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골목 (박분필 시집 | 양장본 Hardcover)

바다의 골목 (박분필 시집 | 양장본 Hardcover)

$16.35
Description
시의 백지에 자작自作하는 필법으로
오래된 예스러운 대상들을 소환하는 풍경들이
그윽하고 깊은,
박분필 시집 『바다의 골목』
저자

박분필

박분필시인은경북울산울주군에서태어나성균관대학교대학원유교경전학과석사과정을수료했다.1996년『시와시학』으로문단활동을시작했다.시집으로『창포잎에바람이흔들릴때』『산고양이를보다』『바다의골목』등이있고동화집『하얀전설의날개』『홍수와땟쥐』를펴냈다.

목차

1부
자작나무자서전統傳·12
태모필胎毛筆.14
십리대숲길·16
물수제비·17
어머니의낮달·18
부족한손·20
목련붕대·21
아름다운대화·22
마음을그리다.23
빗방울녹턴·24
계단·25
눈깜짝할사이·26
바다의골목1.28
벚꽃·30

2부
주머니쥐의추억·32
물소리바람소리·33
어느호수,2016년-34
청동의손·36
인연설·38
논골동네·40
파웅도우불상·42
길,제부도·44
화산활동·46
옥수수잎들이물결치는아미쉬·47
북촌가는길·48
죽은여름·50
귀향·52

3부
각시회,천전리·56
랑삐우토림土林·58
파노라마언덕·60
어느낙타의회상·62
굴비와파라오·64
에덴의후예들·66
글라디올라스swordlily·68
묘지숲,카페·70
피치카혹은썸바디투러브·72
아폴론신전,시대·74
포오덤코티지·76
바닷소리배달·78
피칸·80
아라랏산은지금,아으으다으·82

4부
가거도住居島이야기·844
찻집,The좋은날·36
고양이에게오로라를.88
느릅나무우물,90
북촌·91
알.92
바다의골목2.94
달팽이경전·96
돌아온학·97
조선항아리·98
맨발의소녀·100
데카르트를읽으며·102
개기일식·104
만마리물고기·106

■해설I호병탁
'발가락이노란새한마리'-놀라운이미지와시적음악성의힘·107

출판사 서평

일반적으로문학은정서나사상을상상의힘을빌려서문자로나타낸예술작품으로정의된다.그렇다면문학은‘상상想像’이란말이의미하는바와같이‘사실’이아닌글,즉‘허구’로정의될수있다.그러나사실과허구의구분은모호하다.당장「창세기」저자들은세상과인류의창조,죄의기원,낙원의상실을기록하며자신들이역사적진실을쓰고있다고생각했을것이다.그러나지금이들의글은어떤사람들에게는사실로읽히기도하지만대개의사람들에게는허구로읽힌다.
그렇다면문학은허구적,즉상상적인글인가아닌가에따라정의될수있는것이아니라언어를특별한방식으로선택하고사용하는것을근거로정의되는것이바람직할것같다.즉문학의형식적요소인소리,이미지,리듬,구문,여러서술기법등제반장치를채택하는것이다.문학을정의하려는시도들은고대로부터다방면으로계속되어왔다.그러나최소한필자의생각으로는‘언어의특별한운용’이라는이명제는가장일반적이고보편적인,또한예술작품으로서의문학을이해하는데오류가없는정의가될것같다.우선작품을보며논의를계속하기로하자.

발가락이노란새한마리숲을꿰고있습니다

새의맥박소리가늘게흔들려고요를꿰고있습니다

돌이물밑에가만엎드려물살을꿰고있습니다

시간이소리를꿰고소리는시간을꿰고있습니다

물뱀이단풍을시침질하는햇살을꿰고있습니다

푸른물잠자리날개가바람을꿰고있습니다

너와집처마그을음이가을의중심을꿰고있습니다
-「물수제비」전문

시「물수제비」는시집을대표할만한중요한의미가담긴작품인데,독자도필독해보아야할가치를갖는작품이될것이다.
작품은일곱개의행들이각각하나씩의연을만들고있다.따라서작품은일곱연으로구성되어있지만전체적으로짧고깔끔하다.우선다가오는이시의매력은너와집이보이는가을산촌의맑고깨끗한서경敍景의능력에있다.마치롱테이크기법으로찍은선명한영상을보는느낌이다.
시인은먼저숲을가로지르는한마리새를포착한다.그런데시인의포커스는그새의“발가락이노란”것까지도놓치지않는다.숲의고요는“새의맥박소리”도들릴것같다.시인의섬세한감각은또한물살을꿰며“돌이물밑에가만엎드려”있는것도영상에담는다.그리고잠깐호흡을고르며이런정경이“시간이소리를꿰고소리는시간을꿰고”있다고생각한다.다시서경은계속된다.“물뱀이단풍을시침질하는햇살을”,“푸른물잠자리날개가바람을꿰고”있는것을포착하고마침내“가을의중심”에서“너와집처마그을음”까지보여주며그림같은영상의막을내린다.
조국산촌의여러아름다운가을풍광은우리모두에게익숙한경치다.단풍이물드는숲,숲을나는새,투명한개울물,그위를비추는맑은햇살은대할때마다모국의아름다움을새삼느끼게하지만우리를압도하는거대하고웅장한풍광과는거리가멀다.그저가을의산하에서흔히볼수있는매우‘낯익은’풍경일뿐이다.그러나시인은이런익숙하고낯익은풍경을특별한방식의언어사용으로작은부분의특징까지낯설게만들면서선명하게부각시켜내고있다.
이제글의초입에서문학의정의를언급하며거론되기도한‘특별한언어운용방식’을구체적으로살펴보자.

