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닿고자 불을 밝힌다

너에게 닿고자 불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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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시문학연구회 하로동선 시집 4 [너에게 닿고자 불을 밝힌다]. 여러 시인의 작품을 함께 엮어 구성했다. 다양한 작가의 작품을 한번에 감상할 수 있어, 개성적인 작품들을 읽어가는 재미가 있다.
저자

김시탁

경북봉화출생.2001년『문학마을』로등단.시집『아름다운상처』『봄의혈액형은B형이다』『술취한바람을보았다』『어제에게미안하다』.창원시문화상수상,경남올해의젊은작가상수상.창원문인협회회장역임.경남시인협회부회장,경남문인협회부회장,창원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회장

목차

김시탁
곰탕
서있는것들
실업
외동
이빨과충치
반납
농부
그녀의고양이
정년남자
치매2

김일태
〈중략〉

민창홍
〈중략〉

성선경
〈중략〉

이기영
〈중략〉

이달균
〈중략〉

이서린
〈중략〉

이월춘
적멸寂滅
다산초당에서
다그렇지는않다
꼴값
로맨스그레이
분홍이죽어야초록이온다
사람이집이다
똥개
섬에서섬을만나다
잠자리의집

출판사 서평

‘하로동선’의존재이유

방금봉준호감독의영화「기생충」을보고와이글을쓴다.솔직히고백하자면엔딩크레딧이올라갈때한사람의시인으로서심한좌절감을느꼈다.영상시대의언어예술인詩가시대와사회에어떤빛깔로,어떤방향으로기능할까.그영향력의범주는어디까지일까를고민해보았다.이영화가제72회칸영화제에서황금종려상을수상한이력때문이아니라기괴하고그로데스크한유머로펼쳐내는반전미학은영화좀보았다는나의상상력을여지없이파괴해버린다.물론예전박찬욱감독의「올드보이」를보고난후에도이와유사한생각이들었지만그땐“일본원작의애니메이션에서영감을가져온것”이란말로위안을삼기도했다.하지만이번영화는다르다.전적으로한국영화인에의해시나리오가쓰여진것이기에변명의여지가없다.쿠엔틴타란티노의블랙유머,적당한은유와B급유머가살아있는코엔형제영화에열광했지만「기생충」은그들의장점보다더압도적으로위층에자리한다는생각을떨쳐버릴수없다.
이런영화는역설적으로시인을절망하게한다.이제그절망감을설명해야할차례다.한국영화는신흥사대부의기세처럼당당한데비해1,000년을넘게지속해온시는딸깍발이정신을견지하는퇴락한선비같은느낌을준다.한국문단은숱한단체가운데서가장평균연령이높다.부정할수없는현실이다.신인이수혈되지않는이유는뭘까?힘든과정에비해대가가형편없고,무대또한철지난바닷가처럼조명받지못하기때문이다.
경제력이모든것을정의하는시대에돈이되지않는일에시간과열정을바치는청춘은없다.그런데왜과거(더거슬러올라가지말고80년대에포커스를맞추자)에는문학이,문학정신이한시대를지배했을까?농경사회를지나산업화사회에접어들무렵,무서운정치폭력에대항할무기가필요했다.농울치는서정의강물을끌어오든지,앞장서서애끓는노래를부르든지,비분강개의외침으로사람들을모으든지,어쨌든지향없는이들을한궤로엮을공간이필요했다.저변에깔린감정을끌어올리기위해서는서정에호소하는시만큼직접적인것은없다.거기에다학창시절국어교육은문학소년·소녀를길러내기에충분했다.이런대사회적정서는결국시의시대를잉태하는자양분이되었다.
그러나지금은정보의홍수속에있다.시보다훨씬재미있고자극적인동영상들이넘쳐난다.언제어디서든천만의관객이든영화를볼수있고,꿈만같았던빌보드차트의맨앞을K팝이장식한다.박경리의『토지』가국민소설이라고하지만완간본전체를완독한독자가몇이나될까.이런단순비교만으로도‘문학의위기’란말은이미식상그이상이되고말았다.하지만아직도철지난바다를찾아오는사람은있다.그렇다면그바다를지키기위해버려진것들을양동이에담는누군가는있어야한다.
바슐라르는시인의착각혹은자기오류에대해이렇게말한다.“시는모든것을확대한다.오래동안고치속에서웅크리고있던하찮은존재가최상의희생,영광의희생을찾아날아가는것은?불꽃중의불꽃-태양을향해서이다.”이말은시인을향한최고의찬사라할것이다.하지만2,000년대는안타깝게도몽상가의고독과대중은잘소통되지않는다.
여기에‘하로동선’의존재이유가있다.‘하로동선’은그바다를떠나지못한운명들의작은집합체다.비록남루하지만한때우리가기대고동류가되었던그깃발을지켜내야한다.그렇게훌훌떠나도우리는남아깃발흩날리던시절을추억하고,돌아가지못할상실감에젖은이들을위무하는제의를펼쳐보이고싶은것이다.시에의지하고자한시대의공감에선멀어졌으나그질곡을견디며살아온연대의식은여전하다.다시말하면물리적여건은변화하였다해도화학적결합,즉감정의공유는더공고해진다.하긴이말역시우릴위무하는것인지도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