005년히말라야안나푸르나를포행했다.그후『산시백두대간』을10여년동안어루만지며속초에우거해살며시의탑을쌓았다.최명길시인은은자적이고구도자적인자세로자연과교감하며극대·극미묘의오묘한자연의세계를통해깨달음의씨앗을얻고자하였다.그씨앗을시의그릇에담아맑게틔워가꾸기위해한생을바쳐고뇌하며정진하였다.2014년5월4일향년75세에병환으로별세하였다.2016년5월7일속초시영랑호반에최명길시인의시정신을기리는시비가건립되었다.유고시집으로『산시백두대간』『잎사귀오도송』『히말라야뿔무소』『나무아래시인』이있다.

목차

너와나·12
눈부심으로·13
나무해인·14
첫포옹·16
하늘의장난·17
사랑의제물·18
용구새·19
멀리서보면·20
화채봉과산똥·22
수레와마부·24
홍반이슬·26
부분과전체·27
아기집·28
첫말문·30
당신의마음뜨락·32
눈흘김·33
녹두꽃잎무늬·34
초가을밤앵속이싸르르타는듯한·36
마지막편지·38
돌나물김치·40
축복·41
암나사와수나사·42
눈물·43
영원한어머니·44
거리·46
작은여울·47
장담그던날·48
오징어배를타던날의기억·50
별거·52
갈대꽃·53
비를좋아하는사람·54
내가모를일·55
이쪽과저쪽·56
토담집·58
하얀길·60
쇠뜨기꽃·61
어떤새벽·62
서낭당아래청밀밭·64
그나무·66
태풍끝나고·67
당신에게드리는예물·68
각시붓꽃피었던자리·70
처가·71
장마오기직전의하늘·72
물안의아내·73
초례청·74
저녁강가·76
호롱불·78
사주·79
출생기·80
푸른빛푸른세계·82
봄눈내린다음날·84
홀로타는사랑·86
방울토마토·87
갑자기문이열리면·88
너와함께라면·90
새아기·91
여우불·92
새벽달항아리·93
그녀가슴에도는아지랑이·94
유리보석·96
그사람마음이급하게움직이니·97
노랑만병초꽃·98
조양동새마을단칸방·100
산·101
두루거리상바닥의물고기·102
좀싸리꽃·104
홀로손님·106
꽃융단·107
젖·108
모과한알·110
얼레지꽃·112
아내의기도·114
슬픈알몸덩어리·116
그아이·117
빚물던날·118
딸은창조의신·119
황홀한몸을알고부터·120
괭이밥·122
열쇠·123
소방울집·124
누워백일몽·126
피·127
당신의행복·128
금강석·130
내가슴에묻혀서슬픈·132
한밤에부르는노래·134
백로의춤·136
내청춘에게붙이는시·138
우리빙모님첫살림집·140
물고지엿·142
암소·143
오눈물같은·144
아가,이렇게된것은·145
성우파니샤드·146
최초의투명한빛·148
흑룡강변엉겅퀴·150
보름달이초생달될때까지·152
오직하나인당신·153
아내,나의신부·154
아가의여행·156

■해설|호병탁
놀라운눈,‘현빈의진리’와‘똥덩어리’를조화롭게함께보는·158
■최명길시인의연보·189

출판사 서평

아내당신은내영원한신부
꽃이요열매요그뿌리다.
아내당신은내영원한여인
시내요강이요바다요갈잎이다.
아내당신은내영원한나무
바위요산이요골짜기요대지다.
아내당신은내영원한친구
갈대요허공을날으는새요별이다.
아내당신은내영원한모성
논밭이요저녁놀이요그늘이다.
아내당신은내영원한미궁
깊이와넓이와높이를알수없는
안개요버들강아지요바람이요
쑥내음이요들깻잎이요허공이다.
아내당신은내영원한주인
씨앗이요생명이요우주현빈
오아내당신은신비로운물방울
돌밭이요돌밭을일구는강물이요
질경이풀이요물잠자리요
물잠자리를기르는새봄의들녘이다.
아내당신은내영원한우주
-「아내,나의신부」전문

