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노이아 (오성근 시집)

메타노이아 (오성근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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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꽃들에게 고개 숙여야 한다는 것은 절대적 겸손의 은유적 표현이다. 가난한 시인의 현재 모습을 열매는 없고 잎만 무성히 푸른 나무에 비유된다. 열매 없는 나무가 쓸모없는 나무는 아니다. 잎이 무성하다는 것은 아직 꿈을 버리지 않았다는 것이고 따라서 그건 부끄러운 게 아니다. 식물에게조차 머리를 조아리며 극도로 겸손해진 시인은 마침내 신의 부르심을 듣는다. 그런데 그곳은 푸른 초원의 유토피아가 아니라 풀 한 포기 나지 않는 자갈마당이다. 시인은 그곳으로 기꺼이 가고자 한다. 자갈마당은 무거운 십자가의 다른 이름이다. 신앙인은 십자가를 지고 그 고통을 기꺼이 감내하는 사람이다. 낙원에 이르기 위해서는 반드시 십자가 고통을 겪어야 한다. 그러니 역설적으로 십자가 고통은 축복이기도 한 것이다. 그런데 십자가의 길은 더없이 지난하고 고독하며 때로는 짐승처럼 잔인하고 독하고 숨 막힌다. 그 길의 과정에 시가 창작된다.

문패 없는 내 집 마당은
어느덧 가을 나비들의 통로
햇볕만 따가운
향기 없는 자갈마당을 어찌 찾아오는가
빈집 댓돌에 엎드려
잠시 여신처럼 잠들려는 걸까
내 시름 한가득 지고 지금 막
고추밭 너머 사라지는 눈먼 사랑이여
- 「노년의 뜰 4」
- 박석근(소설가)
저자

오성근

오성근吳成根시인은1939년서울에서태어나연세대학교교육대학원을졸업하고1970년중앙일보신춘문예(희곡),1989년제9회크리스찬신인문예상(시)으로등단했다.시집으로『목에서목마름까지』,3인시집『태초의바람』,4인시집『달바람돌풀』(1,2,3,4집)이있다.희곡집으로『우리동네성냥공장』,『파랑새절벽을날다』,『세상에서가장먼포구』등이있다.
공연작품으로〈데이신따이〉(제16회전국연극제),〈성냥공장아가씨〉(인천연극협회),〈사슴아,사슴아〉(극단십년후,제24회인천연극제대통령상수상),〈울밖에선봉선화〉(제25회인천연극제,극단피어라),〈도원을가다〉(제30회인천연극제,극단피어라)등이있다.

목차

1부
들국화따기·10

2부
손바닥그림·18

3부
귀촌일기·34

4부
노년의뜰·64

5부
메타노이아·82

해설
박석근|자갈마당에핀꽃들·116

출판사 서평

[특징]
오성근시인에게시란예술인동시에구원을향한여정이다.구원은메타노이아,즉회개의좁은문을통과하는자만이다다를수있는경지로,이메타포는시편들의처음과끝을관통한다.시집첫장첫구절을펼쳐보자.내일다시초평에가리/저수지건너산골로들어가면/목장사슴우는소리메아리로비끼고/계곡에퍼진들국화/잉잉거리는벌들의코러스/넋나간듯낙원에스며들기위해-들국화따기(1)-얼핏,나이제일어나가리이니스프리호도로,하고노래한아일랜드계관시인예이츠가떠오른다.예이츠에게이니스프리호도가유토피아였듯오시인에게도초평은유토피아즉낙원이다.일찍이워즈워스는‘무지개’에서만약무지개를보고가슴이두근거리지않는삶이라면차라리죽음이낫다고선언한바있다.예술가에게유토피아의추구는예술창작의원천이며존재이유이기도한데,다른점이있다면오시인의유토피아는신앙과닿아있다는것이다.(…)홍수로사라질세상에/풀잎배라도띄워/돌아갈곳하늘나라/여기는내땅이아니지-손바닥그림(3)-어머니의자궁으로돌아가는기도/밤하늘별자리를찾아가는기도//땅에서끊어진탯줄이/하늘아버지께이어지는기도-메타노이아(24)-예이츠와워즈워어스와달리오시인의낙원은그러니까땅이아니라하늘이다.왜냐하면이땅에서의생존은무상하고행위는무익한,불교적용어를빌자면제행무상(諸行無常)이기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