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꽃들에게 고개 숙여야 한다는 것은 절대적 겸손의 은유적 표현이다. 가난한 시인의 현재 모습을 열매는 없고 잎만 무성히 푸른 나무에 비유된다. 열매 없는 나무가 쓸모없는 나무는 아니다. 잎이 무성하다는 것은 아직 꿈을 버리지 않았다는 것이고 따라서 그건 부끄러운 게 아니다. 식물에게조차 머리를 조아리며 극도로 겸손해진 시인은 마침내 신의 부르심을 듣는다. 그런데 그곳은 푸른 초원의 유토피아가 아니라 풀 한 포기 나지 않는 자갈마당이다. 시인은 그곳으로 기꺼이 가고자 한다. 자갈마당은 무거운 십자가의 다른 이름이다. 신앙인은 십자가를 지고 그 고통을 기꺼이 감내하는 사람이다. 낙원에 이르기 위해서는 반드시 십자가 고통을 겪어야 한다. 그러니 역설적으로 십자가 고통은 축복이기도 한 것이다. 그런데 십자가의 길은 더없이 지난하고 고독하며 때로는 짐승처럼 잔인하고 독하고 숨 막힌다. 그 길의 과정에 시가 창작된다.
문패 없는 내 집 마당은
어느덧 가을 나비들의 통로
햇볕만 따가운
향기 없는 자갈마당을 어찌 찾아오는가
빈집 댓돌에 엎드려
잠시 여신처럼 잠들려는 걸까
내 시름 한가득 지고 지금 막
고추밭 너머 사라지는 눈먼 사랑이여
- 「노년의 뜰 4」
- 박석근(소설가)
문패 없는 내 집 마당은
어느덧 가을 나비들의 통로
햇볕만 따가운
향기 없는 자갈마당을 어찌 찾아오는가
빈집 댓돌에 엎드려
잠시 여신처럼 잠들려는 걸까
내 시름 한가득 지고 지금 막
고추밭 너머 사라지는 눈먼 사랑이여
- 「노년의 뜰 4」
- 박석근(소설가)
메타노이아 (오성근 시집)
$1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