위시는시인자신의아내가누구인지설명하고있다.그녀는영원한신부이자,여인이자,친구다.영원한모성이자,미궁이자,주인이다.신비로운물방울이요영원한우주이기도한다.이렇게나간다면작품은자칫통속적인사랑타령이될뻔했다.그러나왜아내가그런존재인지부연설명이되기도하고,이유가되기도하는수많은대자연의생명,사물,현상들이반짝거리며시의미학적구성을든든하게받쳐주고있다.연가름은없지만문장은언제나“아내당신”이란주어로시작되어그애정의깊이를알려주는것은물론작품의음악적운율을제고하는요소로작동하고있다.
첫문장에서아내는“꽃이요열매요그뿌리다.”나무의필요·충분한속성을모두지닌말이다.나무가땅위에서꽃피고열매를맺었다면자신의모든소임을훌륭히수행해냈다는의미가된다.그러나이는뿌리가있음으로해서비로소가능했던결과다.그렇기때문에아내는시인의“영원한신부”가될수있는것이다.아니“영원한신부”이기때문에“꽃이요열매요그뿌리”가될수있기도하다.
둘째문장에서아내는“시내요강이요바다요갈잎이다.”작은시냇물은모여강물이되어흐른다.그리고모든강물은결국바다로흘러들어간다.섬세한시인의촉수는물위에떠함께흐르는‘갈잎’의존재까지포착한다.이문장은다투지않고낮은곳으로만흐르는물의긴여행길을압축하고있다.물은생명의원천이다.35억년전지구최초의생명이물에서생겨난이래지금까지어떤생명도물없이는존재할수없다.그럼에도물처럼약한것이없다.자기의형태를갖지않은약한존재다.둥근그릇에넣으면둥글고모난그릇에넣으면모날뿐이다.허나어떤굳세고강한것도물의힘을당할수없다.심지어한방울한방울씩떨어지는물도바위에구멍을뚫는다.그런데아내는바로그물을담고흐르는“시내요강이요바다”다.시인의“영원한여인”이될수밖에없다.
셋째문장에서아내는“바위요산이요골짜기요대지다.”땅에는바위와골짜기가있는산도,넓은들판인대지도있다.땅또한생명그자체나진배없다.흙일그램에는일억이넘는미생물이살고있다고하니흙덩어리는바로‘생명의덩어리’다.그자양으로모든초목이자란다.시인의“영원한나무”도바로그흙위에존재하는것이다.

아내는봄볕맛있다하며얼른간장독망사를풀어놓습니다.숙성해까매진간장얼굴이드러납니다.봄하늘이얼른그속으로들어갑니다.개살구빈나뭇가지도얼른그리로뛰어내립니다.간장독안은금방딴세상이됩니다.봄햇살이장난쳐금방파란딴세상을만들어놓았습니다.아내도파란그리로내려가이쪽세상을올려다봅니다.
-「봄눈내린다음날」부분

아내는모처럼의봄햇살이아까워“얼른간장독망사를풀어”놓는다.살뜰한주부의모습이다.까맣게숙성한“간장얼굴이드러”나자‘봄하늘’도,‘개살구나뭇가지’도“얼른그속으로뛰어”든다.햇살이장난친간장독안은금방파란딴세상이된다.이번에도자연현상과사물이부부를거들고있다.시간끌지않고바로행동하는‘얼른’이란부사어의반복이신선하다.아름다운정경이다.그런데말이다.깜짝놀랄일이벌어지는데“아내도파란그리로내려가이쪽세상을올려다”보고있다.아내도자연사물의하나로동화되고있는것이다.작품의압권이아닐수없다.
두사람의결혼생활을그린많은작품중「조양동새마을단칸방」,「장담그던날」,「봄눈내린다음날」등이있는데,시인이보여주는발군의창작정신과태도를읽어낼수있다.
감동을주는문학작품에관해토로되는가장흔한독자반응의하나는그것이삶에대한진실을제시하고있다는점이될것이다.물론이때의진실은이성에의한과학적진실과는거리가멀다.이성에대립하는‘상상’에의한진리파악이다.‘상상력’은일상의온갖‘경험’을토대로하여새롭고의미깊은,즉진리를닮은형상을창조하는능력이다.소박한감정을토로하는서정시에도진실성은중요한가치판단의기준이된다.문학은허구다.그러나그허구세계속에서도우리는경험적사실,비록그것이간접적인경험이라도사실과의불일치에대해서는거부감을갖는다.진실에대한반칙이라고생각하기때문이다.독자의이런소박한반응은의외로완강하고끈질기다.
시인은이를꿰뚫어보고있다.부끄러운것은감추고잘난것은내세우려하는게인간의기본성정이다.그러나시인은솔직하다.신혼때어렵게살았음을“쌓여올라오던똥덩어리”와“산불처럼번지던빈대떼”라는말로과감하게드러낸다.‘똥’이나‘빈대’는보통사람이면시어로적절하지않다고생각하기쉽다.그러나시가아름답던고통스럽던모든경험을소재로하듯아름다운어휘뿐아니라상스럽고더러운말도얼마든지작품에도입될수있다.시인의연금술같은상상력을거치면서그런어휘들역시보석처럼빛을발하게되는것이다.
장담고간장독에볕을쬐게하는일은남정네라도흔히보고겪은틀림없는‘경험적사실’이다.그럼에도둘이‘메주를담고짓찧는일’,봄햇살을담기위해‘간장독망사를풀어놓는일’은이런경험적사실을더욱확실하게한다.그리하여시인의상상력은설악과동해바람,떨어지는살구꽃이장에섞이게하고,봄하늘과살구나뭇가지가간장독에뛰어들게한다.아내까지그리로내려가이쪽세상을올려다보게한다.이것이바로우리일상의‘경험’을토대로하여‘새롭고의미깊은형상’을창조한것이아니고또무엇이겠는가.
시인의상상력으로표현된놀라운형상들이여기저기산견된다.송아지를낳느라“우리집암소가내어지른/새벽비명소리에놀라/동해에하현달이떴다.”(「암소」)상현달은어떤가.동해하늘은‘상현달’을풀어놓고“새똥을갈기는듯/별들을마구흩뿌려대”고있었다.(「오징어배를타던날의기억」)빙모님이사시던함경북도성진에서는“저녁이면/해마가하품을하며육지로올라”오고“바다에떨어진별들을청어들이주어먹기도했다”고한다.(「처가」)얼마나새로운의미를담지한눈부신형상들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