인간의언어는인류의경험이축적된결과로생긴의미의기호다.그런데언어를독특하게사용함으로서그의미의모체인경험을자극하여재생시킬수있다.사람의경험이란우선감각을통해지각되는외부세계에대한인식이다.문학언어는바로이런감각적지각을자극하는능력과이를십분응용하려하는독특함이있다.‘심상’,즉‘이미지’다.
그런데심상은시·청·후·미·촉각의오감이동시에함께어울리며발현되기도한다.또한오감뿐아니라희로애락과같은정서적충동을야기하는심상들도얼마든지나타나게마련이다.
첫연에서는“발가락이노란새한마리숲을꿰고”있고,둘째연에서는그“새의맥박소리가늘게흔들려고요를꿰고”있다.발가락이‘노란’색깔의새는우리의시각적심상을,새의‘맥박소리’는우리의청각적심상을자극한다.셋째연에서는“돌이물밑에가만엎드려물살을꿰고”있다.물밑에가만히엎드려있는‘돌의모습’은우리의눈을,그위에흘러가는‘물살의소리’는우리의귀를가볍게건드리고있다.
새의맥박소리까지느낄수있다니얼마나고요한숲인가.이런‘고요함’속에는새의날갯짓소리도흐르는물살의소리도충분히지각될것이다.그런데맥박도날갯짓도물살도움직이는것이고모든움직임에는힘과시간이작동한다.그래서‘소리’또한비로소발생할수있는것이아닌가.
시인은넷째연에서이런자연의이치를“시간이소리를꿰고소리는시간을꿰고”있다고간명하게발화한다.이작품에서처음이자마지막인세계이해를위한시인의관념이얼핏드러나는진술이라볼수있다.그러나따분한설교조의‘가르침’과는한참거리가있다.시인은이어자신의진술을증명이나하듯계속하여숲의정황을묘사한다.
다섯째연에서는물뱀이“단풍을시침질하는햇살”아래물살을헤엄쳐건너가고있다.‘시침질’은옷을완성하기전에먼저몸에잘맞는지보기위해대강하는바느질을의미한다.소위‘가봉假縫’함을말한다.그렇다면계절은한참가을인것은맞지만겨울직전의만추는아니다.햇살이나무의붉은단풍옷을가봉하고있는중이기때문이다.“시침질하는햇살”은의외의신선한비유로일반적심상보다한차원높은시적전개라아니할수없다.
여섯째연에서는“푸른물잠자리날개가바람을꿰고”있다.‘바람’역시기압의변화에의하여일어나는공기의‘움직임’이다.맑고깨끗한가을의대기가“푸른물잠자리”의날개와어우러지며한층선연하게드러난다.고요한숲속의작은‘정중동’의모습들이다.
마지막연에서는“너와집처마그을음이가을의중심을꿰고”있다.새도물뱀도잠자리도숲과바람처럼자연의일부일뿐사람과함께기거하는것은아니다.그러나‘너와집’은사람이그안에서직접사는곳으로이작품에서처음으로인간냄새가풍기는장소다.“처마그을음”에시선을모둘필요가있다.‘그을음’은아궁이같은곳에불을피울때연기와함께섞여나오는검은먼지같은것으로세월이흐르며이것이내려앉은처마,벽,천장같은곳을까맣게변색시킨다.너와집은얇은돌조각으로지붕을인강원도깊은산골에서나볼수있는보잘것없는집이다.더구나처마의그을음으로보아이집은새로지어진집이절대아니다.우리가주시할점은“너와집처마그을음”이신산한삶의모습을정확하게은유하고있다는점이다.오랜풍상을견딘산골집에서사는순박하지만초라한사람의삶이이시구에서역력하게드러나고있는것이다.
여기서우리는시인의연민의감정과이에따른관념을느낀다.그러나이를직설적으로표출하지않는다.시인은하늘의달을가리키지는않는다.물위에일렁이는달을가리키고있을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