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하고 싶은 날 (이창하 시집)

감사하고 싶은 날 (이창하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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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우리는 무한한 반복의 그물망 속으로 날아가는 새들처럼 살아간다. 「어느 날 아들을 보다」에서 “누군가 나의 잠자리를 범했다”라는 도발적인 시어로 전개되는데 결구에서는 반전이 전개된다. 엄마 곁에 누운 이십대 아들의 모습에서 청춘 시절의 자신을 발견하는 시적 화자의 미소가 번진다. 한편 「어느 우연한 날이었다.」에서는 “하늘 끝자락에 매달린 구름은 쉴 새 없이 흔들렸다/ 언제부터인가 아내는 어머니의 옷을 입고 있었다”라고 토로한다. 아내와 어머니의 이미지가 겹치고, “아버지를 닮아가고 있는 나를 만들어가는”을 통해서 세월이 흘러가는 과정을 통해 변해가는 자신의 얼굴을 봄으로써, 시간의 그물로 직조되는 삶을 영화적 구성으로 전개하는 방식이 흥미롭다. 「월인천강지곡」에서 “세포 분열을 한 달빛들은/ 강으로 떨어져 반짝거리네”라고 묘사하면서, 강물이 반짝거리며 흘러가는 형상을 잘 표현하고 있다. 「아라홍련」에서는 고려 시대의 연꽃 씨앗이 어느 펄 속에서 발견되어 다시 개화하는 모습을 포착한다. “부화를 꿈꾸며 면벽으로 묵언 수행하다가 붉은 처녀가 되었네”라는 시구詩句에서 보듯 시인은 시간이 흘러가는 모양을 독특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 김혜영(시인)

이창하의 시를 읽는다는 것은 삶의 모든 변화를 받아들이는 일과 다르지 않을지도 모른다. 변화는 ‘있음’과 ‘없음’ 사이에서 진동하고, ‘우연’과 ‘필연’ 사이에서 벌어지며, ‘왼쪽’과 ‘오른쪽’ 사이에 위치하는 어떤 흐름일 테다. 삶을 대조적인 양극 사이에서의 선택으로 이해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우리는 삶을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이해하고 싶다. 이창하의 시가 그러하듯이 삶은 멈출 수 없는 사랑이고 거부할 수 없는 운명이다.
- 권온(문학평론가)
저자

이창하

이창하시인은1964년경북경주에서태어났다.2010년『현대시』에시「낡은의자」외다수를발표하면서작품활동을시작하였다.시집으로『케이코요시다의노래를듣다가』『그리움을프린트하다』『감사하고싶은날』이있다.경남문학우수작품집상과유등문학상을받았고,〈젊은시인들〉동인으로활동했다.현재중등교사로있다.

목차

1부소크라테스의마누라

황사·12
터널을지나면서·14
어느날아들을보다·16
영혼이수척해지는날·18
깨진거울·19
월인천강지곡月印千江之曲·20
그림자에대하여·22
감을따면서·23
음력구월열사흘밤·24
아리·26
소크라테스의마누라·28
아라홍련·29
무소유·30
태양을매단감나무·31
여의도님께·32
돌나물꽃·34

2부젊은베르테르의안개

매화가지던날·36
소곤거리는·38
버섯목을보면서·40
별1·42
말울음소리가걸려있는벽·44
연산홍·46
거미의일기·47
시월의강가에서·48
이른아침과소나무와의관계·50
젊은베르테르의안개·52
넝쿨이자라다·54
골목길·55
돈키호테의광야를걸어가다·56
어느우연한날이었다·58
구차한변명이생각나는밤·60
벽난로·62

3부아버지의문을생각하다

선거철·64
집·66
아버지와흙과·68
사진으로만나다·70
가지많은나무나다리많은벌레처럼·72
코로나19·74
새벽달을보다·76
달밤·77
아버지의문을생각하다·78
거울을보면서·80
상사화·81
합천호에서·82
아버지를발굴하고있었다·84
장마·86
저녁놀을보다·88
한해를보내며·90
개화·92

4부로드킬roadkill

로드킬roadkill·94
유언비어·96
죽은나무에서·97
일식·98
별2·99
시월·100
예전에동심이있었네·101
눈·102
밤·103
몸살감기를앓을때·104
유등이밝아오는밤·106
매화를보면서·107
~동안·108
행오버Hangover·110
흐린날의일상·112
이런날은감사하고싶다·114

해설|권온/전환,사랑,운명으로서의시·116

출판사 서평

“이창하의시의특징과변화는‘있음’과‘없음’사이에서진동하고,‘우연’과‘필연’사이에서벌어지며,
‘왼쪽’과‘오른쪽’사이에위치하는어떤흐름일것이다.
삶은멈출수없는사랑이고거부할수없는운명으로서시편들을보여주는이창하시집『감사하고싶은날』”

■이창하시집『감사하고싶은날』의특징

폴리쾨르(PaulRicoeur)에의하면우리는오직스스로를상실할때진정한자신을발견할수있다(Ifindmyselfonlybylosingmyself).리쾨르가주목하는진정한‘나’는일상에만족하는‘나’를뛰어넘는존재일테다.이는죽기로마음먹으면산다는뜻을담은‘사즉생(死卽生)’의태도와통하는것이기도하다.습관화된‘나’를벗어나는일은매우힘들수있다.유감스럽게도우리는삶의대부분을일상화된‘나’로서,습관화된‘나’로서살아간다.시인은익숙한삶의루틴(routine)을극복하고진정한‘나’를찾아가는방법을발견하고이를언어로형상화한사람일수있다.
이창하는이번시집에서다양한방향에서진정한자신을찾으려고노력한다.우리는여기에서‘기억’,‘관계’,‘미(美)’,‘운명’,‘사랑’,‘가족’,‘인간’등의키워드로써시인의시세계를이해할수있을것으로기대한다.

세상에서얻은아픔으로
입에서배설되는사나운짐승의DNA를
미처
몰아내지못하고
내눈에는시베리아의찬바람이불거나,
주소가불분명한누군가를향해
구취(口臭)를뿌린것에대해
반성하는날

달콤하게떨어지고있는봄비를향해
주저리주저리흘러내리는모든
넋두리를한결같이
비갠날의엷은희망처럼
오염된속을비우는의식으로연결되는순간에
대해서감사하는날

비로소
우리에서빠져나온동물들을
몰아내게된것을다행으로여기니
멀리
들판을향해검은짐승들이
달려가고있다.
-「이런날은감사하고싶다」전문

이창하의섬세한감성이돋보이는시이다.시적화자‘나’는우선‘반성’을이야기한다.‘세상’에서살아간다는것은‘아픔’을견뎌낸다는말과다르지않다.‘나’의“입에서”,“사나운짐승의DNA”가“배설되는”까닭이여기에있고,“내눈에는시베리아의찬바람이”부는이유도여기에있으며,“누군가를향해/구취(口臭)를뿌린것”역시이와다르지않다.‘세상’이라는약육강식의정글에서살아남기위해‘나’는강해져야했다.최소한강한척이라도해야했으리라.
원치않던‘사나운짐승의DNA’나‘시베리아의찬바람’또는‘구취’등을발산한‘나’의마음이편할리없다.자신의불편한언행을반성하는‘나’는용기있는사람임에틀림없다.‘아픔’을주는‘세상’에서살아남기위해불가피하게선택했던불편한언행을‘나’는‘오염된속’으로인식한다.“달콤하게떨어지고있는봄비”와이어지는“비갠날의엷은희망”이라는자연의위대함앞에서‘나’는“오염된속을비우는의식”을실천한다.“이런날은감사하고싶다.”라고밝히는‘나’는‘신심(信心)’이두텁다.이창하의시를읽으며독자들은바라고바랄것이다.하루를마치며감사할수있기를,일생을마감하며감사할수있기를바란다.
이창하의시를읽는다는것은삶의모든변화를받아들이는일과다르지않을지도모른다.변화는‘있음’과‘없음’사이에서진동하고,‘우연’과‘필연’사이에서벌어지며,‘왼쪽’과‘오른쪽’사이에위치하는어떤흐름일테다.삶을대조적인양극사이에서의선택으로이해하는이들도있겠지만우리는삶을자연스러운흐름으로이해하고싶다.이창하의시가그러하듯이삶은멈출수없는사랑이고거부할수없는운명이다.